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가기연-668화 (668/892)

668화. 기이한 괴수의 공격

계연은 현재 응약리의 목 부근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두 눈을 감은 채 정신을 수양하는 중이었다. 그는 응약리의 속도가 느려지자, 용족들이 곧 다시 논의를 시작할 것을 알아차리고는 천천히 눈을 떴다.

“약리야, 네 아버지 가까이 가자. 내가 할 말이 있다.”

“네.”

응약리는 곧장 대답하고는 꼬리를 움직여 물살을 가르며 우측 전방으로 헤엄쳤다. 잠시 후, 저 멀리에 희미한 용의 모습이 보였다. 바로 응굉을 태우고 있는 응풍이었다.

“아버지, 오라버니, 숙부님께서 하실 말이 있으시대요.”

응약리의 말에 앞서가던 응풍이 천천히 속도를 늦췄다. 오누이 둘은 서로를 향해 거리를 좁혔고, 응굉은 응풍의 머리 위에 선 채 계연을 향해 양손을 맞잡고 인사했다.

“계 선생, 뭔가 발견한 것이라도 있소?”

그러자 계연이 소매 안에서 금빛 나는 붉은 깃털을 꺼내 들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이건 상고시대에 살던 어느 기이한 요괴의 깃털인데, 몇 달 전에 처음으로 이것이 반응을 보였었어요. 이제 수색도 끝나가고 용왕들께도 제가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듯하니, 먼저 무리를 떠나 이 깃털의 이상 반응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요. 용시충과는 아무 관련이 없겠지만요.”

계연은 그러다 무언가 떠오른 듯이 이렇게 덧붙였다.

“아무래도 약리나 응풍과 같이 가는 게 좋겠어요. 황해는 무척 넓고 용족들처럼 바닷길을 잘 아는 이는 없으니까요.”

계연은 자신이 어떻게 운주로 돌아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길을 잃지는 않을 거라 여겼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쉽게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늙은 용은 신분이 신분이니만큼, 다른 세 명의 진룡과 함께해야 했다. 그러니 응풍이나 약리를 데려가는 게 더 적합할 것이다.

계연이 말이 끝나자마자 응약리와 응풍이 거의 동시에 대답했다.

“질녀(姪女)가 계 숙부님과 함께 갈게요!”

“소질(小姪), 계 숙부님과 함께 가고 싶습니다!”

늙은 용은 계연이 들고 있는 깃털을 보자마자 곧바로 그 깃털이 범상치 않음을 알아차렸다. 게다가 계연은 이런 일에 대해 결코 농담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이에 잠시 생각하던 그는 웃으며 이렇게 물었다.

“계 선생, 이 일이 다른 용들에게 알릴 수 없을 정도로 은밀한 것이오?”

늙은 용이 이렇게 묻자, 계연은 단번에 그의 말뜻을 이해하고는 미간을 찡그린 채 곰곰이 생각하더니 곧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비밀스러운 일이긴 하나, 용족에게 알리지 못할 정도는 아니에요. 제가 가진 해치 그림이나 흉수인 후(犼)의 피에 관한 일과 동급이에요. 아는 이는 무척 적지만, 그렇다고 다른 이들이 알아선 안 되는 수준의 비밀은 아니니까요.”

‘아는 이가 무척 적다라?’

하긴, 늙은 용 자신도 천 년을 넘게 살아왔어도 계연이 말했던 그 흉수에 대해서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에 응굉은 생각을 바꿔 이렇게 제의했다.

“만약 그러하다면, 다른 용들이 선생을 따라서 다 함께 가도 되겠소?”

계연은 잠시 망설이더니 곧 늙은 용의 제안에 동의했다. 그와 용족 사이는 관계가 좋은 편이니, 이 일을 굳이 거절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상관없어요. 그럼 다 함께 가도록 하죠.”

“좋소, 그럼 내 직접 이 소식을 전하겠소. 아우우-!”

늙은 용은 살짝 입을 벌려, 바다 저 멀리까지 전해질 정도로 긴 울음을 내뱉었다. 그러자 멀리서부터 수많은 용이 그의 울음에 화답했다. 그렇게 반나절이 지나자, 수천 리 길이로 넓게 퍼졌던 용족들이 서서히 이리로 모여들었다.

* * *

계연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진룡 넷은 모두 계연과 함께 가는 것에 동의했으며, 모두 그 깃털이 아주 특이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에 뭇 용들은 진룡 넷을 따라 계연이 깃털의 반응을 감지했던 곳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응약리와 응풍이 각기 계연과 응굉을 태운 채 길을 이끌었다. 다른 진룡 셋은 각기 사람이나 용의 모습을 한 채 멀지 않은 곳에서 뒤따라왔다. 삼백여 명의 용족들은 전처럼 넓게 대형을 펼치지 않고, 제일 처음 출발했던 때처럼 모두 모여 함께 이동했다.

계연은 조금의 변화라도 있으면 곧바로 감지할 수 있도록 깃털을 내내 손에 쥐고 있었다. 그러다 깃털의 작열감이 줄어드는 걸 느끼면, 곧바로 다시 용들을 이끌고 이전 위치로 돌아가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그래서 용족들은 아주 기이한 노선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마치 꽃을 그리듯 이리저리 헤엄치다 다시 일직선으로 헤엄쳤고, 그러다 다시 ‘꽃’을 그리며 우왕좌왕했다. 이런 기이한 일은 아주 빈번히 일어났고, 계연의 생각보다 길이 훨씬 멀기도 했다. 만약 네 명의 용왕들이 계연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 못했다면, 아마 각자 의견이 분분해졌을지도 몰랐다.

“돌아간다, 나를 따라 원래 위치로! 어흥…….”

후방에서는 공수가 다른 교룡 몇 마리와 함께 멀리서부터 따르고 있었다. 뒤쪽에 있던 그가 전방을 바라보니, 맨 앞에서 응굉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 들렸고, 뒤이어 다른 용들이 모두 방향을 돌렸다.

공수는 한껏 불만 섞인 목소리로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흥, 저 선인(仙人)이 대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건지 모르겠군. 이 궁벽한 황해에서 거의 반년이나 용들을 데리고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이게 지금 우리를 갖고 노는 게 아니고 무엇이냐? 게다가 용왕들께서는 저자의 장단에 맞춰 이리저리 따라다니고 있으니!”

“쉬잇……. 전하, 소리를 낮추십시오. 지금은 서로 간에 거리가 너무 가깝고, 저 사람의 도행이라면 이보다 더 멀리서도 충분히 들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를 따르던 한 교룡이 작은 소리로 이렇게 귀띔했다. 진선(眞仙)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었다.

“흥, 그럼 또 어때서? 저, 저 선생의 도행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한들, 내 아버지는 진룡이시다! 게다가 지금은 우리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지. 두려울 게 뭐가 있다고?”

“옳은 말씀입니다!”

“예, 전하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렇습니다. 아, 전하, 앞에서 또 방향을 바꿨습니다. 저희도 빨리 따라가는 게 좋겠습니다.”

용족들은 원래 거대한 해류를 타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는데, 방향을 돌리자 원래도 그리 맑지 않았던 물이 더욱 혼탁해졌다.

방향을 돌린 계연은 손에 든 깃털이 미약하게 빛나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반년 동안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었다. 게다가 감각이 예민한 용족이라면, 이미 근처 해역에 생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이보다 더욱 괴이쩍은 것은, 주위가 가면 갈수록 어두워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심해에는 본디 빛이 없었지만, 이 어둠은 시각적인 측면의 어둠이 아니라 감각적인 측면에서 오는 것이었다. 이는 계연과 용족들에게 그리 편치 못한 느낌을 주었다.

붉은 깃털이 내뿜는 요기(妖氣)는 원래 허구와 실재 사이에 존재했지만, 이 순간 계연과 네 명의 진룡들은 이 깃털의 요기가 활활 타오르는 횃불처럼 느껴졌다. 그들뿐만 아니라, 응약리처럼 도행이 높고 영각이 예민한 교룡들도 이 깃털이 ‘위험하다’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계 선생, 전방에 무엇이 있는지는 모르나, 내가 느끼기에는 우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 듯하오!”

응약리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서 따라오던 백 장(약 300m)이 넘는 길이의 황룡이 입도 떼지 않고 말했다. 하지만 황유중의 중후하지만 나이 든 목소리는 계연도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

“맞소, 이 늙은이도 같은 생각이오. 전방에 이 깃털과 관계가 있는 무언가가 있는 게 분명하오. 우리도 슬슬 준비하는 게 좋겠소!”

“그럽시다!”

응굉을 제외한 다른 세 진룡이 저마다 목소리를 냈다. 계연은 손에 든 깃털을 바라보며 무어라 말을 하려다가, 별안간 미간을 찡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뱀과 용은 자주 비슷한 종류로 취급되지만, 사실 그들의 움직임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뱀들은 몸을 좌우로 움직이지만, 용들은 몸을 위아래로 구부리며 움직였다. 그래서 계연이 아래를 내려다보아도 전혀 시야가 막히지 않았다.

용시충을 수색할 때와 달리 지금은 속도가 더욱 중요했기 때문에, 이때 용족들은 해저에 가깝게 붙어 헤엄치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아래쪽은 온통 어두컴컴해 보이기만 했는데, 그러다 계연이 별안간 ‘암흑’ 속에서 희미한 붉은 점(紅點)을 발견했다. 게다가 그것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아래쪽에 무언가 있어요, 조심하세요!”

하지만 계연이 이렇게 소리쳤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진룡 넷은 그의 말과 거의 동시에 아래의 상황을 알아차렸으나, 그 붉은 빛이 다가오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그것들은 이미 물살을 헤치고 용족의 무리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저게 대체 뭐지?”

“공격해!”

붉은빛 덩어리가 계연의 바로 아래로 가까워지자, 황룡이 앞발을 뻗어 그것을 움켜쥐었다. 마치 아주 딱딱한 무언가를 터뜨린 듯, 그것은 물속에서 눈을 찌르는 듯한 불빛을 내뿜었다.

진룡이 엄청난 힘으로 내리치자, 붉은빛 두 덩어리는 ‘펑-!’하는 소리와 함께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우우…….”

해저로 떨어진 붉은빛에서 괴이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악!”

“조심해!”

“꼬리로 쳐!”

펑-!

콰앙……!

촤아앗!

치지직……!

주위에 수많은 거품이 떠오르는 걸 보니, 교룡들도 이제 그것과 맞붙기 시작한 듯했다. 주위로 피가 묻은 교룡들의 비늘이 둥둥 떠다녔다.

“어흥-!”

“우우우…….”

혼란 중에 용들의 울음이 울려 퍼졌고, 곳곳에 이리저리 몸을 뒤트는 용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 사이로 붉은빛을 띤 무언가가 엄청난 속도로 움직였는데, 교룡들의 속도보다 훨씬 빨라 보였다. 게다가 크기도 교룡들보다 훨씬 작아서 더욱 민첩해 보였다. 교룡들은 처음에는 속수무책으로 공격을 당했지만, 용왕들이 무리를 이끌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았다.

계연과 네 명의 용왕들은 급히 나서려 하지 않았다. 계연은 눈을 가느스름하게 뜬 채 용족들 사이를 재빨리 지나치는 그것들을 주시했다. 맨 처음 아래에서 나타난 두 덩어리의 빛들은 응약리를 노린 것이 분명했다. 혹은, 자신이 들고 있는 이 깃털을 노리고 온 것일 수도 있었다.

“아버지, 숙부님, 저게 대체 뭐죠? 잘 안 보여요!”

응약리가 급박한 목소리로 이렇게 물어왔다. 붉은빛이 시야를 가리는 데다, 혼전이 이어지고 있어 그녀는 상대를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었다. 계연은 저 멀리 교룡 세 마리에게 추격당하고 있는 붉은 빛 덩어리를 바라보며 담담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사자와 호랑이의 몸에, 목과 꼬리는 기다란 뱀과 같고, 악어처럼 커다란 입과 갑옷처럼 단단한 비늘로 덮인 괴수라…….”

이렇게 중얼거리던 계연은 속으로 저게 대체 무엇인지 단정 지을 수가 없었다. 생김새가 무척 낯선 데다 저 괴수는 포효하거나 비명을 지르는 것 외에 자신들과 교류할 생각도 없어 보였다. 그들은 마치 상대를 죽이려고 덤비는 맹수처럼 교룡들을 공격할 뿐이었다.

황룡의 발에 맞아 어두컴컴한 해저로 떨어진 두 마리를 포함해, 계연은 용들을 공격해온 것이 총 12마리인 것을 알아냈다. 방금 그가 본 것은 그중 특징이 가장 뚜렷한 한 마리였다. 이 괴수들은 모습이 서로 비슷하지만 다른 부분도 있어, 어떤 것은 물고기, 어떤 것은 뱀, 어떤 것은 짐승과 비슷하기도 했다.

삼 백여 마리의 교룡 중 이 괴수들과 맞붙는 이들은 많아봤자 2, 30여 마리뿐이었다. 다른 이들은 공간이 협소해 바깥으로 밀려나 있었다. 용족들은 자신들의 천성에 따라 이들과 육박전을 치르고 있었다.

“아오오…….”

그중 한 교룡은 괴수의 공격에 복부를 물려 고통에 찬 울음을 내뱉었다. 그의 몸 위로 요법(妖法)이 흐르더니, 물속에서 거대한 회오리가 일기 시작했다. 교룡은 붉게 빛나는 괴수를 어떻게 해도 몸에서 떼어내지 못하자, 아예 똬리를 틀고 그것을 꽉 조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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