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가기연-764화 (764/892)

764화. 직남(織男)

“계 선생님, 대체 어떻게 하신 건가요?”

주섬이 결국 참지 못하고 이렇게 질문했다. 사실 다른 이들도 모두 그 점을 궁금해하고 있었다.

“기묘한 연법(緣法)의 결과라고 해야겠네요. 마침 꿈에서 소삼을 만났거든요. 소삼도 꿈에서 저를 만났고요.”

계연이 신비스럽게 웃으며 대답하고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때 탄천수는 더욱 속도를 높여, 곧이어 세찬 바람이 부는 고공으로 올라왔다.

주섬은 살짝 눈썹을 찡그린 채 자신의 사조를 바라보았다. 계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아마 탄천수의 꿈속에서 그와 교류를 나눈 것 같았다. 하지만 위미종에서도 그간 입몽(入夢)의 술법을 이용해 탄천수의 꿈에 들어가 본 이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탄천수의 꿈속은 혼란스럽기 그지없고, 온갖 괴물이 가득하여 무척 위험했다. 게다가 그 산만한 꿈속에서는 도저히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강설릉은 무언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얼마 전에 여우 요괴가 ‘곤’에 대해 알고 있던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계연이 소삼과 이토록 친밀한 관계가 된 것은 어쩌면 소삼과 무슨 접촉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곤’에 대해 좀 더 많이 알고 있어서일 수도 있었다.

주위로 광풍이 불어오자 소삼은 다시 한번 꼬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러자 물고기가 망망대해에 뛰어드는 것처럼, 소삼도 세찬 바람 속으로 뛰어들었다.

위미종에서 탄천수에 설치한 진법은 광풍을 전혀 차단하지 못했다. 하지만 소삼의 주위로 흐르는 기류와 안개층이 그 칼날 같은 강풍을 가로막았다. 강풍은 탄천수의 주위를 감도는 안개에 부딪히자, 마치 목화솜에 부딪힌 것처럼 그 소리마저 작아졌다.

“우우우-.”

소삼이 다시 한번 즐거운 듯이 소리치자, 정면에서 불어오는 강풍이 그 진동으로 산산이 흩어졌다.

“음, 이 정도 고도면 되겠구나. 이제 계속 앞으로만 가면 된다.”

보아하니 계연은 탄천수의 목소리가 담긴 뜻과 감정을 읽어낼 수 있는 듯했다.

“선생님, 성사(星絲)로 옷을 지으려면 솜씨 있는 일꾼이 필요하실 텐데요…….”

연백평이 웃으며 먼저 운을 뗐다. 그 말에 계연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자, 한쪽에 있던 거원자도 이렇게 말하며 거들었다.

“맞습니다, 이 일은 어찌 보면 제련과도 비슷한 과정입니다. 거모(某)는 예전에 계 선생님과 다른 도우들과 함께 곤선승을 제련해본 적이 있으니, 그때 깨달은 바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번에도 제가 선생님을 도와드리겠습니다!”

“계 선생님, 제가 돕게 해주십시오.”

“법기를 제련하는 이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이니, 저도 나서 돕겠습니다.”

강설릉은 다른 이들이 모두 나서자, 자기만 가만히 있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여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계연은 그저 “고맙습니다.”라고만 할 뿐 다른 이들이 나서도록 할 생각이 없었다. 이 일은 그저 성사를 옷에 꿰매는 것일 뿐인 데다, 그는 이 노선(老仙)들이 옷 짓는 방법을 알 거라 기대하지 않았다. 계연은 전에 특별히 이에 관해 연구해본 적도 있었으므로, 자신이 그들보다 더 잘 알 거라 확신했다.

“여러분, 일단은 계모가 별빛으로 실을 만들어내는 것부터 잘 봐주세요. 여기에 적용되는 기도(*器道: 법기를 제련하는 방식)의 이치는 무척 간단합니다. 신통력으로 성력(星力)을 끌어와 수축시킨 뒤, 중심에 둔 성사 한 자락 위로 별빛을 회전시켜 한 줄기 실선이 될 때까지 뭉치면 됩니다.”

계연이 이렇게 말하며 다시 수리건곤을 펼치자 곧바로 하늘의 별빛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주위에 불어닥치는 강풍에는 아무런 영향도 없었다.

무궁무진한 성력은 어두운 밤하늘에 백은(白銀)처럼 하얀 실선이 되어 계연을 향해 모여들었다. 계연이 소매를 펼쳤다가 아래로 내릴 때마다 성사 한 자락이 그의 손에 나타났다.

그렇게 깊은 밤이 되자, 계연이 모은 성사도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탁자 위의 찻잔은 이미 한쪽으로 옮겨진 상태였고, 한 타래의 성사가 탁자 위에 가득 쌓였다.

그러다 계연이 탁자 위의 성사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네요.”

탁자 주위에 앉은 이들은 계연이 하는 양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계연이 신통력을 펼쳐 성사를 만들어낼 때부터 그들은 이미 호기심을 느끼고 있었다. 다행히 계연은 성사를 만들어내는 데 그리 큰 힘을 들이지 않았으므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궁금한 점에 대해 대답도 해주었다. 물론 계연의 이 신통력을 펼치려면, 성력을 끌어올 만큼의 강력한 법력이 필요했다.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이미 경지에 이른 몸이었으므로, 그 정도의 능력은 있었다. 연백평은 계연이 설명해준 기도(器道)의 중점을 따라 그대로 펼쳐보았다. 그는 성사를 만들어낼 수는 있었지만, 깃든 성력이 너무 적었다. 게다가 여러 개의 별빛을 회전해가며 모은 것이 아니라, 태음(*太陰: ‘달’을 태양에 상대하여 일컫는 말)의 힘을 이용해 간단히 합친 것이라 계연이 만든 것처럼 찬란한 빛을 뿜어내지 않았다. 그래서 탁자 위에 쌓인 저 광채에 뒤덮인 성사들에는 비할 수가 없었다.

“계 선생님, 법의를 제련하는 데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만약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천기동천에 가서 만들어도 늦지 않으실 겁니다.”

연백평은 내내 이번 일정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계 선생께서 이제 막 출관하셨는데, 법의를 제련하느라 너무 오랜 시간을 쓰게 되면 곤란했다. 이제 남황주에 거의 다 왔기 때문이었다.

“심려치 마세요, 연 도우. 그저 옷에 실을 통과시키는 것뿐이니 오늘 밤이면 완성될 겁니다.”

계연은 이렇게 말하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탁자 옆에 앉은 이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이들은 계연이 어떻게 법의를 제련해낼지, 또 무슨 묘법을 보일지 궁금했다.

뒤이어 계연은 소매 속에서 그가 가진 흰색과 회색의 옷 두 벌을 꺼냈다. 그리고는 한 손으로 하얀 장삼을 잘 들어 올려, 다른 한 손으로는 성사 하나를 잡고서 일반적인 침선(針線)과 다를 바 없는 바느질을 시작했다. 성사는 계연의 손가락을 따라 옷에 관통한 뒤, 옷이 지어진 천과 결합했다.

이에 연백평과 거원자 등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계 선생님이 바느질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안에 담긴 내력은 전혀 간단하지 않았지만, 시각적인 충격은 여전했다.

하지만 그들은 재빨리 이런 생각을 거둬들였다. 모든 일은 눈앞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설령 그게 바느질이라 할지라도, 바느질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그것을 하느냐, 어떤 재료를 쓰느냐였다.

계연이 들고 있는 하얀 장삼은 그가 성사를 하나씩 꿰맬 때마다 은은한 별빛이 입혀진 것 같았다. 다만 이상한 것은, 탁자 위의 성사가 조금씩 줄어드는데도 장삼은 옷에 녹아든 성사에 의해 더욱 밝아지지는 않았다. 그렇게 관성대 위의 빛이 점차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계연은 하면 할수록 바느질이 손에 익었다. 원래 그는 아예 새로운 옷 한 벌을 지으려 했으나, 성사만으로 옷을 짓는 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대량의 법력을 쏟아부어 오랜 시간 제련하지 않는다면, 옷을 만들고 나자마자 곧장 사라져 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계연이 오랜 세월 입어온 옷 세 벌은 더 이상 보통의 옷이라 볼 수 없었다. 과연 그가 예상했던 대로, 그 옷 위에 성사를 섞자 법의는 흩어지지도 않고 성력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고, 앞으로 이 법의는 계속해서 승화(*昇化: 사물이 한층 높은 단계로 높여짐)할 수도 있었다.

“계 선생님께서는 정말로 신묘하신 분이네요. 이렇게 오랜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선생님 같은 선인은 한 번도 뵙지 못했어요.”

강설릉은 계연이 바느질로 옷을 만드는 걸 보면서 이렇게 감탄했다. 원래 그들은 법기를 제련하는 일에 관해 토론하려 했으나, 지금은 누구도 그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가만히 계연을 바라볼 뿐이었다.

“별말씀을요. 위미종은 원래 다른 이들과 교류하는 걸 즐기지도 않고, 속세를 돌아다니지도 않으니 그렇게 생각되는 것일 겁니다. 만약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계모처럼 속세를 떠도는 걸 좋아하는 수행자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중에는 선인도 있고, 승려도 있고, 요괴도 있어요. 심지어는 스스로 거지를 자청하는 이도 있죠.”

그러자 강설릉이 잠시 얼떨떨한 표정을 짓더니, 곧 고개를 가로저으며 웃었다.

“계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게 누군지 저도 알겠네요. 오늘 밤에는 선생님 덕분에 법기 제련에 관한 견식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원래는 오늘 말로만 듣던 삼매진화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어요.”

그러자 연백평의 눈이 반짝 빛났다. 그도 마찬가지로 삼매진화가 궁금했지만, 계 선생님은 오늘 삼매진화를 쓸 일이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반면 거원자는 여유롭게 웃으며 자리에 앉은 이들에게 찻물을 따라주었다.

“강 도우, 사실 계모가 보기에 연기(*煉器: 법기를 제련하는 것)의 도는 그리 복잡하지 않아요. ‘연(煉)’에 중점을 두든, ‘기(器)’에 중점을 두든 모두 완전하지 못하거든요. 영(靈)이 있으면 묘(妙)가 생겨나는 법이지요. 특별한 점이 없는 아주 일반적인 물건이라도 얼마든지 영성(靈性)을 가질 수 있어요. 기도(*器道: 법기를 제련하는 방식)라, 기도에서 중요한 건 ‘연(煉)’이지 ‘도(道)’가 아닙니다…….”

우웅…….

거원자가 탁자 위의 찻잔을 바라보니, 그 안의 찻물에 희미한 파문이 번져나갔다. 동시에 자리에 앉은 이들은 가벼운 전류가 훑고 지난 듯 저릿한 감각을 느꼈다. 그것은 아주 순수하고도 특별한 검의(劍意)였다.

계연의 말에 가장 부합하는 예시가 바로 넝쿨검이었다. 원래 이 검은 그저 속세의 명검일 뿐, 수행계의 보물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어느 선인이 법력을 펼쳐 수천수만 번 두드려 제련한 검도 아니었다. 원래는 세월에 의해 녹이 슬어 얼룩덜룩해진 검이었지만, 푸른 넝쿨이 검자루를 감으니 세월의 부식이 사라지고 신기함이 더해져 선검이 된 것이었다. 칙령의 힘은 그저 보조일 뿐이었다.

넝쿨검은 계연이 자신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걸 알고는 검의를 내보내 대답한 것이었다.

“자, 한 벌이 완성되었군요.”

계연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별빛으로 감싸인 하얀 장삼을 툭툭 털었다. 그러자 별빛 부스러기가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그렇게 원래 옷 위에 감돌던 빛이 점차 어두워지더니 다시 특별한 것 없는 보통의 옷으로 변했다.

‘꼭 직남(*織男: 베 짜는 사내)이 된 것 같네!’

계연은 속으로 기분 좋게 중얼거리며 옷을 펼쳐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었다.

“도우분들, 어떤 것 같습니까?”

“정말 대단합니다!”

“선생님께서 제련하신 법의이니 당연히 신묘하지요.”

“계 선생님, 솜씨가 참 훌륭하십니다!”

법의를 보자 강설릉마저 눈에 이채를 띄었다. 장삼은 어느새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지만, 조금 전 그 아름답던 광경은 아직도 그녀의 뇌리에 남아 있었다. 여인으로서 그녀도 당연히 그 화려한 광채에 마음이 끌렸다.

다른 이들은 법의를 보며 순수한 감탄을 내뱉었지만, 그들은 계연이 이 법의를 제련한 가장 중요한 이유를 모르고 있었다. 그는 수리건곤을 더욱 순조롭게 펼치고자 이 법의를 만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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