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160화 (160/284)

#160

수도 침공 그 후 (4)

마침내 사절단 일행이 에나멜 대륙의 엘븐 킹덤 외곽부 숲에 도착하자, 이종족들은 저마다 짧은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나라가 있는 곳으로 헤어졌다.

‘그러고 보니 엘븐 킹덤도 대륙 중심부라는 교통의 요충지에 있어서 집결지로도 제격이네.’

이렇게 말하니 정말 하이 엘프가 운송 수단이라도 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명색이 한 종족의 지도부인데.

“헥, 헥— 이, 이거 생각보다 힘드네요. 라포리 님께서 보조해 주셨는데도 이 정도라니···. 이걸로 어떻게 바다까지 건너셨는지 정말···.”

실습 겸 라포리와 함께 ‘숲의 길’을 운용했던 세실리가 연신 땀을 훔치며 앓는 소리를 냈다.

사실 다른 이들은 그냥 숲길을 걸은 게 전부였지만, 그녀는 왕복하는 내내 라포리 옆에 붙어서 그것과 관련한 교육을 들어야 했다.

이온 대륙으로 갈 때는 기운을 사용하는 법 등의 이론적인 면을 배우고, 돌아올 때는 길을 이끄는 그의 옆에서 조금씩 거들며 실제 운용까지 마쳤다.

그리고 대륙 내부에 들어선 직후부터는 세실리가 주도권을 쥐고 실습까지 마쳤는데···.

“잠깐 한 저도 이 모양인데 이걸 그렇게 오래 유지하셨다니. 역시 라포리 님은 대단하시네요!”

“하하하, 이것도 요령이 필요한 일이지요. 세실리 님도 금방 익숙해지실 수 있을 겁니다.”

그의 위로에 세실리가 배시시 웃고는 저 멀리 우뚝 솟아있는 세계수를 바라보며 감회에 젖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뭔가 기분이 이상하네요. 처음 바다를 건너왔을 때는 제가 개안하게 됐었는데, 두 번째는 해리스 씨라니. 뭔가 징크스가 있는 거 같은데요? 이거 다음번은 누가 될 까요? 우후후.”

“앗, 다음은 제 차례에요! 제가 먼저 예약해 둘게요!”

기회를 포착하고 냉큼 끼어드는 샤피론의 눈이 이글거렸다.

그간 내색은 안 했어도 라이벌이라 생각했던 해리스에게 결국 추월당한 게 어지간히 분했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잠깐의 대화를 끝으로 사절단 일행은 곧바로 세계수로의 여정을 시작했다.

원근감을 무시하는 거대한 나무를 향해 걷기를 며칠.

해리스는 도중에 마주친 여러 마을에서 들려오는 음악 장르의 변화에, 자신이 행했던 문화 침식 계획이 반쪽짜리 성공이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대단한데. 그것들을 흡수해서 아예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버렸군. 일단 영향을 주긴 했으니 성공이라고 봐야 하나?’

과연 음악에 진심인 종족다웠다.

어차피 그의 목적은 다른 방식으로 카르마를 수급하는 것이었으니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성과였지만.

‘드디어.’

하지만 지금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였다.

이동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도달한 것이다.

하늘을 떠받칠 듯 웅장하게 솟아오른 거대한 나무, 세계수의 가지가 닿는 바로 아랫부분에.

“아!”

그리고 해리스는.

《세계수가 자신의 아이를 바라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세계수의 존재를 선명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주신은 너무 거대해 그 편린조차 느낄 수 없었으나 세계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물론, 그 또한 아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줄기는 우주까지 닿을 듯 하늘 높이 솟구쳤고, 세상을 뒤덮을 듯 휘감은 가지에는 열매 대신 별이 맺혔으며, 뿌리는 그가 딛고 선 행성을 움켜쥐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경외감이 들 정도로 압도적인 존재감.

그에 비하면 자신은 나무에 기생하는 자그마한 진드기에 불과했다.

휘이이잉—

그 경이로운 심상에 위압되어있던 해리스는 어느새 자신의 코앞에 작은 주먹만 한 붉은 열매가 다가와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을 매단 가지를 받치고 있는, 그리고 자신의 주변을 휘돌고 있는 형형색색의 정령들도 함께.

과거에 이미 한 번 보았던 풍경이었다.

그가 크게 심호흡하자 폐부 깊숙한 곳까지 상쾌한 공기가 스며들었다.

그때 자신은 세실리가 개안 의식을 치르는 것을 저 바깥에서 지켜보며 이 충만한 공기만을 취할 수밖에 없었지만···.

해리스는 그 ‘세계수의 열매’를 쥐고 망설임 없이 그대로 입가로 가져갔다.

아삭—

‘아!’

한 번 씹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그 과육이 전부 자신의 목구멍으로 흘러 들어와 있었다.

열매에 응축되어 있던 고밀도의 에너지가 순식간에 육체로 퍼져나가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든 부분이 그에 영향을 받아 변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신을 휘돈 에너지의 종착지는 그의 양쪽 눈이었다.

안구 전체에서 느껴지는 찌르는 듯한 통증.

그 일련의 과정이 끝나자, 그는 왜 하이 엘프가 되는 의식을 ‘개안’한다고 하는지 여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마치 필터가 벗겨지듯 세상이 한 꺼풀 그 베일을 벗었다.

《개체가 조건을 달성하여 성장합니다. 특수스킬「별의 관조자」를 획득합니다.》

《개체가 조건을 달성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스킬「정령술」이 특수스킬「자연의 부름」으로 진화합니다.》

단순히 시야가 넓어진 수준이 아니었다.

3인칭 시점으로 보듯 주변을 인식할 수 있었으며, 그의 눈에 비친 세상은 평소보다 훨씬 몽환적이었다.

마치 ‘숲의 길’을 통해 보았던 주변 풍경처럼··· 아니, 그것보다 훨씬 더.

‘「별의 관조자」라···. 이게 그동안 하이 엘프가 보여줬던 여러 능력의 핵심이었군.’

공간을 넘어 숲길을 이동하는 능력도, 타인에게 가호를 내려줄 수 있는 능력도, 숲을 통해 목표물을 탐지하는 능력도.

전부 이 스킬을 매개로 세계수의 힘을 빌려 이뤄지는 이적이었다.

우우웅—

그와 동시에 짤막하지만 강렬한 세계수의 의지가 그의 뇌리를 뒤흔들었다.

주신에게서 느껴졌던 것보다는 훨씬 선명했으나, 그 또한 특정한 언어로 규정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는데···.

해리스는 직감적으로 그 뜻을 파악할 수 있었다.

-너를 지켜보겠다. 나의 아이야.

그에 대한 흥미와 무언가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약간의 의구심.

그 짧은 의지를 끝으로 더는 직접적인 의사가 전해지진 않았지만, 그와 세계수 사이에 영맥이 단단하게 연결된 상태라는 것은 확실히 느껴졌다.

<개체 정보>

-개체명 : 해리스

-종족 : 하이 엘프

-공통 특성 : 「마인드 허브」, 「페르소나」, 「초회복」, 「명경지수」

-개체 특성 : 「세계수의 적자」, 「자연 동화」, 「별의 관조자」, 「자연의 부름」, 「요정 사법」, 「조화의 선율」

-특이 사항 : 세계수의 제사장인 하이 엘프로 개안하며 영맥을 통해 그 힘을 빌릴 수 있게 되었다. 자연력과 친화력이 급격하게 성장해 모든 정령들이 진화를 앞두고 있다. 모든 동식물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는다.

급격한 변화에 따른 여파 때문일까.

그는 몸에서 힘이 빠지고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해리스 님의 개안 의식이 끝났···.”

“조심히 안쪽으로 옮기···.”

그렇게 마침내.

세계수도 모르는 사생아로서 이 세계에 왔던 해리스가, 정식으로 입양되어 당당하게 호적에 올라가게 되었다.

***

“후우—.”

정원을 산책하던 밝은 금발에 청록색 눈을 한 미녀, 아제리온 제국의 5황녀 라일리 카르테 아제리온이 몇 번째인지도 모를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불사왕에게 납치당해 감금당한 지도 어느덧 일주일이 넘은 시점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환경도 깔끔하고 대우도 나쁘지 않아.’

그녀가 있는 거주 구역은 커다란 정원을 중심으로 여러 채의 작은 숙소 건물이 세워진 형태였다.

감옥 같은 환경을 생각했던 그녀에겐 상당히 의외인 일이었고, 각자에게 주어진 숙소 건물도 혼자 살기에는 충분히 넓을 정도로 여건이 좋았다.

‘왠지 모르게 감시자도 이것저것 배려해 주는 듯한 느낌이고. ···적어도 나에게는.’

대체 바깥에선 무슨 일을 하는지, 이곳에 올 때마다 지쳐 보이는 앤드류라는 사내가 황태자를 노예처럼 막 대하는 거에 반해···.

그녀를 담당하는 리리스라는 여자는 오히려 자신의 시녀라도 되는 것처럼 상당히 세심하게 챙겨주고 있었다.

물론 감시역인 만큼 거리감은 있었으나, 스트레스 배출구라도 되는 것처럼 시도 때도 없이 사이먼을 갈구는 사내 쪽에 비하면 천사나 다름없었다.

‘그건 좀 쌤통이긴 하지. 난 운이 좋다고 봐야 하려나.’

하지만 그걸로 무작정 좋아하기에는 그녀가 지금 처한 상황이 너무 암울했다.

아무리 대우가 양호하다고 해도 그녀는 자유가 없는 포로의 신분이었으니까.

그동안 그녀가 한 일이라고는 할당된 거주 구역을 돌아다니다 사이먼과 마주쳐 말싸움하거나, 혼자 조용한 곳에서 명상하며 마법을 수련하는 것이 전부였다.

‘틀어박혀서 수련하기에는 딱 좋은 환경이네. 그동안 바쁘단 핑계로 손 놓고 있었는데, 이참에 다시 진지하게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딱히 할 일도 없으니.’

어렸을 때부터 교양 차원에서 배운 것이었지만, 그녀도 마법에 어느 정도의 소양은 있었다.

무려 그 이세아에게 처음 마법의 기초를 알려준 것이 그녀였으니 당연한 일.

‘물론 금방 역전당하긴 했지만. 내가 몇 년 동안 배운 걸 한 달도 안 돼서 넘어선 건 좀 너무하지 않나?’

자신은 그때 이후로도 줄곧 초급의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인데 말이다.

그렇게 이세아를 생각하며 툴툴거리던 황녀는 입가에 작은 미소를 매달고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지금 그녀가 이렇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전부, 그만큼 이세아를 믿기 때문이었다.

언제 여기서 나갈 수 있을지 기약이 없으며, 어쩌면 불사왕의 변덕에 죽는 것보다 못한 꼴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절망적인 상황을 버티게 해 주는 유일한 버팀목.

‘살아만 있다면··· 세아가 반드시 구하러 와 줄 거야.’

하지만 지금 그녀는 그저 기다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 무력감에 라일리는 쪼그려 앉은 채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자식에 대한 사랑보다는 경쟁을 통한 후계자 선출이 우선이었던 황제.

라일리만 세상에 남긴 채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 4황비와, 그녀를 눈엣가시로만 여기는 황후, 황비들.

그리고 황위를 계승하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치열하게 싸워왔던 형제자매까지.

‘세아··· 언니.’

가장 친근해야 할 가족이 이 모양인데다, 변방의 작은 자작가인 외가는 그녀를 보호해 주기는커녕 이리저리 눈치만 보기에 바빴다.

그 사정은 시중을 들던 사용인들도 마찬가지였으니, 그녀는 이 세상 사람들에 대한 불신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진작 언니라고 불러줄걸. 그게 뭐가 힘들다고.’

그런 환경 속에서 라일리가 진정한 가족애를 느낀 것은 오로지 이세아뿐이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반쯤 애완동물 주워오듯 데려온 감이 있었는데···.

우우웅—

그렇게 그녀가 정원 구석에서 혼자 궁상을 떨고 있던 순간.

거주 구역 중심부의 ‘보이지 않는 문’을 열고 황녀의 감시자인 리리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 손에는 기절한 듯한 사내의 뒷덜미를 잡고 질질 끌면서.

“하아— 앤드류는 또 황태자님을 괴롭히는 중인가 보군요. 하여튼.”

그녀는 라일리가 있는 쪽을 힐끔 보더니, 이내 신경도 쓰지 않고 곧바로 마력을 일으켜 그를 호출했다.

“시··· 아니, 리리스 누님! 부르셨습니까? 갑자기 무슨 일··· 어? 그, 그 사람은?”

그녀의 호출에 사이먼을 들볶으며 강제로 숙소 대청소를 시키던 앤드류가 껄렁거리며 다가오다가, 기절한 사내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져 후다닥 달려들었다.

늘 피곤에 젖어있던 모습과는 달리 그는 신기한 것을 보는 표정으로 연신 그 사내의 옷차림을 훑어보았다.

“갑자기 성 옆쪽에서 나타났다고 하더군요. 주변에 있던 언데드들이 공격하려고 하니까 성 안으로 도망쳐왔다고. 이 근방에서 공간이동은 불가능했을 텐데 말이죠.”

“누님! 틀림없습니다! 이 사람, 저랑 같은 세계 출신입니다!”

이 세계에선 보기 힘든 양식의 옷과 방검복을 비롯한 호신용품.

그녀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그가 들뜬 듯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고···.

‘같은 세계?’

여전히 구석에 쪼그려 앉은 채 뻘쭘하게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라일리의 귀가 쫑긋거렸다.

“아, 그럴 것 같긴 했는데 역시였네요. 왕께서도 미리 짐작하셨는지 이자도 여기서 따로 관리하라고 명하셨어요. 아무튼 이것도 귀한 샘플인데, 일단 여기다 가둬두면 도망가지도 못할 테니까.”

“하핫— 이거 참, 난데없는 신입이라니. 그것도 떨어져도 하필 이런 곳에··· 푸흐흣.”

앤드류가 뭔가 나쁜 생각을 했는지 음흉한 웃음과 함께 실실거리기 시작했지만, 그 웃음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아, 참! 앤드류? 이제 당신은 더 이상 여기 올 필요 없어요. 처음부터 그걸 말해주려고 부른 거였는데.”

“어, 네? 그럼 지금 하는 일은···.”

“후우— 앞으로 이쪽 일은 제가 도맡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당신은 저쪽에서 하던 일에만 집중하면 될 거예요.”

“엇, 어, 그··· 그럼 업무 시간은···.”

“이쪽 일이 없어진 이상, 그건 이제 온전히 올리비아에게 달린 거겠죠?”

마치 못 들을 말이라도 들은 양,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아, 안 됩니다! 저 여기서 일하게 해 주십쇼, 누님! 이러다 저 정말 죽습니다!”

“왕께서 내린 명령이라 어쩔 수 없네요. 아, 그리고 앞으로 당신의 숙소는 이쪽이 아니라 저쪽 구역이니 헷갈리지 않도록 하세요.”

“그··· 흉악한 친구들 있는 곳 말이십니까···?”

필사적으로 애원하는 앤드류와 어쩔 수 없다는 듯 절레절레 고개를 내젓는 리리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라일리의 호기심 어린 시선은 기절한 사내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이세계인··· 세아와 같은···.’

감시자인 앤드류가 이계인이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지금 그녀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이제 막 이곳으로 넘어온 듯한 저 흑발의 사내였다.

그러고 보니 그의 복장도 그렇고, 그녀가 이세아를 만났을 때의 상황과 비슷했다.

물론 그때는 그녀의 외가가 있던 귀족가의 정원이었다면, 이번엔 불사왕의 본거지 근처라는 점이 달랐지만.

‘그렇게 생각하니 저 사람. 운이 지지리도 없네. 하필 첫 시작이 이런 곳이라니.’

이세아를 통해 이계 전송에 대해 알고 있던 라일리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그를 살펴보았다.

이세아도 그녀의 제안이 아니었다면 곤란하긴 매한가지였겠으나, 그래도 그게 이곳만 하겠는가?

“황녀님? 상황은 대충 들으셨겠지만, 앞으로 이 사람도 여기서 지내게 될 거예요.”

“아!”

그렇게 생각을 잠겨있던 도중, 언제 다가왔는지 리리스가 그녀를 내려다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황녀님도 언제까지 여기 계실지 모르는 입장이고. 황태자님 말고도 말동무가 있으면 좋지 않겠어요?”

“······.”

“아, 그러고 보니 이 남자가 먼저 자기 이름을 밝혔다고 하던데— 뭐라고 했더라?”

리리스는 잠시 고민하더니 아직도 기절한 채 자기 손에 잡힌 사내를 흘깃 내려다보았다.

정신을 잃었음에도 알 수 있는 부드러운 인상과 살짝 처진 눈매, 이세아와 상당히 비슷한 인종인 흑발 청년을.

“···헤스페론이라고 했던가? 뭐, 자세한 소개는 당사자에게 직접 듣도록 하세요. 그럼 저는 이만 이 사내를 숙소에 가져다 놔야겠네요.”

갓 이세계로 전송되어 온 지구의 각성자.

헤스페론이 불사왕의 포로로 잡혀 들어온 순간이었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