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가기연-751화 (751/892)

751화. 전용 열차

산속은 금방 어두워졌지만 올라가면 갈수록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 노인의 일행처럼 짐을 잔뜩 지고 가는 이들도 있었고, 선인처럼 단출하고 여유로운 차림새를 한 이들도 있었다. 아예 사람의 모습을 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고, 당연히 정통 수선자들도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옥회산과 친분이 있는 개인 수행자거나 옥회산 내에 가족이 있는 이들이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옥회산에서 발급한 옥장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알지 못했지만,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동행했다. 새로 열릴 선항에 첫발을 들이는 이들인 만큼 하나같이 모두 기쁜 기색이었다.

새로 열릴 선항에 먼저 들어갈 수 있다면, 금전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선도(仙道)와도 연을 쌓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그렇게 되면 수행에 있어 도움을 받을 확률이 커지는 것이다.

“끼룩-.”

하늘에서 돌연 학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산길을 걷던 이들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소리는 한번 듣기만 해도 무척 비범했기 때문에, 계연을 비롯한 모든 이들은 저 학이 옥회산의 선학(仙鶴)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옥령봉은 이곳에서 북쪽으로 20리 떨어져 있습니다. 앞에는 안개로 된 미로가 설치되어 있으나, 옥장을 지니고 계시면 방해받지 않고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옥장의 효력이 발휘되는 것은 옥장에 이름이 쓰인 분들뿐입니다!”

선학은 공중을 빙빙 맴돌며 이렇게 알린 뒤 멀리 날아갔다. 아마 다른 방향으로 또 말을 전하러 가는 듯했다.

그러자 산길을 오르던 이들은 얼마만큼의 진심이 담겨 있는지는 모르지만 모두 공중을 향해 정중히 예를 올렸다. 그렇게 다시 십여 리를 걷자 과연 옅은 안개가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앞으로 가면 갈수록 안개가 짙어졌다.

“선장, 선장께서는 옥장이 없으시…… 어?”

계연과 인사를 나눈 노인이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린 순간, 그는 어느새 계연 등이 보이지 않는 것을 알아차렸다.

* * *

한편, 짙은 안개의 뒤편에서는 위무외가 공손한 태도로 계연을 따르며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선생님, 오늘 오신다고 제게 말씀해주셨으면, 제가 미리 준비해 놓았을 텐데요.”

“그럴 필요 없어요, 그냥 구경하러 온 것뿐이니까요. 좀 둘러보다 옥회성경으로 갈 거예요.”

“네. 선생님, 그리고 여러분, 저 앞이 바로 옥령봉입니다. 옥령봉은 옥취산에 원래 있던 산봉우리가 아니라, 산중의 진인(眞人)들께서 법력으로 다섯 개의 봉우리를 합쳐 만든 것입니다. 한번 보십시오.”

그들이 짙은 안개 사이를 빠져나오자마자, 거대한 산봉우리가 눈앞에 나타났다. 새로 개항한 선항인 옥령봉이었다. 산봉우리에는 운무(雲霧)가 껴있어, 장엄하고 신비로워 보였다. 그 정상에는 지느러미가 달린 거대한 요수(妖獸)가 안개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떠 있었다.

“오우우-!”

그것이 우렁찬 울음을 내뱉자, 주위의 운무가 파도치듯 넘실댔다.

“위미종의 탄천수 아닌가요? 선항은 아직 개항하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벌써 나룻배가 오고 가나요?”

그러자 위무외가 통통한 얼굴에 시종일관 웃음기를 띤 채 이렇게 대답했다.

“선생님, 저건 계역을 오가는 목적으로 온 것이 아닙니다. 저 탄천수는 특별히 선생님을 모시고 가기 위해 온 것입니다. 천기각이 확실히 대단하긴 한 모양인지, 천하에서 제일 유명한 나룻배를 빌려 선생님을 모셔 가려 온 것입니다.”

‘그야말로 내 전용 열차잖아?’

계연이 멍하니 이렇게 생각했다.

계연은 이전에 탄천수를 본 적이 있었지만, 조낭, 호운, 손아아는 오늘 처음으로 보는 것이었다. 이들은 이렇게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데도 여전히 산봉우리만큼 거대한 탄천수를 보자 그 위용에 압도되어버렸다.

“선생님, 저건 요괴인가요?”

“우와, 무척 크네요! 꼭 산처럼 거대하고요!”

“그러니까, 저렇게 크면 한입에 얼마나 많은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그러자 위무외가 일관된 미소를 지으며 계연의 일행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여러분, 저것은 위미종의 탄천수입니다. 굳이 말하자면 탄천수는 커다란 배와 비슷하지만, 그저 남다른 능력이 있고 생물인 만큼 성격이 있을 뿐입니다.”

“위 가주, 그래서 저 배가 선생님을 모셔가기 위해 온 거라고요?”

“그렇습니다. 저희 옥령봉의 나루터는 아직 완전히 모습을 갖추지 못해, 원래대로라면 계역 나룻배들이 아직 방문하지 않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저 탄천수는 천기각의 연 선배께서 특별히 위미종에서부터 데려오신 거라서요.”

그러자 호운이 생각이 잠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탄천수가 물고기와 비슷한 생김새를 지닌 걸 보고, 예전에 계연이 가르쳐준 <소요유>를 떠올리고 있었다. 이에 고개를 돌려 계연을 바라보았지만, 그가 별다른 반응이 없어 보이자 호운도 굳이 입을 열지 않았다.

“계 선생님, 이왕 오셨으니 제가 책임지고 있는 옥령봉부터 좀 둘러보시지요. 혹 개선할 점이 있다면 무엇이든 가르침을 내려 주십시오.”

“가르침이라니요, 저는 그저 구경하러 온 것뿐인데요. 가시지요, 위 가주.”

“이쪽입니다, 선생님!”

위무외와 계연은 서로 예의를 갖춘 말을 주고받으며 앞서서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위의 안개가 저절로 갈라지더니, 산간의 분지와 경사가 가파른 곳에 새하얀 길이 생겨났다. 그 길을 밟으면 감촉이 푹신푹신했다.

옥령봉은 다섯 개의 봉우리를 합친 것이니만큼, 확실히 그 높이나 위용이 주위의 다른 산봉우리를 압도할 정도였다. 그야말로 옥회성경을 제외하면, 옥취산에서 가장 웅대한 봉우리라고 할 수 있었다.

산을 오르는 도중에 그들은 동행들을 많이 만났는데, 수선자와 정괴 말고도 평범한 인간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물가에 있는 누각에서 달을 먼저 보듯(*近水樓臺先得月: 가까이 있는 이들이 먼저 이득을 본다는 뜻)이 평범한 사람들은 대부분 위씨 집안과 인맥이 있는 이들이었다.

탄천수가 울부짖자 산을 오르던 수사나 정괴들도 모두 긴장할 정도였으니, 평범한 사람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우오오-.”

탄천수가 다시 한번 우렁찬 소리를 내자 하늘에 뜬 구름이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그 거대한 요수의 머리 위에는 한 여인이 불진을 들고 서서, 옥령봉과 옥취산의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여인은 바로 위미종의 수사인 강설릉이었는데, 머리를 양쪽으로 나눠 붉은 끈으로 묶은 머리카락이 바람결에 불진과 함께 흩날리고 있었다.

그때, 또 다른 여성 수선자 한 명이 공중에서 날아오더니 강설릉 옆에 내려앉았다.

“사조(師祖), 옥회산 선문은 제 예상보다 훨씬 대단하네요. 특히나 다섯 개의 봉우리를 합쳐 만들었다는 옥령봉 말이에요. 보면 볼수록 정말 신통하고 현묘해요.”

강설릉이 웃으며 불진을 한 번 털자, 한 줄기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탄천수의 한쪽 뺨을 쓸고 지나갔다. 그러자 탄천수가 다시 조용히 안정을 되찾았다.

“옥회산은 그저 그런 문파가 아니다. 예전에 사존(師尊)께서도 옥회성경에는 진짜 산악 칙봉 부적이 있다고 하셨지. 그걸 사용하기만 하면, 무려 한 산의 정신(正神)을 임명할 수 있는 것이다. 적당한 시일이 지나면, 그 신령은 아무런 문제 없이 순조롭게 진정한 신령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지.”

그러자 그녀의 옆에 서 있던 수선자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런데 다들 그건 헛소문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음, 예전에는 나도 헛소문이라고 치부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다섯 개의 봉우리를 이토록 자연스럽게 합친 것을 보렴. 옥취산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상하게 하지 않고, 주위의 산세와 자연스레 녹아들었지. 물론 저들의 도행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조금의 흔적도 남기지 않은 걸 보니, 칙봉 부적의 힘을 빌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구나.”

“사조의 말씀이 맞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가능성도 있어요. 대정국 계주에 계 선생님이라는 고인(高人)이 한 분 계시잖아요. 만약 그분이 나서신 거라면, 이토록 감쪽같이 봉우리 하나를 만들어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요?”

그러자 강설릉이 그녀를 흘끗 쳐다보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일리 있는 말이구나.”

“헤헤, 아, 사조! 옥회산 수사가 방금 전한 말이, 곧 출발할 수 있을 거래요.”

그녀는 한참을 떠들다가 그제야 자기가 사조를 찾아온 이유를 떠올리곤 이렇게 말했다. 이 점은 확실히 그녀의 사조와 판박이였다.

“그래, 알겠다.”

강설릉이 이렇게 대답하며 시선을 아래로 내린 순간, 돌연 멍한 표정이 되었다. 그녀의 법안은 옥령봉 꼭대기로 이어지는 넓은 산길 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는 계연이 도착한 걸 직감적으로 느낀 것은 아니지만, 옥령봉에 한 줄기 맑은 기운이 느껴지는 것은 포착할 수 있었다.

“그 사람인가?”

“사조, 누굴 보셨어요?”

옆에 서 있던 수선자도 강설릉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산길 입구에 사람의 그림자가 북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정신을 집중해봐도 뭔가 특별한 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저 정괴와 수선자가 무척 많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직접 본 건 아니지만, 만약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네가 숭배하는 그 계 선생님께서 오신 것 같구나.”

강설릉은 옆에 선 수선자를 흘끗 보더니 가볍게 뛰어올라, 전방의 안개를 밟고서 한 마리 나비처럼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계 선생님이요? 대정국에서 은거하는 선사(仙師), 그 계연 선생이요? 아잇, 같이 가요, 사조!”

여인은 자신의 사조가 먼저 휑하고 가버리자, 얼른 어풍술을 이용해 강설릉을 뒤따라갔다.

옥령봉 정상의 선항(仙港)은 완전한 평지가 아니라, 높고 낮은 지형이 뒤섞인 다섯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다섯 개의 봉우리를 합친 것이다 보니 그 다섯 구역은 산길을 통해 이어져 있었다. 게다가 공중에 떠 있는 거대한 돌과도 이어져 있어, 선항의 공간을 넓혔을 뿐만 아니라 아주 운치가 있어 보였다.

이때 옥령봉 위에는 이미 완성된 건물도 여러 채 있었고, 수사들과 정괴들이 법력을 이용해 새로 짓고 있는 건물도 있었다.

옥령봉에 올라온 계연의 일행은 그 아름다운 광경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계 선생님, 옥령봉 곳곳의 배치는 제가 생각해낸 것인데, 선생님께서 보신 다른 선항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위무외가 무척 자신감에 찬 얼굴로 계연에게 묻자, 계연도 칭찬에 전혀 인색하게 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시인했다.

“계모(某)가 본 선항 중에, 경치로만 논하자면 옥령봉이 제일이네요!”

“하하하, 과찬이십니다!”

그때 계연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니, 그의 곁에 있던 이들도 짠 듯이 위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탄천수가 보일 듯 말 듯 안개에 가려진 곳에서부터, 구름이 양쪽으로 갈라지더니 탄천수의 험상궂은 얼굴과 몸 일부가 드러났다. 그 거대한 한 쌍의 눈은 마치 옥령봉을 바라보는 것 같기도 했다.

“정말로 물고기와 닮았네!”

호운이 경탄을 금치 못하며 이렇게 말했다. 계연이 법안을 좀 더 크게 뜨자, 구름 아래로 내려오는 두 여인이 보였다. 보아하니 자신이 서 있는 곳으로 날아오는 것 같았다.

“선생님, 위미종의 수선자인 듯합니다.”

“네, 알고 있어요.”

계연의 대답과 거의 동시에, 강설릉의 목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려왔다.

“계 선생님, 역시 선생님이셨군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