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대한민국 대통령이다-122화 (122/140)

< < 이건 아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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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미쳤다.

-엄마, 나 군대가?

여성들은 혼란스러워했지만, 정부는 빠르게 대처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예비군 훈련에 3박 4일 동원훈련을 추가하고, 그곳에서 VR로 이뤄진 가상현실 훈련을 하게 된다고 말이다. 후에 전면전이라도 벌어지게 되면 징집될 수도 있지만, 아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안심시키기도 했다.

TV 광고에도 나가기 시작했다. 얼핏 게임 화면 같은 가상현실 화면은 그리 거부감 없이 다가왔고 그래서인지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점차 줄어들었다.

진모는 이걸로 되었다 생각했다.

당장 여자들을 군대에 집어넣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사회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무작정 투입할 수 있는 병력도 아니다.

더 먼 미래를 본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대한민국의 힘을 온전히 휘두를 수 있을 때, 그때를 기약하며 밑밥을 까는 것이다.

조금씩 조금씩 허물며 야금야금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일이 이렇게 흘러가자 똑똑한 사람들은 금세 눈치를 채기 시작했다. 한국의 예비전력이 매우 증가하는 걸 절대 달가워하지 않은 북한은 바짝 긴장했고, 중국 또한 장기 플랜을 수정했다. 일본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게 무슨 비열한 짓이냐며 성토했지만, 이달호는 손으로 귀를 후벼 팔 뿐이었고,

“일합시다! 일!”

이 모든 사건의 배후인 진모는 쾌활하게 웃으며 양주 공단을 휘젓고 다니면서 사기를 독려했다.

계엄령이 부분적으로 해제되었다.

마냥 모든 사람들이 집에만 처박혀있을 수는 없다. 그러면 국가가 정지하는 것이고 멈춘 것들은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해서 공장과 기업은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다. 물론 아직 거리엔 군인들이 수시로 검문을 하고 목적 없는 이동에 대해서 강하게 통제하고 있었지만, 국민은 한숨 돌리는 기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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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3주가 빠르게 흘러간다.

누군가에겐 느리기만 했던 시간이겠지만, 누군가는 이 3주가 3년처럼 느껴진 시간이었다.

그새 떡국을 여러 그릇 비운 사람처럼 폭삭 늙어버린 힐러리.

한미일 정상회담을 앞둔 그녀는 오늘도 인상을 풀지 못했다. 아직 거북선과 해왕에 대해 조금도 알아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왜요?”

그녀의 질문에 보좌관은 안절부절못했다.

“그게..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반드시 자기가 참석을 해야겠답니다.”

지끈!

몰려오는 두통에 입술을 잘근 깨무는 그녀.

“근데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또 뭐에요?”

“어떻게 알았는지 러시아가 참석하면 중국도 오겠답니다.”

“······.”

3자회담이 5자회담이 되게 생겼다.

여러 사람 모여 한국과 일본을 뜯어 말려주면 좋겠다만 문제는 오겠다는 놈들이..

“거절하세요.”

단호한 그녀의 말.

그러나 보좌관은 울상이다.

“이미 조금 전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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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구워삶은 겁니까?”

대기실.

5자회담으로 급변한 고려호텔은 그야말로 외신기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제게도 비밀입니까?”

답답한지 이마를 구기는 이달호.

진모는 피식 웃으며 간단하게 답했다.

“동해에서 쉐일이 나오면 그 사업권의 일부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예옛?”

벌떡 일어나는 이달호.

러시아?

이건 승냥이를 물리려고 곰을 불러온 꼴 아닌가? 하지만 진모는 이달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먼지를 털어낸다.

“걱정하지 마세요. 우려하시는 일은 없을 겁니다.”

‘쉐일은 무슨.’

희토류는 정말 우연히 발견됐지만, 쉐일은 진모가 만들어낸 순도 100%짜리 거짓말이다.

그런 게 있을 리 없지 않은가? 그래도 만에 하나 있다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문제고.’

“대통령께서도 그냥 이 정도만 알고 계시면 되는 겁니다. 저쪽도 티를 내진 않을 거니까요.”

“그렇다면야.”

나오지도 않을 걸 아까워할 필요는 없다. 아직 당첨되지도 않은 복권으로 망상하는 것만큼 허무한 것도 없으니까. 하지만 저들은 이 복권이 아주 당첨확률이 높다고 믿고 있다. 진모는 그걸 적절히 이용했을 뿐. 꽝이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속으로 웃고 있는 진모.

그런데 그게 그의 눈동자엔 살짝 비친다. 그걸 보고 부르르 몸을 떠는 이달호다. 봐서는 안 될 어떤 걸 엿본 것 같은 기분.

“다녀오세요. 부담 같은 걸 느끼실 여유도 없습니다. 그런 자리에요. 모두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것만 명심하세요. 앞만 보고 달리시는 겁니다.”

대통령은 최고 권력자가 아니다.

국민에게 봉사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대신 내라고 뽑아준 거다.

우리가 하고 싶은 말들.

그동안 꾹꾹 눌러왔던 울분.

“하하! 그 말이 더 무섭군요.”

이달호는 애써 웃으며 대기실을 나섰다.

그는 잘할 거다. 지금까지 해온 대로만 한다면 말이다.

딸깍.

진모는 이달호가 나가자 문을 잠갔다.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테이블에 올려둔다.

“접속됐나?”

-출력할까요?

“그래.”

순식간에 떠오르는 화면들.

노트북엔 6개의 분할화면이 잡혔다. 헬파고가 회담장 내부의 카메라들을 해킹한 것이다.

누군가의 스마트폰. 어떤 이의 노트북. 혹은 카메라.

“흐음..”

진모는 물을 한 모금 마시며 느긋하게 등을 기댔다.

-오늘은 지난번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힐러리의 말과 함께 시작된 정상들의 총칼 없는 전쟁.

-시작에 앞서 저는 한 가지 일을 여러분께 말씀드려야겠습니다.

힐러리는 오늘 초강수를 준비해왔다. 진모의 안색이 가볍게 변할 정도로 말이다.

-7함대를 제주에 당분간 주둔시킬 것입니다.

쿠웅.

푸틴과 시진핑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는 게 보였다.

미 7함대.

일본 요코츠카 해군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자타공인 세계 최강의 전력. 니미츠급 항공모함이 한 척에 5조 원을 넘어간다. 이런 게 두 척이 넘어가면 함재기는 상황에 따라 수백 대가 실리고 이지스함 9척, 핵추진잠수함 3대, 강습상륙함 4척, 소해함, 수송함, 기뢰함, 지휘통제함까지. 거기에 동원되는 인원만 해도 7천 명에 육박한다. 7함대 소속의 병력은 약 6만여 명. 엄청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건 예전 정보일 뿐. 상황에 따라선 언제든지 병력을 증강할 여력이 미국엔 있다.

7함대 하나만으로도 웬만한 국가는 상대할 수 있는 미국.

더 무서운 건 이게 예비전력이라는 거다. 7함대 없이도 미국 본토엔 자국을 지킬 수 있는 충분한 군대가 있다는 것.

-저는 들은 바 없습니다.

이달호의 목소리다.

-이건 협박으로 보이는데? 미국은 국제관계를 더 악화하려고 하는 거요?

시진핑 역시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미 7함대도 문제지만 더 거슬리는 건 미 7함대가 한국에 주둔 중인 주한미군과 연계되면 엄청나게 골치 아파진다는 것이다. 오산과 군산 기지에는 백 대에 가까운 전투기가 있고 주일미군까지 합쳐진다면 동해는 그야말로 미국의 독무대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지금 독도 인근에 진출한 중국과 러시아의 해군이 합쳐도 못 따라간다는 말.

한국의 하늘이 미국의 독수리들로 뒤덮여 안전한 보호아래 있다는 뜻으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이건 아니지.’

진모가 피식 웃으며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 때 화면에 잡힌 이달호가 거북한 듯 헛기침을 했다.

-일본과 우리의 문제입니다. 7함대가 오게 되면 어떤 지경으로 확대될지 모르십니까?

힐러리는 으쓱한다.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랍니다. 이게 왜 문제가 되죠?

정말 모르는 것 같이 순진한 얼굴로 되묻는 힐러리.

그러나 이 자리의 모두가 안다. 지켜보는 진모까지도 말이다.

‘협박이 맞군.’

확실히 오늘 그녀는 준비를 많이 한 듯하다.

-우린 한국이 위험에 처하는 것을 동맹국으로써 더 지켜만 볼 수 없어요. 이쯤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려는 것뿐입니다.

“지랄..”

진모는 자기도 모르게 내뱉었다.

동맹국?

미국이란 나라는 철저한 자본주의 사회다. 그 말인즉슨 이익이 나는 쪽으로 움직인다는 거다.

이미 서울에 핵폭탄이 떨어지는 경험을 했지 않은가? 그때 미국은 뭘 했을까? 몰랐을까? 아니다.

미국에게 가장 중요한 우방은 영국.

그다음으로 일본. 이스라엘 같은 국가들. 한국은 간신히 3번째 부류에 턱걸이해도 감지덕지했다.

중국과 러시아.

이 두 나라와의 싸움에서 미국은 언제든 한국을 버릴 수도 취할 수도 있을 터. 어느 쪽이 그들에게 더 큰 이익을 남기는지만 중요할 것인데,

‘거북선 때문인가?’

진모가 겪었던 이전의 삶보다 더 적극적으로 한국을 도우려는 미국의 속내가 심상치 않았다.

‘뭐, 도와준다는데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환영할 일만은 아니니까.’

복잡하군..

팔짱을 끼고 잠시 고민하는 진모였다.

자칫 전시작전권을 들먹이며 한국의 모든 군대를 휘어잡으려고 할 수도 있다.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소요사태를 만들어 자기들이 끼어들 명분을 만들려고 할지도 모른다.

‘정확한 속내를 모르겠어.’

아무리 헬파고로 염탐한다지만 24시간 내내 미국만 들여다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던 일. 그런데 회담이 진행될수록 진모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저 자리에 있는 이달호는 아마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이건 객관적으로 멀리서 그들을 내려다봤을 때 얻을 수 있는 통찰.

‘저 능구렁이들..’

중국과 러시아가 너무 조용했다.

미국에서 7함대를 언급하는데도 평소라면 전쟁이라도 불사할 것처럼 날뛰었을 두 대국이 지나치게 몸을 사린다.

-이해할 수 없군요. 일본만 독도에서 물러나면 다 해결되는 간단한 문제 아닙니까? 왜 이렇게 키우는 겁니까?

이달호가 핵심을 잘 짚었다.

맞다.

애초에 이 회담의 목적 자체가 한국과 일본의 화해 아니던가? 그런데 묘하게 변질하여 가고 있는 거다.

미국 7함대 때문에 말이다.

-저야말로 이해할 수 없군요. 다케시마를 한국이 차지해야 한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일본 총리의 말에 이달호가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콰앙! 소리가 엄청나다.

-차지라뇨? 왜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먹습니까? 원래 우리 것인데 그걸 되찾는 것뿐이잖습니까? 당신들이 무단 점거하고 있다고요!

다시 과열되는 양상을 보였지만 일본 총리는 불쾌한 표정으로 얼굴을 돌려버릴 뿐 응대를 하지 않는다.

이것 역시 이상한 장면이다.

‘짰네. 짰어.’

미국과 일본이. 러시아와 중국이..

이달호만 열불이 터진 표정이다.

“흐으음..”

진모는 거기까지 지켜보다가 모니터를 덮고 일어섰다.

‘길게 끌고 가려는 거야.’

더 볼 필요도 없었다.

정치를 오래 하다 보면 이런 상황에서 딱 보면 와 닿는 것들이 있는 법이다. 어떤 문제를 두고 협상을 할 때 양쪽이 끝내려는 의지가 있어야 상황이 마무리되는데 한쪽이 전혀 그럴 마음이 없다면 지지부진 질질 끌게 되는 것이다.

‘곰을 불러왔더니 굶주린 독수리가 날아왔어.’

이제 독도를 차지한 승냥이는 문제가 아니다. 더 큰 그림이 만들어지고 있다. 어차피 이런 보여주기식 회담에선 성사되는 게 없다. 이미 사전에 합을 맞추거나 회담 후에 만들어가는 것일 뿐.

‘뭘 뜯어먹으려는 걸까? 거북선만으론 약한데.’

물론 거북선도 충분히 탐나는 먹이겠지만 7함대까지 움직이기엔..

희토류?

미국은 그걸 가질 명분이 없다. 나중에 시추가 되기 시작하면 거기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주워 먹으려고나 하겠지.

진모는 로비로 나가 태수와 합류했다.

“어? 벌써 나오십니까?”

“연구실로 갑시다!”

“에.. 예? 회담이 끝날 때까지 지켜보지 않으십니까?”

“어서요!”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뛰다시피 차에 올라 양주로 향하는 진모의 표정은 다급하다. 그가 모르는 곳에서 어떤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모든 것을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통제해왔던 진모에겐 이건 아주 큰 위기나 다름없었다. 눈은 차창 밖을 향하고 있지만, 그가 바라보는 것은 더 큰 어떤 것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서, 설마?’

머리를 강타하는 어떤 예감!

< < 이건 아니지 >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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