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 보스 스킬 쓴다-19화 (19/154)

19. 친위대 소환!

[도전 퀘스트 10단계를 완료하셨습니다.]

-약탈자 30명 잡기 30/30

[약탈자 30명 사냥에 성공하셨습니다. 2,000exp, 강화석 x100, 고급~전설 액세서리 뽑기권 x3를 획득하실 수 있습니다.]

[명심하세요. 현재의 보상을 포기하면 더 큰 보상에 도전하실 수 있습니다.]

[도전하시겠습니까? 실패 시 보상은 없습니다.]

솔직히 고민된다. 다른 게 아니라 액세서리 뽑기권이 문제인데 무기, 방어구, 액세서리 순으로 보자면 무기 다음으로 귀한 게 액세서리였다. 그렇지만 당장 탐스럽다고 덜 익은 과실을 딸 수는 없지.

[도전!]

-과제 11. 약탈자 50명을 사냥하세요.

-성공 시 보상 5,000exp, 일반~ 전설 스킬 뽑기권 x1, 고급~전설 액세서리 뽑기권 x5

-사망 시 보상 없음

떠오른 퀘스트에 난 나도 모르게 빙그레 미소 지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지금까지 퀘스트 패턴을 보건데 처음 나온 건 숫자만 늘려서 다시 재탕하더라고. 아주 뻔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냐?”

가슴에 쑤셔 박은 롱소드를 90도로 틀며 말해 주니 바닥에 쓰러진 녀석의 입이 뻐끔거린다.

“너… 끄억……!”

뭐라 중얼거리기는 하는데 어차피 대답 들으려고 물은 건 아니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츠컥!

희생의 롱소드를 쭉 그어 버리자 약탈자 50명 사냥을 향한 첫 카운터가 올라갔다. 아주 좋아. 꽁으로 먹었네.

“쓰어 터 우웨이!”

파앙!

화살이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화살의 주인을 바라보니 귀엽게 생긴 아가씨가 씩씩거리며 나를 노려보고 있다. 아무리 외모는 커스터마이징 한다 해도 체형이나 성별까지 바꿀 수는 없으니 이 아가씨는 분명 꽤나 미녀다. 음… 그래서 매우 슬프다.

“죽여야 하니까.”

콰지지직!

“꺄악!”

머리를 노린 활대를 피한 후 복부에 희생의 롱소드를 쑤셔 박은 채 전진하니 여자로 인해 공격 동선이 가로막힌 놈들이 분분히 물러나기 바쁘다. 난 그 틈에 빨리 포위에서 벗어나야지.

“양보 고맙다.”

“죽여 버려!”

“비겁한 새끼!”

다섯 놈이 나를 따라 무작정 달려오는데 눈빛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게 이상을 반쯤 상실한 것 같다. 아무래도 이 미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 나야 덕분에 포위가 풀어지고 녀석들이 일직선상에 놓였으니까 좋지 뭐.

[피를 머금은 칼날]

[진(眞) 광폭화]

순간 모든 것이 느려지고 시야가 화악, 하고 확장된다. 내게 달려오는 멍청이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선이 보이는 것 같다.

검광이 흐르는 완만한 곡선은 유려한 미를 내뿜으며 어둠 속에 녹아내렸다. 화려하게 비상하는 빛의 매가 다섯을 희롱하며 지나친다.

츠카카카칵!

“으아아아악!”

“커어어억!”

순식간에 베고 막고 찌르고 피하고, 다시 베기를 몇 번 반복하니 다섯이 쓰러졌다.

“괴물 새끼!”

“도, 도망가자!”

너무 큰 임팩트를 준 탓인지 아예 전의를 상실하고 도망치는 녀석들이 속출했다. 너무 오버했나.

“쩝… 아직 44명 남았는데…….”

덕분에 도전 퀘스트에 꿀을 빨아서인지 아쉽기 그지없다. 빈말이 아니라 현재 나에게 약탈자 킬 카운터를 늘리는 건 지하수로가 적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일단 가장 큰 장점은 15레벨 제한이다. 내 현재 레벨은 16이지만 14레벨 때 들어왔으니까 나가지만 않는다면 주야장천 15레벨 이하만 상대할 수 있다. 레벨 낮은 놈들만 상대하려 하는 게 비겁하지 않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뭐 어쩌라고. 저것들이 먼저 떼거지로 몰려와서 날 죽이려고 했는데. 그리고 어차피 약탈자라는 게 남 죽이려고 들어오는 거니 별 가책도 안 느껴진다.

특히나 새롭게 얻은 업적이 사람 죽이기에 최적화된 것이었다.

‘놀 슬레이어.’

놀 슬레이어 [희귀급]

-인간형 몬스터 공격력 +10% [적용]

인간형 몬스터를 상대할 때 공격력을 10% 상승시켜 주는 업적이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건 엄청난 업적이었다. 인간형 몬스터라는 것은 몬스터. 즉, ‘적’으로 분류된 인간 또한 몬스터로 분류되는 것인데, 한마디로 인간을 상대할 때도 10%의 버프 효과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런 정보가 위튜브에 풀린다면 난리 나겠지.”

놀 대족장을 레이드하는 히든 퀘스트를 받고 위튜브에 놀 대족장에 대해 검색했을 때 ‘놀 슬레이어’라는 업적에 대해서는 단 하나도 보지 못했다. 레벨 15라는 제한이 있으니 놀 대족장을 솔로 레이드 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지만, 나라도 이런 정보는 외부에 풀지 않을 것이다. 아마 알았다면 개나 소나 놀 대족장 솔로 레이드에 도전하고 있겠지. 아무튼…….

“즐거운 루팅 시간이군.”

바닥에 널브러진 여섯 구의 시체들을 털어 마비의 단검 2자루와 소형 물약 4병 하급 마비독 8병을 챙겼다.

자질구레한 게 몇 가지 보이지만 말 그대로 자질구레해서 가방에 넣기는 좀 그렇다. 현재 놈들에게 얻은 전리품을 모두 종합해 보자면 마비의 단검 8자루와 소형 물약 11개, 하급 마비독 82병 마지막으로 39골드가 전부다.

“거지 새끼들…….”

총 36명이나 처치했는데 고작 저 정도다. 도전 퀘스트에 큰 도움이 되어 줘서 고맙기는 하지만 실망은 실망이다. 아니, 무슨 약탈자 놈들이 그 흔한 고급 등급 템도 하나 안 끼고 오는지, 원……. 그러니 칼 한 방에 두서넛씩 썰리지.

중간중간 번역되지 않은 중국어를 보면 중국 애들 같다. 에잇, 기분 전환으로 중간 결산이나 해야겠다.

[중형 안전지대]

지이잉!

지하수로 외진 곳에 도착한 난 1시간짜리 안전지대를 펼치고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안전지대가 무적은 아니지만 중형 정도면 게임 잠시 끄고 나갔다 들어와도 될 수준이다.

과금러인 붓산아이도 소형 안전지대를 쓰는데 아주 혼자 플렉스해. 물론 플렉스는 아이템뿐만이 아니지만…….

[캐릭터 상태창]

이름: 케이

레벨: 16

종족: 인간

직업: 무직

신분: 평민

명예: 0

능력치

근력: 40 (+5)(+15)

민첩: 25 (+5)(+20)

지능: 25 (+5)

의지: 35 (+5)(+10)

생명력: 500/500

마나: 300/300

미분배 능력치: 0

저항

화염 저항: 9

빙결 저항: 9

감전 저항: 9

맹독 저항: 9

스킬

스킬이터 [신화급] [2티어]

-진(眞) 광폭화 [2레벨]

-친위대 소환 [1레벨]

뱀파이어릭 오라 [전설급] [1티어]

-근력+10 의지+10

-오라 발동 후 공격 시 생명력 흡수

-30초간 공격력의 50%만큼 생명력으로 흡수하며 흡수당한 상대의 무기력 저주 [1레벨] 부여

-쿨타임 1분

-필요 마나 100

업적

1. 거대 황금쥐 헌터 [희귀급]

2. 놀 슬레이어 [희귀급]

일단 미분배 능력치는 전부 지능에 투자했다. 이러다가 마법캐가 되는 건 아닌가 싶지만, 어차피 새로 얻은 스킬인 친위대 소환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투자해야 했다.

친위대 소환 [1레벨]

필요 마나: 300

-소환자의 레벨과 1/5에 해당하는 능력치를 지닌 놀 3마리를 소환한다.

-소환된 놀에게 장비를 착용시키고 소환자를 위해 싸우게 할 수 있습니다.

-소환된 놀에 장착한 장비는 놀에게 영구 귀속되며, 교체 시 기존의 장비는 소멸됩니다.

-생명력이 0이 될 시 역소환되며 24시간 후 재소환할 수 있습니다.

평소 대형견을 기르는 게 로망이었던 내게는 무척이나 기대되는 스킬이다.

“한번 해 볼까.”

그 어느 때보다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친위대 소환]

내 앞으로 검은 기운이 뭉치더니 세 개의 형체가 나타났다. 점차 그 외형이 또렷해지더니 잠시 후 세 마리의 놀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호, 이렇게 생긴 놈들이군.”

자세히 보니 지하수로 2층 입구에 출몰하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가장 약한 놀이다.

“으르릉! 왕왕! 헥헥헥……!”

“야.”

서로를 바라보며 혀를 내밀고 헥헥거리더니 내가 부르자 일제히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컹! 컹! 컹!”

“오…….”

체급은 보잘것없는데 뜯어 보면 묘하게 매력 있는 것이 얼굴이 진돗개를 닮았다. 특히나 색이 제각각인데, 왼쪽부터 하얀색, 황색, 밤색으로 각자 매력을 뽐내고 있다. 꼬리도 팔랑거리며 돌아가니 몬스터로서의 모습보다는 귀여움이 더하다.

[소환수의 이름을 설정하십시오.]

“백구, 황구, 흑구.”

“왕!”

“왕!”

“왕!”

자신들의 이름이 마음에 드는지 대답도 예쁘게 한다. 기특하기도 해라.

녀석들의 이름이 써진 초상화 세 개가 내 화면 좌측 상단에 나란히 놓였다.

“자, 그럼 옷 입어 보자.”

“왕왕왕!”

캐릭터 장비창과 비슷한 세 개의 장비창이 각각 머리 위로 떠올랐다. 다른 점이라면 입힐 수 있는 것이 갑옷과 망토, 벨트, 무기, 마지막으로 각종 소모품을 넣는 칸 두 개뿐이라는 것이다. 난 가방에서 약탈자들이 입고 있던 장비들을 꺼내 놀들에게 입혔다.

“나름 괜찮아. 큭큭… 아, 무기는 마비의 단검 두 자루씩!”

무기창에 단검을 양손에 끼워 주자 백구, 황구, 흑구가 뭐가 그리 좋은지 또 혀를 헥헥거린다. 좀 바보 같은 모습이 매력 포인트기는 한데, 싸우는데 이래 가지고 써먹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왕왕!”

“크르르르…….”

뭔 이유에서인지 저들끼리 마주 보더니 으르렁거리며 이빨을 세우고 있다. 귀여운 마음에 가방에서 육포를 꺼내 하나씩 던져 주자 넙죽 받아먹고는 꼬리를 풍차처럼 팔랑거린다.

“옜다, 하나 더 먹어라.”

원래 놀 대족장을 잡을 때까지 존버 타려고 했기에 육포는 충분했다.

내가 백구에게 육포를 하나 던져 주니 황구와 흑구가 백구를 향해 으르릉거린다. 마치 너만 먹냐는 듯한 눈빛이다.

“어라?”

저게 사전에 입력된 스크립트가 아니라면 이런 반응은 꽤 충격적이다. 설마하는 마음에 다시 백구에게 육포를 던져 주자 두 녀석의 으르렁거림이 더 심해졌다. 이것 봐라?

“이번에는 네가 먹어라.”

“끼잉… 멍!”

육포를 흑구에게만 두 개 던져 주자 이번에는 황구가 흑구와 백구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나를 향해 애원하는 울음을 흘렸다. 2:1이 되자 으르렁거리는 것이 아닌 내게 간청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사고가 가능한 소환수?

“이 자식들 설마 AI인가?”

이런 복잡한 상호작용이 입력된 스크립트가 아니라면 고작 펫 따위에게 NPC급의 AI가 심어져 있다는 뜻이다. 돈이 썩어나는 건지 아니면 세이온의 최신 시스템은 이 정도는 가뿐히 소화한다는 건지 아주 기가 찰 노릇이다.

“끼이잉…….”

“알았다. 너도 먹어라.”

육포 두 개를 던져 주니 냉큼 손으로 받아 먹더니 꼬리를 풍차처럼 돌린다. 귀여운 것.

가방에 있는 소형 물약과 하급 마비독을 세 마리에게 골고루 나눠 줬다. 어차피 죽으면 하루 뒤에 재소환 가능하지만 왠지 죽는 것을 보기 싫어졌다.

“야야, 안전지대 시간도 많이 남았으니 간식이나 먹을까?”

“왕! 왕! 왕!”

보육원에서 이루지 못한 나의 꿈이 여기서 이뤄졌다.

* * *

<하하! 잘 처리됐습니까?>

<싸비…….>

<거… 무슨 말입니까?>

<흠흠, 하나 확인할 게 있어서 연락 드렸습니다.>

<예?>

<목표에 대한 정보 말입니다. 혹 우리에게 말하지 않은 것 있습니까?>

<말하지 않는 거라뇨?>

<저희에게 목표에 대해 숨기는 게 있는가 해서 물어본 겁니다.>

<아뇨. 그런 건 없습니다. 아니, 애초에 우리도 목표에 대한 정보는 얼마 없었습니다. 단지 우리의 클라이언트가 녀석에게 크게 당할 뻔했다는 것을 비춰 볼 때 상당한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 그리고 레벨은 15 정도로 추정된다는 것뿐입니다.>

<그것뿐입니까?>

<당연한 거 아닙니까? 그리고 우리가 말한 내용은 놈을 발견한 곳이 15레벨 제한 지하수로 던전이라는 것에서 모두 증명되지 않았습니까?>

<그렇기야 한데… 후우…….>

<혹시 일이 잘못된 겁니까?>

<이런 말하기 참 죄송스러운데 아무래도 이번 의뢰 아무래도 힘들 것 같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계약을 위반하겠다는 뜻입니까? 선금까지 받아 놓고?>

<선금? 허… 허허… 고작 500 던져 주고서 더럽게 유세 떠시네요.>

<뭐?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당신들 때문에 손해가 막심하다고! 손떼겠다고! 선금? 차오 니 마! 지금 우리 애들이 몇이나 죽어 나갔는지 알아?! 15레벨? 어느 동네 15레벨짜리가 동 레벨 36명을 한 자리에서 갈아먹어 버리냐? 앙?>

<허, 그게 무슨… 아니, 그걸 떠나서 니네가 얼마가 갈려 나갔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확실히 처리할 때까지 물량 투입한다며! 믿으라며!>

<아, 몰라! 우린 손 뗄 테니까 그렇게 알아. 수신 차단한다.>

<야! 이 새끼야!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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