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
불사왕 vs 용사 파티 (3)
하인리히가··· 아니, 한성현이 지오스에게 가진 주된 감정은 연민과 동질감이었다.
자신 또한 그와 비슷한 처지였으니까.
거기다 그간 티를 내지 않았을 뿐, 조금 동경하는 마음도 있었다.
재기하는 데 2년이라는 시간과 「아바타」라는 능력의 도움이 필요했던 자신과 달리, 그는 그저 오롯한 일념만으로 금방 자리를 떨치고 일어나지 않았던가?
물론 지닌 무력과 명확한 복수 대상의 유무 등 서로 입장이 다르긴 했으나, 자신의 영혼까지 불사를 듯한 그 장절한 의지 앞에선 그저 사소한 문제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콰드드드득—
하지만 그런 것은 그저 개인적인 감상일 뿐.
「공간 베기」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굴절창의 한계를 알게 된 하인리히는 처음부터 지오스에게 보조 이상의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다.
[큭, 이건 또 무슨?!]
그렇기에— 지금 불사왕의 가슴에 발생한 저 공간의 일그러짐은 그도 미처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 당황이 공격을 직접 몸으로 받은 당사자만 하겠냐마는.
‘기회!’
하지만 이미 전투에 깊이 몰입한 하인리히는 일단 딴생각은 뒤로 제쳐둔 채, 당장 눈앞에 보이는 찰나의 빈틈을 향해 성검을 휘둘렀다.
한껏 증폭된 광검으로 날을 벼리고, 그간 갈고닦은 무리(武理)를 가득 담은 「공간 베기」를 사용해서.
[크으··· 어림없다!]
쿠구구궁—
그러나 그 순간 불사왕의 몸에서 발악같이 피어오른 어마어마한 심연은, 성검을 휘감은 빛에 녹아내리는 와중에도 기어코 그 검끝을 흔드는 데 성공했고.
촤악! 화르륵—!
[큭! 네노옴—!]
그 덕에 그는 한쪽 어깨부터 반대쪽 골반까지 베여, 그곳에서 일어난 신성한 불길에 휩싸이면서도 어떻게든 심장을 직격당하는 것만은 피할 수 있었다.
“쿨럭—!”
그리고 그와 조금 떨어진 곳.
창을 내지른 자세로 피를 토하던 지오스는, 불사왕의 기세에 튕겨 나가는 하인리히를 바라보며 아쉬운 듯 중얼거렸다.
“···얕았나.”
당연히 이 힘을 사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니.
이론으로만 정립했던 것이기에 실제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뭔가 감이 잡히는군. 한 번만 더 기회가 있다면···.’
다행히 그러기 위한 기운은 아직 남아있었다.
이걸 사용한다면 이번에야말로 좀 더 확실한 공격을 찔러 넣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감히! 이 버러지가—!]
아쉽게도, 더는 그 기회가 없어 보였다.
[죽어라!]
싸움이 벌어지는 내내 여유로운 기색이었던 불사왕이 분노를 표출하며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연달아 공격을 허용한 건 물론 성화(聖火)까지 그의 몸을 갉아먹고 있었지만, 그는 그것에 대응하기보다 지오스를 해치우는 것을 우선시했다.
“잠깐···!”
“지오스 님!”
푸화악—!
동료들이 미처 손을 쓰기도 전.
바닥에서 솟구친 심연의 가시들이 무방비한 그의 전신을 꿰뚫었다.
***
‘···위험했다. 그런 잔재주를 부릴 줄이야!’
다행히 상대의 공격이 아주 조금 얕았던 데다, 초월적인 지각을 통한 압도적인 시간 우위로 위기를 감지한 즉시 심장을 둘러싼 아공간을 강화했기에 망정이지.
그 공격이 조금만 더 위협적이었으면 연달아 이어진 하인리히의 공격을 제대로 막지 못해 그대로 리타이어 할 뻔했다.
‘저딴 버러지 때문에! 이 몸께서!’
당연히 그도 지오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지닌 비기의 유용성 덕분에 경지 이상의 활약을 보이고는 있으나, 엄밀히 따지자면 그는 극의에서도 중상급에 겨우 턱걸이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하인리히와 할리, 성녀는 물론이고 나머지 둘에 비해서도 그 격이 확연히 떨어지는 상대.
즉, 불사왕의 입장에선 그동안 신경 쓴 적도 없던 엑스트라에게 일격을 허용한 셈이었다.
‘명을 재촉하는구나! ···어차피 이참에 전부 죽여 버릴 셈이었지만.’
그 말대로.
사실 그는 처음부터 하인리히와 할리를 제외한 나머지는 이 자리에서 모조리 정리해 버릴 생각이었다.
주신교단의 성녀와 엘븐 킹덤의 하이 엘프, 차기 황제의 벗인 대마법사까지 죽인다면 대체 카르마가 얼마나 들어올 것인가?
그 후폭풍과 더불어 드높아진 불사왕에 대한 공포는 곧 압도적인 포인트로 돌아오게 될 터!
‘협력? 공조? 필요 없다! 이 몸이 나머지 놈들을 모두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카르마를 벌어들이면 그만이지 않나!’
정신에 장벽을 세우고 연결을 끊은 이후부터, 안 그래도 불안정했던 그의 사고는 시시각각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었다.
힘을 위해 포인트를 모은다는 기본적인 골자는 변함없었으나, 그 외의 모든 부분이 오직 자기만 생각하는 쪽으로 비틀려버린 것이다.
[크크큭— 그래, 너무 쉬우면 재미없지.]
불사왕은 쏟아지는 정령 화살과 이세아의 마법을 막아내며 몸을 집어삼키는 신성한 불길을 심연으로 잠재웠다.
혼자 힘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했거늘, 이렇게까지 된 이상 더는 고집 부릴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많이도 필요 없다.’
불사성을 지킬 몇몇 간부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쟁 준비를 마치고 남하를 시작한 탓에 한창 바쁜 상황.
그러나 그에겐 언제든 부를 수 있는 사랑스러운 애완동물이 있었으니.
[나와라, 헤라토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캬아아아악——!]
거대하고 흉악한 본 드래곤이 공간을 찢고 모습을 드러냈다.
***
뒤늦게 개입한 리에스타 덕분에 지오스는 즉사하지 않고 뒤로 후송될 수 있었다.
물론 전신이 꿰뚫린 데다 심연에까지 오염되었으니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심지어 지금은 전력으로 치료에만 전념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캬아아아——!]
공중에 날아오른 본 드래곤, 헤라토스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파괴의 정수가 아래로 내리꽂혔다.
“인텐시브 배리어!”
“주신이시여!”
콰아아앙—!
불사왕이 빈틈을 보인 순간부터 마력을 통제하는 데 성공한 이세아의 마법과, 지오스의 목숨을 붙들면서도 계속해서 방벽을 유지하고 있던 리에스타가 브레스를 방어하고.
“호리아, 에퀴스틴, 메이루, 디만타!”
불과 바람, 물과 대지 4대 속성이 뒤섞인 리디아의 화살이 체공 중인 헤라토스를 저격했다.
그렇지 않아도 힘겹게 버티던 상황에 이어진 본 드래곤의 가세.
당연하지만 그 와중에도 후방을 향한 불사왕의 공세 또한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었다.
[크크큭— 무얼 하느냐, 용사 하인리히? 동료들을 살리고 싶다면 나를 무찌르는 게 최선일 텐데?]
“네놈···!”
그리고 하인리히는 깨달을 수 있었다.
한스는··· 불사왕 한니발 스트라우스는, 진심으로 이 자리의 동료들을 모두 죽여 버릴 생각이라는 걸.
“어째서···!”
저도 모르게 그렇게 입을 연 그는 차마 뒷말을 잇지 못하고 이를 악물었다.
진작부터 상태가 좋지 않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젠 진짜 불사왕이 되어버린 상대에게 무슨 말을 한들 통할 리가 없었으니.
‘할리는···.’
건물 결계 바깥에서 다수의 마인들과 대난투를 벌이던 할리.
이미 격이 딸리는 대부분의 마인들을 전멸시키고 대전사급도 하나 처치한 뒤 시종일관 우세를 점하고 있었으나, 남은 놈들을 뿌리치고 도우러 오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그렇다면 지금 쓸 수 있는 방법은?
‘방법이··· 없다.’
강하게 짓씹은 그의 입술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다른 수단에 의지해야만 하는, 뭘 어찌할 수 없는 무력함에 절망이 몸속에서 독소처럼 퍼져 나갔다.
‘···뭐가 성자고, 뭐가 용사냐. 짜고 치는 연극이 아니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심연의 가시에 온몸이 꿰뚫리던 지오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를 용사 파티에 받아들인 건 비기에 대한 욕심도 있었지만, 주요인은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던 위태로운 모습 때문이었다.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그가 분노를 원동력으로라도 살아갔으면 해서.
그 과정에서 그의 ‘진짜 원수’인 역천의 서약 소속의 흑마법사들, 그중에서도 대륙적인 제물 의식을 여는 데 관여한 놈들은 모조리 지오스가 직접 죽일 수 있도록 손을 쓰기도 했다.
아마 남은 관계자는 이곳 남부에서 직접 균열을 연 발테온 일파와 배후인 혁명가가 전부이지 않을까.
‘···이제 최종 목표인 불사왕을 대면하기 전까지는 최대한 마음을 추스르게 하려 했는데.’
하인리히는 밀려드는 참담함에 질끈 눈을 감았다.
[포기한 건가? 용사. 크흐흐흐— 그것도 재미있겠구나. 어디 동료들이 죽는 걸 같이 즐겁게 감상하자꾸나. 나의 대적자, 하인리히여. 내 너에겐 자비를 베풀어주겠다.]
사경을 헤매는 지오스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목숨도 위험했다.
그가 성기사가 되기도 전, 로셀리아 대신전에 첫발을 내디디며 마주하게 된 성녀 리에스타.
같은 한국인 출신 각성자이자 용사 파티의 초창기 멤버이며, 헤스페론의 스승이기도 한 이세아.
함께한 지 얼마 되진 않았으나 이 위험한 일에 기꺼이 자원한, 해리스와도 안면이 있는 리디아.
그러나 지금의 자신은, 너무나도 무력하다.
‘주신이시여···.’
꽈악—
그렇게 치밀어 오른 격정에 양손으로 검의 손잡이를 강하게 비틀어 쥐던 그는.
문득 떠오른 의문에 천천히 눈을 뜨고 자신의 손에 잡힌 성검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경지로 따지자면 초월에도 이르지 못한 그를 인류의 정점에까지 끌어올려 준 신의 무구.
그래.
그는 아직도 초월에 이르지 못했다.
어째서?
무인으로서 부족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무인임과 동시에 성직자이기도 하지 않은가?
그것도, 대축복까지 받아 무려 ‘성자’라고까지 불리는 성직자의 정점.
그런데 어째서 그는 아직도 벽을 넘어서지 못했는가?
‘성직자의 제1 조건이자 신성력의 근간.’
신에 대한 믿음.
‘나의 믿음은 초월에 이르기에 합당한가?’
「마인드 허브」와 「페르소나」로 주입된 가짜 믿음에, 주신의 자비로 부여받은 신성력.
하인리히란 존재는 정녕 성자라 할 수 있나?
‘···성자라는 호칭도, 그저 신에게 대축복을 받았기에 얻은 것일 뿐이지.’
말하자면 그저 인간들 사이에서의 약속일뿐이었다.
물론 일반적으론 대축복을 받을만한 수준이 되면 그에 어울리는 믿음 또한 갖추게 되겠지만··· 그의 경우는 조금 특별하지 않은가.
‘···주신이시여.’
하인리히는 다시 성검을 단단히 틀어쥐었다.
그리고 그간 몇 번이고 실패했던, 무모한 도전을 재차 반복했다.
[···호오? 다시 싸울 셈인가? 그것도 좋지. 크핫! 어디 발버둥 쳐 보거라, 용사여!]
불사왕의 조롱과 비웃음을 무시하고 공간을 도약해 휘두른 공격.
그러나 역시 가볍게 파훼 당하며 좁혔던 거리가 다시 순식간에 멀어졌다.
‘이제 와서 이런 생각하는 것도 뻔뻔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달려들었으나, 쏟아지는 흑마법과 심연의 힘에 조금씩 피해가 누적되며 점점 피투성이가 되어갔다.
‘믿음이란 게 그리 쉽게 생기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리에스타에게서 전해진 신성력에 몸이 한층 고양되었다.
방어막 유지에 치료까지 하면서 이쪽의 상황을 보고 버프까지 추가하다니.
공격적인 면만 부족할 뿐, 과연 ‘성녀’라고 할 수 있는 모습에 쓴웃음이 지어졌다.
‘그러나 저는 믿습니다.’
아무리 하인리히가 믿음과 신념이 집적된 자아라 한들, 올바른 신앙이 결여되어 있다면 그 순수함에서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주신의 묵인하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신성력을 허락받을 수 있었다.
어째서 그게 가능했겠는가?
‘제가 이 세상에, 주신께서 아끼시는 이 아우테리카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답은 간단했다.
그저, 주신이 허락했기에.
그럼 주신은 왜 그에게 그런 특혜를 허락했을까?
‘저는 믿습니다. 주신께서 원하시는 바를, 제가 행할 수 있다는 것을.’
그것 또한 간단한 문제였다.
이세계에서 온 특별한 존재, 그러면서 꼼수로라도 주신과 접촉할 수 있는 그에게 뭔가 바라는 게 있기에 그런 것이겠지.
그리고 그것은 아마 심연과 관련된 무언가일 터였다.
‘저는 저 자신을··· 제 가능성을 믿습니다. 그리고 이런 저를 믿어주시는 당신 또한 믿습니다.’
신에 대한 순수한 경배가 아닌, 조금 비틀린 믿음이었지만···.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게 최선이었다.
‘주신께서도, 저를 믿고 이런 힘을 허락하신 거 아닙니까?’
날아든 심연에 의해 옆구리가 터져 나갔다.
성자가 되며 받은 순백의 갑옷, 움직이는 성채나 다름없는 ‘영광의 수호’는 이미 너덜너덜해진 것을 넘어 곳곳에 구멍까지 뚫렸다.
‘그러니까!’
이미 몇 번이고 되풀이된 과정의 반복.
온갖 피해를 감수하고 접근했음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악화되기만 한다.
체내에 과하게 쌓인 심연이 이젠 신성력의 운용마저 방해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왕 믿을 거, 간 보지 말고 화끈하게 믿어 주십쇼! 그간 쌓인 정이 있는데 가불 좀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도 당신을 믿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테니, 일단은 그쪽이 먼저 날 믿어 달라.
그런 억지를 부리며, 한계에 달한 체력을 무시하고 끝까지 앞으로 나아가며 검을 휘둘렀다.
그 믿음만 있다면 나는 결코 멈춰 서지 않는다는 듯이.
[크하하핫— 마치 불나방 같구나, 용사··· 음?]
그러나 그 의지에 먼저 응한 것은.
이전에 한 번 겪었던, 예상치 못한 현상이었다.
콰드드드득—
불사왕의 가슴께에서 일그러지는 공간.
만신창이가 된 지오스가 끝끝내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마지막 생명을 불살라 가한— 공간을 파괴하는 비의였다.
하지만.
[크흐! 이놈, 어림없다! 이 한니발 스트라우스가 한 번 당했던 수법에 또다시 당할 것 같으냐!]
그래, 불사왕은 그런 불합리한 존재였다.
아무리 목숨을 건 일격이라 해도··· 전혀 예상치 못한 최초의 기습 때라면 모를까, 이미 한 번 겪은 공격에 대응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는 초월에 이른 지각과 압도적인 공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비틀어지는 방향의 반대로 힘을 가하며 쪼개지는 공간을 억지로 이어 붙였다.
‘초격보다 훨씬 더 완성도가 높아졌군. 무방비한 채로 이걸 처음 맞았다면···.’
아마 이어서 날아든 성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꼴사납게 도주해야 했겠지.
하지만 그건 이미 지나간 일일 뿐이었다.
지금 그는 무사히 공격을 방어했고, 하인리히 수준으로는 이 초월적인 지각 속에서 발생한 대응의 빈틈을 노릴 수 없···.
“내가 말했지, 한스.”
그러나, 또다시 그의 계산이 빗나갔다.
지금까지 그에게 농락당하기만 했던 하인리히는 아무렇지 않게 그의 ‘시간’ 속으로 성큼 파고들어 왔고—.
푸욱—
“반드시 그 심장에 성검을 꽂아주겠다고.”
[커헉?! 너, 설마···!]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하게 빛나는 하인리히의 성검이.
불사왕 한니발 스트라우스의 가슴에 박혀 들었다.
***
스윽—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바타는 곧 나 자신.
아무리 별개의 육체에서 벌어진 일이라 해도, 존재의 한계를 초월한다는 중대사가 본체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할 리 없었다.
그런데 그런 큰일이 무려 세 번이나 연달아 일어났으니.
이렇게 예정보다 일찍 눈을 뜨게 된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하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어 나오는 것은 그저 한숨뿐.
“···개판이군.”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간 산산이 나뉘어있던 의지가 한곳으로 모여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