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가기연-786화 (786/892)

786화. 버틸 수 없는 공격

“하하하……. 육오, 이렇게 물러나는 건가? 저 호법이 너무 대단해서, 놀라서 말도 잇지 못하는가 보군?”

북목의 음산한 목소리가 육 산군의 귓가에 울렸다. 그는 일부러 이렇게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하면서, 눈에 띄지 않게 마념(魔念)을 불어넣으려 하였다.

“흥, 내가 어찌 저런 자들을 안중에 두겠는가!”

육 산군이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하자 북목은 속으로 즐거워했다.

북목은 육 산군의 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말에도 기분이 좋았다. 육오가 이대로 곧장 계 선생께 잡혀 가든, 아니면 이 자리에서 금갑 신장에게 당해 죽어버리든 자신은 어느 쪽이든 즐거울 것이다. 어쨌든 계 선생께 잡혀가더라도 살아 돌아오지 못할 테니까.

“그럼 나는 육형이 승리를 거두고 돌아오길 기다리겠네. 정 이기지 못할 것 같으면, 그때 가서 도망쳐도 되겠지.”

그러자 육 산군이 차가운 눈빛으로 북목을 관찰하듯 바라보며 물었다.

“하, 자네는 나서지 않으려고?”

“내 어찌 감히 육형의 흥취를 깨겠나! 나는 저 곤씨 성의 수사를 맡겠네. 어차피 저 호법들은 마음이 강철과 같아, 마도(魔道)의 수단을 쓸 수 없을 테니 나는 수사를 상대하는 게 더 적합할걸세.”

말을 마친 북목은 모습을 곧장 모습을 감췄다. 육 산군은 과연 그가 정말로 수사를 공격할 건지, 또 언제쯤 공격할 건지도 몰랐지만, 저 수사 곁에 네 명의 금갑 신장이 있는 한 북목은 기회를 잡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북목에게 있어 한 발 뺄 수 있는 좋은 핑계였다.

육 산군은 곧 마음의 잡념을 던져 버리고, 진중한 태도로 네 명의 금갑 신장을 유심히 관찰했다. 지금 그의 눈에 곤목성과 흰빛을 내뿜는 다른 네 명의 호법은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자 금갑 역사 네 명의 시선도 점차 육 산군에게로 옮겨갔다. 그들은 육 산군을 알지 못했지만, 그의 주위에 괴이쩍고 짙은 요기가 용솟음치듯 들끓는 걸 볼 수 있었다.

이에 금갑 역사들의 눈빛에는 강자가 약자를 내려다보듯 여전한 ‘경시’가 담겨 있었다. 금갑은 자아가 생겨난 후였지만, 그래도 굳이 자신의 이런 면을 고쳐야겠다고는 느끼지 못했다.

“그동안 나도 전력을 다해 보지 않은 지 오래되었구나!”

육 산군의 목소리는 이때 살짝 거칠어져 있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저 금갑 역사들과 맞붙는 것은 그들이 사존을 대신해 자신의 수행에 가르침을 주는 셈이라 여겼다.

금갑 역사가 나타나고 육 산군이 공격을 마음먹기까지는 기껏해야 몇 초가 지난 뒤였다. 육 산군의 마음은 이때 일체의 잡념을 던져 버리고 이기겠다는 순수한 투지만으로 가득 찼다.

“어흥-!”

“요괴를 죽여라!”

육 산군의 표호와 금갑의 둔중한 노호가 동시에 울려 퍼졌다. 뒤이어 육 산군에게서 광포한 요기(妖氣)가 삽시간에 하늘로 솟구쳐 오르더니, 그의 모습이 사라져버렸다.

지면은 폭발한 듯 돌과 흙이 공중에 날아다녔고, 듣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는 포효가 금갑의 가까이 다가왔다. 그 목소리만 들어도 어마어마한 힘이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금갑 역사의 힘은 무궁무진하다고 하니, 오늘 나도 가르침을 한 수 얻을 수 있겠군. 어디 한번 그 하늘을 떠받치는 괴력을 정면으로 느껴보자!’

이 순간 육 산군의 주먹은 이미 금갑의 얼굴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금갑은 육 산군의 공격을 꿰뚫어 보고는 곧바로 오른손을 펼쳐 막아냈다.

금갑의 거대한 붉은 손바닥과 비교해 육 산군의 주먹은 한참은 더 작아 보였다. 그리고 그들의 손바닥과 주먹이 서로 닿은 순간!

콰앙-!

주위의 공기가 한 차례 일렁이더니, 사방을 향해 폭풍을 능가하는 위력의 바람이 휘몰아쳤다. 주위의 나무는 바람에 위태롭게 흔들리며 뿌리까지 뽑혀 나왔다.

휘이이- 휘이이-!

한순간에 휘몰아친 광풍은 살이 찢겨나갈 듯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육 산군이 공격해오던 순간, 곤목성은 이미 자신의 호법들을 데리고 뒤로 물러난 후였다. 저 요괴만 붙잡고 있어 준다면, 자신이 부리는 네 명의 호법으로 그 마두를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뒤로 물러나던 중, 곤목성은 통제력을 잃고 광풍에 휩쓸려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며 뒤쪽의 산과 충돌할 뻔했다. 그러다 순간의 기지로 발을 땅에 대고 상공으로 날아오른 그는 호법들을 데리고 백 장(丈) 밖으로 날아갔다.

멀리 산기슭에서는 금갑의 두 발이 땅에 반 척(약 15cm)은 파고든 상태였지만, 조금도 뒤로 물러나지는 않았다. 다른 세 명의 금갑 역사들은 금갑의 좌우로 천천히 대열을 벌려 섰다.

육 산군은 자신의 일격이 아무런 효과가 없었음에도, 이를 예상하였기 때문에 이미 멀찍이 떨어진 뒤였다. 그는 단순한 힘만으로는 확실히 금갑 역사를 건드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십여 걸음 정도 뒤로 물러난 육 산군은 어느 산 정상에 멈춰 섰다. 그에게서는 강렬한 요기가 쉬지 않고 뿜어져 나왔고, 주위 상공은 먹구름으로 뒤덮였다.

쿠구궁…….

먹구름 사이로 전류가 번쩍이다 마침내 벼락이 떨어지며 하늘이 밝아오는 순간, 동시에 장대비가 솨아 쏟아져 내렸다. 육 산군은 다시 한번 산 정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금갑 역사들은 동요 없이 가만히 서 있다가, 어느 순간 한 번에 힘을 폭발시키며 움직였다.

펑, 펑, 펑, 펑……!

네 차례 굉음이 울리더니 네 갈래의 금빛이 거의 비슷한 방향으로 뛰어갔다. 몹시 둔중해 보이는 걸음걸이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밟고 지나간 돌이 깨지거나 지면에 금이 가는 일은 없었다.

금갑 역사들이 빗속을 내달리자, 비의 장막 속에 네 갈래의 텅 빈 공간이 생겨날 정도였다. 덕분에 금갑 역사들이 빗속에서 무슨 동작을 하는지 또렷이 드러났다.

금정은 주먹을, 금을은 발을 날렸고, 금병은 칼을 휘둘렀으며, 금갑은 두 손바닥을 벌렸다.

휘익- 휭-! 후욱-! 파앗-!

육 산군은 손을 맹수의 발톱 모양으로 모아쥔 채, 날아오는 주먹과 다리를 피하다가 피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공격은 대담히 맞섰다. 장대비가 떨어지는 와중에 그들 사이로 돌과 진흙이 격렬하게 튀었다.

마지막 금갑이 두 팔을 뻗어올 때, 육 산군은 하마터면 그대로 잡힐 뻔했다. 그는 금을의 다리를 붙잡고 그 힘을 빌려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다. 한 쌍의 붉고 거대한 손바닥이 그의 두피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가까이 스쳐 지나가는 그 기류만으로도 강철처럼 단단한 자신의 표피가 찢겨나가는 듯이 느껴졌다.

짜악-!

뒤이어 들려오는 손뼉 부딪치는 소리에 육 산군의 귀가 윙윙 울렸다.

곧이어 쿠웅……! 하는 소리와 동시에, 아직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한 육 산군은 돌연 발밑이 푹 꺼지는 걸 느꼈다. 금갑이 발을 한번 굴리자 깊은 구덩이가 생겨난 것이다.

‘안 돼!’

육 산군은 두피가 저릿해지고 온몸의 털이 꼿꼿이 일어날 정도였다. 동시에 눈앞에 붉은 주먹 하나가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게 보였다.

휘잉-!

퍽!

금을의 주먹이 육 산군이 순간적으로 올려 방어한 두 팔에 닿자, 육 산군을 방어하고 있던 요력(妖力) 한 겹이 산산이 깨지며 구리와 철로 이루어진 듯한 그의 몸에 주먹이 적중했다. 빗줄기 사이로 금을의 주먹이 통과하며 둥근 구멍이 생겨났고, 육 산군은 뻥 걷어차인 공처럼 온몸이 찢겨 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뒤로 날아갔다.

‘어? 힘이 이상한데!’

그 순간, 육 산군은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이 금갑 역사는 그가 처음 상대했던 다른 역사만큼 힘이 세지 않았다. 사실 눈앞에 주먹이 다가오는 순간, 그는 자신의 목숨이 반은 날아갈 거라 짐작했다. 그러나 고통은 예상대로였지만, 입은 상처는 그리 중하지 않았다.

의아해하며 충격으로 뒤로 날아가는 순간, 육 산군은 강렬한 힘이 자신을 끌어당기는 것을 느꼈다. 그러자 동공을 바짝 수축한 육 산군은 마침내 커다란 손이 자신의 다리를 잡아챈 것을 발견했다.

“어흥-!”

요괴의 노호가 파도처럼 상공에 울려 퍼지자, 주위로 비바람이 불어닥치더니 벼락이 떨어져 내렸다.

쾅! 쾅! 쾅!

벼락이 금갑 역사에게로 떨어져 내리자, 육 산군은 자신의 발목을 잡은 손에 약간 힘이 빠진 것을 느꼈다. 동시에 네 명의 금갑 역사 중 한 명은 벼락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가 다른 생각을 하기가 무섭게, 다시 다리에서 강력한 힘이 전해져오더니, 육 산군은 공중으로 휙 들려 한쪽 산으로 날아가 부딪혔다.

쾅……!

육 산군이 날아가 부딪힌 산기슭에는 흙먼지가 흩날리며 무수히 많은 돌이 무너져 내렸다. 비록 육 산군의 요구(*妖軀: 요괴의 육체)가 강인하고 그를 잡아 던진 것도 금병이긴 했지만, 여전히 육 산군은 고통에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그가 아직 고통에서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육 산군은 다시 누군가에게 끌어 당겨져 다른 한쪽 산등성이로 날아갔다.

콰앙……!

산이 무너지는 동시에 금갑이 육 산군의 눈앞에 나타나 오른팔을 들어 올렸다. 그의 주먹 위로는 가느다란 전류가 튀고 있었고, 이내 공기 중에 흩날리는 돌가루를 뚫고 주먹이 날아왔다.

‘맞으면 안 돼!’

육 산군은 본능적으로 그 주먹에 엄청난 힘이 깃든 걸 느꼈다. 마치 예전에 천겁(天劫)을 견뎌낸 순간과 같은 압박감이었다.

“크르르……!”

육 산군은 이제 더 많은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뒤이어 그의 다리 근육이 무섭도록 부풀어 오르고 피부에 털과 손톱이 자라더니, 쇠 채찍 같은 흑황색(黑黃色) 꼬리가 금병의 팔을 때려 아슬아슬하게 육 산군은 그의 속박에서 벗어났다.

퍼엉-!

금갑의 주먹은 천둥소리를 뒤덮을 정도의 굉음을 내며, 육 산군이 있던 산등성이에 떨어졌다.

쿠구구구…….

그러자 산봉우리 전체가 소리를 내더니 스르르 무너져 내렸다.

한편 멀리 상공에서는 곤목성이 경악한 얼굴로 이들의 교전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보다 좀 더 먼 곳에는 모습을 숨기고 있는 북목도 있었다.

양측의 공격 속도는 무척 빨라서, 멀리서 보면 금빛이 번쩍이는 와중에 신장이 끊임없이 주먹을 날리는 것만 보였다. 반면 육 산군의 동작은 잘 보이지 않아서, 그가 내뿜는 요기의 변화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가 금갑 신장들의 공격에 당하는 장면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특히나 산봉우리가 다 무너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쯧쯧……. 된통 당했군. 하지만 저 육오 놈도 대단하단 말이지…….’

직접 싸움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북목은 여전히 관건을 알아볼 수 있었다. 육 산군은 계속해서 공격 방식을 바꾸면서, 결코 금갑 신장과 직접 맞서려 하지 않았다. 그저 압도적인 속도와 유연한 움직임으로 상대를 제압하려 했다.

하지만 육 산군의 날카로운 손톱이 금갑 신장에게 닿더라도 그 위에는 불꽃이 튀기만 할 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밖으로 드러난 금갑 신장의 붉은 피부에 닿아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으르렁…… 크릉!”

그 순간, 육 산군의 노호가 천지를 뒤흔들더니, 그의 온몸이 팽창하며 몸을 뒤덮은 털이 점점 길어졌다. 아마도 원래 요괴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듯했다.

‘육오가 드디어 정체를 내보이려는군! 저자의 진짜 몸이 대체 무엇일까?’

육 산군의 정체가 무엇일지에 대해 북목은 무척 호기심을 느꼈다. 다만 북목은 육 산군의 진짜 몸을 보는 것이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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