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가기연-674화 (674/892)

674화. 돌아가다 (2)

“흥, 알기는 무슨! 하하하하…….”

공융은 이 아들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사이가 가깝지도 않았지만, 공수의 심사가 어떤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그에게 이 아들을 더욱 아니꼽게 느끼도록 만들었다. 만약 혈연이 이어진 게 느껴지지 않았다면, 이놈이 자기 자식인지 심각하게 의심했을 정도였다.

“너는 계연이 고작 너 때문에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느냐? 자기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 생각이나 한번 해봐라. 계연은 이 늙은이의 체면을 보아준 것이다. 만약 그 자리가 너만 달랑 있었다면, 흥, 네가 설령 내 아들이라 하더라도 그는 선검을 뽑아 네 머리를 베어버렸을 것이다. 앞으로 영근목에 대한 일은 잊어라. 어찌 됐든 네놈은 내 아들이니 내 다른 방법을 찾아보마.”

그때, 그들을 따르던 한 나이 든 교룡 하나가 다가와 다른 주제를 꺼내며 공수를 도왔다.

“용왕님, 일전에 그 위험한 황해 구역에서 대체 무엇을 발견하신 건지 알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공융은 공수보다 자신의 수하를 훨씬 중시했으므로, 그가 이렇게 묻자 공융은 두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더니 미소 지었다.

“그건 쉽게 발설할 수 없는 비밀이다. 음, 계연은 한동안 그곳을 허탕곡(虛湯谷)이라 부르자고 하더군.”

“용왕님, 대체 그 석 달 동안 용왕님들과 계 선생께서 무엇을 보신 건지 살짝이라도 귀띔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정말 너무나 궁금합니다!”

“그렇습니다, 용왕님. 저희 모두 궁금합니다!”

그러자 공융이 웃으며 대꾸했다.

“이 몸이 만약 태양을 보았다고 하면 믿겠느냐? 인제 그만 묻거라, 때가 되면 너희들에게도 알려줄 것이다. 일단은 어서 남해로 돌아가자! 어흥…….”

* * *

동해는 본래 응씨 일족과 황룡의 세력 범위였으므로, 그들을 따르는 용족들은 각기 자신이 머무는 곳으로 돌아갔고, 황룡도 계연과 응씨 일가에게 인사한 뒤 떠나갔다.

이번에 용시충을 찾지는 못했지만, 그보다 더한 부상신수와 금오에 대해 알게 되었기 때문에 진룡들은 모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일부러 이 일을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니진 않겠지만, 사이가 가까운 진룡들에게는 아마 이 일에 대해 알릴 것이었다.

이번에 나선 것은 주로 바다에 머무는 교룡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이 바다 곳곳으로 흩어지자 마침내 계연과 응씨 일가 세 명만이 남아 육지로 돌아갔다.

허탕곡에서 목격한 것에 대해 계연과 늙은 용은 응풍과 응약리에게 숨길 뜻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돌아가는 길에 그들에게도 이에 대해 알려주었고, 두 사람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계연이 알려주지 않았다면 그들로서는 아무리 머리가 깨지도록 추측을 하였더라도, 부상신수가 금오가 태양을 지고 와 휴식을 취하는 곳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 * *

한 달여 뒤, 통천강 용궁의 한 화원에서는 계연과 늙은 용이 마주 앉아 있었다. 탁자 위에는 웬일로 바둑판이 놓여 있지 않았고, 그저 다과와 차가 전부였다.

계연과 응씨 일가는 어제 막 돌아온 참이었다. 얼마간은 용시충 수색과 부상신수와 금오에 관한 일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황룡인 황유중이 이 일을 책임지고 다른 용족들에게 알리기로 했기 때문에 그들은 그저 간만의 휴식을 즐기기로 했다.

그때 계연이 해치가 그려진 족자를 소매에서 꺼내어 탁자 위에 천천히 펼쳤다. 용궁의 부드럽고 깨끗한 물살은 그림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다. 늙은 용은 생생하게 그려진 해치를 바라보면서 과일을 한 움큼 입에 넣고 씹기 시작했다.

계연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그림 안의 해치를 보다가, 손을 올려 천천히 법력을 주입했다. 그러자 해치의 모습이 점점 생동감 있게 변하더니 그 색깔마저 선명해졌다. 그러자 계연이 마침내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해치, 혹시 제게 하실 말이 있지 않나요?”

계연의 말은 무척 뜬금없게 들렸지만, 실은 이렇게 묻는 원인이 있었다. 처음 부상신수를 관찰하던 때 계연은 몇 번이나 해치 그림을 꺼내 들었는데, 그때마다 해치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계연이 잠시 기다렸으나 그림에서는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늙은 용과 계연은 한번 눈을 마주친 뒤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해치, 전에도 부상나무와 금오를 본 적이 있던 거죠?”

이번 질문에도 그림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자 계연과 늙은 용은 다시 한번 시선을 교환했고, 응굉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계연이 소매 속에서 어느 괴수의 시체를 꺼냈다. 탁자 몇 개를 합친 것만큼이나 큰 그것은 바로 허탕곡 외곽에서 용족들을 공격했던 그 괴수였다.

“음?”

그림 안의 해치가 돌연 의혹이 어린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계연은 두루마리를 들어 올려 괴수의 시체를 정면으로 비췄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게 있나요?”

그림 위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기 시작하더니, 해치가 그림 표면으로 머리통을 가까이 댔다. 금방이라도 그의 머리가 표면을 뚫고 나올 듯했다.

“호교(*虎蛟: <산해경>에 나오는 신화 속 존재로, 물고기의 몸에 뱀의 꼬리를 지녔다고 함)인가? 이 괴상한 것과 6할 정도 닮은 것 같은데, 좀 더 작긴 하지만……. 이것의 피를 빼서 이 어르신께 줘 보거라!”

‘호교?’

계연은 호교에 대해 아는 게 없었으므로 교룡과 비슷한 것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이 괴수가 호교와 6할이나 닮았다니 그건 아닌 듯했다. 하지만 계연은 잠시 이런 생각을 억누르고 그림 안의 해치를 향해 물었다.

“당신은 고작해야 그림일 뿐인데 어떻게 이렇게 특수할 수 있는 건가요? 당신을 그린 사람이 누구죠?”

“이것의 피를 빼서 이 어르신께 주거라! 이것의 피를 빼서 이 어르신께 주거라!

해치는 또다시 같은 말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계연은 아무래도 이 해치가 일부러 말을 반복한다고 느껴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또다시 해치와 힘겨루기를 하기가 귀찮았으므로, 곧바로 손에 힘을 줘 단번에 두루마리를 말아버렸다. 그러자 해치는 당연히 반응할 틈도 없었다.

“계 선생, 어찌하여 곧바로 그림을 접어버린 것이오?”

늙은 용은 이를 보고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는 계연이 그림 속의 해치와 얼마간 대화를 나눌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에 계연은 그림을 바라보며 숨김없이 대답했다.

“해치가 공정함을 대표하는 신수라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믿을 수는 없어요. 이 그림 안에 있는 것이 어쩌면 진짜 해치일 수도 있으니, 제가 계속 그를 도와줄 수는 없죠. 이렇게 유명한 상고시대의 신수를 다른 요괴들과 같이 놓고 비교할 순 없으니까요. 응 선생님께서도 금오를 보셨으니 아시겠지만, 해치가 결코 금오와 비교할 정도는 못 된다고 해도, 절대 일반적인 존재는 아니에요. 그런 해치가 뭐만 하면 저렇게 바보 같은 척을 하니, 저도 계속 봐줄 순 없는 노릇이죠.”

그러자 늙은 용의 표정이 무언가 깨달은 듯 변했다. 그는 금오를 봤을 때의 전율을 떠올리며, 속으로 해치에 대한 평가를 몇 단계나 더 끌어올렸다.

“계 선생의 말에도 일리가 있군. 그럼 이 차 맛이나 좀 보시오.”

“네, 드시죠.”

두 사람이 차를 음미하고 있을 때, 응약리가 화원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통천강 근처에 자리한 자신의 사당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아버지, 숙부님, 저 왔어요.”

그러자 늙은 용이 빈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앉거라, 3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보거라.”

응약리는 자리에 앉아 자신에 알게 된 일들을 하나씩 말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용족 내부와 관련된 일 혹은 신도(神道)에 관한 일은 아니었고, 그렇다고 그녀의 수행과 관계가 있는 일도 아니었다. 그저 대정국에서 3년간 일어났던 일들에 관해서였다.

수행자들에게 있어 3년은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속세의 인간들에게 있어서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 응약리는 그중 두 가지 일을 중점적으로 설명했는데, 첫 번째는 대정국의 홍무제가 일 년 전에 붕어했다는 소식이었다. 또한 그의 뒤를 이은 새 황제는 제위에 오른 뒤에도 역대 황제들처럼 자신에게 존호를 붙이지 않았다. 그는 자기 스승인 윤재성의 가르침을 따라 허영을 좇지 않고, 오직 걸출한 능력을 지닌 제왕만이 존호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이제 막 제위를 이었으니 당연히 그럴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응약리가 이렇게 첫 번째 일에 대한 설명을 마치자 계연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짧게 탄식했다.

“그렇구나, 홍무제가 죽었구나…….”

계연은 양호의 명줄이 길지 않을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함께 <야호수>로 들어갔다 나온 이후로 그의 상태는 꽤 좋아졌었다. 그런데도 2년도 버티지 못하고 붕어했다니.

“두 번째 일은요, 음…… 숙부님도 아버지도 아마 전혀 예상하지 못하셨을 거예요. 조월국이 대정국을 침략했대요.”

응약리의 말에도 늙은 용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지만, 계연은 확실히 놀란 얼굴이었다.

“음? 조월국이 대정국을?”

이건 계연도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다.

‘그 반대는 혹시 모를까, 어떻게 조월국이 먼저 정전 협약을 어기고 군사들을 보낼 수 있지?’

“네, 그리고 또 있어요. 그들은 홍무제가 붕어한 지 반년 만에 8만 명의 군사들을 보내 침략했는데, 지금은 이들을 30만 정예라고 부르더군요. 그들은 두 달 만에 대정국 변경의 관문 여섯 곳과 군영 13곳을 공격해 제주로 밀고 들어가서, 이미 제주의 반 정도가 그들의 손에 떨어졌대요…….”

이를 듣던 계연은 기가 차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대체 내우외환이 끊이질 않고 온갖 혼란으로 들끓는 나라가 어찌 이런 승전을 거둔 거지? 조월국의 마지막 발악인가?’

“그럼 대정국의 반응은?”

계연이 미간을 찡그리며 이렇게 물었다. 응약리도 계연이 줄곧 대정국의 일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므로, 최대한 자세하게 대답했다.

“대정국에서는 위아래를 막론하고 모두 비분강개하고 있어요. 위로는 학자와 향신(*鄕紳: 퇴직 관리로서 그 지방에서 학문과 덕망이 높은 사람)부터 아래로는 평민 백성들까지 조월국의 침략에 분노하지 않는 자가 없어요. 제 사당에도 대정국이 이번 전쟁에서 이기기를 바라며 소원을 비는 이들이 많아요. 이미 적지 않은 유생들이 붓을 내던지고 종군하고 있고, 그게 아니라도 수시로 몸에 검을 지니고 다니는 유생들도 아주 많아요…….”

“음…….”

계연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늙은 용이 웃으며 말했다.

“하하, 일이 재밌게 되었군. 이 늙은이가 비록 속세의 일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그래도 조월국의 상태가 구멍 숭숭 뚫린 배라는 건 알고 있소. 그런데 약리의 말대로라면, 대정국이 그런 조월국에 당했다는 게 아니오?”

이때 계연은 이미 점괘를 치고 있었다. 속세의 기운에 관한 일은 확언을 할 수가 없지만, 언제나 미래에 관해 점을 치는 게 어렵지, 과거에 관한 일은 그보다 훨씬 쉬웠다. 그래서 계연은 곧 대략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결국 변경의 군사들이 적을 얕본 거예요. 그렇게 방심하던 찰나 크게 당한 거죠.”

점괘의 결과를 보는 것은 영상을 보는 것처럼 펼쳐지는 게 아니었다. 게다가 이번 일은 범위가 원체 넓어, 확실한 세부 내용을 알 수도 없었다. 하지만 대략적인 흐름을 읽어내는 것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대정국의 군사들은 조월국의 사정이 엉망이라는 것을 잘 알았고, 그래서 감히 먼저 공격해 올 거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게다가 조월국에 남은 군대에는 별 전투력이랄 것도 없었다. 이렇게 적을 가볍게 본 결과가 패배로 이어진 것이다.

이 두 가지 일을 들은 계연은 잠시 탄식하더니 곧 일어나 그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늙은 용은 별말 없이 전에 약속한 용연향 한 단지를 계연에게 주었다. 사실 응풍의 일이 아니었어도, 이 술은 계연과 함께 마시려고 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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