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가기연-591화 (591/892)

591화. 가문의 비밀

그러자 소도과 소릉처럼 수행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조차, 사건의 앞뒤를 보자마자 이 등불에 괴이쩍은 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릉은 구체적으로 무엇이 이상한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직감적으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다.

반면 소도는 알고 있었다. 이게 대체 어딜 봐서 보답인가, 이는 분명 그 거북을 해치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꿈속이었기 때문에 자연히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현실과 꿈을 구분하지 못했다. 이들은 혹시나 저들이 자기를 발견할까 봐 풀숲 뒤에 엎드려 있었다. 소릉은 무공을 할 줄 알았는데도 마찬가지로 잔뜩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렇게 모든 꽃등에 불을 밝히고 강물에 띄운 뒤, 말을 탄 이들은 원래 왔던 길을 따라 돌아갔다.

말발굽 소리가 멀어지자 소도와 소릉은 서로를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들이 멀찍이 커다란 강물을 바라보니, 등불이 물살을 타고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이 보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몇 시진(時辰: 1시진은 2시간)일 수도, 혹은 며칠이 흘렀을 수도 있었다. 멀리 강물에 거센 물살이 일기 시작했다.

촤앗……!

강 중앙에서 거대한 물살이 솟구치더니 양쪽 기슭으로 파도가 되어 높이 일었다. 파도가 기슭에 닿자 마치 소나기가 쏟아진 것처럼 물방울이 사방으로 튀었다.

우르릉……!

동시에 하늘에는 먹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곧 천둥이 치기 시작했다. 땅을 짓누를 듯 무겁게 먹구름이 뒤덮였고, 구름 사이로 번개가 번쩍이는 것이 엿보였다. 그 심상치 않은 구름과 번개의 기세에 소도와 소릉은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다.

쿠궁!

그 순간, 강으로 벼락이 연달아 떨어지며 강물이 폭발하듯 물방울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크헝……!”

뒤이어 강 어딘가에서 맹렬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도와 소릉은 멀리 강 중심에 거대한 거북이 벼락에 맞아 몸을 뒤트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곧 광풍과 폭우를 뚫고서 고통에 찬 맹수의 포효 같은 것이 들려왔다.

“소정, 네 이놈! 결코 곱게 죽지 못할 것이다! 크릉-!”

거북이 내뿜는 엄청난 요기(妖氣)와 살기는 거대한 파도처럼 강기슭에 몰아쳐, 소씨 부자는 질식할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 고통이 극한에 이르렀을 때, 거대한 핏빛 파도가 높은 담장처럼 이들을 향해 솟구쳐 올랐다. 그 안에는 거북의 고통에 찬 흉포한 얼굴과, 번뜩이는 벼락이 담겨 있었다.

* * *

“으악!”

꿈에서 깬 소릉은 몸을 일으켜 세워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헉…… 허억…….”

“상공! 상공, 어찌 그러세요?”

곁에 있던 단목완이 얼른 잠에서 깨어나 그를 바라보자, 소릉의 안색이 창백하고 두 눈에 초점이 없는 것이 보였다. 그의 얼굴과 몸은 온통 땀으로 젖어 있었다.

단목완이 소매를 뻗어 소릉의 얼굴을 닦자, 멍한 얼굴로 그녀를 보던 그의 눈빛이 점차 정신을 차린 듯이 또렷해졌다.

“상공, 악몽을 꾸신 건가요?”

“헉…… 허억…… 그렇소, 악몽을 꿨소. 무척 생생한 악몽…….”

호흡을 고르던 소릉의 뇌리에는 온통 악몽 속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꿈속에서는 깨어있어도 정신이 흐릿했지만, 잠에서 깨고 나서 다시 떠올려보니 소정이라는 이름을 어디서 들어본 듯했다.

* * *

한편, 서재에 있던 소도도 마찬가지로 놀라 잠에서 깨어나더니 연탑에서 굴러떨어졌다.

“허억!”

콰당!

“어이쿠! 으……. 여봐라, 누구 없느냐!”

소도는 놀라 당황하여 이렇게 소리친 뒤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눈앞의 풍경이 꿈속의 강가에서 점차 자신의 서재로 바뀌었다.

곧이어 당직을 서던 하인이 들어와, 소도의 얼굴에 서린 온통 놀라고 두려워하는 기색과 식은땀에 젖은 머리칼을 발견했다.

“어르신,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입니까?”

그는 얼른 다가와 소도를 부축해 다시 연탑 위에 앉혔다. 그러고는 옆에 있던 탁자에서 수건을 가져와 소도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소도는 한참 숨을 고르다가 마침내 평정을 되찾았고, 하인은 때마침 그에게 차를 따라주었다.

“어르신, 차를 좀 마시면서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시지요.”

소도는 떨리는 호흡을 진정시키며 찻잔을 받아들었지만, 그의 손도 미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차를 비운 뒤 하인에게 찻잔을 건넸으나, 너무 급히 손을 놓아 하마터면 찻잔을 떨어뜨릴 뻔했다. 하지만 다행히 하인이 재빨리 찻잔을 받아냈다.

“어르신, 악몽이라도 꾸신 겁니까?”

“악몽? 그, 그렇지. 수건은 내게 주고, 너는 나가보거라.”

“예, 언제든 부르십시오, 곁채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그래.”

하인이 떠나자 소도는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무의식적으로 서재에 켜진 등불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그는 몸을 일으키더니 책상 위 등불의 등갓을 집어 올려, 그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촛불을 바라보았다.

소릉과 달리, 소도는 소정이 누군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아들보다는 족보를 더 자주 들여다보았기 때문이었다. 꿈속에서는 채 깨닫지 못했지만, 지금 그는 소정이 자기 집안 선조임을 알고 있었다.

‘내가 왜 이런 꿈을 꿨지? 대체 어쩌다 이런 꿈을 꾸게 된 거지?’

그가 이렇게 생각하던 중, 바깥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밤이라 아직 사위가 고요했기 때문에 더욱 또렷하게 들렸다.

“아버지, 서재에 계세요?”

“들어오거라.”

소릉은 서재에 들어온 후 온기가 새어나갈까 얼른 문을 닫았다. 그리고서 몸을 돌리자 제 아버지의 모습이 어딘가 낭패스러워 보였다.

“아버지,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그러자 소도는 손을 내저으며 약간 피곤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다. 방금 좀 생생한 악몽을 꿔서 놀란 마음에 땀이 난 것뿐이다.”

소릉은 그 말에 깜짝 놀라서 즉시 그에게로 몇 걸음 다가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아버지, 혹시 큰 강에서 소정이라는 서생과 거북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소도가 몸을 떨더니 경악한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았다.

“설마 너도 꾼 것이냐?”

소릉이 좋지 못한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꿨습니다. 그 거북은 소정이라는 서생이 부귀영화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왔고, 서생은 백 개의 등불을 모아왔지요. 다만 그 등불들이 어딘가 이상했습니다. 그러다 얼마 후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지고, 이를 맞은 거북이 소정에게 분노했지요…….”

소릉은 이렇게 말하다가 마찬가지로 안색이 나쁜 소도를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버지, 소정이라는 사람, 설마 우리 소씨 집안의 조상은 아니지요?”

소도는 고개를 끄덕였다가 서재의 창문과 문가를 확인하고는 다시 소리 낮춰 말했다.

“소정은, 우리 소씨 집안을 일으켜 세운 그 조상님이시다. 강에 띄운 꽃등은…… 만약 이 아비의 추측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그건 무슨 선량한 이들에게서 가져온 등불이 아니라, 오히려…….”

소도는 침을 꿀꺽 삼킨 뒤 더욱 목소리를 낮췄다.

“예전 태조 황제께서는 말년에 개국 공신들을 모두 죽이셨다. 구족을 멸하는 벌을 많은 가문이 받았고, 심지어는 그 가문의 부족(父族), 모족(母族), 처족(妻族)까지 멸한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이 대정국에서 공신 가문의 피는 아예 사라지게 되었지……. 그 등불은, 일족이 죽임을 당한 공신 집안들에서 갖고 온 것이 분명하다…….”

소릉은 무의식적으로 그의 아버지를 따라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 놀랍고도 두려운 이야기에, 수행에 대해서는 조금도 알지 못하는 그조차 이것이 무척 음험한 수단임을 알아차렸다. 후에 거북이 벼락을 맞은 것만 봐도 절대 좋은 목적이 아니었다.

“아버지, 그 외에 또 아시는 것이 있습니까?”

“휴……. 이건 벌써 몇 대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지 모를 정도로 오래된 이야기다. 그러니 나도 더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만약 이 꿈이 아니었다면, 우리 집안 조상이 요괴의 도움을 받았던 것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예전에 증조부께서 하신 말씀 중에, 소씨 가문의 자손들은 춘목강에 가까이 가지 말라는 유훈이 있었다. 우리 가족과 그 강의 기운이 충돌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엄청난 일이 있었을 거라고는…….”

“춘목강…… 아버지, 저희가 왜 이런 꿈을 꾸게 되었을까요? 이 꿈은…….”

소릉이 더 말할 필요도 없이, 소도는 이 꿈이 진실이라는 것을 알았다. 게다가 아버지와 아들 두 사람이 같은 꿈을 꾸기까지 했으니, 이는 분명 무언가를 암시하는 것이었고, 그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닐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소씨 부자가 이것저것 의심해보고 있을 때, 바깥 뜰에서는 계연과 오숭의 의식이 이쪽 서재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 전의 꿈 때문에 오숭의 형체가 그리 안정적이지 못했다.

계연은 시선을 돌려 오숭을 바라보았다.

“계 선생님, 저는…….”

조금 전 꿈속에서 거북이 내뿜었던 요기와 살기는 조금 과장된 면이 있었다. 왜냐하면 오숭의 의식이 그 원념(怨念)과 합쳐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계연의 앞에서 그런 모습을 드러낸 것 때문에 오숭은 안절부절못했다.

“저런 원한이 있었다면 저라고 해도 완전히 훌훌 털어버리지 못했을 거예요. 은혜를 원한으로 갚았는데, 미움을 품지 않는 것이 오히려 도리에 맞지 않죠.”

계연이 이렇게 말하자 오숭이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동시에 계 선생님이 자신을 이곳으로 데리고 온 이유가 더욱 궁금해졌다.

“소씨 집안은 곧 중대한 변화를 맞을 거예요. 그러니 당신과 소씨 일가의 악연도 정리할 때가 됐죠.”

“하, 하지만 소정은 이미 죽었습니다. 분명 저승에서 극형을 받았겠죠. 지금 소씨 집안과 저는…….”

오숭이 주저하며 이렇게 말하자 계연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저 마음에 엉킨 매듭을 풀라는 뜻이에요. 어떻게 할지는 모두 당신에게 달렸어요. 경기부와 통천강 귀신들은 얼마쯤 제 체면을 봐줄 테니, 당신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을 거예요.”

계연은 이렇게 말한 뒤 한참 서재를 바라보다가 다시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어떻게 할지 생각이 섰으면 그만 깨어나도 됩니다. 다른 것은 생각하지 말고, 어떻게 해야 자신의 마음이 평온을 찾을지만 생각하세요. 시간이 늦었네요, 저도 이제 쉬어야겠군요.”

말을 마친 계연의 모습이 천천히 흐릿해지더니 곧 완전히 사라졌다. 오숭은 계연이 사라진 곳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다시 소씨 부자가 있는 서재로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의식이 더는 형체를 유지하지 못할 때까지 부자를 바라보다가 마침내 뜰에서 사라졌다.

* * *

다음 날 아침, 영안가의 윤재상댁 안 어느 방 안에서 두장생이 마침내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손님용 방의 하얀 천장이었다.

그는 사실 그다지 크게 다친 상태가 아니었다. 그저 계연의 의식 세계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은 데다 힘을 과도하게 써서, 정신과 마음이 의식 세계에 너무 깊이 침잠한 탓에 육신을 지탱할 힘이 빠져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겉보기에는 금방 죽을 사람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 두장생의 가장 큰 문제는 심신의 소모가 너무 크다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조금 쉬었더니 그는 어느 정도 회복한 상태였다.

두장생이 깨어났을 때는 마침 어의가 와서 그를 진료하고 있을 때였다. 어의는 두장생이 눈을 뜬 것을 보고는 급히 다가와 물었다.

“두 천사, 깨어나셨군요. 몸은 좀 어떻습니까?”

두장생은 그제야 정신이 돌아와, 어의를 꽉 붙잡고 이렇게 물었다.

“됐습니까? 어찌 됐습니까?”

두장생은 정신을 잃은 후의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으므로 자신이 행여 술법을 망쳤을까 봐 덜컥 겁이 났다.

“잘 됐습니다, 전부 잘 됐어요! 천사께서는 정말 대단한 법력을 지니셨더군요. 윤 재상께서도 현재 회복하고 계십니다!”

“아……. 잘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다행이에요…….”

두장생은 깊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어의는 저도 모르게 그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품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고인(高人)의 풍모로구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