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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가기연-673화 (673/892)

673화. 돌아가다 (1)

삼 백여 마리의 교룡들은 진작에 이 괴이하기 짝이 없는 해역을 떠나, 비교적 안전한 외곽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황유중은 미리 그곳 해저에 수정궁을 펼쳐놓고 뭇 용들이 쉴 수 있도록 해둔 참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교룡들은 점차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몇 개월 정도의 시간은 용족에게 있어 아무것도 아니었으나, 지금은 상황이 특수했기 때문이다.

이 교룡 중에서 백여 마리는 언뜻 부상신수를 보기도 했고, ‘해가 떨어지는 위험’에서 도망쳐오기도 했지만, 다른 이 백여 마리의 교룡들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만 빼면 이 교룡들은 그 후로 위험한 곳에 들어가 보지도 않았고 금오를 보지도 못한 상태였다.

“약리야, 아버지와 계 숙부님이 떠난 지 곧 넉 달째인데, 언제쯤 돌아오실 것 같으냐? 대체 무얼 보신 거지?”

수정궁의 어느 옥상 위, 응풍과 응약리는 정석(*晶石: 투명하고 벗겨지기 쉬운 결정체의 광물)으로 만든 탁자를 두고 앉아 있었다. 그들 곁에는 늙은 용의 수하인 교룡들도 있었는데, 그들도 다른 교룡들처럼 모두 초조해하고 있었다. 응약리의 마음도 잔잔한 수면처럼 평온하진 못했으나, 그래도 대부분의 교룡보다는 침착한 상태였다.

“계 숙부님과 용왕들께서 우리를 따라오지 못하게 하셨으니 분명 무슨 이유가 있는 거야. 그분들은 모두 도행이 높으시니, 걱정할 필요 없어. 그저 여기서 얌전히 기다리기만 하면 돼.”

그러자 어느 교룡이 깊은 고민 끝에 결론을 내린 듯한 말투로 말했다.

“분명 아주 은밀하고 위험한 일일 게 분명합니다.”

그동안 이런 쓸데없는 말을 여러 번 들었던 응풍이 막 무어라 대꾸하려던 찰나, 뭔가를 느낀 듯 뭇 용들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쪽에서 용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황유중이 수정궁을 거둔 뒤, 삼 백여 용족들은 드디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 하지만 용왕 네 사람은 교룡들에게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 이에 교룡들은 궁금해 미칠 것 같았지만, 용왕들의 명을 따르지 않을 수는 없었다.

용족들이 머나먼 황해에서부터 다시 동해와 만나는 지점까지 돌아오는 데에는 열 달이나 걸렸다. 그들은 동해로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다. 그들은 모두 사해(四海)의 용족이었기 때문에, 황해에서 오랫동안 머문 후에 다시 푸르고 깨끗한 바닷물을 보게 되자 기쁜 마음에 길게 울기 시작했다.

더 말할 필요도 없이 계연은 드넓은 동해를 보자마자 가슴이 탁 트이듯이 시원해졌다. 이곳에 이르자 용족들은 마침내 서로 헤어져야 할 지점에 이르렀다. 용들은 서로 지역 간의 구분이 아주 확실했다. 남해와 북해에서 온 용족들은 어서 돌아가고 싶어 조급한 지경에 이르렀으므로, 동해에 들어서자마자 공융과 청우는 계연의 일행에게 작별 인사를 고하기 위해 다가왔다.

남해와 북해의 교룡 대부분은 용의 모습으로 하늘을 날고 있었지만, 공융과 청우를 비롯해 그들과 가까운 용족들은 모두 사람의 모습이었다. 계연과 응굉, 황유중 쪽도 이와 마찬가지였다.

상공의 구름 위에서 용족들은 마침내 세 갈래로 갈라졌다.

“계 선생, 황 용왕, 응 용왕, 그리고 공 용왕. 이제 사해의 경계에 이르렀고, 논의할 것도 처리해야 할 일도 이미 끝났으니 여기서 이만 인사를 나누는 게 좋겠소. 여러 용왕 분들은 물론이고, 계 선생께서도 후에 북해를 지나게 되면 내 용궁에 한 번 방문해 주시오. 청모(某)가 반드시 후하게 대접하겠소!”

청우는 이렇게 말하며 각기 양쪽을 향해 양손을 맞잡고 인사했지만, 계연 쪽에 좀 더 예의를 차리는 느낌이 있었다.

공융도 청우와 마찬가지로 작별 인사를 나누며 계연을 초대했다.

“계 선생, 시간이 되시면 우리 용궁에도 한 번 와주셨으면 좋겠소. 선생께서 오시면 내 큰 연회 자리를 마련하겠소!”

“기회가 되면 반드시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 후에 또 뵙지요!”

“하하하하, 그럼 또 뵙겠소이다. 계 선생, 시간이 되면 반드시 북해로 와주셔야 하오! 그럼 청모는 이만 가보겠소!”

청우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다시 한번 작별 인사를 했다. 그는 마찬가지로 사람의 모습을 한 교룡 몇 명과 함께 마지막으로 예를 취한 뒤 곧바로 용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가 길게 울며 북쪽을 향해 날아가자 그 뒤로 수십 마리의 교룡들이 뒤따랐다.

공융이 미소 띤 얼굴로 다시 한번 인사한 뒤 떠나려던 순간, 곁에 있던 공수가 결국 참지 못하고 작은 목소리로 공융을 일깨웠다.

“아버지…… 제 일은…….”

공수가 입을 떼자 계연과 응굉 곁에 서 있던 응약리와 응풍의 표정이 즉시 구겨졌다. 공수의 앞에 서 있던 공 용왕도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그리 좋지 못한 안색으로 자신의 덜떨어진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공수는 내심 겁이 났지만, 그래도 자신의 아버지를 향해 애걸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공융은 그를 한 번 보더니 다시 계연에게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는 원래의 웃는 낯으로 돌아와 물었다.

“계 선생, 일전에 응 용왕께서 영근목을 재배하는 한 선인과 막역한 친우라고 하셨던 적이 있었소만, 혹 그분이 선생이시오?”

그러자 계연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는 영근목을 재배하지는 않습니다.”

그 말에 공융과 공수가 잠시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자, 계연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집에 아주 특별한 대추나무가 한 그루 있긴 합니다, 제가 심고 기른 건 아니지만요.”

공융은 사실 응굉도 그저 자신이 모두의 앞에서 상황을 원만히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그런 말을 한 거라는 걸 알았다. 응약리는 그가 보배처럼 아끼는 딸이니만큼, 그때 자신이나 아들에게 분노를 쏟아내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자신의 체면을 봐준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응굉에게 부탁하지 않고 곧바로 계연에게 말을 꺼낸 것이었다.

“계 선생, 이미 아시겠지만 제 아들인 공수가 몇 년 전에 크게 원기를 상한 일이 있었소이다. 그런데 입은 상처가 특수해 더는 원래 모습을 회복할 수가 없으니, 선생께서 혹 괜찮으시다면, 영근목의 과실을 하나만 아들놈에게 주실 수 있겠소? 물론, 이 늙은이도 영근목의 과실이 아주 귀하다는 것을 아오. 만약 선생께서 도와주신다면 반드시 그 성의에 보답해드리겠소.”

공수는 공융에게 있어 원래부터 말썽을 피우고 다니는 수많은 자식 중 하나일 뿐이었는데, 이번 일로 아버지인 그의 얼굴에도 먹칠을 한 셈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번 일을 이대로 덮어두려 했지만, 공수가 이런 때 튀어나와 모두의 앞에서 그 일을 되새기니 공융도 어찌할 도리가 없어 계연에게 부탁을 했다.

“공 용왕께서 부탁하신 일이니 마땅히 도와드려야지요. 무슨 보답은 바라지 않습니다.”

이를 들은 공수는 속으로 끓어오르는 기쁨을 애써 자제했지만, 동시에 조금 켕기기도 했다. 이 2년 동안 그는 뒤에서 적지 않게 계연을 무시하고 욕했기 때문이었다.

‘저 장님, 아니, 눈이 허연 선인이 이렇게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일 줄이야!’

하지만 계연은 곧바로 어조를 바꿔 공수에게 찬물을 뿌려버렸다.

“다만, 영근목은 자신 수행을 닦는 특수한 나무라서요. 사실, 3년 전쯤에 응 선생님께서 저를 찾아오셨을 때 이미 공 용왕의 아드님에 관한 일을 꺼내며 제게 화조(火棗)를 좀 얻고자 하셨었어요. 다만 그 대추나무가 약리와 무척 가까워, 규중 친우(*閨中好友: 친한 여성 친구를 이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라…….”

계연이 말을 얼버무리며 응약리를 바라보았다. 응약리는 별다른 표정을 짓고 있지는 않았지만, 눈초리에서 약간의 웃음기를 읽을 수 있었다.

“응 선생님께서 공 용왕의 아드님이 중상을 입은 연유를 설명하자, 이를 들은 대추나무가 크게 화를 내며 절대로 대추를 내주지 않겠다고 하지 뭡니까. 심지어 제가 나서서 말을 해도 사정을 보아주지 않더군요…….”

계연은 난처하다는 듯 두 손을 펼치며, 미안한 기색으로 공융과 공수에게 말했다.

“그러니 저로서도 그 이상 강요할 수가 없었어요…….”

이에 응약리는 자연히 기쁜 마음이 들었다. 전에 계 숙부님께 이 이야기를 했을 때는 화조가 익을 때를 기다려야 한다더니, 지금은 또 이렇게 말씀하실 줄이야. 이건 화조를 얻어올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는 말이었다.

계연이 한 말은 사실 대부분은 거짓이 아니었다. 늙은 용은 절대 공수를 돕지 않을 거라고 하긴 했지만, 확실히 화조에 관한 말을 꺼내긴 했었다. 또 조낭과 응약리는 정말로 규중 친우라 할 수 있는 사이고, 공수에 관한 일을 듣고 화를 낸 것도 사실이었다. 유일하게 거짓을 말한 부분은 자신이 조낭에게 화조를 달라 부탁했다는 것뿐이었다.

“아, 그렇군…… 그럼, 이 늙은이도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구려……. 아, 계 선생, 언제 시간이 나면 꼭 남해에 한 번 방문해 주시오. 그럼 두 분 용왕, 그리고 계 선생, 우리도 이만 가보겠소!”

계연의 말은 사실상 거절이나 다름없었으므로 공융은 약간 불만스럽긴 했지만, 그에 대해 더 무어라 말을 하진 않았다. 서로 인사를 마친 남해 일족은 곧 용으로 변신해 날아갔다. 이제 이곳에는 동해의 용족들과 계연만이 남은 상태였다.

남해의 용족들이 모습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지자, 응풍이 가장 먼저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 저 고자 용이 잘린 걸 다시 자라나게 하고 싶은가 보군, 꿈도 크지!”

“하하하…….”

“하하하하!”

그의 말에 용족들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고, 황룡마저 참지 못하고 웃을 정도였다. 공수에 관한 일은 이미 용족들 사이에 큰 웃음거리가 된 후였다. 응약리는 응 용왕의 금지옥엽인 데다, 동해의 교룡 중 많은 젊은이가 응약리를 연모하는 마음을 품고 있기도 해 그들 모두 공수가 내내 고자로 살길 바라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숙부님!”

응약리가 계연을 향해 만복례(*萬福禮: 여자들이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머리와 무릎을 숙이는 인사)를 올리자, 계연은 그녀를 보다가 다시 응굉과 황유중을 향해 말했다.

“조낭이 약리의 일에 크게 분노한 건 사실이고, 어차피 화조도 아직 완전히 익지 않았으니, 공수에게 한 알을 준다 해도 별 효과는 없을 거예요.”

화조는 평범한 인간에게는 효과가 크겠지만, 교룡에게는 그리 큰 효과를 일으키지 못할 터였다.

* * *

저 멀리 바다 위에서는 수십 마리의 교룡들이 7, 80장(丈)은 족히 되어 보이는 암홍색의 진룡의 뒤를 따라 날고 있었다. 공수는 이때 머리끝까지 화가 나,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그는 자신들이 떠난 후 뒤에서 응풍이 한껏 자신을 비웃고 있을 거라는 걸 확신했다. 그래서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화가 났다.

“아버지! 저 장님이 너무 무례하지 않습니까, 감히 멋대로 거짓말을…….”

“못난 놈!”

쿠르릉……!

공융이 성내며 소리를 지르자 곧바로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울렸다. 순식간에 바다 위로 먹구름이 몰려들더니 그 사이로 번개가 비쳤다. 이에 깜짝 놀란 공수는 즉시 몸을 움츠렸고, 주위의 교룡들도 마찬가지로 불안에 떨었다.

“그 선인의 능력이 어느 정도의 경지인지 네 놈이 감히 짐작이나 할 수 있느냐? 후에 또 그를 만나게 되면 반드시 선생이라고 존칭을 써야 한다. 알겠느냐?”

“예, 알겠습니다…….”

두려움이 분노를 누르자, 그는 감히 부친을 거역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즉각 대답했다. 이번에 먼 길을 따라 나온 것은 부친의 환심을 사고자 했던 것인데, 이런 결과를 얻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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