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3화. 무량산의 수수께끼
어찌 되었든, 이 일은 분명 크게 축하할 만한 좋은 일이었다. 좌우천은 네 사람을 데리고 함께 아이들이 자는 곳으로 향했다.
계연이 남긴 말대로, 좌무극은 집안사람들에게 자신이 계연을 만났다고 말하지 않았다. 아이도 사실 네 명의 대협들이 정말로 자신을 제자로 받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긴 했으나, 다음 날 아침 일찍 네 사람이 함께 찾아올 줄은 몰랐다. 그래서 연비를 비롯한 네 사람이 좌무극의 눈앞에 나타났을 때, 좌무극은 아직도 침상에 앉아 완전히 잠에서 깨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이 좌무극을 제자로 받는 과정은 스승께 절을 올리는 등의 순서를 생략한 채 간단히 치러졌고, 다른 이들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그래서 양측 사람들만 좌무극이 그들의 제자가 되었다는 걸 알뿐, 다른 이들은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 * *
연비 등 네 명의 대협들이 좌무극을 만나던 때, 계연은 이미 귀래현 현성을 나온 후였다. 그는 걸음을 서두르지 않고, 풍경을 감상하는 듯한 유유자적한 태도로 걷고 있었다. 해가 높이 뜬 시각, 계연이 고개를 돌려보니 종이학이 날개를 펄럭이며 그를 뒤쫓아와 그의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계연은 고개 숙여 종이학을 한번 흘끗 보더니, 축지법을 쓰는 듯 날랜 걸음으로 그곳을 떠나갔다. 이동하는 동안 계연의 사고는 점차 널리 뻗어나갔다. 무도(武道)에 새로운 길이 생긴 것은 무척 기쁜 일이었지만, 이는 그가 두는 기국(棋局)의 일환일 뿐이었다. 대국적으로 보자면 그 일은 지금 당장은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양면 별자리 깃발에 대해서는 계연도 무척 신경을 쓰고 있었다. 계연은 운산관 도사들과 추원선과 그의 제자들 일파가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와 자신을 만나게 된 것이 꼭 우연이 아니라 필연처럼 느껴졌다.
그는 두 일파가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긴 했지만, 별자리 깃발을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었던 것 외에는 그리 가치 있는 정보를 알지 못하는 것이 조금 유감이었다. 물론 별자리 깃발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한 것이겠지만, 이는 또한 계연에게는 새로 지게 된 부담이었다.
계연은 천지가 내리는 대겁(大劫)은 ‘천지’ 자체에 달려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것이 틀리다고 할 수는 없어도 ‘천지’의 개념 자체가 그가 생각했던 만큼 단순하지는 않은 듯했다.
“돌아버리겠네!”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이리저리 뒤엉키다, 계연은 지난 생에 고향에서 쓰던 비속어를 내뱉었다. 그리고는 상공으로 솟구쳐 멀리 통천강으로 향했다.
* * *
해가 질 무렵, 통천강에 도착한 계연은 공중에서 눈썹을 찡그린 채 서 있었다. 이는 늙은 용이 통천강에 없었기 때문이었는데, 심지어 응풍도 응약리도 없었다. 오랜만에 늙은 용과 술이나 한잔 마시려고 했는데 그가 자리에 없다니.
전에는 항상 다른 이가 계연을 찾아왔었는데, 이제는 계연도 만나고자 하는 사람이 자리를 비운 때를 마주한 것이다. 계연은 내심 실망을 금치 못했다. 늙은 용을 만나러 먼 길을 서둘러 왔는데 그가 통천강에 없을 줄이야. 술을 통쾌하게 마시고 싶을 때는 적당한 술친구가 있어야 하는 법이었다. 만약 윤 훈장님을 찾아가면 그는 고작 몇 잔 만에 자리에 뻗을 것이다.
“휴우…….”
깊이 탄식한 계연은 경기부로 향하지 않고 소매를 떨친 뒤 다시 구름을 몰고 떠났다.
계연은 구름 위에 반쯤 누운 채로, 왼손으로는 천두호를 쥐고서 술병을 입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기울여 곧장 받아마셨다. 그는 한껏 나태한 모습으로 누워 술을 마시며, 느긋하게 밤하늘을 한나절 동안 날았다. 그렇게 다음 날 오후가 되어서야 영안현에 도착했다.
* * *
그 시각, 거안소각 바깥에는 작은 관(冠)과 옥 비녀로 머리를 틀어 올리고 옅은 자색(紫色)의 장포를 입고서 검은 수염을 기른 남자가 서 있었다. 그러다 그는 돌연 무언가를 느끼고는 고개를 들어 서남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 위에 있던 계연도 마찬가지로 자기 집 문 앞에 손님이 온 것을 발견했다. 계연이 고도를 천천히 내리면서 상대를 천천히 관찰하고 있을 때, 남자가 자신을 향해 공손하게 예를 올렸다.
잠시 후, 그가 뜰 안에 내려섰는데도 바깥에 있던 사람은 안으로 곧장 들어오지 않고, 계연이 안에서 문을 열어주길 기다렸다. 계연이 대문을 열자, 바깥에 선 약간 나이 든 남자가 계연을 향해 다시 한번 공손히 예를 올렸다.
“소인 숭륜, 계 선생을 뵙습니다!”
‘숭륜?’
계연은 잠시 그 이름을 곰곰이 생각하더니 얼른 상대가 누군지 깨달았다.
“숭 도우(道友)셨군요, 들어와 앉으세요.”
“그럼, 말씀대로 따르겠습니다!”
계연은 숭륜을 안으로 들인 뒤 다시 대문을 닫았다. 그러자 스스로 열린 구리 자물쇠가 다시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스스로 잠겼다.
거안소각에 들어온 숭륜은 안채의 문에 자물쇠가 걸린 것을 보고는, 계연이 곧바로 그걸 열려는 생각은 없음을 알았다. 뜰 안에 자란 커다란 대추나무도 무척 특별한 것이 분명했다. 영기 섞인 바람이 그 주위로 모여들 뿐만 아니라, 가지와 잎 사이에도 영험한 기운이 도사리고 있었다.
돌탁자 옆에서 계연이 소매를 한번 휘두르자, 찻주전자와 찻잔이 나타났다. 계연은 곧이어 숭륜을 위해 직접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
“어서 드세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숭륜은 자리에 앉아 차를 한 입 마시고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계 선생님, 제가 이리 당돌하게 찾아온 것은 선생님을 다시 한번 무량산으로 초청하기 위해서입니다. 예전 선유 대회에서 제가 옥회산 도우를 통해 말을 남겼었는데, 그분께서 혹 선생께 전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헌데 아무리 기다려도 방문해주시지 않아, 숭모(某)가 무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오게 되었습니다.”
“아, 제가 일이 있어 조금 지체했네요. 하지만 무량산이 찾기 쉽지 않아, 제가 가고 싶어도 방법이 없었어요…….”
계연이 웃음을 감추지 못한 채 이렇게 대답했다. 그라고 해서 무량산에 가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전에 숭륜이 계연에게 방문해 달라 말을 남겼었으나, 고작 무량산이라는 이름만 남긴 게 전부였다. 옥회산 수선자들도 무량산을 알지 못했고, 계연이 구봉산 장교에게 물어봤더니 숭륜은 소속 없는 개인 수선자로 선유 대회에 온 것이라 무량산이라는 문파 이름을 꺼내지도 않았다고 했다.
이에 계연도 찾아갈 방법이 없었다. 점괘를 쳐도 무량산의 위치를 알 수가 없었으니 갈 수가 없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계연의 미소를 보고 숭륜은 조금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계 선생님은 지금 자기나 혹은 무량산이 일부러 신비감을 조장한다고 빙 둘러 말씀하시는 듯했다. 그는 계연이 정말로 무량산이 어디 있는지 모를 거라는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충 어찌 된 일인지 알게 되었으므로, 그는 감히 이 선생의 말에 반박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이렇게 대답했다.
“아, 하하, 숭모가 확실히 생각이 짧았습니다. 다행히 아직 몇 년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제가 너무 늦게 찾아온 것은 아니겠지요. 부디 널리 양해해 주십시오!”
그러자 계연이 의자를 손짓하며 말했다.
“숭 도우, 앉아서 이야기하세요.”
“예!”
숭륜이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자, 계연이 문득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나서 그에게 이야기해주었다. 숭륜은 처음에 담담한 태도로 듣고 있다가 나중에 가서는 자리에 앉아있지 못하고 벌떡 일어났다.
“예? <운중유몽>이 지금 시도(*尸道: 사람이 아닌 죽은 자의 몸으로 수행을 닦는 것)를 닦는 삿된 것의 손에 있단 말입니까?”
“네, 그 시요(尸妖)는 제 이름을 시구라고 말했어요. 얼마 전까지 대정국과 국경을 맞댄 곳의 어느 곳에 숨어 있었어요. 기운을 숨기는 데 무척 능한 자예요.”
“시구라고요?!”
원래 그의 얼굴에는 노기가 가득했으나 ‘시구’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그의 표정에 놀란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분노한 듯한 격렬한 반응은 아니었다.
“숭 도우, 뭔가 아시는 게 있으신가요?”
숭륜은 엄숙한 표정을 짓더니 계연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계 선생님, 저희 사부님께서는 그곳을 떠날 수가 없으시니, 최대한 빨리 무량산으로 가는 게 좋겠습니다. 이미 오랫동안 선생님을 기다려 오셨거든요.”
숭륜이 정중한 태도로 이렇게 말하자 계연이 눈썹을 살짝 찡그리더니, 지체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탁자 위의 다기를 거둬들였다.
“네, 그럼 어서 가죠. 숭 도우가 길을 아시니 구름을 모세요.”
숭륜이 별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의 반응으로 보아 계연은 그가 시구를 알고 있다고 확신했다. 심지어 숭륜은 천계맹에 대해서 알고 있을 수도 있었다.
이제 계연은 중평휴가 진짜 제대로 된 진선(眞仙)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동시에 숭륜이 중평휴가 무량산을 떠날 수 없다고 한 말에 계연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숭륜은 별말 없이 곧바로 구름을 움직여 계연을 데리고 함께 거안소각을 떠났다. 그는 곧장 상공으로 솟구쳐 서남쪽을 향해 속도를 높였고, 가는 내내 속도는 계속 빨라지기만 했다. 그는 바람을 다루는 술법을 펼쳐서 불어오는 바람의 힘까지도 이용했다.
이에 주위는 온통 휘잉대는 바람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숭륜이 어풍술을 쓰고 있긴 하지만, 때로는 정면에서 강풍이 불어닥쳐 금속끼리 마찰하는 소리가 나기도 했다. 그래서 여정은 그리 조용하지 않았고 당연히 편하다고 할 수도 없었다.
한참 동안 계연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숭륜은 내내 구름을 빠르게 몰다가 계연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뗐다.
“계 선생님께서는 대단한 신통력을 지니셨고, 예전에 <운중유몽>을 보기도 하셨다니, 그럼 제 사부님의 도행이 절대로 낮지 않다는 것을 아시겠지요.”
“네, <운중유몽>같은 글을 써내다니, 중 도우의 도행은 최소한 요즘 수선계에서 소위 일컫는 진선 정도는 되겠지요.”
‘요즘 수선계’와 ‘소위’라는 말에 숭륜은 정신이 번쩍 들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계 선생님의 말씀대로입니다. 경지를 논하자면 사부님께서는 확실히 진선이라 불리셔도 합당한 수준이시지요. 선도(仙道)의 고인들이 일컫는 삼화(*三華: 인체 내의 정(精), 기(氣), 신(神)을 이름. 이 세 가지가 모이면 득도한다고 함)의 빛이 드러내는 경지를 넘으셨고, 동현(*洞玄: 도교 경전이 동진(洞眞), 동현, 동신(洞神) 세 부분으로 나눠짐, 수행의 단계를 이르기도 함)의 신묘함에 가까워진 경지이십니다. 선생님 앞에서 이런 말을 꺼내니, 숭모도 참으로 쑥스럽습니다.”
계연은 이런 아득하고 신묘한 이야기는 그만두고, 이왕 숭륜이 먼저 말을 꺼냈으니 자신도 궁금한 것을 곧장 묻기로 했다. 무량산이 대체 어디에 있고, 얼마나 멀고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지금 당장 알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굳이 궁금증을 참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아까 거안소각에서 숭 도우의 반응을 보니, 시구를 아는 것 같던데요? 그리고 중 도우는 현묘한 진선의 경지에 이른 분이신데, 어째서 무량산에서 나오지 못하시나요?”
숭륜은 구름 위에 서서 속도는 조금도 줄이지 않고 진지한 눈빛으로 계연을 바라보았다. 그 회백색의 눈은 언뜻 공허해 보였지만, 동시에 세상사를 관통해 보는 듯도 하여 사람의 마음 깊은 곳까지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계 선생님, 선생님도 최근 수십 년 사이에야 모습을 드러내시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계연의 두 눈이 놀란 듯 커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으나 사실 그의 마음에는 격렬한 동요가 일고 있었다. 원래는 중평휴가 천계맹과 시구에 대해서는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나, 지금 보니 자신의 이 ‘말할 수 없는 비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듯했다. 이 때문에 계연도 실은 놀란 마음을 다스리기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