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 보스 스킬 쓴다-16화 (16/154)

16. 지하수로의 혈투

-씨렉이… ㅋㅋㅋㅋㅋ쪼렙한테 도망쳤대.

-나라면 그냥 칼 맞고 뒈졌다.

-씨렉아. 안 쪽팔리냐?

-비명 소리 찰졌죠? ㅋㅋㅋ위튜브 박제각! 오졌죠?

-씨렉이 연말까지 놀려먹을 수 있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새끼 졸라 쎈 놈이었다니까요!”

-웃기고 있네. 그 새끼 강화도 안 된 토벌대 세트였거든?

-넌 우리 눈이 옹이구멍으로 보이냐.

-바이~ 씨레기 오늘부로 손절한다. 씨발! 쪽팔려서 어디 가서 네 팬이라고 얘기도 못하겠다.

“아! 꺼져요! 다 꺼져! 혼자 있을래!”

-씨렉이 어린이 삐졌죠? 크크크크.

-접싯물에 코 박고 뒈져 그냥……. 어휴… 네가 무슨 레벨 50이냐. 지나가던 꼬꼬마한테 명치 씨게 맞고 질질 짜는 거 보소. 이딴 걸…….

평소 1,000명이던 시청자 숫자가 반 토막 났다. 미션이 세게 붙어서 욕 좀 먹더라도 양학 퀘스트 하려고 했는데, 역으로 털려서 진짜 있는 쪽 없는 쪽 다 팔렸다.

삑삑삑~

“저 밖에서 부르네요. 방송 좀 있다가 다시 열게요.”

-그냥 켜지 마.

-그래. 많이 놀랐을 테니까 얼른 청심환이라도 하나 먹고 처자.

“씨발!”

신경질적으로 게임을 꺼 버린 씨렉은 씩씩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우, 병신… 쪼렙한테 당했다며?”

그를 게임에서 호출한 편집자이자 매니저인 친구가 옆에서 이죽거린다.

“진짜 한가락 하는 놈이었다니까!”

“어, 그래. 그 한가락 하는 쪼렙한테 찌발리는 50렙이죠?”

“닥쳐라. 진짜 뒈진다.”

“주둥이만 살아서……. 새끼야, 너 벌써 소문 다 났어.”

“뭐?”

“지금 시청자들 신나게 돌아다니면서 다 떠들고 다닌다고.”

“아오… 미치겠네!”

쾅! 쾅!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한 씨렉이 캡슐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솔직히 자신의 잘못이 없는 건 아니다. 초보자 도시라고 방심하고 태만한 건 사실이니까. 세이온은 까딱하면 쪼렙이 고렙도 잡아먹을 수 있는 게임이었다. 말마따나 마음먹고 20렙 30렙들이 우르르 몰려와 죽이겠다고 달려들면 자신도 도망쳐야 한다. 그러나 자신은 50렙이다. 물론 50렙이 엄청난 고레벨은 아니지만 최소한 초보자 도시에서 단 한 명에게 목이 날아갈 레벨은 절대 아닌 것이다. 그렇게 씩씩거리는 그를 보며 친구가 물었다.

“너, 어떻게 할 거냐?”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그 새끼 그냥 놔둘 거냐고! 만약 그 새끼가 자기가 누구 턴지 알면 넌 위튜브 끊을 때까지 영구박제 각이야.”

“씨발 그 새끼가 날 어떻게 알겠어.”

“멍청한 새끼야, 너 지금 소문나는 속도 보면 내일 아침 대한민국에 세이온 한다는 사람은 다 알겠더라.”

친구의 말에 씨렉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조금 과장되기는 했지만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다. 그가 활동하는 트윗티에서는 나름 중견 규모의 팬덤을 지닌 스트리머였다. 동렙에서 꽤나 실력 있다고 알려진 씨렉이 초보자 도시에서 쪼렙한테 털리고 100골드짜리 순간이동 주문서 찢고 토꼈다면 당장 월말 베스트 영상 1위는 따놓은 당상이리라.

“그럼 어떻게 하라고…….”

“찾아서 주둥아리 못 놀리게 해야지.”

“어떻게 못 놀리게 해.”

“뒈지면 주둥이 못 놀려.”

친구의 의미심장한 말에 놀란 씨렉이 외쳤다.

“뭐? 설마 진짜 죽이자는 거야?”

“약 먹었냐? 사람을 왜 죽여. 그냥 그 새끼가 사람들 기억에서 잊힐 때까지 게임 못하게 하자는 거잖아. 한 번 죽으면 3일 접속 못하잖아. 시간 계산해서 들어올 때마다 죽여야지. 그 새끼 접속만 못하게 하면 그동안에 시청자들은 경품 좀 뿌리면서 이벤트해서 잊히게 만들면 돼.”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꽤 많은 이들이 갖가지 이유를 들어 경쟁자나 원수를 그렇게 게임에서 쫓아내니까.

“좋아. 그럼 그렇게 한다고 쳐. 근데 그 새끼를 어떻게 찾을 건데?”

씨렉의 말에 친구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멍청아. 이제 곧 네 수치플이 온 커뮤니티에 퍼질 텐데 그놈이 조금만 귀를 열어도 자기가 너를 땄다 걸 알거 아냐. 그럼 어쩌겠어? 커뮤니티나 방송에서 자기가 씨렉 땄다고 동네방네 자랑질하고 다니겠지?”

“그, 그렇겠지.”

상대 얼굴에 똥칠을 하는 행위지만 자신이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상대가 단지 레벨만 높다고 해도 레벨 한계를 뛰어넘어 고레벨을 처치했다는 훈장으로 삼았을 것이고, 자신처럼 방송을 하는 사람이라면 더 악착같이 달라붙어 상대의 시청자를 빨아먹었을 것이다. 근데 문제가 하나 있다.

“후우, 친구야. 그런데 말이야. 그 새끼를 누가 잡냐? 솔직히 이런 말 하면 부끄럽지만 그 새끼 진짜 쎄. 장비 빨인지 스킬 빨인지 올 희귀에 30레벨급 상대하는 느낌이었어.”

“음, 그렇게 쎄냐?”

“너 영상 안 봤냐?”

“봤지. 근데 그렇게 쎄 보이지 않던데?”

친구의 말에 씨렉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새끼는 머리는 좋은데 눈썰미나 피지컬을 영 꽝이다.

“지도 40레벨짜리 캐릭터 키우면서 그렇게 눈썰미가 없냐. 그 새끼 무기 못 봤어?”

“무기?”

“그래. 희귀 등급 희생의 롱소드 이펙트 보면 최소 5강이다. 너 그게 얼마짜린지도 모르지?”

“얼만데?”

“무려 백만 원이야. 싸구려 걍 전설이랑 맞먹은 무기라고. 무기를 백만 원짜리 쓰는 놈이면 스킬이나 다른 장비는 어떻겠냐.”

“음, 장난 아니겠지?”

“못해도 시작할 때 오천은 처박은 놈이야. 애초에 내가 지보다 레벨 높은 거 뻔히 알고서도 접근했다고…….”

아무리 쪼렙한테 털려 있는 쪽 없는 쪽 다 팔렸다지만 씨렉은 한때 프로 제의를 받았을 정도로 실력 있는 비제이였다. 행여 과장이 30% 정도 섞였더라도 절대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는 소리다.

“음, 제대로 준비해서 덤벼야 한다는 거구나.”

“그래.”

“좋아. 아무리 늦어도 내일이면 놈도 알 거야. 그렇다는 건 우리에게도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소리고……. 발 빠르게 움직여야겠네. 놈을 확실히 보내버리려면 그만큼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테니까.”

“그렇지.”

고개를 끄덕인 씨렉이 캡슐에서 일어났다. 빌어먹을 쪼렙 놈과의 일이 더 퍼지기 전에 게임에서 지워 버리겠다는 친구의 계획이 마음에 들었다. 분명 내일쯤이면 놈의 신상을 알 수 있으리라.

“그럼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보자.”

“그래.”

둘은 밤새도록 그 빌어먹을 쪼렙 놈이 나타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토론하며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는 지인들을 총동원해 각종 커뮤니티와 플랫폼을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 그러나…….

“이 새끼 대체 왜 안 나타나는 거야.”

그날도, 그다음 날도 그리고 다다다음 날도 씨렉을 잡았다고 자랑하는 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들이 찾는 그 쪼렙은 현재 미친 듯이 사냥하는 중이었으니까.

* * *

“크라락!”

쏴아악!

“카앙!”

쫘아악!

희생의 롱소드가 번뜩일 때마다 놀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앞에 바글바글 밀려오는 놀들이 있지만 상관없다.

카칵!

단검이 어깨를 베어 간다. 놀의 공격을 허용한 것.

너무 거칠게 공격해 간간이 공격을 한두 대 허용했지만 이건 의도한 것이다. 마침내 생명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자 잠시 멈춰서 스킬을 활성화시켰다.

[진(眞) 광폭화]

[뱀파이어릭 오라]

파파팟!

지이이잉!

전신에 붉은 너울이 일렁거린다. 진 광폭화와 뱀파이어릭 오라가 동시에 발동했다. 잠시 공격을 멈추자 놀들이 더욱 득달같이 달려든다.

“하아아아!”

쫘아아! 쫙! 쫙! 쫙!

300% 강화된 공격력으로 단숨에 세 마리를 베고 썰어 대자 생명력이 단숨에 쭉 차오른다. 조금씩 깎여 나간 게 무색할 정도로 미친 회복력! 그뿐만이 아니었다.

[피를 머금은 칼날]

퍼어어엉!

일격에 한해 2배 데미지를 가하는 희생의 롱소드의 스킬이 터지자 한 번에 두세 마리를 베어 넘기기까지 한다. 웃기는 건 스킬을 사용하며 소모하는 생명력을 회복력이 앞지른다는 것이다. 쿨타임이 없다시피 한 스킬이다 보니 거의 사기급의 위력을 발하고 있다.

“캬아앙!”

마지막으로 놀 스트라이더를 쓰러뜨리자 더 이상 살아 있는 놀은 보이지 않는다. 3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거의 20여 마리의 놀을 죽인 것이다.

철컥…….

검의 묻은 피를 털어 낸 후 납검을 한다. 이제 파밍 시간이다.

“쩝, 가방도 거의 다 찼네.”

장비를 제외한 아이템들이 겹치기가 됨에도 불구하고 12칸밖에 되지 않는 중급자의 가방이 거의 다 차 버렸다. 간간이 하나씩 떨어지는 토벌대 세트가 비싸게 팔리니 어쩔 수가 없다. 덕분에 모자란 두 부위를 모두 모았다.

+5 [토벌대 투구] [고급 등급]

-가볍고 질긴 오크 가죽으로 만들었다.

-방어도 10(+5)

-내구도 10/20

-옵션: 근력 5

-세트 옵션

-3부위: 근력 10 (3/3)

-5부위: 민첩 10 (3/5)

+5 [토벌대 흉갑] [고급 등급]

-가볍고 질긴 오크 가죽으로 만들었다.

-방어도 30(+15)

-내구도 16/20

-옵션: 민첩 5

-세트 옵션

-3부위: 근력 10 (3/3)

-5부위: 민첩 10 (3/5)

+5 [토벌대 장갑] [고급 등급]

-가볍고 질긴 오크 가죽으로 만들었다.

-방어도 10(+5)

-내구도 11/20

-옵션: 민첩 5

-세트 옵션

-3부위: 근력 10 (3/3)

-5부위: 민첩 10 (5/5)

+5[토벌대 바지] [고급 등급]

-가볍고 질긴 오크 가죽으로 만들었다.

-방어도 15(+7)

-내구도 18/20

-옵션: 의지 5

-세트 옵션

-3부위: 근력 10 (3/3)

-5부위: 민첩 10 (5/5)

+5[토벌대 장화] [고급 등급]

-가볍고 질긴 오크 가죽으로 만들었다.

-방어도 20(+10)

-내구도 18/20

-옵션: 이동 속도 10% 상승

-세트 옵션

-3부위: 근력 10 (3/3)

-5부위: 민첩 10 (5/5)

근력과 민첩이 +10씩 올라갔다. 거기에 놀 스트라이더만 뱉는다는 벨트도 득템했다.

[놀 스트라이더의 허리띠] [희귀 등급]

-놀들의 우두머리임을 상징하는 허리띠로써 특별한 마법적 힘을 내재하고 있다.

-내구도 34/40

-옵션: 의지 5

-소형 몬스터 공격 시 공격력 +5% 증가

희귀급 벨트 중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든다는 아이템이다. 밤에는 붓산아이 파티와 함께 놀 족장을 계속 사냥하며 퀘스트 보상으로 고급 등급의 명상의 반지 두 개를 얻었다. 놀 족장이 뱉는다는 희귀급 망토인 경멸의 망토는 아직도 얻지 못했지만 정 안 되면 돈으로 사면 된다.

[명상의 반지] [고급 등급]

-마탑에서 판매하는 범용 반지로 지능과 마나 회복력을 소폭 올려 준다.

-옵션: 지능 3

-마나 회복력 10% 상승

-세트 옵션

-2부위: 지능 3 (2/3)

-3부위: 지능 5 (2/3)

3일간 죽어라 사냥한 결과다. 뽑기 운이 미쳐 돌아가서 전설급 스킬 뱀파이어릭 오라가 결정적이었는데, 생명력을 흡수하는 것도 대단하지만 무기력 저주가 대박이다. 걸리면 무조건 공격 속도 이동 속도 데미지까지 깎여 나가는데, 고위급으로 갈수록 저주에 대한 저항이 높아지는지 깎이는 수치가 줄어들지만 그 하나만으로도 웬만한 디버프 스킬보다 낫다. 덕분에 이제 레벨도 14까지 올렸다.

“다녀오자.”

귀환 주문서를 찢어 포디나로 귀환한 난 근처 상점에서 잡템 처분 및 소모품 구매를 마치고 경매장에 들러 장비들을 올린 뒤 마지막으로 카페에 들렀다. 3일간 지겹게 돈 내 정비 루트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가격: 1실버

-마나 회복 속도 10% 증가

-지속 시간 5시간

딱히 대단한 효과가 있는 건 아니지만 마시고 안 마시고에 따라 마나 관리에 차이가 있다. 맛 들면 돈이 줄줄 샌다는데……. 이건 못 끊을 것 같다.

“후우…….”

문득 한숨이 터진다. 사냥도 좋고 커피도 좋은데 문제가 있다.

“놀 대족장을 어떻게 잡지.”

거의 3일간 놀 대족장이 출몰한다는 지하수로 2층에서 살다시피 했는데, 나왔다는 말만 들었지 실제로는 코빼기도 보지 못했다. 나오자마자 다른 파티들이 잡아 버린 것이다. 대족장이니 만큼 운만 좋으면 15레벨대에서는 얻을 수 없는 각종 진귀한 아이템을 뱉는다는데, 덕분에 인기가 너무 좋아 문제였다. 특히 지하수로는 레벨 제한이 있어서 이때 아니면 아예 레이드할 수 없는 몬스터라 더 심했다. 붓산아이 파티에게 함께 잡아 보지 않겠냐고 권했는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라 시간 대비 효율이 너무 안 좋다고…….

“제한 레벨도 다 되어 가는데…….”

15레벨을 넘기면 더 이상 이곳을 출입할 수 없다. 물론 포디나 주위에도 던전은 많았지만 히든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놀 대족장을 잡아야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 난 상점에서 이동 속도와 관련된 버프 주문서를 잔뜩 구매했다.

“가 볼까.”

자리에서 일어나 남은 커피를 홀짝이며 지하수로 쪽으로 가고 이상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후드를 뒤집어쓴 수상한 인물들이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고 있다. 누군가를 찾고 있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아무리 봐도 수상쩍기 그지없다.

화면을 띄워 놓고 비교 대조하며 돌아다니는 눈치인데, 풍기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뭘 찾아다니는 건지 물어보고 싶지만 이내 관심을 끊기로 했다. 지금 내 목표는 2층의 놀 대족장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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