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239화 (239/284)

#239

제피아 공화국 (2)

세계적인 환란으로 모두가 힘든 시대.

그 속에서 강대국인 제피아 공화국의 내부에 발생한 균열은 겉으로 드러난 것 이상으로 더욱 심각했다.

손에 넣은 상층부 인사들을 통해 나라 전체를 좌지우지하려고 드는 오바이포 클랜.

그들의 마수에서 국가를 지키고자 하는 애국심으로, 혹은 이를 기회로 새로운 권력을 잡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여러 하부 세력.

혼란한 틈에 기회를 노리고 슬금슬금 일어나는 어둠의 조직을 비롯한 군소 진영들까지.

이 이상 시간을 지체한다면 더는 돌이킬 수 없게 될지도 모를, 그런 위험한 상황이었다.

‘역시 이렇게 하는 게 최선이야.’

그에 공화국인 부통령인 케일라 맥클레어도 어쩔 수 없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터져 나오기 전에 사태를 진정시키고 나라를 수습하기 위해선 이 방법밖에 없다고.

‘···정말 이 수밖에 없었을까?’

하지만 그 결심 속에서 자꾸 얹힌 것처럼 회의감이 느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의 협조를 받고 공화국 내부에 침투한 탈리아 왕국 하이브리드의 뱀파이어들.

아무리 변명한들 이것도 결국 자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해 외세를, 그것도 뱀파이어라는 마물이나 다름없는 족속들을 끌어들인 것이지 않던가!

차라리 교단에게 도움을 요청했더라면···.

‘아니, 그럼 오히려 일이 더 커졌겠지. 거기다 그렇지 않아도 그쪽도 여력이 없는 상태일 텐데. 차라리 지금처럼 괴물 놈들끼리 상잔하게 만드는 게 더 좋을···.’

그렇게 애써 갖은 핑계를 떠올리던 그녀는 이내 생각을 멈추고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자기가 생각해도 구차한 변명거리일 뿐이었으니까.

그러나 그녀가 나라를 위해서 여러 가지를 따져보고 이런 결단을 내린 것도 분명 사실이었다.

다만 그 의사 결정 과정에서 아주 약간, 개인적인 사심이 조금 포함되었을 뿐.

‘테미···.’

이십여 년 전에 잃은 외동아들을 떠올린 케일라가 입술을 짓씹었다.

하이브리드가 협조의 대가로 그녀에게 제시한 것이 바로 그 아들과 관련된 사건의 진실, 그리고 복수였다.

뱀파이어의 계급은 철저한 피라미드식 지배 체계.

종속된 상급자의 명령에는 어떤 거짓도 고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 흐릿해진 머릿속의 기억을 억지로 되살리는 것 또한 조금 과격한 혈마법을 사용하면 그리 어렵지도 않았고, 그 과정에서 오는 약간의 부작용 역시 튼튼한 뱀파이어에겐 크게 문제 되지도 않았으니.

즉, 그들이 오바이포를 손에 넣는다면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그날의 진상에 대해 당사자들에게 직접 듣고 처벌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었다.

역시 아무리 생각해 봐도 무려 이십여 년 전 일의 진상을 캐는 데는 이 방법이 최선이었다.

‘···혹시 아직 어딘가에 살아있다면 좋겠지만, 설령 그게 아니더라도···.’

부모라면 자식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다못해 시신이 묻힌 위치만이라도 말이다.

“하아—.”

답답한 마음에 저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쉰 케일라가 천천히 걸음을 옮겨 주택의 창가로 향했다.

그리고 그 너머의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부디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길 기도했다.

그녀의 복잡한 심경은 아랑곳하지도 않는다는 듯 휘영청 밝은 빛을 흩뿌리는 보름달.

거기서 뿜어져 나온 빛은 언제나처럼 부드럽고 은은하게 지상을 쓰다듬을 뿐이었다.

지금 그녀가 숨어있는 이 허름한 안가의 내부는 물론이고.

하이브리드와 오바이포, 뱀파이어 사회의 패권을 둔 전쟁이 시작된 공화국 수도 인근과···.

하이 로드인 하인즈 2세가 직접 나선 장소에까지.

‘···구름 한 점 없이 맑구나.’

새로운 역사가 태동하는 순간과 어울리는— 아름다운 밤이었다.

***

쉬악—! 콰득!

어둠 속에서 뱀처럼 날아든 핏줄기가 목표물의 목덜미를 노리고 방향을 꺾었다.

“큭, 어딜!”

하지만 상대는 그것을 미리 예측이라도 한 듯, 기묘하게 몸을 뒤틀며 한쪽 팔뚝을 대신 내밀어 피해를 최소화하고 곧바로 적에게 달려들었다.

선공을 취한 이와 반격하는 이 모두의 몸에서 짙은 핏빛 혈마력이 피어올랐다.

“가축으로 전락한 돼지 놈들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우매한 놈들이. 이미 새로운 피의 질서가 도래한 지 오래거늘 아직도 눈과 귀를 가리고 있구나! 그분이야말로 우리를 번영으로 이끌어 주실 왕이다!”

인간 사회에서 터부시되는 뱀파이어들끼리의 싸움.

놀랍게도 이것은 어디 외딴곳의 인적이 드문 장소가 아닌, 동부의 강대국 제피아 공화국의 수도 울레토르 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그것도 한두 곳이 아니라 도시 곳곳에서 발생할 만큼 어마어마한 규모로.

“비상! 비상! 놈들이 의원님을 노린다!”

“막아라! 침입자가 더 안으로 들어오게 내버려 둬선 안 된다!”

그리고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만한 규모로 일어난 싸움들이 모두 처음 의도한 대로 은밀하게 진행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거기다 이곳은 오바이포 클랜이 오랜 시간 작정하고 둥지를 튼 그들의 홈그라운드.

외부의 습격에 대한 대비는 이미 한참 전에 끝나 있었고, 그들은 그걸 이용해 슬쩍 뒤로 물러나 꼭두각시가 된 인간 병력을 대신 전면에 내세웠다.

하이브리드가 대륙 각지에서 뽑혀서 온 정예들로 습격 부대를 꾸렸다면, 오바이포는 그러한 전력의 열세를 제피아 공화국에 기생하는 식으로 벌충한 것이다.

‘물론 그 정도야 충분히 예상했지만.’

당연히 이곳에 데려온 하이브리드의 뱀파이어들도 다 그것까지 감안하고 선별한 이들이었다.

아무리 놈들의 대비가 철저하더라도 각 구역에 상비된 병력만으론 대응하기 힘든 수준이 되도록.

‘쉽게 진화되진 못하겠지. 그리고 나는 이 틈에···.’

그렇게 곳곳에서 느껴지는 소란을 뒤로하고.

하인즈 2세는 난데없는 난리에 조금씩 잠에서 깨어나는 도시를 느긋하게 둘러보면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멈춰라! 더는 앞으로··· 컥!”

“무, 무슨? 감지되지도 않았···.”

피슉— 푸확!

일부러 평범한 수준으로 기세를 감췄더니 몇몇이 주제도 모르고 불나방처럼 달려들기는 했으나, 그는 가까이 다가오기도 전에 한 줌의 핏물이 되어버린 잡졸들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그저 앞으로 계속 나아갈 뿐이었다.

유능한 올리비아가 통솔하는 유령 첩보 부대 덕분에 파악할 수 있었던 목적지.

적들의 수괴, 성혈 오바이포가 숨어있는 은신처로.

“크으— 이 무슨 괴물이···!”

“물러서! 우린 접근할 수도 없—!”

푸화악! 쁘지직—!

주변에 몰려든 놈들에게 그저 가볍게 시선을 주었을 뿐인데, 걸음걸음마다 피어오르는 피 분수에 지나온 길이 붉게 물들었다.

물론 그것도 아주 잠시뿐.

바닥을 흥건히 적신 핏물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바닥을 기어, 하인즈의 발을 통해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피바다였던 것이 마치 환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눈 깜짝할 새에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말끔하게 변한 거리.

무심하게 발을 옮기던 그의 눈앞에 몇 줄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른 것은 그때였다.

《특수스킬「혼혈진화」의 영향으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스킬「융화」를 획득합니다.》

《특수스킬「혼혈진화」가 하위능력인 「융화」를 흡수하고 더욱 강화됩니다.》

그는 상당히 오랜만에 보는 스킬의 발동 알림에 눈에 이채를 머금고 그것을 살펴보았다.

‘「융화」라. 아우테리카의 뱀파이어들은 딱히 명확한 혈계 능력이랄 게 없어서 뺏어올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아니었나?’

다양한 흡혈인자를 수집해 끊임없이 자신을 진화시키고, 부가적으로 희박한 확률로 그 안에 담긴 가능성마저 강탈해 오는 「혼혈진화」.

이미 각 차원의 흡혈인자는 지구에서 긁어모을 수 있을 만큼 긁어모은 데다, 자신의 격이 너무 오른 만큼 격하의 혈액으로는 강탈의 발동 확률이 너무 떨어져서 한동안 잊고 있었거늘.

어떻게 용케 그 낮은 확률을 뚫고 스킬을 가져오는 데 성공했던 모양이었다.

‘···아니 뭐, 그 스킬도 생기자마자 곧바로 재료로 사라져버렸으니 큰 의미는 없지만.’

그것도 그 스킬을 발굴한 주체인 「혼혈진화」에게.

이 정도면 자급자족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하긴, 괜히 어정쩡하고 비슷한 스킬 여러 개를 가지고 있는 것보단 여러 개를 합쳐 진화시킨 스킬 하나가 훨씬 더 쓸모 있는 건 사실이었다.

그의 다른 스킬들과 마찬가지로.

<개체 정보>

-개체명 : 하인즈 2세

-종족 : 뱀파이어 (성혈)

-공통 특성 : 「마인드 허브」, 「페르소나」, 「명경지수」, 「괴력」, 「제노글로시」

-개체 특성 : 「피의 일족 (성혈聖血)」, 「혼혈진화」, 「피의 신비」, 「정제혈정」, 「존재부정」, 「급가속」, 「초재생」, 「통찰」

-특이 사항 : 뱀파이어의 뿌리인 성혈에 올라 종의 한계를 초월했다. ‘하이브리드’ 혈맥의 시조로서 혈족들에게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한다. 「급가속」의 영향으로 더욱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고, 「통찰」의 영향으로 인과의 자락을 좀 더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하인즈의 초기 스킬이었던 「가속」과 「신경과민」이 합쳐져 「급가속」이, 강탈한 스킬인 「간파」와 「혜안」이 합쳐져 「통찰」로 진화했다.

성능이야 말할 것도 없는 수준.

그 덕분에 이제 순혈 이하의 뱀파이어는 그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한 줌의 핏물이 되어버릴 정도가 되지 않았던가.

모르긴 몰라도 단순히 격하의 상대뿐만 아니라 동급 이상의 상대에게도 상당한 쓸모가 있을 터.

이제부턴 그걸 실전에서 확인할 차례였다.

‘흐음, 여기인가.’

그렇게 워밍업도 겸해서 일부러 모습을 드러낸 채 걷길 얼마간.

마침내 그는 목표로 삼았던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제피아 공화국에서도 상당히 오랜 세대 동안 자리를 유지해온 한 상원의원의 저택.

이곳이 바로 오바이포의 전진기지···, 쉽게 말해 탈리아 왕국에서 브라이트 공작가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곳이었다.

‘하기야 나라를 집어삼키기 전에 권력층의 일각부터 확실히 손에 넣는 게 상식이겠지.’

하인즈는 지그시 눈을 감고 초월적인 기감을 더욱 집중했다.

과연 적의 본거지답게 범상치 않은 결계가 떡칠되어 있긴 했으나, 그래도 그의 능력이라면 간접적으로나마 내부의 강적을 감지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었다.

‘확실히 이 안에 있군.’

느껴졌다.

자신이 뻗어낸 기감과 충돌하며 꿈틀거리는 인과의 실타래가.

‘그나저나, 역시 나올 생각은 없는 건가.’

상대의 대응을 보려고 일부러 정면으로 당당히 쳐들어온 것도 있는데 이렇게까지 반응이 없다니.

이쪽의 존재를 느끼지 못했을 리가 없건만, 확실히 따로 뭔가 준비한 게 있긴 한 모양이었다.

“흐음. 안에서 뭐가 나오든 정면으로 박살 낼 자신은 있다만.”

저택을 눈앞에 둔 하인즈가 천천히 턱을 쓰다듬었다.

함정임이 분명한 적의 본거지, 목표인 상대는 나올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고, 저택엔 온갖 결계가 둘러쳐져 외부에서 뭔가를 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사실 안에 들어가더라도 진짜 위험한 함정이 있으면 소환 해제로 몸을 뺄 수 있으니 딱히 상관없겠으나···.

‘뭔가 기분이 나쁘단 말이지.’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살살 배알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손님이 찾아왔으면 응당 나와서 맞이하는 게 집주인의 도리가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떡하니 집안에 틀어박혀서 ‘알아서 문 열고 들어오든지 말든지.’ 하고 있으면 찾아온 손님이 얼마나 섭섭할까.

이는 동방예의지국의 건실한 청년으로서 결코 묵과하고 넘어갈 수 없는 무례였다.

‘어쩔 수 없지. 이 한 몸 팔 걷어붙이고 나서는 수밖에.’

문득 어디선가 들어봤던 명언 한 구절이 뇌리를 스쳤다.

안 되면 되게 하라.

어느 성현께서 말씀하신 건지, 역시 참 좋은 말이었다.

***

저택 내부.

늙은 노인의 외양을 한 오바이포가 느긋하게 자리에 앉아 다기 잔을 흔들었다.

“생각보다 조금 이르지만··· 썩 나쁘진 않군···. 어차피 준비는 모두 끝난 상황이니··· 직접 와준다면야 귀찮음을 덜 뿐이지···.”

자신은 모든 뱀파이어의 왕이 될 자.

신하 될 이가 스스로 알현을 청해 왔는데 매정하게 대할 생각은 없었다.

물론 지금은 다소 콧대가 높은 듯 보이니 약간의 교육은 필요하겠지.

여기까지 도달하는 것 또한 그것을 위한 한 가지 절차.

상당히 공을 들여놨으니 아마 이 앞에 도착할 즈음이면 놈도 그럭저럭 대화할 수 있는 태도가 될 터였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결계 내부로 뭔가가 들어오는 것이 감지되었다.

자신의 존재감을 죽이고 있는지 느껴지는 기척이 묘하긴 했으나, 거기서 느껴지는 존재감과 마력은 분명 그 하인즈라는 자의 것이었다.

“과연 어떨지 궁금하구나···. 그래, 어디 흡혈왕이라 자칭할 만한 모습 정돈 보여다오···.”

그 기대되는 상황에 얼굴에 흐릿한 미소를 지은 그가 잔을 들어 올리던 순간.

쿠르르릉—

미세하게 느껴지는 진동에 다기 잔을 들던 오바이포의 손짓이 멈칫했다.

이어서 그의 얼굴이 미미하게 찌푸려지며 고개가 슬쩍 기울여졌다.

‘흠, 시험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난동을 부리는 건가? 하지만 이미 들어온 이상 내부에서 날뛰어봤자 아무 소용없다. 제대로 시험을 치르지 못하면 더···.’

콰르릉— 콰앙—! 쿠웅!

그러나 그의 냉소와는 달리, 뭔가가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그가 있는 공간이 거칠게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뭐지? ‘중첩위상반전 이면 세계’를 핵이 있는 이곳까지 오지도 않고··· 내부에서 흔들고 있다고···?”

그렇다고 외부에서 공격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위상을 중첩하여 뒤집은 이 이면 세계는 내부에서건 외부에서건 강한 저항력을 가지며, 설령 공간에 개입해 파괴하더라도 멀쩡한 반대편 위상을 덧씌워 순식간에 수복해 온전히 무력화하는 건 불가능했다.

굳이 따지자면 파훼법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건 이론상의 억지에 가까운···.

콰아아앙——!

그렇게 그가 생각을 채 마무리하기도 전.

세계가 뒤흔들리는 듯한 격렬한 폭음 소리가 공간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그 요란한 폭음이 끝난 직후.

“그래, 드디어 얼굴을 보게 되는군.”

익히 전해 들었던 말투의, 하지만 직접 접하는 건 처음인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파이포는 천천히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노크가 과격했던 건 사과하지. 집주인이 가는귀가 먹었는지 도통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아서 말이야.”

그래서 무심코 문짝을 부숴버렸다고.

하인즈는 전혀 미안하지 않은 얼굴로 툭 사과의 말을 던졌다.

그래도 자기 덕분에 통풍은 잘되지 않겠냐는 듯한 뻔뻔한 표정으로.

그에 오바이포는 애써 입꼬리를 파들거리며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한 마디를 애써 억눌렀다.

왕은,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해야 했으니까.

그것이 설령—.

‘···문짝 수준이 아니잖아···!’

정문 부근부터 그가 있는 응접실을 지나기까지.

대충 저택의 삼분의 일을 가르는 길이의 커다란 구멍이 뻥 하니 뚫려 있다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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