소설리스트

난가기연-588화 (588/892)

588화. 생각의 변화

이정춘은 얼른 일어나 황제가 앉은 책상 앞으로 다가가 오늘 보고 들은 것을 보고하기 시작했다. 그는 뛰어난 묘사 실력으로 오늘 윤재성의 집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하나도 빠짐없이 설명했다. 마치 황제가 직접 그 자리에서 본 것과 그리 다를 바가 없을 정도였다. 황제도 밤낮이 바뀐 것과 땅과 하늘을 잇는 은하수가 생겨난 것을 직접 두 눈으로 보았으니, 이정춘의 이야기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다 은하수가 사라지고 두장생이 몸의 모든 구멍으로 피를 흘리며 쓰러진 대목에 이르자 양호가 다급한 어조로 물었다.

“그래서, 두 천사는 살아날 수 있다더냐? 오, 윤 재상은 또 어찌 되었지? 정말로 병세가 호전되었느냐?”

이정춘은 조심스럽게 황제를 살핀 뒤 이렇게 대답했다.

“황상께 아룁니다. 자리에 있던 어의가 살펴보니 윤 재상께서는 기력이 많이 쇠하시긴 했지만, 맥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합니다. 천천히 몸을 돌보면 곧 완쾌할 수 있을 거라고 하였습니다. 두 천사의 상태는 그리 좋지 않습니다. 목숨을 잃을 위험이 있다며, 지금 어의가 온 힘을 다해 그를 돌보고 있습니다!”

양호는 태감의 말에 내내 눈썹을 찌푸리다가 마침내 천천히 한숨을 내쉬었다.

“윤 재상의 병세가 호전되었다니, 이는 우리 대정의 복이다! 두 천사도 부디 평안무사 하였으면 좋겠군, 짐이 그에게 약속한 관직이 있으니!”

그러다 돌연 양호가 다시 태감을 향해 물었다.

“두 천사가 이 술법은 평생 단 한 번 쓸 수 있다고 했다고?”

그러자 이정춘이 얼른 대답했다.

“폐하께 아룁니다. 소인은 물론이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가 똑똑히 들었습니다. 두 천사께서는 이번 진법에 사용되는 법력이 그 자신의 힘이 아니라 선존(仙尊)께 빌려온 것이라며, 평생 단 한 번 빌려 쓸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홍무제는 그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곧 깊이 탄식하며 이정춘에게 말했다.

“윤 재상의 집을 주시하다가 새로운 소식이 들리면 즉시 내게 알려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이정춘은 즉시 이렇게 대답하고는, 다시 어서방 안의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로 가서 섰다.

그러나 황제는 그 후에도 상소를 읽지 않고 자리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긴 듯이 보였고, 이에 이정춘도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가만히 자리를 지켰다.

* * *

한편 경기부에서 신도(神道)를 닦는 이들도 조금 전 밤낮이 바뀐 상황에 대해 백성들만큼 깜짝 놀란 상태였다. 성황신과 각 기관장들은 모두 나와 상황을 지켜보았고, 그들 대부분 윤재성의 저택 근처에 가 있었다. 그러나 성황신은 여전히 성황당 위에 서서 멀리 윤재성의 저택을 바라보았다.

“성황신이시여, 두장생이란 자는 능력이 참 대단하더군요. 다른 이의 힘을 빌려 밤낮을 뒤바꾸다니요? 이건 또 대체 무슨 술법일까요? 만약 그가 정말로 그 정도의 능력이 있다면, 뭐하러 구태여 속세의 조정에 몸을 담고 있는 것일까요?”

성황신은 깊은 생각에 잠긴 얼굴로 윤재성의 저택을 바라보다가, 질문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말 한마디를 남겼다.

“계 선생님께서 아직 경기부에 계시잖느냐.”

그는 이렇게 말을 마친 뒤 자신의 법체를 거두고 다시 저승으로 돌아갔다. 다른 귀신들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서로를 멀뚱히 바라보다가, 곧 상대방의 얼굴에서 무언가를 깨닫고는 성황신을 뒤따라 저승으로 돌아갔다.

계 선생님께서 경기부에 계신다면, 조금 전 일어났던 일은 결코 그분의 법안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심지어는 계 선생님과 연관이 있을 확률이 높았다. 두장생에게는 밤낮을 뒤바꿀 만한 능력이 없으나, 계 선생님이라고 한다면 그리 놀랍지도 않았다.

* * *

반면, 이때 소도의 저택에서는 어사대부 소도가 초조한 얼굴로 응접실 안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많은 관원이 사정을 알아보고자 소도의 저택을 찾아온 상태였다.

하지만 소도 자신도 이 일이 어찌 된 일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하늘에 일어난 변화가 윤 재상댁과 관련이 있다는 정도만 확신할 수 있었고, 이번 일이 자신에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알 수 없었다.

사람들은 모두 윤재성이 문곡성의 재림이라 믿고 있었으니, 조금 전 일어난 일로 보아 어쩌면 윤재성이 죽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윤재성의 병세가 호전된 상황일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그에게는 일이 무척 귀찮아질 것이다.

“어르신, 어르신, 새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체격이 튼튼하고 날쌘 늙은 하인이 급히 뛰어오며 소리치자, 소도가 문밖으로 나가 하인이 안으로 들어오기도 전에 이렇게 물었다.

“뭐라더냐, 어서 말해라!”

노복은 숨을 잠시 고른 뒤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

“어르신, 지금 시정에서는, 특히 영안가 부근의 백성들 사이에서는, 윤 재상이 고인(高人)의 도움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그 고인이 엄청난 술법을 부려 재상의 목숨을 살렸다고 말입니다, 이를 들은 백성들은 모두 환호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소도는 그 말을 듣고는 엄청난 충격을 받아 하마터면 다리가 풀릴 뻔했다.

“정확한 소식이냐?”

“그것은 소인도 잘 모르겠습니다. 백성들 사이의 소문이니 전부 사실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만, 은하수가 윤 재상댁 위로 솟아올랐다는 부분은 사실입니다!”

소도는 억지로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지만, 그래도 어지러운 마음을 완전히 숨기지는 못하고 연신 손뼉을 부딪치며 중얼거렸다.

“만약 윤재성이 정말로 괜찮아진 거라면, 윤재성의 병이 나은 거라면…….”

조정에서 관원들이 보는 소도의 모습은 언제나 태산처럼 굳건한 모습이었고, 그 본인도 평생 누군가를 두려워해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얼마 전까지도, 대정국 전체에 엄청난 명성을 떨치는 윤재성조차 어사대의 도움을 구해야 할 때가 많았다. 이에 소도도 그들이 펼치는 정책을 이용해 자신의 정적들을 제거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 그는 일이 무언가 잘못되어 가는 것을 느끼고는, 적극적으로 나서 윤씨 집안을 견제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예전에 윤씨 집안을 이용할 때는 그리 마음이 편하고 상쾌할 수가 없었는데, 지금은 그들과 정적이 되려니 압박감이 어마어마했다.

윤재성이 중병에 걸린 후, ‘반(反)윤파’들은 비록 경거망동하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더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그들은 은밀히 어의들에게 여러 번 소식을 캐냈고, 그들로부터 윤재성의 병세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참이었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평범한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신선도 요괴도 부처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으로 보니, 시정에 떠도는 소문이 모두 진실이라고 볼 수는 없었지만, 고인(高人)의 도움을 받아 윤재성의 병이 호전된 것이 사실일 가능성이 컸다.

소도는 눈썹을 찌푸린 채 한참을 생각하다가, 생각하면 할수록 기분이 암담해져 곁에 서 있던 늙은 하인에게 분부했다.

“계속 사람을 보내 소식을 캐내라. 내 당장 입궁해야겠으니 어서 가서 마차도 준비시키고. 참, 공자의 혼사는 아직 준비할 것이 많으니, 네가 한번 찾아가서 직접 마음 좀 쓰라고 말해라.”

“예!”

늙은 하인이 이렇게 대답한 뒤 물러나자, 소도는 관복으로 갈아입은 뒤 준비된 마차를 타고 황궁으로 향했다. 원래라면 점심 식사를 들 시간이었으나, 지금 그는 뭔가를 먹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 * *

일각(15분) 후, 어서방에서는 홍무제가 식사를 마치고 이제 막 올라온 상소들을 펼쳐보고 있었다. 사실 그는 푸른 하늘이 밤하늘로 변한 것을 본 뒤로는 내내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점심을 먹고 나서야 다시 그의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한 상태였다.

그가 막 두 번째 상소를 읽고 있을 때, 바깥에 있던 태감 이정춘이 들어와 이렇게 고했다.

“폐하, 어사대부께서 알현을 청하셨습니다.”

그러자 양호는 고개를 들고서 눈썹을 찡그린 채 속으로 중얼거렸다.

‘소도 이자는 냄새도 잘 맡는군.’

“들라 하라.”

“예!”

이정춘이 천천히 어서방을 걸어 나가서 담담한 얼굴로 바깥에 서 있는 소도를 향해 말했다.

“소 대인, 황상께서 들라 하십니다.”

소도는 노태감을 향해 살짝 양손을 맞잡고 예를 취한 뒤, 그를 앞서 나가 어서방으로 들어갔다. 이정춘은 소도의 뒤를 천천히 따라 들어갔다. 소도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의미심장했다.

소도는 어서방 안으로 들어가 홍무제를 향해 허리를 굽히며 예를 올렸다.

“신 소도, 폐하를 뵙습니다!”

“음, 친애하는 소 경은 예를 거두게. 무슨 일로 왔는가?”

양호는 이렇게 물은 뒤에 다시 상소로 시선을 옮기고는 붓을 들어 비준하기 시작했다.

그가 아직 황자였던 시절에는 소씨 집안에 대한 인상이 그리 좋지 않았으나, 황제가 된 후 직접 소씨 집안을 부려보니 소씨 집안은 꽤 마음에 들었다. 그가 볼 때, 소씨 집안은 ‘본분’을 지키는 편이었고 마음대로 부리기에도 무척 좋았다.

그래서 비록 윤재성이 건강을 되찾고, 후에 한바탕 조정을 ‘청소’할 테지만 그는 나서서 소씨 집안을 보호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가로 어사대의 권력을 많이 빼앗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하면 윤씨 일가도 소씨 집안을 당장 쳐내려 하진 않을 것이다.

소도는 예를 거둔 뒤 어서방 창문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폐하, 조금 전의 이상 현상으로 하늘이 밝은 대낮에서 단번에 어두운 밤으로 변했었습니다. 시정 백성들 사이에 도는 소문으로는, 영안가 중심에 은하수가 내려왔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에 소신은 이 일이 혹 어떤 불길한 일이 일어날 증조가 아닐까 생각되어, 폐하를 뵙고 말씀드리기 위해 입궁하였습니다. 태상사이신 언 대인도 함께 이 일을 의논해보는 것이 좋을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양호는 고개를 들어 소도를 바라보았다. 소도는 최대한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려 했지만, 그의 미간에 엿보이는 근심 어린 기색은 감출 수가 없었다.

“친애하는 언 경은 지금 윤 재상의 집에 가 있으니, 불러와 이야기를 나누긴 어려울 듯하군.”

언상이 윤 재상의 집에 가 있다는 말을 들은 소도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태상사가 어의도 아니고, 그렇다고 언상이 윤씨 집안과 관계가 가깝다는 말도 들어본 적 없었다. 사천감은 언제나 조정의 분쟁 바깥에 서 있는 이들이었으므로, 쥐고 있는 권력이랄 것도 없었다. 그러니 오늘 같은 날 그가 윤씨 집안에 가 있다는 말은 무언가 미심쩍은 데가 있었다.

“친애하는 소 경, 짐에게 한 가지 기쁜 소식이 있소. 오늘 하늘이 뒤바뀐 것은, 별들의 보우 아래 윤 재상의 병세가 호전된 것과 연관이 있다더군. 어의가 일찍이 들어와 이 소식을 알렸지. 사천감의 이들은 별의 변화에 대해 알아보려 그곳에 간 것이고.”

“그, 그렇군요. 하하, 하하하……. 윤 재상께서 건강을 회복하셨다니, 우리 대정국의 크나큰 복입니다! 그럼 저도 얼른 선물을 들고 방문해 축하를 전해야겠습니다!”

소도는 처음에 너무 놀라서 말이 어색하게 나왔지만, 곧 마음을 다잡고는 아주 기뻐하는 듯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친애하는 소 경, 더 전할 말이 있소?”

소도가 바로 대답했다.

“폐하께서 이미 하늘의 변화에 대해 알고 계신 데다, 사천감도 어명을 받고 이 일을 조사하러 갔다니 그럼 소신도 달리 고할 일은 없습니다.”

“음, 그럼 물러가 보게.”

“예!”

소도는 천천히 뒷걸음질 쳐 무거운 마음을 다잡고 어서방을 빠져나왔다. 난로가 없는 바깥에 나오자, 차가운 바람에 의해 흘린 땀이 식으며 약간의 한기가 느껴졌다.

황상의 침착한 반응을 보아하니, 정말 어느 고인의 도움으로 윤 재상의 병세가 호전된 것 같았다. 심지어 황상께서도 일찍이 이에 대해 알고 있었던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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