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화 〉 16. 네가 거기서 왜 나와 [5]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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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톨라의 마도위원인 랑키와 손을 잡았던 당시, 협력의 대가로 일우는 신형 무기체계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간단히 표현하면 여러 개의 광원에서 뿜어진 빔을 한 곳으로 집중시켜 파괴력을 증폭한, ‘아르키메디스의 거울’을 모방한 무기체계다.
남에게 가르쳐준 기술은 당연히 자신도 쓸 수 있고, 일우는 좀 더 간단하고 확실한 방식으로 그 체계를 구현했다.
“사실 이게 정석인데 말이지. 집중광장치 작동.”
[집중광장치 작동 개시.]
-철컥!
일우가 주먹을 쥐고 팔을 내밀자 팔뚝에서 여러 개의 광선 투사장치가 가시처럼 튀어나왔고, 주먹 끝에선 빛을 모아 쏘아내는 기관이 생겨났다.
아이디어가 제대로 돌아간다면, 각 기관에서 뿜어진 빛들은 한 줄기로 겹쳐져 슥 그어버리기만 해도 막대한 열로 뚫어버리는 파괴광선이 될 것이다.
-즈우우우우우우웅---!
[발사 가능 출력 도달. 발사 1회당 제한시간 0.3초로 설정.]
“이거 맛이나 좀 보셔!”
-파즉!
광선 투사장치에 에너지가 집중되며 나는 진동음이 마치 빛이 쏘아지는 소리처럼 들렸고, 쏘아진 광선이 한 줄기가 되어 파괴력을 지닌 무시무시한 공격이 사이버네틱스의 가슴에 명중했다.
-츠즈즈즈즉--!
[삡쀼삐비빅! 삑삐!]
외부 장갑부가 순간적인 광선에 타들어가듯 움푹 패이자, 사이버네틱스는 황급히 방패를 치켜들어 동체를 가렸다.
-파즉! 파즉! 파즈즈즉!
“오냐! 가려봐라! 방패 째 녹여주마! 방패 그거 평생 갈 것 같지? 어?!”
물리적인 탄두는 척력장을 이용해 무력화하더라도 광선 대책은 아무것도 없다. 일우가 알고 있는 CIS의 방패라는 건 밸런스상의 이유로 총알만 막을 수 있는 물건이고, 폭발물이나 열, 그 외 화학적인 수단에는 무력한 물건이었다.
-파즈즈즉! 즈즈즉! 파즉!
“이것도 일종의 열이고! 넓게 포함되면 화학에 가깝거든? 그리고 내가 아는 대로면 네 방패는 이런 거는 밸런스 문제로 절—대 못 막는 것도 다 안다고 새꺄!”
[삐비비빅!]
“뭐래. 말도 못 알아듣게 삑삑대는게.”
광선에 수차례 명중되면서 방패는 점점 녹아 내려갔고, 일우는 가볍게 손을 들어 올리며 강력한 한 방을 날려줄 준비를 했다.
“좋아, 풀 파워로 가보자고. 저 새끼 짜증나니까 한방에 녹여버리게.”
[최대 출력으로 재설정. 1회당 제한시간 해제. 출력 재조정까지 앞으로 10초.]
“야! 깡통! 10초 세고 있어! 그것까진 내가 기다려 줄게!”
일우의 팔에 달린 장치가 출력을 끌어올리면서 한층 무시무시한 공명음을 내며 힘을 축적해갔다.
-우우우우우웅---!
마치 팔에 빛으로 된 도넛이라도 끼워둔 것 같은 모습만 봐도 뭔가 무시무시한 위력이 뿜어지리라는 걸 예상할 수 있다.
당연히 사이버네틱스의 카메라도 그 상황을 포착하고 황급히 대응수단을 찾아 나섰다.
[삐이이이이---!]
“왜? 쫄았니? 걱정 마. 4초 뒤면 다 끝나니까!”
그 말을 하며 일우는 다시 팔을 사이버네틱스 쪽을 향해 뻗었고, 이제 팔 전체가 빛으로 물든 것 같은 꼴이 되었다.
그리고 막 일우가 충전된 힘을 방출하려던 순간, 스카웃이 긴급 메시지를 띄웠다.
[경고! 피해반사형 스킬 감지! 예상 피해 증폭률 485%!]
“젠장!”
막 사이버네틱스를 녹여버릴 광선이 뿜어지려는 순간, 일우는 팔을 위로 들어올렸다.
-콰즈즈즈즈즉----즈으으으으웅---!!
천장을 죽 그어버린 강렬한 광선은 석재로 이루어진 천장을 녹였고, 움푹 파인 흔적을 따라 녹아내린 돌이 종유석같이 흘러내리다 굳어버렸다.
손을 휘저어 집중광장치 회수 신호를 보낸 일우는 혀를 찼다.
“쯧. 가장 간단한 걸 생각을 못 했어. 내가 한 생각은 남들도 한다는 거.”
[국가연산망 내 사이버네틱스 지원 기능 미포함사항. 해당 개체, 현지 개량형으로 추정됨.]
“내가 파악한 내용 말고 내가 모르는 걸 좀 말해주면 안되겠니?”
[해당 개체의 전투 알고리즘의 미허가 개조 가능성 존재함. 사이버네틱스, 기술 부여 기능이 적용된 사양으로 추정.]
스카웃이 괜한 언급을 한 게 아니었고, 그 추정대로 사이버네틱스는 곧바로 다른 기술을 선보였다.
어느 새 방패와 둔기로 무장한 모습이 된 사이버네틱스는 모닝스타를 든 팔을 들었다.
[쀼삑. 삡삐비빅. 삑쀼.]
“아 씨!”
-콰앙!
범핑을 이용해 순식간에 일우와의 거리를 좁힌 사이버네틱스는 일우를 내려쳤고, 급하게 피한 일우를 맞추지 못한 채 바닥을 찍어버렸다.
“CQC 오토!”
[근거리 전투 루틴 실행.]
CIS의 전투는 대부분 총기나 폭발물, 스카웃 지원 스킬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근접전이 아예 없는 건 아니고, 근접 시 일종의 제압 기술인 CQC가 존재한다.
근거리에서 자동적으로 사용하는 액션이 발동되었고, 일우의 몸은 자기도 모르게 사이버네틱스의 팔 부분을 잡고 관절기를 걸었다.
[쀼삑.]
하지만 근접 모션인 CQC는 인간형 적이나 다른 플레이어에게나 통하는 수단이다. 사이버네틱스는 인간형으로 제조되었지만 관절부의 기동 범위가 인간의 신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관절기를 걸어도 통하지 않는다.
[CQC, 관절기 작동. 상대 피해 없음.]
“상관없어! 잡으려고 쓰는 거 아냐!”
하지만 꺾어서 부러뜨리지 않더라도 순간적인 움직임을 방해하기엔 충분하다.
[삐삑!]
순간적으로 붙아서 팔을 꺾으려는 일우의 행동에 사이버네틱스가 대응하여 팔을 움직였고, 덕분에 무기를 휘두를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일우는 곧바로 무기를 뽑아들고 모닝스타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드드드드득! 파각!
[사이버네틱스, 근접전 무기 파괴.]
본체에 소용없는 타격이라도 무기까지 무적은 아니다.
모닝스타를 반토막으로 만든 일우는 거리를 벌리며 곧바로 다른 수단을 꺼냈다.
“경화제!”
[급속경화성 화학물, 준비.]
손에는 끈적일 것 같은 액체가 담긴 유리병이 쥐어지자 일우는 그 병을 사이버네틱스의 팔꿈치 부분에 내려쳤다.
-쨍강!
[삐빅!]
“점화드론!”
[화염 분출 드론 가동.]
곧바로 일우의 등 뒤로 화염방사기가 달린 드론이 나타났고, 일우가 거리를 벌리자 드론이 끈적이는 액체를 향해 불을 뿜었다.
-푸확----!
[삡! 삐비비빅!]
[열반응성 급속 경화반응 확인. 사이버네틱스 오른쪽 팔 관절부분 기능 장애 확인됨.]
기동 범위가 넓은 관절부는 자연스레 틈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 틈 사이로 스며든 경화제가 굳어버리자 사이버네틱스의 오른팔은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이러면 관절 기동 대응이 안되니······이익!”
[삐쀼뽀보브빅!]
-콰작!
굳어진 오른팔을 붙잡고 일우가 힘을 주자, 가해지는 힘에 대응하지 못하던 관절부가 그대로 꺾이며 박살이 났다.
꺾어버린 팔을 내던지며 일우는 손을 까딱였고, 준비해뒀던 근접무기인 장검이 쥐여졌다.
“다른 스탈리스 엔진 게임은 안 해봤지만, 게임 돌아가는 건 거의 비슷하더라고. 관절기는 잡히면 반사고 반격이고 다 안되지.”
[삐빅. 삐비비빅. 삐쀼쀼.]
“자, 이제 셋 남았다. 왼팔, 다리 두 짝. 그러면 반격기고 반사기고 뭐고 아무것도 못하겠지.”
일우는 그 말과 함께 검을 겨누었다.
“어디 잘리고 나서 뭘 어쩔지 보자고. 어?”
[기술 부여, 현재 대응무기 검.]
기술 부여가 적용되자 일우는 검을 마치 처음부터 쓸 줄 아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다루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팔이 날아간 사이버네틱스 남아있는 왼팔을 들어 중화기 응사로 답했다.
-위이이잉---드르르르륵---!
“아씨!”
사람이라면 팔 한 짝이 날아가는 건 치명적인 부상이고, 한 손만으로 무기를 다루는데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사이버네틱스는 기계고, 사람이 두 팔로 겨우 제어하는 무기를 한 손으로 난사하는 것도 가능했다.
[사이버네틱스, 무기와의 무선 연결망 접촉. 원격 조작기능을 응용한 발사 관리체계로 전환.]
“이씨! 그런 기능 있으면 미리 좀 파악을 하라고!”
-드르르르르륵---!
[해당 기능, 현 상황에서 신규 적용된 사항.]
“애초에 무기에 그런 기능이 달린 걸 파악하면 되잖아! 덜떨어지게 굴래?”
한 손으로 반동도 없이 난사하는 미니건의 화력은 팔 한 짝이 날아가도 무시무시한 위력이었다.
[삐쀼삐.]
-드르르르르르륵!
[경고. 열원 감지. 후방 사출구에서 마이크로미사일 포드 개방.]
“이 씨! 저 새끼 공간도 없는데 그딴 건 또 어디서······!”
-처컹! 슈콰과과곽!
등쪽 부위에서 등장한 미사일포드에서 작은 크기의 미사일이 미니건 화망에 얽혀 날아 들어왔다.
일우는 곧바로 방패를 들었지만 그대로 화력을 막을 생각은 없었다.
들어 세운 방패를 걷어찬 일우는 황급히 몸을 움직였다.
-콰과과광!
“파이어볼 준비!”
[알림. 페이크 매직, 파이어볼. 비권장. 해당 공격유형, 사이버네틱스에게 효과 없음.]
“젠장! 잘못 말했어! 얼음 마법! 저 미니건 얼려서 봉쇄한다!”
[페이크 매직, 프로즌제일 발동.]
폭발 너머에 있을 사이버네틱스의 미니건을 조준한 일우는 그대로 마법을 발동시켰고, 한참 불을 뿜던 미니건의 탄입구에 얼음이 형성되었다.
-쩌저저저적--!
[삑쀼쀼.]
곧바로 탄걸림이 발생하자마자 사이버네틱스는 미니건을 내려쳐 얼음을 깨려 했다. 하지만 뒤이어 일우는 손을 뻗어 다른 마법을 불러왔다.
“다시 번개! 아까 투창!”
[페이크 매직, ‘엘조란의 번개창’ 발동.]
-파지지지직---콰릉!
손에 형성된 번개창이 곧바로 사이버네틱스에게 투척되었지만, 조금 전과는 달리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쀼삐.]
“썅! 왜 안 통해?”
[현장 개량 적용 확인. 대상, 절연효과 적용.]
“별다른 짓거리도 안 했는데 그게 된다고?”
[기술 부여 효과를 통한 전기 내성 부여로 추정됨.]
그 말을 들은 일우는 혀를 찼다.
“확실하게 데미지를 못 주면 곧바로 적응해서 내성을 갖춘다 그건가?”
[요원의 추정, 가능성 높음. 주의, 열원 감지.]
-슈콰과과곽---!
일우가 머뭇대는 사이 다시 마이크로미사일이 쏟아졌고, 황급히 물러난 일우는 이를 악물었다.
“제에에엔장! 10초 딜레이만 없었어도 바로 끝날 걸!”
[해당 공격, 사전 대기시간 요구됨.]
“나도 알아! 그러니까 아쉽다고!”
악을 쓰는 일우에게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마이크로미사일은 발사 후 재장전시간이 따로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걸 파악한 일우는 곧바로 사이버네틱스와 거리를 좁혔다.
“좋아! 이렇게 된 거 미사일은 몸으로 때운다! 남의 기술로 흠씬 두들겨패서 나머지 팔다리 다 작살을 내주마!”
[현재 기술 부여 반영된 검술 및 관련 스킬 리스트 업.]
일우의 눈에 스카웃이 띄운 검술 스킬들이 나타났고, 그걸 본 일우는 미간을 구겼다.
-카앙!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죄다 스탈리스 엔진 게임들 스킬 아냐?”
[해당 스킬, 스탈리스 대륙의 전승 근접전투기술이 반영됨.]
“그래, 그런 용도로 만든 거고 라이브러리에 다 있었으니 다들 갖다 썼겠지! 어쩐지 모션들이 비슷비슷하더라!”
-채앵! 캉! 깡!
그 말을 하며 일우는 스킬 리스트를 확인하면서 검을 휘둘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다른 용사새끼들이 쓸 법한 기술들 학습한다 셈 친다! 이것들 다 써보면 나중에 그새끼들이랑 싸울때 뭐 어떻게 해야 하나 연구라도 하겠지!”
[확인. 현재 전투 부가목표 추가.]
“굳이 그렇게 의미부여는 하지 마! 하다 보니 겸사겸사니까!”
-카앙!
스카웃의 말에 일우가 대꾸하며 검을 내려쳤고, 사이버네틱스는 한 손으로 잡은 미니건으로 그 검을 막아섰다.
[삡쀼.]
“뭐래? 팔도 하나밖에 없는게.”
일우가 빈정대자, 마치 그 말을 부정하기라도 하듯 사이버네틱스의 다른 팔이 나타났다.
“이런······!”
아슬아슬하게 붙잡히기 직전에 몸을 피한 일우는 어느 새 부러뜨렸던 팔이 다시 붙어버린 걸 보고 말았다.
“다시 붙었다고? 무슨 자석이라도 돼?”
[현 상황, 요원이 언급한 ‘버그’의 일종으로 추정.]
“또 버그야? 아니, 이런 게 되려면······ 아, 씨!”
일우는 그렇게 중얼대며 상황을 파악하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깨달았다.
“이새끼 리셋으로 복원했구나!”
[삡쀼쀼.]
정말로 게임 속에서 흔히 벌어지는 상황이지만, 눈앞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일우에겐 더없이 짜증이 솟구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