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64화 (64/284)

#64

대신전 습격 사건 (3)

《개체가 조건을 달성하여 성장합니다. 특수스킬「부패한 심장」과 「불사」가 합쳐져 「불사의 심장」으로 진화합니다.》

《개체가 조건을 달성하여 성장합니다. 스킬「마력 친화」가 「마력 지배」로 진화합니다.》

《개체가 조건을 달성하여 성장합니다. 특수스킬「심연의 눈」을 획득합니다.》

한스의 눈앞에 정신없을 정도로 주르륵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

‘드디어!’

불사왕의 후예가 아닌, 진정한 3대 불사왕이 되었다.

[크흐, 크흐하하핫핫—!]

한스가 그 자리에서 광소를 터트렸다.

그에게서 폭풍처럼 쏟아지는 흑마력이 웃음소리에 담겨 파도처럼 주변을 휩쓸었다.

“아··· 정말로 늦어···버렸군요.”

성녀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비틀거렸다.

주변의 다른 이들의 표정도 그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지금 이곳이야말로 불사왕을 상대하기에 가장 유리한 공간! 목숨을 버릴 각오로 마지막까지 싸워라!”]

그런 이들의 머리를 뒤흔드는 피온 추기경의 추상같은 목소리.

그들은 서둘러 정신을 다잡고 다시 무기를 들어 올렸다.

그의 말대로, 지금이야말로 불사왕이 가장 약한 순간이었다.

막 완성한 직후라 심장을 온전히 다루지 못하며, 대신전의 신성 결계로 힘에 제약이 걸린 상태.

목숨을 버릴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정말 가능성이 있을지도 몰랐다.

그럴 각오로 이를 악물고, 결의를 다졌다.

···물론, 사실 그들도 알고 있었다.

그럴 가능성은 없을 거라는 것을.

불사왕 한스는, 불리하다 싶으면 결계 따윈 무시하고 이 자리를 피해 도망갈 능력이 있었으니까.

그렇게 교단 측이 흔들림을 다잡는 동안, 한스는 이번에 얻은 것들을 파악하고 있었다.

‘「즉사 면역」이라. 이제 어이없게 비명횡사할 일은 없겠군.’

제일 처음 받았던 특전은 ‘차원을 넘어선 위업’을 달성한 보상으로 받은 「이계전송진 소환」이었다.

그 덕분에 마음대로 차원을 넘나들 수 있게 되었지.

‘보상의 수준차가 좀 나는 것 같은데. 물론 즉사를 피할 수 있게 된 것도 나쁜 건 아니지만···.’

아마 ‘위업’, 즉 ‘위대한 업적’과 단순한 ‘업적’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거저 얻은 거니 불평할 입장은 아니지.’

진화한 스킬들은 이전 스킬이 더욱 강화된 형태였으니 나중에 찬찬히 살펴보기로 하고, 당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이번에 얻은 새로운 스킬이었다.

「심연의 눈」은 일종의 마안이었다.

할리가 가진 「보석안 : 염동」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흉악한 위력을 가진.

‘보는 것만으로 공포, 혼란 등의 정신 공격을 가하고, 자신보다 낮은 수준의 마(魔)에 속한 존재들을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인가.’

즉, 한스보다 약한 존재라면··· 이제 눈만 마주치는 것만으로 마물, 악마, 흑마법사 상관없이 그의 노예가 된다는 뜻이었다.

격차가 클수록 종속이 강해진다는 제약이 있긴 하지만, 이 유용한 능력은 앞으로의 계획에 큰 도움이 되리라.

‘얻었으면 한 번 써봐야지.’

곧바로 「심연의 눈」을 발동했다.

한스의 푸른 안광이 서서히 사그라지고 그 텅 빈 눈구멍에 어둠이 채워졌다.

두 눈 가득 들어찬,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

“저건···!”

주변의 빛을 빨아들이는 듯한 무저갱 같은 눈이 주변을 훑자···.

“흐읍?”

“아, 아···.”

삽시간에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으며, 그의 시선이 닿은 이들의 전신이 경련하듯 떨리기 시작했다.

“모두 정신 차리세요!”

화아악—!

그때, 갑작스러운 고성과 함께 교단 무리의 후방에서 환한 빛무리가 터져 나왔다.

그곳에는 후광이 태양처럼 활활 타오르는 성녀가 주변에 따스한 빛을 뿌리고 있었다.

[“전승에 기록된 불사왕의 ‘심연을 담은 눈’이다! 절대 마주 보지 않도록 피해!”]

[“바라봐지는 정도라면 제 신성력으로 어떻게든 막을 수 있어요. 하지만 눈이 직접 마주쳐서 생기는 정신 오염은 힘들어요!”]

[“잠깐 마주친 정도는 어떻게든 치유할 수 있답니다. 하지만 그것을 오랫동안 바라보게 되면··· 도저히 손을 쓸 방도가 없으니 조심하세요.”]

신성력을 통한 추기경들과 성녀의 다급한 목소리가 하인리히의 머릿속을 시끄럽게 울렸다.

‘생각보다 더 위험한 능력인가 본데?’

한스는 다시 천천히 그들을 훑어보았다.

성녀의 신성력 덕분인지 아까처럼 과민반응을 보이는 이들은 없었지만, 하나 같이 그의 눈을 보지 않기 위해 시선을 살짝 내리고 있었다.

전투에서 상대방의 눈빛을 읽는 일이 중요하다고 해도, 한스는 애초에 눈이 없었던지라 해당 사항이 없었다.

직접 눈을 보지 않는다고 생기는 페널티는 딱히 없다는 소리였지만···.

‘그래도 의식적으로 눈을 피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전투력에 악영향을 주겠지.’

썩 만족스러운 능력이었다.

주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 마(魔)의 지배도 그렇고, 전투적인 측면에서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바로 떠나기엔 좀 아쉽지. 이런 기회가 흔한 것도 아니니, 좀 더 시험해 볼까?’

불사왕 한스의 첫선이었다.

지금 바로 몸을 빼기엔 좀 모양 빠지지 않는가.

[이 몸은 대륙에 강림한 공포의 화신이자 비극의 징조이니! 절망하거라 교단의 하수인들아. 너희는 실패했다. 그로 인해 죽음이 거리를 뒤덮고 비탄과 원망이 하늘을 찌르게 될 것이다!]

교단의 정예들을 앞에 두고 벌인 당당한 연설.

마지막 파편을 흡수한 탓인지, 한스의 텐션이 평소보다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사 하나하나의 퀄리티가 놀랍도록 자극적이었으니까.

‘주로 내 정신 건강에 말이지. 안 되겠다. 빨리 본론으로 넘어가야겠어.’

[자, 어디 한 번 발악해 보거라. 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니, 기꺼이 놀아주도록 하지. 크크큭!]

한스의 해골 지팡이가 휘둘러지고, 그 끝에 휘감긴 흑마력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경계하는 교단 인원들을 무시하고 지나친 검은 기운은 바닥에 널브러진 언데드들의 잔해에 깃들었다.

달그락—! 후두두둑!

그리고 어떻게 손쓸 새도 없이 여러 곳을 중심으로 순식간에 뭉쳐, 수십 개의 덩어리가 만들어졌다.

완전히 파괴된 언데드들도 재활용할 수 있는 효율성의 극치.

[“시체 골렘이다! 일단 물러나서 진형을 재정비한다!”]

불사왕이 되며 새롭게 「금단의 지식」에 추가된 흑마법이었다.

거기에 듬뿍 흑마력을 부여해 주었더니, 개체들 하나하나마다 온몸이 검은 불길에 휩싸인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럼, 이 차전을 시작해 볼까?]

불사왕 한스의 몸에서 다시 검은 아우라가 피어올랐다.

***

전투는 치열하게 이어졌다.

아무리 한스가 심장을 온전히 계승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그 힘에 익숙해지지 않은 상태라 제대로 된 불사왕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거기에 이곳은 대신전의 중심부였으며, 그와 맞서는 이들 또한 교단의 최정예라고 할 수 있는 인재들이었다.

하지만···.

[“놈이 점점 힘에 익숙해지는 것 같습니다! 더 시간을 끌면 위험합니다!”]

[“아직까지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게 기적이군요. 대신전의 신성 결계 덕이기도 하지만···. 놈이 우리를 가지고 놀고 있다는 뜻이겠죠?”]

충돌이 계속될수록 교단 측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언데드들과 다르게 살아있는 인간인 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지칠 수밖에 없는데, 상대인 불사왕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강해지고 있었으니까.

[“신성 결계로 약해진 상태가 저 정도라니···.”]

이곳이 아닌 바깥에서 맞닥뜨렸다면 어떻게 됐을지 아찔해졌다.

[“성기사들의 피해가 너무 큽니다. 더 시간을 지체했다간 전열이 무너질 터. 그 전에 결판을 내야 합니다.”]

팔라딘 조니엔이 무거운 목소리로 의사를 전달했다.

마물의 숲으로 파견된 토벌대에 최상위권의 성기사들이 대부분 차출된 것이 문제였다.

그 때문에 팔라딘이 그 혼자만 남았기도 했고.

성녀와 추기경들이 불사왕을 상대로 분전하고는 있지만, 전방이 무너지면 그것도 오래 가지는 못 할 것이다.

[“이미 몇 차례나 변칙 작전을 시도했는데, 놈의 대응이 너무 빨라. 마치 우리의 생각이라도 읽는 것처럼···.”]

[“그래도 이대로 가면 전멸입니다. 놈이 방심할 때 어떻게든 타격을 줘야 해요.”]

그들의 고뇌에 하인리히는 내심 뜨끔할 수밖에 없었다.

교단의 저력이 만만치 않았던 나머지, 그를 통해 미리 파악한 정보로 대응한 게 조금 과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이제 슬슬 마무리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끝내는 게 좋을까?’

[“제게 좋은 생각이 있어요. ···하인리히 경?”]

때마침 성녀가 그를 호출했다.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말은, 그가 바라마지 않던 상황이기도 했다.

물론 아직 일개 성기사에 불과한 하인리히에게 그런 부담스러운 일을 맡겨도 될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예, 자신 있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그는 자신만만한 태도로 임무를 받아들였다.

***

교단 측의 공세가 강해졌다.

모든 이들이 마지막 불꽃을 불태우듯 신성력을 쏟아 부어 불사왕을 몰아붙였다.

장기전을 포기한 듯한 그들의 모습에, 그의 기세도 순간적으로 한풀 꺾일 수밖에 없었다.

“흐아압—!”

그중에서도 팔라딘 조니엔은 자신의 몸도 돌보지 않고 저돌적으로 돌진해 왔다.

어떻게든 불사왕의 시선을 자신에게 붙잡아 두겠다는 듯이.

콰지직!

[똑같은 수작이 다시 통할 것 같으냐!]

팔라딘을 튕겨내자마자 연달아 달려드는 성기사들과 은신을 벗고 허공에서 튀어나오는 이단심문관들.

그들은 불길에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쉴 새 없이 자신의 몸을 내던졌다.

[“지금!”]

그때, 불사왕의 머리 위에서 막대한 신성력이 뭉쳐지더니 순식간에 거대한 빛의 기둥이 되어 그에게 내리꽂혔다.

화아악—

성녀의 전력이 담긴 공격에 그의 주변을 감싸던 방어막이 일거에 녹아내렸고···.

동시에, 빛의 기둥 속에서 작은 섬광이 반짝였다.

막대한 신성력의 폭포 속에 묻힌 작은 흐름.

[뭣?!]

불사왕이 이변을 눈치챈 것은, 이미 검날이 그의 목전까지 다가온 직후였다.

[언제 여기까지!]

채앵!

경악한 그가 흑마력에 휩싸인 지팡이를 휘둘러 검을 쳐냈다.

하지만 그의 무술 실력은 정면으로 성기사의 검을 상대하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처음처럼 불시에 허를 찌르는 정도라면 모를까, 이미 알고 대비하고 있던 달인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수준.

은신의 성법과 「축복 : 도약」을 통해 순식간에 불사왕에게 접근한 하인리히는, 유려하게 검을 휘둘러 상대의 모든 방어를 벗겨냈다.

“하앗—!”

절호의 기회.

신성력이 가득 담겨 빛나는 검이 벼락같이 쏘아지고···.

어느새 펼쳐진 검은 장막에 가로막혔다.

찌지직—!

극한의 집중 속에 느려진 시간 속.

서서히 검은 장막을 찢으며 앞으로 나아가고는 있지만, 그 속도는 한없이 더디게만 느껴졌다.

[어림없다!]

설상가상으로 불사왕에게서 뿜어져 나온 시커먼 저주의 불꽃이 하인리히의 전신을 뒤덮었다.

“크윽!”

몸에 두른 신성력이 순식간에 녹아내리고, 그의 온몸이 저주에 침식되기 시작했다.

타오르는 듯한 지독한 고통과 함께 힘이 빠지고, 감각이 교란된다.

···자신만만하게 나섰건만, 모두의 기대를 짊어진 마지막 작전마저 실패해 버렸다.

이대로는··· 그의 검은 불사왕에게 닿지 못할 것이다.

“아니!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코와 입에서 검은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검을 쥔 손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많은 이들의 희생과 도움으로 만든, 두 번 다신 오지 않을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절대 이대로 헛되이 할 수는 없었다!

하인리히는 이를 악물고 검 끝에 신성력을 압축하고, 또 압축했다.

최대한 빨리, 어떻게든 이 장막을 넘어 불사왕에게 도달하기 위해서!

그 영겁과도 같던 찰나의 순간.

《개체가 조건을 달성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특수스킬「축복 : 광검」를 획득합니다.》

순간적으로 하인리히의 몸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벽에 막혀있던 신성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세 번째 축복!’

동시에 조건을 달성해 주교급 신성력에 도달했다.

급격히 증가한 신성력에 그의 검에서 뿜어지는 광채가 더욱 강해졌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곧바로 사용한 「축복 : 광검」의 힘.

검에 담겨 사방으로 퍼지던 빛이 한데 모여 압축되고, 마침내 날카롭게 정련된 검의 날이 만들어졌다.

마치 SF에서 나오는 광선검처럼.

“흐아아압!”

쫘아악—!

내질러진 빛의 검이 한순간에 검은 장막을 갈랐다.

그리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불사왕의 심장을 꿰뚫었다.

푸욱—

[크헉! 네놈···!]

심장에 박힌 검에서 뿜어져 나온 압축된 신성력이 순식간에 그의 전신을 불태웠다.

신성한 불길과 검은 아우라가 뒤섞여 타오르는 불사왕과, 저주의 불꽃과 은은한 광휘가 몸을 뒤덮은 성기사.

그 처절할 정도로 대조적이면서도 묘하게 동질감이 느껴지는 모습이 지켜보는 모두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크윽··· 제법이구나. 감히 이 몸에게···!]

퍼어엉—!

그의 몸에서 흑마력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며, 기회를 틈타 달려들던 다른 이들을 날려버렸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어째서인지 하인리히만은 굳건하게 자리에서 버티며 그의 심장에 검을 꽂아 넣은 채였다.

[크흐흐··· 너무 방심했군. 그래, 너. 교단의 하수인아. 이름이 무엇이냐?]

3대 불사왕의 심장에 검을 박아 넣어 처음으로 치명상을 입힌 자.

불사왕은 그 업적을 인정하듯 상대의 이름을 물었다.

“하인리히··· 랜드가드다! 너를 다시 심연에 처박아 주마, 불사왕!”

[하인리히 랜드가드···. 그 이름 기억하도록 하지. 다음에는 이렇게 쉽게 당하지 않을 것이다! 크하핫!]

장작처럼 타오르는 와중에도, 그의 육체는 신성력과 흑마력이 뒤엉켜 끊임없이 파괴와 수복을 반복하고 있었다.

[기억해라. 이것은 끝이 아니다. 대륙에 어둠이 드리우는 날, 나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어딜!”

[그럼, 다음에 보지. 크큭큭···.]

그 말과 함께, 하인리히의 검에 꿰뚫린 채 타오르던 불사왕 한스의 모습이 사라졌다.

처음부터 그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흑마력에 보호되던 언데드들이 일제히 바닥에 쓰러지며 신성한 불길에 타오르기 시작하고, 전장은 한순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털썩—

그 순간 들려온, 정적을 깨뜨리는 작은 소음.

“아! 하인리히 경! 빨리 치료를!”

자신의 신념을 위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불사왕의 심장에 검을 꽂아 넣는 데 성공한 성기사, 하인리히가 급히 사제들에게 이송되었다.

“세상에··· 어떻게 이 상황에서도 끝까지···.”

정화하는 와중에도 침식된 부위에서 끊임없이 새어 나오는 악랄한 저주의 기운에, 주변에 있던 이들이 경외의 탄성을 터트렸다.

이 정도면 치료가 온전히 끝나더라도 상당 기간 요양이 필요할 정도였으니까.

이 농축된 지독한 저주를 통째로 뒤집어쓴 당사자가 느꼈을 고통이 어느 정도였을지··· 그들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 극한의 상황에서도 기어코 불사왕을 물리친 그의 정신력 또한.

그렇게 하인리히를 비롯한 부상자들의 치료가 이어지고, 전장이 빠르게 정리되었다.

“그런데 역시, 도망가 버렸네요.”

“···그래도 저희 모두가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희생이 크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요.”

“허허허··· 그래도 이번에 심장에 타격을 입혔으니, 당분간은 섣불리 움직이지 못할 겁니다. 그동안 저희도 대륙의 힘을 모아 그에 대항할 준비를 해야겠지요.”

“이것도 전부 그가 끝까지 힘내 준 덕분이죠.”

모두의 시선이 사제들 틈에서 기절한 채 쓰러져 있는 하인리히에게 향했다.

그날, 교단은 마지막 파편을 빼앗겨 불사왕의 재림을 막지 못했지만···.

새로운 영웅의 탄생과 함께, 재앙에 대비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한 사람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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