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1화. 요리
남자는 마차 근처로 말을 몰아 작은 소리로 같은 말을 반복해 보고했다. 그러자 마차 안에 있던 이들이 놀라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민가가 있다고?”
“잘됐구나. 곧 성에 도착하겠지?”
“강구에 곧 도착한답니까?”
“어서, 서두르자꾸나. 오늘 밤에는 침상에서 잘 수 있겠구나!”
마차 내에 있던 누군가가 이렇게 명령을 내리자, 말 등 위에 올라탄 남자가 살짝 허리를 숙이며 “예!”하고 대답했다. 그러더니 다시 대열을 이끌고 속도를 높여 움직였다.
마침 물을 끓이던 계연은 고개를 들어 관도 끝을 바라보았다. 원래 그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지만, 곧 손가락을 접어 점괘를 치더니 살짝 미간을 찡그렸다. 그가 소매를 한번 휘두르자, 곁에 있던 물항아리에서 먼지와 낙엽이 깨끗이 닦여나갔다. 그가 다시 물항아리를 향해 손가락을 뻗자, 수증기가 모이기 시작하더니 항아리 안에 갑자기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물은 항아리의 3분의 2정도까지 차오른 다음 저절로 멈췄다.
이때 해치 두루마리는 부뚜막 곁의 나무 기둥 위에 걸려 있었다. 그 안의 해치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지만, 계연은 해치가 자신을 주시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 계연이 물항아리에 물을 채우는 것을 본 해치가 웃으며 말했다.
“이 찻집의 주인도 아니면서, 마음씨도 좋구나.”
“저들을 접대한다고 하진 않았어요.”
계연은 속으로 무언가를 생각하며, 다시 도로 끝을 한번 살펴본 뒤 이렇게 대꾸했다. 그리고는 다기를 잘 정리해 주전자 안에 찻잎을 넣고 꿀을 조금 더한 뒤, 끓인 샘물을 찻주전자 안에 부었다. 그는 많지도 적지도 않게, 딱 알맞은 양의 물을 부은 뒤 향긋한 차향이 솟아오르기 전에 뚜껑을 덮었다.
그러자 그림 속의 해치가 계연이 든 찻주전자를 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소매 속의 우주는 크고, 찻잔 속의 세월은 길다(袖里乾坤大壺中日月長: 신선처럼 변화무쌍한 재주가 있음을 이르는 말)…….”
그 구절은 계연이 수리건곤술을 만들어냈을 때 떠올렸던 중요한 강령이었다. 이에 그가 해치를 흘끗 쳐다보더니, 자부심에 찬 얼굴로 이렇게 물었다.
“어찌, 제가 만든 수리건곤이 해치의 법안(法眼)에 들던가요?”
“음, 아주 대단한 술법이지.”
해치의 대답에는 수리건곤술의 고명함에 대한 인정이 담겨 있어서 계연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이에 찻물을 따라 건네자, 두루마리에서 요기(妖氣)를 내뿜는 앞발이 쑥 나와 찻잔을 받았다. 그러더니 해치가 입가로 찻잔을 가져가 조금씩 맛보았다.
“좋구나, 맛이 꽤 괜찮군. 이제 솥이 비었으니 저기다가 생선을 볶으려는 모양이지?”
해치가 이렇게 조급해하자 계연도 더 시간을 끌지 않고, 차를 한입 마신 뒤 요리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수증기에 겹겹이 싸인 생선 두 마리가 계연의 소매 안에서 나와 부뚜막 위에 떠 올랐다. 놀랍게도 그 생선들은 아직도 살아있는 채여서, 머리와 꼬리를 세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생선 머리로 탕을 끓이고, 남은 생선 토막을 홍소(*紅燒: 간장을 넣고 오래 익혀서 붉은색이 나도록 하는 중국 요리법) 양념으로 볶을게요. 괜찮죠?”
“괜찮고 말고, 전부 네가 알아서 하면 된다. 분명 맛있을 테니까, 하하!”
해치는 계연이 요리를 하는 걸 본 적이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차마 체면을 내려놓지 못한 것뿐이었다. 이제는 계연과 많이 가까워졌으니 이 정도 부탁은 쉽게 할 수 있었다. 계연 같은 선인(仙人)이 장인 정신으로 만들어낸 요리는 다른 요리와 비교할 바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선 두 마리는 복잡한 손질이 필요 없어, 그저 그 위에 서린 탁한 기운을 걷어낸 뒤 칼등으로 힘차게 펄떡이는 생선 머리를 때려 기절시켰다. 그런 뒤에는 칼로 머리와 몸을 분리했으나 조금의 피도 묻어나지 않았다.
이건 일반적인 생선이 아니었으므로, 계연도 생선 머리를 먼저 굽거나 하지 않고 곧바로 물을 채운 솥 안에 각종 재료와 함께 던져넣고 뚜껑을 덮었다. 이 요리의 관건은 법력을 이용해 생선의 형체와 신선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후에 솥을 열었을 때 아무것도 없는 탕만 남아있을 것이다.
탕을 끓인 뒤 계연은 생선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요리는 복잡한 생각을 잠시 머릿속에서 지울 수 있는 흥미로운 취미였다. 계연은 이 모든 과정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기 때문에, 생선을 손질하고 잘라낸 뒤 재료를 정리하는 것까지 어느 하나 대충하는 법이 없었다. 그때 마차 행렬이 찻집에 점점 가까워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마침내 길가의 찻집을 발견하고는 실망한 얼굴로 대화를 나눴다.
“휴, 그냥 찻집이네. 마을일 거라 기대했는데.”
“그래도 아무것도 없는 것보단 낫지 않나.”
그들이 이렇게 대화하는 동안, 행렬을 이끌던 우두머리는 다시 한번 마차로 말머리를 돌려 이 소식을 안에 앉은 사람에게 전했다. 그러자 마차의 차창이 열리더니 약간 실망한 듯한 얼굴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애써 실망을 감추고 평온한 어조로 이렇게 명령을 내렸다.
“마차를 대자. 저기서 좀 쉬다 가자꾸나.”
“예!”
명을 받은 기수가 다시 맨 앞으로 달려가더니, 행렬을 찻집 근처로 이끌었다. 다른 이들은 모두 그 허름한 찻집을 관찰하고 있었다.
찻집은 크기가 크지 않았지만, 탁자는 8개나 있었다. 게다가 그중 3개는 8명의 사람이 함께 앉을 수 있는 대형 탁자였다. 이런 외지고 허름한 지역에서는 이 정도만 해도 꽤 괜찮은 수준이었다.
찻집 근처에 마차 행렬이 멈춰서자, 사람들은 저마다 마차와 말에서 내려섰다. 하인들이 마차 아래에 발 받침대를 내려놓자, 안에 있던 사람이 천천히 밖으로 내려왔다. 그들이 데려온 말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찻집 뒤편의 작은 마구간에는 말을 다 보관할 수 없어, 하인을 몇 명 남겨두고 길가의 말들을 잘 지켜보게 했다.
계연은 이때 부뚜막 앞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었는데, 마치 바깥에 도착한 이들에게 아무런 주의도 기울이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사실 대략 저 일행을 훑어본 후였다. 설령 기운을 살펴보지 않더라도, 그 차림새만으로도 대갓집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왠지 모르게 그들 주위에는 괴이쩍고 어두운 기운이 서려 있었다.
“주인장, 자네 두 사람은 어째 손님이 왔는데 인사도 하지 않는가?”
마차에 탔던 사람이 찻집 바깥쪽 탁자에 앉자, 호위 중 우두머리가 계연이 서 있는 부뚜막 방향에 대고 이렇게 소리쳤다.
‘두 사람’이라고 물은 것은, 계연이 환술을 써서 해치가 사람의 윤곽을 갖추도록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 얼굴 부분은 활짝 펼쳐진 그림 족자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이를 꿰뚫어 볼 수 없었으므로, 그저 찻집 안에 두 사람이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사실 이 호위들은 일찍이 계연과 해치를 경계하던 참이었다. 저 두 사람은 누가 봐도 서생의 차림새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찻집에서 일하는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이, 주인장! 내 말을 못 들은 것이오? 귀가 먹었나?”
이렇게 물은 호위는 부뚜막 근처로 다가와 경계하듯 주위를 살폈다. 그가 가장 먼저 살핀 것은 계연이 들고 있던 채칼이었다. 다른 호위 한 명은 그와 다른 방향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두 사람은 시선을 교환하고는, 근처에 다른 무기가 없음을 서로에게 알렸다.
해치는 자연히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그저 부뚜막 근처의 기둥에 늘어지듯 기대서 있을 뿐이었다. 계연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호위들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귀가 먹은 게 아니라, 제가 찻집 주인이 아니라서 대답하지 않은 거예요. 저도 그저 이 부뚜막을 빌려 쓰기 위해 온 거라서요.”
“주인이 아니라고?”
호위 중 우두머리는 계연을 위아래로 관찰하더니, 그의 차림새가 확실히 찻집 주인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음을 느꼈다.
“그럼 주인장은 어디에 있소?”
그러자 계연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찻집 주인은 도행이 얕지 않은 수사라서, 어디로 갔는지 자신도 알 수가 없었다.
“제가 왔을 때도 이미 찻집에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러니 주인장이 어디로 갔는지도 저는 모르죠.”
그 말에 호위는 손을 칼자루 위에 얹으며, 계연과 해치를 번갈아 가며 주시했다. 특히 지금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은 해치를 집중적으로 경계했다.
“이곳 주인은 당신이 처리한 것이로군?”
계연은 그의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낯선 이에게 경계심을 가지는 건 나쁜 일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마디 중얼거렸다.
“피해망상증인가.”
그리고는 채칼을 내려놓고 미리 준비해놓은 유채 기름을 솥 안에 뿌린 뒤, 도마 위의 토막 난 생선을 전부 솥 안에 쏟아 넣었다.
치이익!
그렇게 기름 냄새가 주위에 퍼져나가자, 해치에 눈을 번쩍 뜨더니 더욱 집중하는 얼굴로 솥 내부를 바라보았다.
호위는 계연과 해치가 자신을 철저히 무시하는 걸 보고 얼굴이 잔뜩 구겨졌다. 화가 난 그가 무어라 소리치려던 순간, 뒤에서 이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됐다, 무례를 범하지 말아라.”
유학자처럼 보이는 중년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계연이 있는 방향에 대고 가볍게 양손을 맞잡아 인사하며 말했다.
“제 가복(家僕)이 무례를 범했습니다. 두 분 선생께서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해치는 그 말에도 여전히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계연은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마찬가지로 양손을 맞잡은 뒤, 부뚜막 옆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물항아리 안에 맑은 물이 있고, 궤짝 안에는 아직 찻잎도 남아있습니다. 다기는 탁자 위에 있는 걸 쓰시면 되지만, 다과는 누가 가져갔는지 남은 게 없고 쌀도 없습니다. 그러니 편한 대로 하세요. 아, 불을 쓰시려면 제가 요리를 마칠 때까지만 기다려 주세요.”
말을 마친 계연은 국자를 이용해 솥 안의 생선을 뒤집었다. 솥 옆에는 간장이 담긴 그릇과 꿀이 담긴 작은 단지가 놓여 있었다. 이에 계연은 간장과 꿀을 섞어 솥 안에 쏟아부은 뒤, 천두호를 꺼내 술을 조금 뿌렸다. 그러자 캐러멜이 그을린 듯한 달짝지근한 냄새가 찻집 안으로 퍼져나갔다. 이에 찻집 바깥쪽에 앉은 부귀한 차림의 남자가 연신 군침을 삼켰다.
“선생님, 지금 요리하고 계신 걸 저희가 사도 되겠습니까?”
그 향긋한 냄새에 참지 못한 호위가 이렇게 물었다. 음식에 독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자기들 나름대로도 방법이 있었다.
“미안하군, 이 생선 요리는 얼마를 주더라도 팔 수 없다.”
이렇게 대답한 것은 계연이 아니라 해치였다. 그 낮고 거친 목소리에 호위들은 무의식적으로 다시 경계심이 들었다.
“은자 10냥이면 어떻습니까?”
“설령 황금 10냥이라고 해도 팔 수 없습니다. 계모(某)가 그다지 돈이 모자란 건 아니라서요.”
계연은 해치를 한번 흘끗 쳐다본 뒤, 호위들과 기대에 찬 표정의 주인 남자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 계연은 돈은 자기도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주머니 상황을 헤아려보자 차마 그렇게 말할 수가 없었다. 그는 호위의 물음에 대답하는 와중에도 손을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다 마침내 솥뚜껑을 닫자 주위에 퍼지던 향긋한 냄새가 뚝 끊겼다. 한편 아궁이 속의 불길은 보통 장작불보다 훨씬 더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계연이 은자에도 꿈쩍하지 않는 걸 보고 해치는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이를 눈치챈 계연이 언짢은 듯 미간을 찡그렸다.
‘저 해치는 내가 돈에 눈이 먼 줄 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