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가기연-718화 (718/892)

718화. 선과 악

“어르신, 선생님, 제가 돈에 눈이 멀어 감히 어르신을 속였습니다. 소인이 한순간 정말 눈이 멀었습니다, 정말 잘못했습니다! 어르신, 소인이 20냥을 드리겠습니다…….”

거리로 나오자 약방 주인은 겁에 질려 연신 잘못했다고 빌었다. 그러자 거리에 있던 구경꾼들은 더욱 신나게 떠들며 다 함께 관아로 향했다.

관아로 가는 내내 호리는 금갑의 손에 들린 채 두려움에 떠는 약방 주인을 보고 통쾌하게 웃었다.

쿵쿵쿵……!

곧이어 관아 앞에서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승당(*陞堂: 재판관이 착석하며 재판을 시작한다는 뜻)!”

지부(知府)가 가장 높은 자리에 앉고 관아의 차역(*差役: 관아의 하급 관리 또는 심부름꾼)들이 양쪽에 섰다. 재판 과정은 무척 신속했고 그 결과는 참혹했다. 상대를 잘 살피고 눈치가 빠른 지부는 계연과 금갑이 비범한 기운을 내뿜는 걸 보고는, 그들이 대단한 권세를 지닌 이들이라고 확신했다. 그에 더해 약방의 약초꾼을 불러와 대질시키니, 더 물을 것도 없이 결과가 금방 나왔다.

곧이어 곤장 50대를 치라는 지부의 말에 따라, 차역들이 약방 주인을 형틀에 묶었다.

퍽! 퍽! 퍽!

“아! 아악! 윽……! 살려 주십시오……! 아윽! 헉!”

곤장이 내리칠 때마다 들려오는 약방 주인의 고통에 찬 비명에 호리는 가슴이 섬뜩해졌다. 주인은 너무 소리를 질러 이제 목이 다 쉰 상태였다. 결국 고통을 이기지 못한 그는 혼절해 버렸고, 이를 지켜보던 구경꾼들 모두 침묵에 잠겼다.

“호리, 무슨 생각을 하고 있죠?”

그러자 호리가 침을 꿀꺽 삼키더니 작은 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이건 너무 심한 게 아닐까요? 이제 겨우 20대인데 저렇게 혼절한 걸 보니, 50대를 다 맞으면 죽지 않겠습니까?”

“저 지부가 형벌에 경중이 없어서, 아마 50대를 다 맞으면 죽을 것 같네요.”

“예? 그, 선생님, 그럼 어쩌죠?”

호리가 다급히 묻자 계연이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웃으며 물었다.

“저자는 약재를 위해 당신에게 죄를 뒤집어씌웠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나요?”

“그, 그건 다르지요! 다릅니다! 저를 속이고 죄를 뒤집어씌운 건 당연히 화가 나지만, 그렇다고 저렇게 죽이는 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저자는 의원이잖습니까! 선생님, 그냥 멈추라고 해주세요. 20대를 맞고 혼절했으니, 이걸로 족합니다…….”

“하하하하…….”

계연의 가벼운 웃음소리와 함께, 주위가 안개가 낀 듯 모호하게 변하더니 호리의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다음 순간, 꾸벅꾸벅 졸다가 퍼뜩 깨어난 사람처럼 호리는 한순간에 정신을 번쩍 차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곳은 공당(*公堂: 관아의 재판소)도 아니고 관차들도 없었다. 그들은 아직 약방 안에 있었고, 그는 막 계산대 위의 약재들을 쓸어 담는 중이었다.

그때 호리가 제 팔을 잡고 있던 약방 주인을 바라보자, 주인의 몽롱한 눈빛이 갑자기 또렷해졌다. 그러더니 주인은 즉시 두려움과 놀람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시죠? 주인장, 우리를 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건가요?”

별안간 옆에서 계연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호리와 약방 주인이 모두 깜짝 놀랐다.

약방 주인은 즉시 손을 거두더니 신경질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자기 얼굴과 엉덩이, 등을 만져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 아니요, 방금, 방금은 제가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두 분, 이 약재들을 계속 파시렵니까? 제가 열, 아니, 스무 냥을 내겠습니다!”

호리가 눈을 화등잔만 하게 뜨더니 고개를 돌려 계연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계연이 웃으며 이렇게 물었다.

“약재는 전부 당신 것이니, 팔고 안 팔고는 당신 마음에 달렸지요. 저는 뭐 하러 보세요?”

“팔겠습니다! 이제 물리기 없어요, 분명 스무 냥이라고 했습니다!”

“예, 예. 물리지 않겠습니다!”

주인장은 은자를 꺼내러 다시 돌아갔다. 그러다 약방의 점원들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바깥의 구경꾼들이 아직도 안쪽을 들여다보는 걸 보고는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가, 가, 어서 일하러 가거라! 그리고 여러분, 조금 전에 있던 일은 모두 오해였습니다, 오해! 제가 사람을 잘못 봐서 선량한 분을 억울하게 한 것입니다. 모두 오해이니 갈 길 가십시오!”

그렇게 사람들을 쫓아낸 주인은 은자의 무게를 잰 뒤, 계산대를 돌아 나와 호리에게 건넸다.

“은자 스무 냥입니다. 조금 전에는 소인이 결례를 범했습니다. 부디 널리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호리는 멍하니 은자를 받아들고는, 주인이 연신 자신을 향해 예를 행하며 사과하는 걸 보자 결국 화가 완전히 가라앉았다. 이에 그도 은자를 들고 그를 향해 인사한 뒤, 계연과 함께 약방을 떠났다.

약방 주인은 문가에 서서 계속해서 두 사람을 향해 공손히 예를 올리고 있었다. 그러다 그는 자기네 약방 밖에 서 있던 거대한 체격의 불그스름한 피부의 남자가 두 사람을 따라 떠나는 것을 발견했다.

계연을 비롯한 세 사람이 얼마간 길을 따라 걷자, 그제야 그들에게 따라붙던 시선이 줄어들었다. 한편 은자를 받아든 호리는 무척 기뻐하며 이를 준비해 온 돈주머니에 넣고서, 그중 은자 한 덩이를 꺼내 아이처럼 기뻐하며 가지고 놀았다.

“선생님, 저도 이제 돈이 생겼습니다! 20냥이라니, 엄청 많은 거죠? 아, 참, 조금 전에 그 주인장도 관아에서 곤장을 맞는 걸 본 거지요?”

계연은 곧장 대답하지 않고서, 호리와 금갑, 그리고 금갑의 머리 위에 앉은 종이학을 바라보았다.

“적은 돈은 아니죠. 하지만 그보다 시비곡직을 분명히 가리는 게 훨씬 중요한 일이에요. 약방 주인이 보인 것도 인성(人性)이고, 당신이 보인 것도 인성이에요. 하지만 어느 쪽이 선하고 어느 쪽이 악하며, 누가 옳고 누가 그르죠?”

“하지만 저는 요괴인데요?”

“하하하하…….”

계연은 크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아무런 대답 없이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호리가 얼른 그의 뒤를 따랐다.

“아, 선생님, 둘 중에 제 행동이 옳죠? 그렇죠? 설마 저 사람이 옳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걸어가는 계연의 뒤를 따르면서, 호리는 돌연 자신과 계 선생님의 거리가 지금 이 모습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그들은 많이 가까워진 상태여서, 전에는 계 선생님에 대한 경외심이 더 컸다면 지금은 그와 동시에 친밀감이 느껴졌다.

게다가 호리가 느끼기에는, 금갑이라는 이상한 이름의 사내도 자신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뀐 것 같았다. 비록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는 아주 미세하고도 미묘한 변화였다.

녹평성의 시정은 여전히 번잡하고 떠들썩했는데, 거리는 행상인과 여기저기 바삐 오가는 이들로 가득했다. 당연히 주루를 비롯한 각종 점포도 문을 열고 있었고, 그중에서도 육가포자(陸家鋪子)는 조리를 마친 고기를 판매하는 오래된 점포였다.

이 가게의 계산대는 바깥쪽 벽의 일부여서, 낮에 문을 연 뒤 떼어낼 수 있는 나무판을 제거하면 길가를 바로 마주 보는 커다란 계산대가 되었다.

가게 안에는 커다란 솥이 몇 개나 놓였는데, 그 안에 맛을 내는 각종 향신료며 간장 등을 넣어 고기를 익혔다.

다른 한쪽의 커다란 화덕 아래에서는 숯이 빨갛게 타오르고 있었다. 위쪽에는 닭 몇 마리가 구워졌는데, 불빛을 받아 닭 껍질 위의 기름이 반지르르하게 빛났다. 그 앞에는 한 사내가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은 날씨에도 얇은 홑옷을 입고서, 쇠 갈고리가 달린 나무 막대로 닭이 골고루 익도록 방향을 뒤집고 있었다.

한편 가게 앞에서는 화덕 앞에서 바삐 일하는 남자와 무척 비슷한 생김새에 나이도 엇비슷해 보이는 남자가 힘껏 소리치며 손님을 끌고 있었다.

“자자, 신선한 수육 있습니다! 지나는 김에 좀 사가세요, 지금 계속 끓이고 있으니 곧 솥에서 나옵니다! 구운 통닭도 있습니다, 저희 육가(陸家)의 특제 양념을 발라 구웠습니다! 정말 맛있습니다!”

“주인장, 구운 통닭 하나 사겠소, 좀 이따 와서 가져갈 테니 잘 포장해주시오!”

“알겠습니다!”

“양고기 수육 반 근 주세요, 좀 얇게 잘라주시고요.”

“그럼요, 알겠습니다. 어떤 두께든 맞춰서 잘라드릴 수 있습니다!”

가게 안의 두 형제는 쉼 없이 바삐 움직였고 때로 서로 일하는 위치를 바꾸기도 했다. 일단 가게 안을 구경하러 들어오는 이들도 적지 않았는데, 그런 손님들은 때로 나가는 길에 고기를 사 가기도 했다.

계연과 호리가 그 가게에 있는 거리에 접어들자, 호리가 멀리 보이는 육가포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계 선생님, 바로 저곳입니다. 저 가게가 제일 맛있어서 저희가 자주 왔었습니다. 몇 달 동안 저기서 파는 양고기만 열 근은 넘게 먹었을 겁니다. 저희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통닭구이인데, 그것도 적게 잡아도 20마리는 넘게 먹었을 겁니다…….”

그러자 계연이 호리를 향해 물었다.

“그렇게 자주 가서 훔쳤는데, 저 가게 주인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나요?”

“하하, 그래서인지 얼마 전부터 가게 옆에 크고 흉포한 검은 개 한 마리를 갖다 놨더라고요. 그래서 닭고기를 훔치려던 한 아이가 하마터면 저 개에 물려 죽을 뻔한 일도 있었습니다. 목이 뜯겨서 무척 큰 상처를 입었더라고요. 만약 저 개가 말뚝에 묶여있는 게 아니었다면, 그 아이는 아마 돌아오지 못했을 겁니다.”

호리는 이렇게 말하면서 그때의 놀람과 두려움을 떠올린 듯 아주 작게 목소리를 낮췄다. 보아하니 그때 그 여우의 참상이 다른 여우들의 인상에 아주 깊게 남은 게 분명했다.

전에 호리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던 계연은 가볍게 웃었다. 어쩐지 개 짖는 소리를 듣고 호운보다 더 격한 반응을 보이더니, 이미 뼈저린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걷는 모습은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었으나, 두세 마디 나누는 사이에 이미 육 씨네 가게 앞에 이르렀다. 마침 마지막 손님이 잘 포장된 수육을 들고 떠나자, 가게에는 더는 손님이 없었다.

살집이 통통히 오른 남자와 풍모가 남다른 서생처럼 보이는 남자가 가게 앞으로 걸어오자, 형제 중 한 사람인 남자가 그들을 향해 인사했다.

“손님들, 고기 사러 오셨습니까? 막 솥에서 나온 게 있는데 좀 사가시렵니까? 맛은 제가 자부합니다!”

그때, 가게 옆에 묶여있던 커다란 검은 개가 몸을 일으키더니 호리를 향해 송곳니를 드러냈다.

“크르르…… 왈왈! 왈왈!”

“어이쿠……! 계 선생님…….”

이 개는 계연이 만났던 개 중에 가장 컸던 어느 누렁개보다 더욱 몸집이 컸고, 털도 보통의 개들보다 좀 더 길었다. 호리가 너무 놀라 무의식적으로 계연의 뒤로 몸을 숨기자, 계연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뭐가 무섭다고요? 저 개는 줄에 묶여 있잖아요.”

“예, 예, 그렇습니다. 무서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손님. 우리 대흑(大黑)은 아주 온순하거든요!”

“왈왈……! 왈왈왈!”

커다란 검은 개는 자기가 온순하다고 말하는 주인의 체면을 전혀 살려주지 않고, 호리를 향해 맹렬하게 짖어댔다. 개를 묶은 쇠사슬은 이미 한계까지 잔뜩 늘어나 있었는데, 개는 당장 호리를 물어뜯고 싶어 미치겠다는 듯이 계속해서 뛰어오르고 있었다.

이를 본 호리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는 비록 조금 전처럼 추태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절대 계연의 뒤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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