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가기연-802화 (802/892)

802화. 바로 그 여인입니다

천장에 구멍이 뚫리자 주루 안에 있던 손님들이 모두 놀라 사방으로 흩어졌다. 반면 계연은 침착한 모습으로 다시 젓가락 통 안에 있던 젓가락을 잡아, 공중에서 떨어진 여인을 향해 날렸다.

딩-, 딩-!

탁! 탁!

여인은 날카로운 빛을 뽐내는 단도를 휘둘러 자신을 향해 연이어 날아오는 젓가락을 쳐낸 뒤, 곧장 계연을 향해 칼을 찔렀다.

콰앙……!

계연이 공격을 피하자마자 그 앞에 있던 탁자가 둘로 쪼개졌다. 그러자 식탁 위에 있던 그릇에서 음식이 쏟아졌고, 접시들은 산산이 부서졌다.

“아이고, 사람 죽인다!”

“어서 도망쳐!”

“가세, 어서 가자고……!”

작은 주루 안의 손님들은 모두 놀라 사방으로 흩어졌고, 주인은 자신의 아이를 끌어안고서 계산대 뒤쪽에 몸을 숨겼다. 세 명의 서생들도 계산대 쪽으로 와서 그들 부자와 함께 몸을 잔뜩 움츠렸다.

여인이 내려선 곳은 대문과 가까웠는데, 그녀가 쌍도(雙刀)를 휘두르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주루 밖으로 도망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들은 각자 구석진 모퉁이에 가서 몸을 피하는 게 최선이었다.

계연은 여인으로 변한 진마와 함께 맞붙어 싸웠다.

이때 진마의 기세는 좀 전에 계연을 만났을 때와 확연히 달라서 훨씬 극악무도하고 난폭했다. 쌍도를 휘두르는 매 초식이 치명적이었고, 발을 날려 위아래로 쉴새 없이 계연에게 덤볐다. 두 사람이 서로 공격을 주고받는 속도는 무척 빨랐지만, 주로 진마가 칼을 휘둘러 공격하고 계연은 그를 막아내며 후퇴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에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계연이 불리한 형세처럼 보였다.

“대단하신 선생 아니었나? 진선이라며? 날 잡으려고 했잖아? 오늘 우리 둘 가운데 하나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

진마는 계연을 두려워한 지 아주 오래되었기 때문에, 오늘 기회를 잡은 김에 손발뿐만 아니라 입도 멈추지 않고 움직이며 그를 도발했다. 그러다 진마는 비록 자신이 계연을 몰아붙이고 있긴 하지만, 물러나는 상대의 걸음이 전혀 어지럽지 않다는 걸 발견했다. 게다가 그 보폭에는 일정한 순서가 있어서, 어떤 무공 초식처럼 보였다.

무언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낀 진마는 곁눈질로 계산대 뒤편에 숨은 사람들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는 먼저 계연을 향해 맹렬한 기세로 칼을 몇 번 휘두른 다음, 곧장 그 서생과 아이를 잡아채려 했다.

그의 계산대로라면 계연이 뒤로 물러났어야 했는데, 계연이 돌연 두 손으로 각기 칼을 한 자루씩 잡아채 그가 더는 공격을 휘두를 수 없게 만들어버렸다.

“이 도법(刀法)은 마침 계모(某)가 잘 아는 것이군요. ‘단죽참(斷竹斬)’이라는 이름이죠?”

계연은 이렇게 물은 뒤 상대의 반응을 기다리지도 않고, 두 손을 빙글 돌리더니 순식간에 칼등을 타고 올라갔다. 그러더니 괴력을 발휘해 진마의 손을 비틀었다. 마침내 칼자루를 쥔 진마의 손에 힘이 빠지자, 계연이 곧장 그의 단도를 잡아챘다.

“이 초식은 ‘교병금나(繳兵擒拿)’라고 하는데, 대정국의 포두라면 모두 반드시 익혀야 하는 것이죠. 손에 무기가 없는 상황에서 아주 효과적이거든요.”

계연은 이렇게 말하며 단도를 던져버리고는, 응조금나권(*鷹爪擒拿拳: 독수리가 사냥하는 동작을 본떠, 상대방의 관절이나 경혈(經穴)을 공격하여 제압하는 중국 권술(拳術) 기법의 일종)을 써서 진마에게 맹공을 펼쳤다. 그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파공음이 휙휙 들릴 정도로 맹렬한 초식이었다. 그 위력은 여인이 단도를 휘두를 때보다 강력했고 속도도 훨씬 빨랐다.

이때가 되자 여인이 조금 전의 계연처럼 연신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는 무기가 없어 계연에게 맞서지 못하는 게 아니라, 계연의 무공이 이렇게나 절묘하다는 데에 놀랐기 때문이었다.

선인이 무공을 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들은 대체로 무공을 ‘속세의 소소한 기술’ 정도로 여기고 호기심 어린 마음에 잠시 배우는 게 전부였다. 게다가 그조차도 순수한 무공을 익히는 게 아니라, 법력을 사용해 비슷하게 따라 하는 것에 가까웠다. 그런 경우, 겉으로 보기에는 제대로 익힌 무공과 그리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계연은 제대로 된 기술과 힘을 갖춘 것은 물론, 강력하고 매서운 무도(武道)의 뜻마저 깨우치고 있어, 그야말로 정상급의 무공 실력을 지닌 무림 종사(*宗師: 어떤 종파를 처음 세운 사람)와 다를 바 없었다.

두 사람이 서로 부딪힐 때의 소리는 지켜보는 이들의 귀가 아플 정도였고, 초식을 날릴 때의 파공음과 함께 작은 주루 안에는 바람이 일어났다. 진마는 몇 번이나 이씨 서생과 남자아이에게 다가가려 했으나 그럴 때마다 번번이 계연에게 잡혔다.

계연은 일격에 승리를 거둘 방법이 없었고, 해치도 환경의 특수함 때문에 그림 안에서 나오지 못했다. 게다가 진마가 갖춘 무공 실력은 정상급의 고수와 가까웠기 때문에, 계연을 꺾을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무참히 질 정도의 실력도 아니었다.

그렇게 백여 초식을 겨루고 나자, 진마는 무공 실력만으로는 계연을 제압할 수 없으며, 그가 지켜보는 곳에서는 저 서생과 아이를 잡아갈 수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에 그는 계연의 공격을 피해 한발 물러났을 때, 기회를 노려 곧장 주루 맞은편 건물의 지붕 위로 후퇴하더니 멀리 도망쳐 버렸다.

주루 바깥은 적지 않은 구경꾼들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그들은 멀리서 바라만 볼 뿐 차마 가까이 다가오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여인이 밖으로 나오자, 구경꾼들은 맹수를 마주친 새들처럼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러다 여인이 지붕 위를 뛰어넘어 멀리 사라지자 다시 주루 가까이 다가왔다.

“계연, 저놈을 또 놓아준 것이냐?”

그때 해치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계연이 살짝 고개를 흔들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일부러 놓아준 게 아니에요. 지금은 정말로 잡을 방법이 없었어요.”

이렇게 대답한 계연이 주루 내부를 둘러보자, 구석에서 몸을 피하고 있던 이들이 하나둘 움직였고, 계산대 뒤편에 있던 다섯 사람도 천천히 걸어왔다.

“선생님, 그 흉악한 여인은 떠났습니까?”

“네, 갔어요.”

이렇게 물은 것은 주루의 주인장이었는데, 그는 이때 가슴 아프다는 듯한 표정으로 산산이 부서지고 깨진 가구와 식기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몇몇 기둥에도 거칠게 파이거나 긁힌 흔적이 남았고, 더욱이 천장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리기까지 했다.

계연은 그의 시선을 따라 주위를 한번 둘러보다가, 바닥에 있는 얇지만 단단한 칼날에 두꺼운 칼자루를 지닌 단도 두 개를 가리켰다.

“주인장, 저 단도는 보통 물건이 아니니 전당포에 가져다 맡기면 주루를 수리할 수 있는 돈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어쩌면 주루를 닫는 동안의 수익을 메꾸기에도 충분할 거예요.”

“예? 하, 하지만 만약 그 여인이 제가 저 단도를 전당포에 맡겼다는 걸 알게 되면…….”

그러자 계연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 여인이 눈독 들이는 건 당신 아들이니, 단도 때문이 아니라도 반드시 다시 찾아오겠죠. 게다가 그 진마는 단도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을걸요.’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으므로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대답했다.

“그럼 계모가 가져다 맡기겠습니다. 그 돈으로 오늘 입은 손실을 배상해 드리지요.”

말을 마친 계연은 밖으로 나가, 주루 앞에 몰려온 구경꾼들과 이제야 도착한 관아의 포쾌들을 향해 우렁차게 소리쳤다.

“조금 전에 그 염치를 모르는 여적이 이곳을 습격했습니다. 여적은 저를 죽이려 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창피를 줬다고 생각했는지 그 서생을 비롯해 주변의 무고한 이들도 해치려 했습니다. 이런 자들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모두 방탕한 데다 뱀과 전갈처럼 교활하니, 조금 전까지 정을 나누다가도 다음 순간에는 능히 칼을 꺼내 머리를 잘라갈 수 있는 자들이죠. 그 여인은 사람의 목숨을 초개(*草芥: 지푸라기라는 뜻으로, 보잘것없고 하찮은 것의 비유)처럼 여기니, 남에게 멸시를 받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요……!”

그러자 구경꾼들이 놀라 헉,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그렇게 잔인무도한 여인이 있다니!’

원래 이 일에 흥미를 갖고 있던 사내들은 모두 가슴이 철렁해, 더는 그 여인을 마주치길 원하지 않았다.

구경꾼들이 이에 대해 왁자지껄 의견을 주고받고 있을 때, 계연은 정식 절차에 따라 주루의 주인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던 포쾌들을 바라보았다.

“나리들, 그 여인은 무공이 뛰어난 데다 품성이 방탕하고 툭하면 칼을 휘두르니, 백성들에게 경고할 겸 포고문을 붙이는 게 좋겠습니다.”

“아, 견맥이라는 이름의 탕부(蕩婦) 말이지요?”

한 포쾌가 묻자, 혼이 쏙 빠졌다가 다시 정신이 돌아온 서생이 얼른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바로 그 여인입니다!”

“용모를 기억하고 있습니까? 관아의 화공을 불러 그림을 그리게 하겠습니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계모가 그 여인의 용모를 기억하고 있거든요. 게다가 그림도 조금 그릴 줄 압니다.”

계연은 이렇게 말한 뒤 다시 주루 안으로 들어가 지필묵을 빌렸다. 그리고는 백지 위에 곧장 그림 한 장을 그려냈는데, 다른 포고문의 그림과 달리 무척 생동감이 넘쳤다.

계연이 붓을 몇 번 휘두르자 그림이 뚝딱 완성되더니, 짧은 시간 안에 20여 장의 그림을 그려냈다. 계연이 그린 여인의 모습에는 남다른 운치가 있었다.

“나리, 이게 바로 그 여인의 생김새입니다. 이걸 곳곳에 붙이면 백성들도 스스로 조심할 수 있을 겁니다. 대로와 성문마다 이 그림을 붙이는 것은 물론 곳곳에 관차를 보내 상황을 알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계연의 목소리는 맑고 힘이 있는 데다 말에도 조리가 있었고, 남다른 기품마저 느껴져 그가 관아에서 나온 이가 아니었는데도 포쾌들은 그의 말을 거역하지 못했다. 그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대로 하겠다고 대답한 뒤, 주루의 상황을 다시 한번 파악하고는 계연이 그려준 그림을 들고 바삐 떠나갔다.

할 일을 마친 계연이 계산대 근처에 앉아 있는 남자아이를 바라보자, 마침 아이도 호기심 어린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보아하니 조금 전에 일어났던 격렬한 싸움에도 이 아이는 그다지 놀란 것 같지 않았다.

“계연, 네가 아무리 일을 크게 키워도 그래봤자 이 성안의 백성들에게 알리는 게 전부인데, 어떻게 이 세계 전체가 그 진마를 배척하게 만들겠다는 거냐? 설마 여기서 내내 그 진마를 따라다니며 이런 짓을 반복하겠다는 건 아니지? 내가 보기엔 지금 곧장 마운을 데리고 와서 그의 진령(眞靈)을 보호하고, 진마를 공격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게 마운에게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다시 방법을 찾아 수행의 근간을 쌓도록 도와주면 되는 일 아니냐?”

해치의 제안에 이제 계연은 반박하는 것도 귀찮을 정도였다. 이놈은 가만 보면 자신을 무소불능의 존재로 아는 것 같았다. 설령 노염생을 찾아가 마운을 도와달라 부탁한다 해도, 원래대로 되돌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힘과 시간을 쏟아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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