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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재벌집 청소부-27화 (27/122)

27화 죽음의 비즈니스(2)

오명환은 배달부와 담배를 주고받았고 어쩔 수 없이 폐기물 처리장 반대 시위에 참여한 얘기를 했다.

“들켰어. 씨발!”

“들키다뇨?”

오명환이 묻자 육동춘이 거칠게 소리 질렀다.

“그 자식에게 놀아난 거라고! 너희 둘을 데리고 완전히 장난친 거야.”

“설마!”

“그럴 리 없습니다.”

파아악!

육동춘은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

유태수는 배달부와 통화 중이었다.

유태수는 지그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적당히 하시오. 지나쳐도 문제가 생기는 법이오.”

[틀린 말은 아니지. 하지만 내 걱정은 말게. 난 항상 자네에게 모든 관심을 쏟고 있어.]

배달부는 유태수가 악을 징벌하는 데 철저히 지원하고 네오와 끈을 연결하는 어시스터다.

몇 마디를 나누고 핸드폰을 내릴 때 갑자기 문자가 왔다.

아랍어.

이라크 현장 발령이 떨어지면서부터 기본적인 아랍어 공부는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소통은 된다.

「라피끄 의심자 발견」

벌떡!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난 유태수는 서랍을 열고 글록 19를 꺼냈다.

그리고 17발들이 탄창을 끼운 뒤 여분으로 두 개를 더 주머니에 챙겨 넣고 마지막으로 소음기까지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곧바로 전화번호를 누른다.

“코헨!”

코헨은 사이먼을 만나러 나갔다.

유태수가 전번에 얘기했던 CIA 차원에서 무기 지원이 어렵다면 제삼자를 통해 우회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귀띔했고 지금 담판 중일 것이다.

[그게 정말인가?]

“니로몰 거리 23번지로 오시오.”

전화를 끊고 곧바로 현관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간 유태수는 랜드로버에 시동을 걸었다.

코헨은 포드 익스플로러와 랜드로버 두 대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그중 한 대를 준 것이다.

부우웅!

시동을 걸고 리모컨을 누르자 육중한 창살로 된 대문이 열렸다.

부우우우!

유태수는 곧장 차를 몰고 저택을 빠져나갔다.

***

니로몰 23번지는 모술 전통시장 입구다.

시장 입구인 만치 밤낮으로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면서 또한 가장 빈번하게 테러가 일어나는 곳 중 한 곳이다.

사람이 많다는 건 테러범들에게 여론과 언론이 자신을 향하도록 하는 효과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딸칵!

차를 길가에 세워놓고서 유태수는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일부러 에어컨을 끄고 창문 유리를 완전히 내려놓았다.

탁!

조수석 문이 열리고 코헨이 올라탔다.

“어디야?”

“정확하지는 않다는데 설명을 들어보면 굉장히 냄새가 나는 놈이오. 온 것 같습니다.”

“어디 말인가?”

“저기 감자 파는 사람 보이죠?”

시장 입구이기 때문에 길가에 크고 작은 좌판을 깔아 놓고 여러 가지 농산물을 파는 사람들이 빼곡했다.

감자 파는 사람도 한둘이 아니었다.

“구레나룻이 수북한 회색 바지에 검정 재킷을 걸치고 있는 사람 말이오.”

감자 파는 사람들을 더듬는 듯 코헨의 시선이 느릿하게 이동했다.

그리고 갑자기 번쩍 눈이 커졌다.

“저 친구?”

그러면서 재빨리 품속에 갖고 있던 낡은 사진을 꺼내 비교한다.

“아닌데.”

“기다려 봐요.”

톡!

유태수는 창밖으로 담배꽁초를 튕겨 버렸다.

“진짜가 왔군!”

낡은 도요타 SUV 한 대가 멈췄다.

그러더니 운전석에서 한 사내가 내려 감자를 파는 회색 바지에 검정 재킷 사내와 무슨 말을 주고받았다.

그러더니 돈을 건네고 감자 한 봉지를 받아 든다.

그런 와중에도 감자를 봉지에 담아주는 사내의 입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단순한 흥정이 아니다.

흥정 중에는 물건을 담지 않는다.

물건을 팔면서 떠든다는 건 상대와 대화를 주고받는다는 의미였다.

“감자 11개, 2분 45초.”

“뭐가?”

코헨이 돌아본다.

“감자 열한 개를 봉지에 담아 건네는데 2분 45초가 걸렸다는 것이죠.”

화악!

코헨의 눈이 커졌다.

“당신이 장사꾼이라면 모르는 소비자에게 감자 열한 개를 파는데 2분 45초가 걸리겠소? 흥정도 하지 않고서 말입니다.”

그때 사내가 감자 봉지를 들고 운전석으로 올랐다.

“설마 차 안에?”

운전사도 쫓고 있는 라피끄와는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차가 움직였소.”

“운전사가 내렸을 때 뒷좌석에 누군가 타고 있었단 말이군?”

부우웅!

낡은 도요타 SUV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라? 이런!”

시동을 걸고 막 출발하려던 유태수가 백미러를 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꼬리가 붙었소.”

“무슨 소리!”

코헨은 말도 안 된다는 듯 유태수를 돌아보았지만 뒤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짓은 하지 않았다.

프로 중의 프로라고 자부한다.

감히 지상 최고의 달러 사냥꾼을 따라붙을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랭글리 사람들이군.”

랭글리라는 말에 코헨도 멈칫했다.

CIA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들은 누가 뭐라고 해도 기술자들이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개자식들, 나와 협상할 땐 언제고 몰래 따라붙었다는 건가. 이런 나쁜 놈의 사이먼.”

“원래 그쪽 계통에 있는 사람들이 뒷빵 잘 까잖소.”

“씨벌놈이구만.”

한국 욕을 가르쳐 줬더니 걸핏하면 쏟아낸다.

“운전대 잡아요.”

“뭐 하려고?”

“코헨, 내가 아는 당신은 말이 많지 않은 사람이었소.”

멈칫!

코헨은 씨익 웃고 있는 유태수를 보더니 침을 삼킨다.

‘내가 괴물을 살려놨군.’

수년을 피와 전쟁 속에서 살아온 자신의 영혼이 털리는 것 같은 차가운 눈빛이다.

웃는데도 차가운 눈빛을 던지는 사람은 딱 한 부류다.

심성이 그냥 차가운 사람.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통제할 줄 아는 사람이다.

자리를 바꿨고 차가 출발했다.

감자를 사서 출발한 도요타 SUV는 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딱!

오른쪽으로 차량이 커브를 도는 순간 유태수는 조수석 문을 열고 그대로 땅바닥을 굴렀다.

강한 관성에 의해 열린 차 문은 자동으로 닫혔고 랜드로버는 도로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음!”

코헨은 입을 다물었다.

그저 할 말이 없을 뿐이다.

***

부우웅!

랜드로버가 사라지고 곧바로 흰색의 포드 익스플로러 한 대가 지나갔다.

차의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아 조그만 전봇대 뒤에 숨어 있는 유태수는 탑승자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바로 그들이다.

태천건설 현장을 찾아왔던 사이먼과 폴.

전봇대 뒤에 숨어 있던 유태수는 재빨리 길가로 나와 빈 택시를 향해 손을 들었다.

“앗살라 알라이쿰(당신에게 신의 평화가).”

“앗살라 알라이쿰.”

운전사가 빙긋 웃는다.

“저기 앞에 가는 포드를 따라갑시다. 가까이는 붙지 말고 놓치지 않을 정도만.”

그리고 유태수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코헨에게 전화를 걸었다.

“앞차가 가고 있는 방향만 내게 가르쳐 주고 랭글리 친구들은 다른 곳으로 데려가시죠. 한 방 먹었으니 한 방 돌려줘야 할 것 아니오.”

분풀이를 하라는 것이다.

랭글리 요원들이 코헨을 미행하는 건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현상금 수배자는 미국 정부 기관, 즉 CIA나 FBI에서 주도한다.

현상금은 곧 미국 정부 예산이다.

문제는 자신들이 체포하거나 해결하게 되면 50퍼센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불과 2, 3년까지만 해도 미국 정부 기관원에게는 일체의 현상금 혜택이 없었지만 검거율을 높이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50퍼센트를 지불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물론 일시적인 시행령이지만 기관원들의 수배자 검거율이 가파르게 늘고 있었다.

‘누군가 차려 놓은 밥상에 맨입으로 앉으려고 하면 안 되지.’

그때 전화가 걸려 왔다. 코헨이었다.

[바이트 3가 쪽으로 가고 있네.]

그리고 전화는 끊어졌다.

“바이트 3가로 갑시다.”

“예!”

운전사는 50여 미터 달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

어렵지 않게 도요타 SUV를 찾았다.

그런데 문제는 기이한 운행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모술 시내를 세 바퀴째 돌고 있는 것이다.

그건 미행자를 의식한 전형적인 도시 전술이다.

부지런히 시내를 돌고 돌던 도요타 SUV가 조용한 골목으로 들어섰다.

“됐소!”

유태수는 백 달러짜리 한 장을 주고 내렸는데 기사의 입이 찢어질 듯 커졌다.

자신의 가족이 한 달을 먹고살 돈이다.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

한마디를 인사로 건넨 택시가 떠났다.

조용한 골목에 택시가 들어선다면 금세 눈치를 챌 것이고, 아닐지라도 경계를 할 것이다.

유태수는 재빨리 무너진 담벼락과 전봇대, 쓰레기더미를 엄폐물 삼아 빠르게 골목을 올라갔다.

골목은 약간 경사를 이루고 있었는데 고갯마루에 올라서던 유태수가 재빨리 반쯤 열린 가정집 대문 안으로 몸을 숨겼다.

유태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바깥으로 내밀어 살폈다.

맞은편 이층집 앞에 도요타 SUV가 서 있었다.

일 층과 이 층 모두 조그만 창문들이 있었지만 굳게 닫혀 있다.

유태수는 인근 골목 주위 다른 집들의 창문을 살폈다.

거의 모든 창문들이 열려 있다.

시선은 다시 도요타 SUV가 서 있는 이층 벽돌집을 바라본다.

모술에는 에어컨 설치가 된 집이 의외로 많다.

아무리 무더운 대낮이지만 다른 집들과 달리 창문을 꼭꼭 닫고 있는 상황은 충분한 의심의 조건이 되었다.

「살람가 2번지 골목이오.」

핸드폰을 이용해 문자를 보냈다.

안에 몇 명인지 알 수도 없다.

무리한 호승심은 화를 자초한다.

담배 욕구가 일어난다.

그건 긴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담배.

그건 사형수에게 찬란한 빛과 같은 진정제이고 꿈결 같은 친구였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 오늘도 내가 살았다는 걸 확인하며 피워무는 담배 한 모금은 천상의 음료수다.

그런 담배가 지금 피우고 싶은 건 필히 뛰는 가슴 때문일 것이다.

20분이 채 되지 않아 코헨이 나타났다. 낚시꾼처럼 어깨에 낡은 가방을 메고 왔는데 그 안에서 HK-416이 나왔다.

“저곳인가 보군.”

대문으로 들어오기 전 도요타를 발견한 모양이었다.

“이번에도 꼬리 달고 온 건 아니죠?”

“너무하는군.”

아무리 상대가 사냥과 추적의 달인인 랭글리 요원들이라고 해도 지상 최고의 사냥꾼인 자신이 뒤를 밟혔다는 것에 자존심에 굉장한 상처를 입었다.

그런데 유태수가 농담을 던지자 인상을 썼다.

“차에서 몇 명 내리던가?”

“그것까지 확인하지는 못했소.”

“만약 저곳이 이슬람 형제단 이라크 분파의 둥지라면 최소 다섯에서 일곱 명까지 계산해야 하네.”

“비트(비밀 아지트)라면?”

“비트나 안가(안전가옥)에는 그다지 많은 인원이 머무르지 않지. 많아야 두셋.”

유태수의 눈이 좁혀졌다.

나름대로 비트나 안가일까, 아니면 본부일까.

어느 쪽에 포커스를 맞추느냐에 따라서 상대해야 할 인원이 늘어나고 그렇게 되면 작전까지 좀 더 치밀하게 세워야 한다.

“여섯으로 합시다.”

유태수가 중간 정도의 인원을 가정한 작전을 얘기했다.

“오케이!”

코헨도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뒤를 살피지. 내가 앞을 볼 테니까.”

두 사람은 곧장 대문 밖 골목으로 나섰다.

유태수는 맞은편 담벼락을 단번에 뛰어넘어 다른 사람의 집으로 들어갔다.

한쪽 지붕이 무너진 집은 조용했다.

재빨리 앞마당을 지나 뒤란으로 돌아가 다시 담 하나를 넘었다.

넓지는 않지만 차 한 대는 충분히 다닐 수 있는 골목이 나타났다.

멈칫!

정면으로 낡은 이슬람 사원이 있었다.

오른쪽은 이층집이다.

‘모스크다!’

유태수는 속으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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