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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가기연-819화 (819/892)

819화. 그럴 리가 없는데!

한편 덮쳐오는 홍수를 피하지 못한 요마들은 이내 그들이 내뿜는 요광과 마기 때문에 즉시 교룡들의 목표가 되었다. 그들은 온 힘을 다해 물살을 휘저어 도망쳤지만, 교룡에게 삼켜진 요마는 적지 않았다. 홍수에 무너져버린 도시가 교룡들의 엄청난 힘에 또 한 번 엉망으로 휘저어졌다.

그때, 육 산군 일행은 맨 처음의 괴로운 순간이 지나자 온몸이 찢어질 듯한 고통이나 자신들이 예상했던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발견했다. 이들은 그저 물살을 따라 앞으로 밀려갔을 뿐, 그 속도조차 그리 빠르지 않았다.

한편 여전히 두 눈이 붉게 달아오른 상태인 우패천은 ‘그제야’ 냉정을 되찾은 듯 보였다.

그때 왕유홍이 손가락을 뻗어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니, 객잔의 주인장을 비롯한 평범한 인간들이 물살에 휩쓸려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이들도 수면 아래 거대한 소용돌이로 순순히 빨려 들어갔다.

평범한 인간들은 모두 의식을 잃은 것처럼 보였고 그중에는 심지어 죽은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죽음에 이를 정도로 깊은 상처를 입은 자는 하나도 없는 걸 보니, 그저 과도하게 놀란 탓에 숨이 끊어진 듯했다.

육 산군 일행은 평범한 인간들을 따라 물살을 타고 이동하다가 소용돌이에 갇혀 끝없이 회전하면서도 요사한 빛을 내뿜거나 마기를 움직이지 않았다. 이들은 저 아래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지켜보면서, 자신들처럼 운 좋게 공격을 피하거나 재빨리 상황판단을 내린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흉흉한 기세로 몰려오는 홍수를 피하려고 9할 이상의 천계맹 동료들이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고 상공으로 날아오른 것만은 확실했다.

물살에 휩쓸려 완전히 폐허가 된 도시의 상공에는 요광과 마기가 득실거렸는데, 요마들의 우두머리는 면사포를 쓴 흰옷의 여인이었다. 그녀가 고개를 내려 아래쪽 도시의 상황을 살펴보니, 일부 성벽을 제외한 수많은 건물이 무너져내려 그 폐허가 물살을 타고 멀리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다 저 멀리 시선이 닿는 곳에 시선을 돌려보니, 그곳도 이미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바다처럼 망망대해가 되어 있었다. 보아하니 홍수에 잠긴 범위는 이 성보다 훨씬 넓은 듯했다. 이 ‘바다’ 속에서는 수많은 용이 헤엄치고 있었고, 그들이 내뿜는 용의 기운은 하늘을 뒤덮어 지면을 포위할 정도였다.

우르릉……!

상공의 구름 사이에서는 끊임없이 번개가 번쩍이다가, 어느 순간 갖가지 색채를 띤 벼락이 되어 상공에 떠올라 있는 요마들을 향해 일시에 내리꽂혔다.

“순순히 죽어라!”

그때, 하늘을 쩌렁쩌렁 울리는 위엄 넘치는 목소리가 벼락과 홍수, 수천수만 백성들의 비명과 울음소리를 뒤덮었다. 그 순간 엄청난 위세의 요기를 지닌 여인은 떨어지는 벼락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상공의 수선자를 향해 소리쳤다.

“흥, 꿈도 크구나!”

흰옷을 입은 여인은 가소롭다는 듯이 이렇게 소리치더니, 벼락을 내리꽂는 구름의 중심을 뚫고 솟구쳐 올랐다. 밝게 빛나는 번개 사이로 한 사람이 서 있는 게 보였는데, 그가 소매를 휘두를 때마다 벼락이 떨어져 내리는 듯했다.

콰앙-!

그 순간 세상이 창백하게 물들더니, 번개가 산과 바다를 덮을 듯한 기세로 사방팔방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것은 마치 번개로 이루어진 해일처럼, 수면 아래의 지면까지 뒤흔들 정도여서 이내 홍수로 뒤덮인 도시에 높은 파도가 일었다. 만약 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바다’가 없었다면, 땅에는 지진이 일고 모든 건물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당연히 공중에 떠오른 요마들도 도행이 낮지 않아서, 쉼 없이 벼락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아직 큰 상처를 입은 이는 없었다. 하지만 양측이 힘을 겨루는 곳에서는 도저히 중심을 잡고 서 있을 수가 없는지라 요마들은 충격이 닿지 않는 곳까지 멀어졌다. 괜히 그 주위에 버티고 있다가는 중상을 입을지도 몰랐다.

마침내 선광과 함께 용이 하나둘씩 나타나더니 용들은 곧 요마들과 곳곳에서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한편 노염생은 홀로 광풍이 몰아치는 파도에서 3장 정도 떨어진 높이에 서 있었는데, 손목에는 곤선승을 감고 있었다. 그는 눈썹을 약간 찡그린 채로 하늘과 수면 아래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는 전황을 관찰하고 있었다.

‘사형과 저렇게 대등하게 맞붙을 수 있다니 대체 어떤 놈이지? 응?’

골똘히 상황을 주시하던 노염생이 돌연 두 눈을 커다랗게 떴다. 자신의 사형과 공격을 주고받던 여인의 얼굴에서 마침 면사포가 떨어져 내렸는데, 그것이 자신이 아는 요괴였기 때문이었다.

‘도사연? 저 망할 것이 언제 구미호가 됐지? 그럴 리가 없는데!’

노염생은 사형인 도원자와 팽팽히 겨루는 상대가 정말 도사연인지 아닌지 자세히 살펴보았다. 외모도 거의 똑같았고 느껴지는 기운도 도사연과 비슷했으나, 그때 그 팔미호와 같은 요괴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도사연은 노염생이 예전에 직접 상대했던 요괴였다. 팔미호도 이미 대단한 요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여우에게 있어 꼬리 하나의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 게다가 지금 사형인 도원자와 이렇게 오랫동안 밀리지 않고 싸우는 모습을 봐도, 강제로 무슨 수를 써서 수행을 끌어올린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노염생은 미간에 내 천자가 생길 정도로 찡그린 채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언가 이상했다. 물론 도사연이 수행을 닦아 구미호가 될 수는 있겠지만, 그때부터 몇 년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게 그리 쉬울 리가 없었다.

폐허가 된 도시에 생겨난 ‘바다’ 위에서는 도원자와 흰옷을 입은 여인이 맞붙어 싸우고 있었는데, 그 주위로는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둘의 요기(妖氣)와 선광(仙光)이 부딪칠 때마다, 주위의 요마들은 둘의 공격이 만들어낸 여파에서 벗어나려 도망치기 바빴다. 하지만 그런데도 적지 않은 요마들이 둘의 공격이 만들어낸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상처를 입었다.

요마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이 무척 괴이쩍다고 느꼈다. 진선과 구미호의 싸움에서 비롯되는 강력한 충격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피하고 도망치든 간에, 그 여파가 어떻게든 그들을 따라잡아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었다. 파문처럼 퍼지는 충격파에 닿으면 몸과 정신이 모두 술에 취하기라도 한 양 어지럽게 흔들렸다.

이에 어떤 요마들은 정신을 잃었고, 어떤 요마들은 아예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그때, 물속에 있던 교룡들이 한꺼번에 위로 올라와 공격을 시작했다.

구름 위의 수선자들과 몇몇 용족들은 일찍이 몸을 피해 있었는데, 감히 진선과 구미호의 싸움에 끼어들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동시에 혹시 도망치는 요마가 있을까 봐 시시각각 주의를 기울였다.

저 위험한 여파의 영향권 아래서 꼼짝도 하지 않는 이는 노염생을 제외하면 몇 없었다. 사실 겉으로 보기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도의(道意)가 만들어내는 충격파의 범위 안에 있다는 건, 어떻게 보면 단순히 진선을 마주했을 때의 위기상황보다 더욱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콰앙……! 솨앗-!

그때, 하늘이 또 한 번 밝은 빛으로 물들었다. 이 변화무쌍한 빛은 진선과 구미호의 법력이 서로 뒤엉키며 생긴 것이었다. 그 파급력이 닿는 범위에 있는 이들은 어떻게든 이곳에서 멀어지고자 격랑 속의 조각배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며 자신이 지닌 모든 힘을 끌어내어 벗어나려고 했다. 이들은 직접적인 공격을 받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위험한 상황이었다.

“사형, 저 요괴랑 구태여 싸우려 하지 말고 그냥 강경하게 제압하시오. 어차피 오래 버티지 못할 테니까.”

노염생이 멀리서 도원자를 향해 전음을 보냈다. 그가 닦은 수행의 경지로는 저 정도의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는 와중에도 세밀하게 전음을 보낼 수 있었다.

때마침 도원자가 움직인 벼락이 요기와 격렬히 부딪쳤다. 그 벼락 한 줄기마다 살기가 느껴지는 법력이 가득 담겨 있었다. 도원자는 사제가 보낸 전음을 듣자마자 언짢음을 숨기지 못하고 눈초리를 들어 올렸다.

‘이것도 충분히 강경한 건데?’

그 말에 도원자는 이제 진선이라 일컬어짐에도, 그 옛날 사형제끼리 실력을 겨루던 세월로 돌아간 듯해 한층 기세가 올랐다.

도원자가 오른손을 들자 그 순간 하늘에서 다시 벼락이 떨어져 내렸다.

우르릉……! 쿠구구……!

연이어 내리꽂히는 벼락은 요괴가 아니라 도원자의 오른손에 떨어졌다. 이어 그가 오른손으로 무언가 잡는 듯한 모습을 취하자, 벼락이 그의 손에 모여 쉴새 없이 전류가 흐르는 장검으로 변했다. 검날 위로는 자줏빛과 푸른빛이 반복해서 떠올랐는데, 검이 내뿜는 빛만으로도 이쪽 하늘 전체가 밝게 비추어질 정도였다.

“요물아, 내 오늘 어뢰술의 고명함을 친히 가르쳐 주마!”

이것은 벼락을 부리는 술법인 동시에 검법(劍法)이기도 했다. 도원자의 이 신통한 술법은 노염생조차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자색과 푸른색을 번갈아 내뿜는 뇌검(雷劍)이 도원자의 손에 나타나자, 그 날카로운 빛을 직면한 구미호는 머리카락이 전류에 모두 빳빳이 일어나는 걸 느꼈다.

그것은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경고였다. 조금 전까지는 몸을 관통하던 벼락을 맞고도 아무런 일이 없었지만, 저 뇌검 앞에서는 머리카락이 벌써 벼락에 담긴 뜻을 느낄 정도였다.

“크릉-!”

도원자가 살기 어린 초식을 쓰려하자, 본능적으로 이를 구미호도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었으므로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그러자 그녀의 요기로 이루어진 아홉 개의 꼬리가 모두 실체로 변했다.

“도원자, 네놈만 검술을 할 줄 아는 건 아니다!”

구미호의 차가운 목소리가 하늘과 땅을 울렸다. 그녀는 다른 요마들의 존재를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에, 양쪽 소매를 펼쳐 크기가 각기 다른 장검을 불러냈다. 마침내 그녀가 오른손에 쥔 것은 가느다랗고 새카만 검이었다. 다른 검은 모두 그녀 주위에 떠올라 있었는데, 이건 보기 드문 어검술(*御劍術: 검을 다루는 술법)이었다.

둘은 곧장 벼락과 바람 같은 속도로 서로를 향해 돌진했다. 일반적으로 도행이 높은 수행자들은 백병전을 벌이지 않았지만, 이때 둘은 약속한 것처럼 서로에게 가까워졌다.

“얌전히 죽어라, 이 요물아!”

“그건 당신 실력을 봐야겠지!”

그 순간, 자줏빛과 푸른빛이 감도는 뇌검과 가느다랗고 새카만 검이 날카로운 기세를 뽐내며 부딪쳤다.

챙-!

포물선을 그리는 어두운 빛이 검날이 맞닿은 부분에서 반짝 빛나더니, 순식간에 끝없이 그 기세를 늘려갔다. 칼날끼리 부딪치는 날카롭기 그지없는 소리가 하늘과 땅을 울리자, 당사자 둘을 제외한 다른 이들은, 심지어 수선자들마저 참지 못하고 미간을 찡그릴 정도였다. 어떤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귀를 틀어막기도 했다.

그러자 하늘에 모여든 뇌운이 격렬히 진동하더니, 두 검날이 부딪친 충격으로 스르르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사이로 햇빛이 비쳐 들어와, 모든 어둠과 추위를 몰아낼 듯했으나 사실 하늘과 땅 사이에 만연한 차가운 기운은 더욱 짙어지기만 했다.

진정한 검객들은 검을 부딪칠 때 무공과 각종 초식을 이용해 실력을 겨루지만, 도원자와 구미호가 검을 휘두를 때 실제로 사용했던 것은 벼락과 검을 다루는 법결이었다. 둘은 순식간에 위치를 옮겨가며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법결을 펼쳤다. 그들의 힘이 맞부딪히며 일으키는 여파는 마치 해일처럼 그 위력이 대단했다.

검을 부딪치는 둘에게서는 시시때때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는데, 그 아름다운 겉보기와 달리 엄청난 살기를 띠고 있었다. 공격의 여파가 미치는 범위에 있던 요마는 물론이고 그 근처에 있던 수선자와 용족들 모두 전력을 다해 몸을 피했다.

쾅……! 쿠구궁! 꽝!

법력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는 이미 천둥소리를 뒤덮을 정도였다. 이때 번개는 이미 멎은 상태였고 먹구름도 서서히 흩어지고 있었지만, 모든 벼락의 힘이 전부 도원자의 손에 모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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