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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가기연-611화 (611/892)

611화. 큰 문제가 있다

“그러시군요, 그럼 제가 얼른 쉬실 수 있는 곳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다른 이들이 철 선생의 방문을 아뢰러 갈 것입니다.”

호위는 무척 공손한 태도로 이렇게 말하더니 안쪽으로 들어오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계연이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 그는 약간 앞서 걸으며 천천히 길을 이끌었다. 다른 호위 하나가 이 대단한 무인의 방문을 고하기 위해 다급히 안쪽으로 달려가는 것이 계연의 눈에 보였다.

호위는 계연에게 위씨 집안의 장원의 곳곳에 관한 설명과 위씨 집안의 특출난 점 등을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계연은 이 설명을 전에도 한번 들었었고, 지금 이곳의 기운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에 아무런 표정의 변화나 대답도 없이 걷기만 했다.

이에 길을 안내하던 호위는 슬며시 등허리에 땀이 나는 것을 느꼈다. 이 남자는 나이가 적지 않은 게 확실했지만, 무공 실력이 뛰어나고 진기(眞氣)가 넘쳐흘러 제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듯했다. 그간 얼마나 많은 비적과 강호의 고수들이 철형공을 배운 자의 손에 명줄이 끊어졌는지 모른다. 그들의 손에 죽은 자가 셀 수 없으니, 그야말로 살성(*煞星: 불길한 별. 흉포한 사람을 이름) 그 자체였다. 다른 방문자들 앞에서는 이 호위도 얼마간 거드름을 피울 수 있었으나, 겉모습은 평온해 보여도 대단한 고수일 게 확실한 이 남자의 앞에서는 최대한 공손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철 선생, 저곳이 바로 손님들이 대기하는 대청입니다. 위씨 집안의 장원에는 풍(風), 화(花), 설(雪), 월(月) 네 가지 대청이 있는데, 저곳은 영풍당(迎風堂)으로 가장 규모가 크고 중요한 손님들을 접대하는 곳이지요. 예전에는 이곳에서 어느 선인(仙人)을 맞아들인 적도 있었습니다! 자, 안으로 드시지요.”

계연은 호위를 힐끔 쳐다보더니 다시 앞쪽의 대청을 바라보며 물었다.

“흠, 여기서 선인을 접대했다는 말이오?”

그가 마침내 무슨 반응을 보이자 호위는 남몰래 안도하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어느 선인께서 위씨 집안의 공덕을 높이 사서 무자천서를 해독하는 데에 도움을 주셨지요. 여기까지 오면서 이 이야기를 듣지 못하셨습니까?”

“하하하하……. 다른 이와 쉬이 말을 섞는 편이 아니라서 듣지 못했는가 보오.”

계연은 영풍당이란 곳을 자세히 살펴봤다. 그가 그 천록서를 보았던 곳은 절대 이곳이 아니었다.

호위는 그의 이런 모습을 보더니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저 말 붙이기 어려운 얼굴과 사람을 천 리 밖으로 내모는 듯한 성격이라니.’

보통 사람들은 확실히 이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영풍당 문 앞에 다가서자 안쪽에 이미 몇몇 사람들이 앉아있는 게 보였다. 영풍당 안은 널찍해서 좌우로 각각 두 줄씩 의자와 다탁(*茶卓: 차를 마실 때 사용하는 작은 탁자)이 배열되어 있었다. 안에는 총 다섯 무리의 사람이 각기 무리를 지어 앉아있었는데, 두세 사람이 한 무리인 이들도 있었고 네다섯 사람이 한 무리인 이들도 있었다. 오직 계연만이 혼자였다.

“철 선생,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아무 곳이나 편하신 데에 앉으시면 되고, 곧 하인이 차와 다과를 내올 겁니다. 소인은 맡은 직책이 있어 다시 장원 대문을 지키러 가봐야 합니다.”

“음, 이만 가보시오.”

“양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호위는 이렇게 대답한 뒤 계연을 향해 공손히 인사했고, 다시 이쪽을 호기심 어린 얼굴로 쳐다보는 이들을 향해 살짝 예를 행했다. 그는 몸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대청을 나서면서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와 동시에 예전에 이 철형공을 익힌 무인들에게 잡혀간 이들에게 깊은 동정심을 느꼈다. 길 안내를 하면서 말을 조금 섞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압박감이 심한데, 예전에 이런 자를 상대한 사람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는가.

계연은 자리를 고르지도 않고 문가에서 가장 가까운 빈 의자에 가서 앉았다. 그러자 곧이어 여종이 쟁반을 들고 오더니, 찻주전자와 찻잔, 다과 두 접시를 옆에 내려놓았다.

찻물을 가져온 여종이 그에게 공손히 만복례를 행한 뒤 떠나자, 대청 안에 있던 화려한 차림새의 이들이 즉시 인사를 건네왔다. 그들은 계연이 비록 거친 무명옷을 입고 있었지만, 그를 데려온 호위가 조심스러운 태도로 대하는 걸 보고서 분명 대단한 고수일 거라고 생각했다.

“소인은 강통(江通)이라 하고 녹평성 강씨 상행(*商行: 상사(商社), 상회)에서 왔습니다. 선생께서는 존함이 어찌 되시는지요?”

계연은 차를 한입 마신 뒤 자리에서 일어나지는 않고, 고개만 들어 이렇게 인사한 젊은이를 바라보았다.

“강씨 상행?”

“그렇습니다, 소인 작은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젊은이는 그에게 정중히 인사한 뒤 가까이 다가와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자 대청에 있던 이들 중 하나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하, 강씨 상행의 사업은 대정국까지 뻗어 있는데, 만약 그게 작은 장사라면 천하에 누가 큰 장사를 하고 있단 말이오?”

“아하하, 과찬이십니다!”

젊은이가 이렇게 사양하며 예를 올리자, 남자도 그에게 가볍게 인사했다. 젊은이는 다시 고개를 돌리더니 계연을 향해 말했다.

“선생의 존함을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계연은 눈앞의 젊은이가 젊을 적의 위무외와 아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의 외형이 아니라, 단순히 그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비슷하다는 뜻이었다. 이런 성정의 사람은 분명 장사에 소질이 있을 것이다.

“철막이오. 대정국에서 왔소.”

그러자 주위에 있던 이들이 문가에 앉은 계연에게 시선을 던졌다. 젊은이는 살짝 놀란 듯하더니, 다시 공손한 태도로 더욱 예를 차려 인사했다.

“아, 대정국에서 오셨군요. 실례가 많았습니다!”

계연이 채 대답하기도 전에,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대청 바깥에서 전해져왔다.

“철형공에 능한 대정국의 고수께서 찾아오셨다고 들었습니다! 그야말로 우리 중호도 위씨 집안의 영광이군요!”

남자는 걸음마다 바람을 일으키며 빠른 걸음으로 대청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혈색이 좋은 노인이었는데, 척 봐도 무공 고수가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계연이 예전에 만났던 위헌이나 위명은 아니었다.

안에 들어온 남자는 문에서 가장 가까이 앉은 계연을 보자마자 얼른 다가와 공손히 인사했다.

“소인은 위행(衛行)이라 합니다!”

“철막이오! 위씨 집안이 중호도 무림에서 유명하다 하여 일부러 찾아왔소!”

계연도 자리에서 일어나 위행을 향해 양손을 맞잡고 예를 취하며 그를 찬찬히 살폈다. 법안을 열어 관찰해보니, 그의 몸에도 보일 듯 말 듯 한 흰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그것은 왕성한 화기(火氣)에 숨겨져 쉬이 눈에 띄지 않았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위행을 살피게 되자, 계연의 법안은 아주 자그마한 위화감도 놓치지 않았다. 위행의 정수리와 양쪽 어깨 부근에는 화기가 왕성했지만, 그의 오관(*五官: 눈, 코, 입, 귀, 눈썹)에서 나오는 기운은 아주 희미했다. 특히 두 눈에서는 원래 옅은 푸른색을 띤 기운이 흘러나와야 하지만, 그의 두 눈에는 푸른색 아래에 흰색이 많이 번져 있었다. 게다가 두 눈뿐만 아니라 온몸의 규혈(*竅穴: 혈 자리와 같은 위치에 같은 이름을 하고 있지만, 규혈은 몸 안에 숨겨져 있음)이 전부 그와 같은 상태였다.

‘설마 사람이 아닌가? 그건 아닌데……?’

계연은 스스로 견문이 풍부하다고 자부했으나 지금 이 상황에서는 그도 제대로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다만 위씨 집안 사람들에게 큰 문제가 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게다가 이러한 변화는 그들 스스로 일으킨 것이 아닌 게 분명했다.

첫째, 그들에게는 그럴 만한 능력이 없었고, 둘째로는 계연이 예전에 남기고 간 <운중유몽>의 해석본이든, 아니면 그 책 자체이든, 모두 바른 기운을 지닌 것이라 이런 괴이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순 없었다.

위행은 계연의 말에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가 보기에 철막은 철형공을 오래도록 익힌 고수임이 확실해 보였다. 이런 고수가 민간에 있을 리는 없으니, 분명 대정국 관부에서 일을 했었을 것이다. 그를 안내한 하인도 그렇게 말했었다.

그렇다면 철막은 분명 관부에서도 꽤 지위가 높았을 것이다. 최소한 한 주(州)의 총 포두(*捕頭: 지방 관아에서 포리(捕吏)들을 이끄는 우두머리)였거나, 도성 근방의 총 포두였을 수도 있었다. 그런 사람이 녹평성에 왔다가 위씨 집안에 방문했다는 것은 그들 일가에게는 무척 체면이 서는 일이었다. 마치 대정국 황제가 위씨 집안을 인정한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하하하하, 과찬이십니다, 철 선생. 만약 사람을 보내 미리 알려주셨으면 선생께서 직접 먼 길 오실 필요 없이 저희 집안에서 찾아뵈었을 텐데요.”

위행은 이렇게 말하며 계연이 변신한 철막을 잔뜩 띄워주었다. 그러고는 위아래로 그를 살핀 뒤 이렇게 물었다.

“소인, 일전에 철형공이 배우긴 쉬우나 정통하긴 어렵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또한 철형공을 배운 고수들이 천하를 종횡했다는 것도 아주 유명하지요. 저 위행의 무공이 이곳 위씨 집안의 장원에서는 그리 뛰어난 실력이라 칭할 수 없지만, 그래도 스스로 실력이 그리 뒤떨어지진 않는다 자부합니다. 혹 철 선생께서 개의치 않으신다면 소인과 한번 겨루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계연은 위씨 집안의 장원의 수상쩍은 점을 조사해보고 싶었으나, 장원 전체가 의심스러운 데다 함부로 법력을 써서 타초경사(*打草驚蛇: 풀을 두드려 뱀을 놀라게 한다는 뜻으로, 공연히 문제를 일으켜 화를 자초한다는 의미) 하고 싶지 않아 참고 있었다. 하지만 이때 위행이 먼저 나서 무공을 겨뤄보자 제안해주니, 시기가 이보다 더 적절할 수가 없었다. 첫째로는 위행과 가까이 겨루면서 그를 자세히 살펴볼 수도 있었고, 둘째로는 이 시합을 보러 나오는 사람들이 분명 많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중 위씨 집안에서 항렬이 높고 실력이 뛰어난 이들이 보러 나오면, 애써 계연이 찾아다닐 필요가 없을 테니 더욱 좋은 일이었다.

위행의 제안을 들은 주위 사람들은 모두 호기심과 기대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계연은 조금도 꺼리는 기색 없이, 철형공을 배운 고수다운 태도로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하……. 위 선생이 무공을 겨루고자 한다면 물론 환영이오. 다만 철형전첩에 대해 들었다면 이미 아시겠지만, 나처럼 철형공을 익힌 이들은 무공을 겨룰 때 손속에 사정을 두기가 어렵소.”

위행은 무척 엄숙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그에 대해서는 괘념치 마십시오. 선생과 무공을 겨루는 것은 제가 스스로 원해서 부탁드린 것이니, 만약 제게 무슨 문제가 생긴다더라도 누구도 선생께 이 일을 추궁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이 그 증인이 될 것입니다. 다만 이곳을 찾아주신 이상 제게는 모두 손님이시니, 철 선생께서는 제 사정을 봐주지 않으신다 해도 저는 그리할 수가 없을 듯합니다.”

위행의 말을 들은 계연이 반쯤 뜬 두 눈을 부릅떴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원래 평온했던 남자의 두 눈에 돌연 날카로운 빛이 스쳐 지나더니 기세가 흉흉해진 것처럼 보였다.

그들이 듣기에도 위행이 조금 전에 한 말은, 이미 스스로가 상대보다 높은 실력일 거라 짐작하는 소리처럼 들렸다.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철막을 이리저리 주무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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