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죽음의 비즈니스(3)
이층집은 요식행위다.
출입만 하는 대문일 가능성이 높았다.
누군가 미행을 했다면 이층집을 거처로 오인했고 곧바로 공격할 것이다.
하지만 진짜 둥지는 뒤쪽 측면에 있는 모스크인 것이다.
이층집에는 부비트랩을 포함한 무자비한 폭발 장치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이층집이 아니오.」
유태수는 재빨리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이미 한발 늦었다.
콰아앙!
폭발 소리가 들리자마자 이층 주택이 흔들리더니 우르릉 소리가 들리면서 골목 쪽 입구가 무너지고 있었다.
나중에 코헨의 말을 빌리면 이층 단독주택 출입문을 살피기 위해 접근하는 순간 발끝에 뭔가 탁 하니 걸리더란 것이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투명한 은색 낚싯줄을 이용한 부비트랩.
선 끝에는 러시아제 RGD-5 수류탄 다섯 발이 걸려 있었다.
어쨌든 코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
유태수는 코헨이 있는 골목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담을 넘으려고 했다.
다다다다.
그때 모스크 쪽에서 세 명의 사내들이 AK를 들고 달려 나왔다.
폭발 소리에 달려 나오는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이 남의 집 꽉 닫힌 대문을 건드릴 이유는 없다.
단번에 자신들과 날을 세우는 추적자들이라는 걸 간파하고 공격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예상대로 모스크에서 무장병력이 나온 것이다.
유태수는 곧바로 글록 19를 뽑아 들고 모스크를 나와 2층 주택으로 가는 사내들을 향해 지체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탕!
가장 선두에서 달려온 사내의 가슴에 핏물이 터지며 엎어지고 연이어 유태수의 글록 19가 총성을 울린다.
탕!
타아앙!
세 사내 모두 누군가 매복하듯 숨어 있다가 덮치리란 건 꿈에도 몰랐다는 듯 맥없이 고꾸라진다.
“맙소사!”
그야말로 떼거리다.
이번에는 허겁지겁 일곱 명의 사내가 무더기로 달려오고 있었다.
비트도 안가도 아닌 2층 주택은 이슬람 형제단 이라크 분파 본거지임이 밝혀졌다.
물론 이층 주택은 외형적인 것이고 진짜는 모스크가 그들의 중심부였을 것이지만.
탁!
재빨리 죽은 사내의 AK 소총 한 자루와 허리띠에 매달듯 달고 있는 탄창 한 개를 뽑아 챙긴 유태수는 모스크 정문의 돌기둥을 엄폐물 삼아 무릎쏴 자세로 방아쇠를 당겼다.
두두두두!
이층 단독주택 쪽이 아닌 모스크 입구인 측면에서 무자비하게 총알이 날아오자 사내들은 당황했다.
픽!
쿠쿵!
순식간에 세 명이 나동그라진다.
그러자 네 사내는 재빨리 사방으로 엄폐물을 찾아 흩어졌다.
4대1.
엄폐물을 찾아 몸을 숨긴 이상 교전은 길어진다.
드르르륵!
무자비하게 방아쇠를 당겨 30발들이 한 개를 모두 비우고 다시 탄창을 끼운 후 십여 발을 더 당겼다.
그리고 바람처럼 달려 두 개의 담장을 잇달아 넘어 골목으로 뛰어갔다.
“코헨!”
코헨이 보이지 않는다.
2층 주택 전면 벽이 완전히 무너져 벽돌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코헨!”
와르르!
그때 벽돌 두 장이 굴러떨어지며 사람 손이 나타났다.
“석대!”
코헨이다.
피투성이가 된 코헨이 벽돌 더미에 묻혀 기어 나오고 있다.
유태수가 재빨리 벽돌을 치우며 거들자 코헨이 소리친다.
“무슨 짓인가! 당장 그놈을 잡아, 나 안 죽어! 어서 가라고!”
라피끄를 쫓으란 얘기다.
“이제 놓치면 영영 끝장일세. 놈의 모가지가 얼마짜린데, 빨리 가!”
머리가 깨져 얼굴에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데도 코헨은 소리를 질렀다.
오백만 달러.
“뭘 망설이나. 내가 죽을까 봐? 아니면 결코 사람의 목숨보다 돈이 더 귀할 수는 없다는 인의(人義), 한마디로 지랄하고 자빠져 있을 셈인가. 다시 말하지. 난 안 죽어. 돈이
얼마나 가치 있는 친구인지 아주 모르는 건가? 이런 일로 죽을 것 같았으면 이미 옛날에 시체가 됐겠지. 뭐 하나! 라피끄는 지금 도주하고 있을 거야!”
코헨은 버럭 소릴 질렀다.
“그러죠!”
유태수는 다시 담장을 넘어 모스크 정문을 향해 뛰어갔다.
무너진 이층 주택을 통과하면 조금 빠르다.
하지만 폭탄으로 도배가 된 집이다.
터지지 않은 불발탄이 있지 말란 법도 없고 교묘히 어디엔가 아직도 누군가의 목숨을 노리고 터지지 않는 폭탄이 있을지도 모른다.
휘익!
담 넘는 것도 이제 힘들다.
두 번째 담을 넘어 모스크 앞에 도착했을 때 도요타 SUV 한 대가 막 정문을 빠져 골목길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유태수는 어깨에 메고 있던 AK 소총을 재빨리 내려 무릎쏴 자세로 골목을 달리는 도요타 SUV를 겨눴다.
탕!
첫 발이 발사됐다.
휘청!
오른쪽 뒷바퀴가 주저앉는다.
이번에는 총구가 왼쪽 바퀴를 향해 움직였다.
탕!
반응이 없다는 건 빗나갔다는 뜻이다.
드륵!
세 발을 당기면서 도요타가 주저앉았다.
두두두두두!
이번에는 도요타를 향해 무차별 총알을 쏟아 냈다.
유리가 박살 나면서 차량 뒷부분이 걸레 조각처럼 너덜거린다.
쿵!
도요타가 오른쪽 담벼락을 들이받으며 멈췄는데 연료통에 문제가 생긴 듯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유태수는 10여 초 동안 담벼락을 들이받고 멈춰선 도요타를 지켜보았으나 어떤 움직임도 없다.
툭!
타악!
드르륵!
탄창을 갈아 낀 유태수는 사격을 하며 차량을 향해 접근해 갔다.
몇 명이 탔는지 모른다.
달리던 차량이 담벼락을 박았다고 하여 운전자가 죽었거나 다쳤다고 볼 근거는 전혀 없다.
두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 모든 것은 팽팽한 진행형이다.
단 한 명도 죽지 않고 멀쩡할 수도 있기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다.
도요타와 30미터 거리까지 좁혔다.
굳게 잠긴 남의 집 대문 앞 처마 아래 몸을 숨기고 다시 차량을 살핀다.
화악!
검은 연기는 끝내 불길로 변했다.
촤라락!
차량은 불탔고 여전히 사람의 움직임은 없다.
‘우웃!’
하마터면 나갈 뻔했다.
두두두!
갑자기 운전석 문이 열리며 벼락같은 총알이 쏟아졌다.
일체 반응이 없었고 불길까지 솟아오르는데도 움직임이 발견되지 않아 마음을 조금 놓았다.
파파팍!
하마터면 골목으로 나갈 뻔했다.
드르르륵!
유태수는 마주 총알을 퍼부었다.
상대를 죽이려는 사격이 아니라 마주 방아쇠를 당김으로 인해 상대를 움츠러들게 하려는 것이다.
돌격하는 동료를 지원하기 위한 엄호사격 같은 것이었다.
파파파팍!
이쪽에서 마주 갈기자 상대 쪽이 주춤한다.
그사이 유태수는 전력 질주했다.
드르르르!
계속 방아쇠를 당기며 달려갔고 어느 한순간 AK를 던지고 재빨리 권총을 뽑아 들었다.
휘익!
도요타와 15미터 정도 떨어진 허름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는 사탕과 과자 몇 개가 진열되어 있었다.
“앗쌀람 알라이쿰(평화가 그대와 함께).”
하고 인사를 건네자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늙은 할머니의 표정이 약간 풀어진다.
“할머니, 잠깐!”
가게 선반 위에 올려진 손거울을 쥐고서 할머니를 향해 웃었다.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빌린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다.
문밖으로 슬며시 거울을 내밀었다.
두 명이다.
한 명은 니로몰 23번지 전통 시장 입구에서 감자를 샀던 그 사내였고 다른 한 명은 얼핏 스치듯 본 얼굴이었는데 라피끄가 분명했다.
홰액!
재빨리 밖으로 나간 유태수는 두 손으로 정확히 권총을 받치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운전을 했던 사내가 그대로 엎어졌다.
그러자 라피끄로 의심되는 사내가 들고 있던 AK를 돌려 갈긴다.
그땐 이미 유태수는 도요타 뒤쪽으로 완전히 몸을 숨긴 뒤였다.
화르륵!
불길은 차량 전체로 퍼져 타올랐고 워낙 열기가 심해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했다.
다다닥!
라피끄로 의심되는 사내가 골목을 가로질러 간다.
탕탕!
유태수는 연거푸 방아쇠를 당겼다.
휘청!
라피끄로 의심되는 사내가 비틀거렸다.
다리에 총상을 입은 듯 보였는데 라피끄는 옆집 열린 대문 안으로 사라졌다.
다다다다!
유태수는 부리나케 달려갔다.
미로와 같은 골목길이다.
이곳 현지인들도 이슬람 형제단의 과격한 테러에 분노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
속사정을 모르므로 무조건 라피끄 편을 들 것이기 때문이다.
척!
유태수는 대문이 열린 집 앞에 섰다.
거친 호흡을 진정시켰다.
쿠우웅!
그때 도요타가 폭발했는데 차체가 사방으로 비상했다.
휘익!
강한 소음을 이용해 번개처럼 대문 안으로 들어선 유태수는 움찔 놀라면서 얼어붙었다.
젖먹이를 안고 있는 히잡을 쓴 여인의 목에 AK 총구가 붙어 있다.
사내는 조금 전 자신의 공격을 받고 대문 안으로 뛰어든 라피끄로 의심되는 사내였다.
꿈틀!
유태수의 이마에 주름이 생겼다.
여인과 자신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런데 무슨 배짱으로 사내는 여인을 인질로 삼고서 자신의 공격을 저지하려는 것일까.
“넌 누구냐?”
컬컬한 목소리다.
사진 속 라피끄와 조금은 생김새가 달랐지만 전체적 틀은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라피끄?”
사내가 웃는다.
“랭글리 쪽은 아닌 것 같고?”
라피끄라는 걸 인정하는 반응이다.
유태수는 가볍게 웃었다.
여자는 겁에 질리다 못해 완전히 얼어붙어 버렸다.
유태수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는 살고자 하는 욕구가 풀풀 풍겨 나온다.
하지만 자신을 향해 도움의 시선은커녕 유태수가 부드럽게 웃기까지 하자 여인은 절망했다.
“이슬람 형제단이라고 하여 난 무슨 거창한 인물이나 되는 줄 알았는데 민간인을 인질로 잡다니 완전 불리(bully: 여기서는 양아치란 뜻) 같은 놈이군.”
불리는 최악의 모욕이다.
흔들!
순간적으로 흥분하여 라피끄의 총구가 움직였다.
타아앙!
유태수의 권총이 불을 뿜었다.
AK는 자동소총이다.
30발들이 탄창까지 곁들이면 족히 5킬로 가까운 무게였다.
라피끄는 모욕으로 분노하며 총구가 여인에게서 벗어났고 무거운 탓에 다시 끌어 올리는데 2, 3초 전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서 뱉은 모욕적인 단어 불리.
계산은 맞았다.
라피끄는 오른손등에 총알이 박히며 그대로 AK를 떨어뜨렸다.
죽는 순간 방아쇠를 당길 수도 있다.
하지만 사격을 할 수 있는 오른손을 쏴버리면 철저히 본능에 지배된 행동을 할 것이다.
즉 고통에 총을 놓칠 것이다.
재빨리 왼손으로 총을 다시 잡을 가능성이 높지만 최소한 4, 5초는 흘러간다.
4, 5초면 충분하다.
예측대로 왼손으로 떨어뜨린 총을 주우려고 했지만 어느새 유태수가 다가와 바닥에 떨어진 AK를 군홧발로 밟았다.
“개자식일세!”
빠악!
왼쪽 군홧발로 라피끄의 턱을 찍었다.
“쌩 양아치도 젖먹이 안고 있는 여자에게 총구 들이박지 않는다고.”
퍽!
이번에는 오른쪽 군화가 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라피끄의 옆구리에 박혔다.
쿠후욱!
라피끄는 짧은 비명을 터뜨리며 온몸을 떨었다.
지이잉!
그때 주머니가 들썩거렸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핸드폰을 꺼냈는데 코헨의 전화다.
[잡았나?]
통화 버튼을 터치하자마자 다급히 물어온다.
“어디오?”
[골목이지.]
“병원에 안 갔소?”
[이런 걸로 무슨 병원을 가나. 피는 휴대용 지혈제를 발라 멈췄고 상처는 시간이 가면 아물 텐데.]
병원비도 아깝다는 투다.
돈이 없는 사람도 아니다.
세계 곳곳에 적지 않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운 좋게도 잡았소.”
[역시 자네는 날 실망시키지 않는군. 이번엔 자네의 공이 너무 크다고 봐야 하니 7대3으로 하지.]
“누가 칠이오?”
[당연히 자네지. 내가 삼. 왜, 불만 있나?]
머릿속으로 계산이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