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가기연-719화 (719/892)

719화. 대흑(大黑)

“저 개는 쇠사슬에 묶여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대흑, 짖지 마라! 조용! 말 들어야지!”

“크르르…… 크르릉…….”

커다란 검은 개는 주인의 말 때문에 더는 짖지 않았지만, 여전히 이빨을 드러내고 목구멍에서 위협적인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아는 이는 모두 알다시피, 이런 상태의 개는 사실 짖는 개보다 더욱 위험한 상태였다.

너무 정신이 없어 그렇지, 가게 주인이 그들에게 말을 건넨 순간부터 지금까지는 사실 채 1분도 지나지 않은 참이었다. 그때 계연이 검은 개에게 한 발짝 다가가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며 웃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검은 개는 그제야 계연의 존재를 감지한 것처럼, 계연이 하는 양을 보고는 더는 송곳니를 드러내며 위협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계연을 바라보다가 다시 한쪽에 가서 얌전히 앉았다.

“어라? 선생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주인인 저보다 선생님을 더 잘 따르네요!”

그러자 계연이 주인 남자를 보며 웃더니 이렇게 말했다.

“어쩌면 이 검은 개가 계모(某)의 생김새가 그리 위협적이지 않다고 여겼나 보죠. 참, 주인장, 통닭구이와 수육 가격이 어떻게 되죠?”

계연이 이렇게 물으며 코로 깊이 냄새를 맡자, 가게 안에서 흘러나오는 향기가 그의 식욕을 돋웠다. 그날 밤 여우들의 잔치 자리에서는 이 가게의 고기가 없었는데, 아무래도 저 커다란 검은 개 때문인 것 같았다. 이 냄새만 맡고서도 계연은 이 가게의 요리를 맛보고 싶어질 정도였다.

“아, 수육은 양고기와 돼지고기가 있는데, 각기 지방이 없는 부위, 지방과 섞인 부위, 흘떼기(힘줄과 근육 사이의 질긴 고기), 그리고 꼬리를 비롯한 내장 등이 있습니다. 아무튼 양과 돼지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은 다 팝니다. 부위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돼지고기는 대략 한 근에 20문(文)이고, 양고기는 대략 한 근에 30문입니다. 통닭구이는 한 마리에 25문이고요. 아, 대정통보로 내시면 20문입니다.”

가격은 사실 그리 싼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계연의 후각은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에,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수육과 통닭구이의 맛이 아주 남다르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럼, 일단 돼지고기 앞다리 두 개 살게요. 족발과 힘줄, 근육 다 빼지 마시고 주세요. 양 갈비는 열 근하고…….”

계연은 이렇게 말하며 한쪽에 놓인 화덕을 보더니 말을 이었다.

“저기 굽고 있는 통닭도 열 마리 주세요. 전부 얼마인지요?”

그러자 닭을 굽고 있던 사내가 고개를 돌렸다. 이어 점포를 운영하는 두 형제는 서로를 바라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확인할 겸 계연을 향해 재차 물었다.

“선생님, 그렇게 많이 사시려고요?”

“네, 술자리를 열 일이 있어서 많이 사야 하거든요. 걱정하지 마세요, 돈도 충분히 있고 제값보다 좀 더 얹어 드릴게요.”

계연이 이렇게 말하며 호리를 바라보자, 호리가 얼른 품속에서 돈주머니를 꺼내 그 안의 은자를 꺼내 보였다.

그러자 가게 안의 두 형제가 활짝 웃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포장할 게 많으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둘째야, 서두르자.”

“응, 통닭 열 마리지!”

이번 주문은 아주 큰 장사였다. 아직 정오도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많이 팔다니, 오늘 장사는 시작부터 조짐이 좋았다.

육씨 형제 두 사람이 바삐 움직이는 동안, 호리는 계속해서 군침을 삼키고 있었고 계연은 미소 띤 얼굴로 쇠사슬에 묶인 검은 개를 향해 다가갔다. 검은 개는 조금 전 자리에 그대로 앉아 계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계연이 다가오자 혀를 헥헥 내밀고 열심히 꼬리를 흔들었다.

이를 본 육씨 형제 중 첫째가 혀를 차며 신기해했다.

“우리 대흑은 모르는 사람한테는 절대로 꼬리를 흔들지도 않고 때로는 성질도 부리는데, 선생님은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러자 계연이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려 살짝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이 커다란 검은 개에게로 시선을 돌리더니 개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손을 뻗어 개를 만졌다. 검은 개는 계연이 편히 머리를 만질 수 있도록 주동적으로 고개를 낮추더니, 아주 편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를 본 육씨네 첫째와 호리는 모두 속으로 무척 신기해했다.

계연은 이때 고명한 장안법을 쓰지 않고, 간단한 변화를 부린 정도라 보통 사람들도 그를 자세히 바라보면 두 눈이 멀었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반면 검은 개의 눈에는 계연의 회백색 눈이 무척 또렷하게 보였다.

“착한 아이구나. 나이가 적지 않네?”

계연이 검은 개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하자, 가게 안에서 있던 육씨네 첫째는 자기한테 묻는 줄 알고 웃으며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대흑은 저희 할아버지께서 기르던 개인데,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 저희에게 잘 돌봐달라고 부탁하셨지요. 그러니 아무리 적게 잡아도 20살은 넘었을 겁니다!”

“20살이 넘었다고요? 개한테는 흔치 않은 일이네요!”

계연이 고개를 돌려 남자에게 이렇게 대꾸하자 그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렇죠. 대흑이 나이가 많긴 한데, 또 여기 근방과 몇몇 골목에서는 대장이에요. 다른 개들은 아무리 덤벼도 저놈 상대가 안 되거든요. 하하, 짝짓기할 암컷도 모두 저놈 마음대로 고르더라고요!”

“음?”

계연이 고개를 돌려 검은 개를 바라보자, 검은 개가 즉시 울었다.

“우우…….”

이때는 호리도 조심스럽게 이쪽에 가까이 다가와 있었는데, 검은 개는 이제 전처럼 격렬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계 선생님, 이 개…….”

“대단한 개죠. 대흑이라고?”

“예, 대흑이라고 부릅니다!”

가게 안에 있던 육씨네 첫째가 즉시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이 ‘통이 큰 손님’들을 잘 모시겠다는 생각으로, 계속 계연을 주시하고 있던 참이었다. 사실 계연은 그를 향해 물은 게 아니었고, 계속 미소 띤 채 검은 개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우-!”

“너를 보니 어느 순박한 소가 떠오르는구나…….”

그 말에 검은 개의 사람처럼 영특한 눈에 의혹이 서렸다. 계연은 호리를 한번 보더니, 다시 검은 개를 향해 웃으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

“얼마 전의 그 작은 여우, 원래는 물어 죽일 수 있었지? 어째서 놓아준 것이냐?”

“우…….”

대흑이 낮게 소리를 내자, 계속해서 계연을 주시하고 있던 육씨네 첫째가 목청을 높여 물었다.

“선생님,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여기선 잘 들리지 않아서요…….”

그러자 계연이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주인장께 한 말이 아니에요.”

“아……. 예?”

그러자 육씨네 첫째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계연이 있는 쪽을 살펴보았다.

‘나한테 한 말이 아니면 누구랑 대화한 거지? 개랑?’

육씨네 첫째는 자신의 이런 생각이 황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의 짐작은 무척 정확하다고 할 수 있었다. 현재 계연의 모든 주의는 가게 옆에 묶인 이 검은 개에게 쏠려 있었다.

그리 흉맹스럽다는 골목대장은 계연의 앞에서는 온순하기 짝이 없어, 계연이 머리를 만지든 배를 만지든 얌전히 누워있기만 했다. 그 모습에 내내 한쪽에서 두려움에 떨던 호리도 점차 긴장을 풀었다. 물론 여전히 가까이 다가갈 엄두는 내지 못해서, 호리는 쇠줄이 늘어나는 범위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계연이 지난번 검은 개에게 물린 여우 이야기를 하자, 호리는 처음에는 의아하게 여겼지만, 점차 검은 개의 동작과 표정, 목소리에서 개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는 계연도 마찬가지라서, 검은 개의 반응을 본 계연도 웃으며 말했다.

“역시 그랬구나.”

검은 개를 쓰다듬던 계연은 개의 입가로 손을 가져가더니, 주둥이를 벌려 그 안의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냈다. 그러더니 호리를 향해 고개를 돌려 말했다.

“어쩌면 그 여우는 이 검은 개의 은혜에 감사해해야 할지도 몰라요. 만약 정말로 그 여우를 죽이고 싶었으면, 목을 물어뜯는 정도로는 끝나지 않았을 거예요.”

그때, 육씨네 첫째가 발라낸 양다리 뼈를 검은 개를 향해 던졌다.

“대흑, 이거 받아라.”

“우우…….”

그때, 계연은 이미 뒤로 두 발짝 물러난 상태였다. 양 뼈는 공중에서 휙휙 돌다가 땅에 떨어지기 직전에 풀쩍 뛰어오른 검은 개의 입안에 쏙 안착했다.

콰득, 콰득…….

양념이 들어간 육수에 오래 끓여서인지 굵고 단단한 양다리 뼈는 검은 개의 입에서 와드득, 쉽게 부서졌다. 한편, 뼈가 부러지는 생생한 소리를 듣던 호리는 온몸의 털이 쭈뼛 솟을 정도였다.

그러자 한참 양 뼈를 먹던 검은 개가 고개를 들어 호리를 보더니, 사람과 아주 비슷하게 그를 조롱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호리는 그것을 보고도 감히 화를 내지 못했다.

“선생님, 족발 말고 다른 뼈는 전부 발라 드릴까요, 어떻게 할까요?”

“양 갈비는 그대로 주세요, 잡고 먹는 게 더 맛있으니까요.”

계연이 다시 가게 정면을 향해 다가가자 육씨네 두 형제가 바삐 움직이는 게 보였다. 두 사람의 칼솜씨는 아주 대단해서, 뼈를 발라내는 동작이 거의 예술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하하, 선생님께서 드실 줄 아시는군요! 어느 대갓집에서는 고기를 살 때마다, 붙은 뼈를 전부 발라내달라고 하지 뭡니까. 그렇게 하면 우아하게 젓가락으로만 먹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먹으면 고기 먹는 맛이 잘 안 나지요!”

가게를 운영하는 이들은 역시나 말재간이 좋아, 계연과 말을 섞을 기회가 생기자마자 이렇게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계연이 계산대 안쪽의 도마들을 흘끗 바라보니, 자신이 주문한 고기들이 거의 다 손질을 마친 뒤였다.

“주인장은 성이 육 씨인가요? 가족은 형제 두 사람뿐이고요?”

계연이 먼저 주인에게 말을 걸자, 그가 기뻐하며 말했다.

“예에, 저희 형제도 실은 할아버지께 가업을 이어받은 겁니다. 녹평성에서는 그래도 꽤 유명합니다. 저희 가게 수육과 통닭을 먹어본 분들은 모두 칭찬을 아끼지 않거든요. 비법은 전부 할아버지가 가르쳐준 것이고, 돌아가시기 전에 이 가게를 저희에게 남겨주셨어요. 참, 저기 대흑도 이 가게와 함께 물려받은 거지요.”

“아……. 그러고 보니 대흑을 키운 지가 20년이 넘었다고 했지요. 그런데 아직도 저렇게 팔팔하네요.”

계연이 대흑에 대해 이렇게 말하자, 웬일로 육씨네 둘째가 그의 말을 받았다. 그는 형처럼 넉살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내향적인 성격은 아니라서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선생님께서 혹시 놀라실지도 모르지만, 대흑은 나이가 저희 형제 둘보다도 많습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도 대흑은 저렇게 큰 개였어요. 듣기로는 할아버지께서 예전에 멀리 양을 받으러 갔을 때 데려왔다고 하셨었지요.”

그 말에 계연이 멍한 표정을 짓더니 육씨 형제 두 사람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 말인즉, 이 두 형제 모두 막 스물이 넘었다는 소리 아닌가?’

아무래도 이들은 나이를 너무 서둘러 먹은 듯했다. 계연은 원래 이 두 사람이 최소한 마흔은 넘었을 거라 여기고 있었다.

호리는 검은 개에게서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그들이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걸 보고 자기도 이쪽으로 다가왔다. 마침내 주문한 고기의 포장이 끝나고, 계산대 위에 산더미처럼 쌓였다.

“하하, 어디 보자, 가격은 총 956문(文)입니다. 많이 주문하셨으니 끝자리는 떼고 950문만 주십시오!”

육씨네 첫째가 손을 비비며 이렇게 말했다. 장사 한 번에 거의 은자 1냥을 팔다니 아주 쏠쏠했다.

계연이 웃으며 호리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자, 호리가 돈주머니에서 쇄은자(*碎銀子: 은자 부스러기) 한 줌을 꺼내 육씨네 첫째에게 건넸다.

“여기, 돈은 은자로 낼게요.”

“예, 예, 좋지요. 제가 바로 무게를 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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