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 보스 스킬 쓴다-40화 (40/154)

40. 투기장을 평정하다

“잘 피하네.”

“하하하… 네 얄팍한 한 수는 나 검마에게 완전히 파훼되었다.”

어스 브레이크가 막혔다. 그것도 완벽하게.

난 내 앞에 거만하게 서 있는 중국풍의 한푸를 입은 검마라는 놈을 바라봤다. 한 손에 협봉검을 멋들어지게 들고 한 손으로는 나를 가리키고 있는데… 음……. 한마디로 똥폼이 심하네.

“파훼는 개뿔… 저주잖아.”

난 내 머리 위에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검은 구체를 가리켰다.

시작할 때 무협 영화에서 보던 무슨 요상한 동작을 취하기에 검을 사용하는 밀리 근접인 줄 알았는데, 시작하자마자 나한테 저주를 걸었다.

정확한 저주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내가 눈에 띄게 느려졌고, 상대가 내 공격을 가볍게 피해 냈다.

“후후, 그게 바로 파훼다. 아무리 강력한 공격도 피하면 그만이죠.”

“뭐, 정답이긴 하네.”

카운터 스킬만 조심하고 있었는데, 저주를 통해 내 속도를 느려지게 하는 방법도 있었다.

검마라는 녀석이 협봉검의 검첨으로 내 가슴을 겨눈 채 다가오기 시작했다. 가까이서 보니 장비들도 번쩍번쩍하다.

“전설이랑 신화템으로 도배를 했네.”

“맞아. 우리 신조길드에서 네놈을 잡기 위해 힘을 모았지.”

“애썼네.”

다이아 등급을 넘어오면서 몇몇 놈들이 신조 어쩌고 외치던 것들이 잔뜩 있더니 그게 신조길드였나 보다.

“근데 저주 오래 간다?”

“후후후, 풀리기를 바라는 것 같은데 네놈이 죽기 전까지는 그런 일은 없을 거다.”

“쳇… 그렇군.”

조금 귀찮아졌다. 저주 이름이라도 알면 유추라도 할 텐데…….

내가 인상을 찡그리자 녀석이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조급한 거 같군.”

“아무래도 그렇지.”

“좋아. 네게 제안 하나를 하지.”

“제안?”

“그래. 너 지금 연승 업적을 노리고 있지?”

녀석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숨길 필요 없이 내 전적만 확인해 봐도 나오는 거니까.

“그래.”

“여기서 나한테 패하면 연승이 깨질 테고…….”

“사족은 떼고 제안이 뭔데?”

좀 귀찮아지긴 하지만 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근데 무슨 제안을 할지 궁금하네.

“네 연승이 깨지지 않도록 해 주지. 대신…….”

“대신?”

“네가 쓰고 있는 핵의 구매처를 말해라. 혹 가지고 있다면 팔아라 비싸게 쳐 주지.”

“하, 너도 핵 타령이냐?”

이젠 피곤하기까지 하다. 중국 놈들이 죽으면서 하는 이야기의 절반이 핵타령이었다. 핵을 쓰다니 부끄럽지도 않냐느니… 비겁하다느니… 빵즈 어쩌고저쩌고……. 무슨 게임에 목숨을 걸었는지 진짜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다.

“그래. 시치미 떼도 소용없다.”

“다시 말하는데 나 핵 안 쓴다.”

“하하하, 지금까지 그렇게 노골적으로 쓰던 주제에 이제 와서 부인하는 거냐?”

“무슨 핵?”

“데미지 핵!”

“후우…….”

안 쓰는 걸 안 쓴다고 하지 그럼 뭐라고 말할까. 설득하기도 귀찮다. 그리고 한편으로 궁금해졌다.

“뭐 그렇다 치고 근데 핵 구매처를 알면 어떻게 하려고?”

“어떻게 하긴 당연히 우리도 써야지.”

뭔 그런 걸 새삼 묻냐는 놈의 말에 한숨만 나온다.

“그래. 네놈 새끼들 머릿속이 다 그렇지.”

“뭐라?”

“이 짓거리 너네 종특이지?”

전부는 아니겠지만 중국 놈들의 머릿속에는 일단 이득이 되는 거면 불법적인 거라도 상관없다는 가치관이 들어 있는 것 같다. 더 기분 더러운 건 상대도 자신들의 잣대에서 판단한다는 거고… 그러다가 자신들의 잘못이 발각되면 얼굴에 철판을 깔고 대국 어쩌고 하면서 숫자로 밀어붙이다가 그것도 안 되면 갑자기 도리 따위를 찾으면서 깨끗한 척한다. 아주 가증스럽기 그지없는 놈들이다.

“봐주려고 했는데 벌주를 마시려 드는군.”

“헛소리 집어치우고 덤벼.”

“헛소리? 푸하하하하.”

녀석이 갑자기 광소를 터뜨렸다. 뭐 이런 독창적인 또라이 새끼가 다 있어.

“기회를 줬는데도… 어리석구나.”

“아, 그래. 기회 고맙다. 덕분에 내 황금 같은 시간 1분 정도 까먹은 거 같으니 빨리 덤벼라.”

“흥! 아직 저주도 못 푼 주제에 만용이 심하군.”

팟!

놈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등 뒤로 붉게 타오르는 새의 형상이 나타나더니 그 힘이 모여 협봉검에 집중되었다.

“봉황기!”

힘이 모여들며 검에 새의 형상이 맺히기 시작한다. 봉황기라…….

“그거 피닉스잖아.”

“닥쳐라! 내 신화급 스킬에 죽는 것을 영광으로 알도록!”

“천지봉황참!”

파아아악!

노호성과 함께 불꽃으로 이루어진 새의 부리가 나를 노리며 내리꽂혔다.

나를 단숨에 일도양단하려는 기세! 그러나 난 녀석에게 참 멍청하다고 말해 주고 싶다.

힘들게 저주 걸어 놓고 저렇게 큰 기술로 상대하려고 하다니… 진짜 멍청하네. 놈은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글쎄, 나는 놈이 공중으로 날아오르기 전 이미 피의 검을 사용한 상태다. 그것도 무려 생명력의 90% 깎으면서 말이다.

[진(眞) 광폭화] 데미지 500% 증가

[피의 검] 180% 증폭

진 광폭화 500% 데미지 상승이 피의 검 180%로 뻥튀기된다. 참고로 피의 검의 버프는 더해지는 것이 아닌 증폭 데미지다. 예를 들어 듀렌달의 최대 데미지인 360을 기준으로 한다면 진(眞) 광폭화를 통해 500% 상승한 1,800데미지가 다시금 180% 증폭된다. 그게 3,240데미지다. 거기에 다시 어스브레이크 또한 증폭 데미지로 분류되어 결론적으로 내 한 방은 32,400데미지다.

뒤흔들리는 듀렌달을 두 손으로 꾹 쥔 난 놈을 향해 마주 검을 마주쳐 갔다.

[어스 브레이크]

저놈처럼 스킬 이름을 외치는 오그라드는 짓은 못 하겠다.

“그냥 뒈져.”

콰과과과과광!

콜로세움 전체가 뒤흔들리는 지진과 함께.

“커억…….”

반으로 쪼개진 놈이 허공을 나풀나풀 날아 바닥에 떨어졌다. 꽤나 화려하게 덤볐던 것과는 다르게 싱거운 죽음.

“천지봉황참은 지랄…….”

나라면 스킬명 외치면서 쇼하기보다는 저 새끼가 왜 피하지 않고 자세를 잡나 한번 고민했을 것이다.

“끙…….”

물론 나 또한 몸이 온전하지는 않았다. 블랙와이번 완갑의 방패로 막기는 했지만 녀석의 공격을 받은 전신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고, 생명력도 아슬아슬하다. 마지막에 진흙 방패로 데미지를 완전히 막아 내지 못했으면 진짜 질 뻔했다. 그건 그렇고 신화급 스킬이라더니 진짠가 보네.

승리!

-투기장 점수 +21

[챌린저 달성!]

-공격력 10% 상승

[투기장 피버가 종료되었습니다.]

“후우, 끝났다.”

마지막에 좀 아슬아슬했지만 일단 이겼다.

25레벨 투기장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두 단계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일단은 20렙에서 달성할 수 있는 투기장 최고 등급에 올랐다. 브론즈, 실버, 골드, 플래티넘, 마스터, 그랜드마스터, 다이아, 챌린저라는 총 8단계를 이틀 만에 정복했다.

“더 올릴 필요는 없겠지.”

랭킹 10위부터 1%씩 올라 1등이 되면 공격력 20%까지 상승한다는데, 솔직히 금방 지나갈 저렙 구간 1등에 목매고 싶지는 않다. 이미 얻은 게 많으니까.

-100연승 달성 보상

[투기장의 신][전설급]

-모든 능력치 +10

100연승 달성하고 얻은 업적이다. 모든 능력치가 오르는데 새로 생긴 능력치인 오러까지 합치면 거의 10레벨분의 능력치를 얻은 셈이다.

“어디 보자.”

[캐릭터 상태창]

이름: 케이

레벨: 21

종족: 인간

직업: 무직

신분: 평민

명예: 287점

능력치

근력: 40 (+15)(+20)

민첩: 30 (+20)(+40)

지능: 25 (+25)(+30)

의지: 35 (+20)(+20)

오러: 20 (+15)

생명력: 750/750

마나: 1150/1150

미분배 능력치: 0

저항

화염 저항: 22(+10)

빙결 저항: 22(+10)

감전 저항: 22(+10)

맹독 저항: 22(+10)

스킬

1. 스킬이터 [신화급] [3티어]

-진(眞) 광폭화 [3레벨]

-친위대 소환 [1레벨]

-진흙 방패 [2레벨]

2. 뱀파이어릭 오라 [전설급] [2티어]

-근력+10 의지+10

-오라 발동 후 공격 시 생명력 흡수

-30초간 공격력의 50%만큼 생명력으로 흡수하며 흡수당한 상대의 무기력 저주 [1레벨] 부여

-쿨타임 1분

-필요 마나 100

3. 푸른 바람 일족 오러 연공술[희귀 등급][2티어]

-능력치 오러 생성

-오러 공격 시 공격력 100% 증가

-즉사 판정 수치 10% 하락

-모든 피해의 20%를 오러 피해로 전환

업적

1. 거대 황금쥐 헌터 [희귀 등급]

-모든 능력치+5

2. 놀 슬레이어 [희귀 등급]

-인간형 몬스터 공격력 +10%

3. 무결점 레이드 [고급 등급]

-민첩 +5 의지 +5

4. 정령 헌터 [고급 등급]

-지능 +10

5 투기장의 무법자 [희귀 등급]

-PVP 시 공격력 3% 상승

-PVP 시 방어력 3% 상승

6. 투기장의 제왕 [희귀 등급]

-PVP 시 공격력 5% 상승

-PVP 시 방어력 5% 상승

7. 투기장의 신 [전설 등급]

-모든 능력치 +10

“화려하네.”

200연승 업적도 보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187승에서 멈췄다. 뭐, 내일이면 다시 30판을 할 수 있으니 200연승을 채울 수 있겠지만, 굳이 그걸 챌린저에서 할 필요는 없다. 조금 전 만난 녀석처럼 신화급 스킬에 신화급 장비로 도배한 놈을 만나는 건 사양이기도 하고, 챌린저에 올라오니 중국 유저가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아 이상하게 기분이 팍 식었다.

“챌린저에 중국이 없을 리가 없는데… 쯧…….”

뭐, 어차피 25레벨 찍으면 25레벨 투기장이 열리면서 다시 그랜드마스터 등급에서 시작할 수 있으니 이젠 상관없다.

“그런고로 내일 저녁때까지 25레벨 찍어야지.”

허황된 계획은 아니다. 올릴 방법이 있으니까. 룬다인산에서 고작 3레벨 올리기 위해 며칠을 고생하기는 했지만 그건 장비가 부실했을 때 이야기고, 지금은 그때와 사정이 다르다. 오랜만에 누나의 공략집을 꺼낼 때다. 외부장치에서 문서를 가져와 펼쳤다.

“오호… 그렇군.”

마침 나한테 딱 알맞는 레벨업 장소가 눈에 들어왔다. 현재 진행 중인 카렌 씨의 남편 찾기 퀘스트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로 향하는 길목임과 동시에, 공격력은 약하지만 생명력만 더럽게 많은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곳.

“좋아. 이제 가 볼까?”

[에보나트 분지]

내 다음 목적지다.

* * *

-쳇, 챌린저로 올라와 도전하기를 고대하고 있었는데 참으로 아쉽군.

ㄴ나도 마찬가지다. 챌린저에 올라오면 뜨거운 맛을 보여 주려고 했는데…….

ㄴ지랄하지 마라. 내가 투기장 챌린저 계속 보고 있었는데 중국인은 다 도망치고 없더라. 그 빵즈 새끼가 그렇게 무서웠냐?!

ㄴ너 이 새끼 빵즈지! 어디서 유언비어를 퍼뜨려. 우리 대국의 전사들이 도망칠 리 없다!

ㄴ도망칠 리 없어? 저 케이라는 놈한테 다이아에서 털려서 지금까지 투기장만 보다 왔거든?

-신조길드 어떻게 된 거야?

ㄴ털림. 길드 창고 장비 싹 끌어모아서 30명한테 몰빵했는데 모조리 두 동강zzzz

-신조 길드 검마가 나선다고 하지 않았냐? 지금 한참 신조길드에서 키우고 있는 대형 유망주잖아. 저번에 천만 위안인가 써서 신화 스킬 뽑았다는…….

ㄴ말은 없는데 그 새끼도 졌다. 패하나 늘어났더라.

ㄴ그럼 우리가 완전히 진 거냐?

ㄴ그래. 세 봤는데 오늘 놈에게 당한 숫자가 총 157명이다. 마스터에서 챌린저까지 157명을 짓밟고 지나갔다.

ㄴ오이오이! 천안문 탱크가 지나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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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새끼들… 또 게시판 막히게 생겼네.

ㄴ핑핑이~

-부적절한 단어 사용으로 채팅 삭제 및 해당 유저가 영구적으로 차단되었습니다.

ㄴ그만 좀 해라!

-신조 길드 길드마스터 광마 지금 미쳐 날뛰는 중이다. 그 케이라는 새끼 찾아서 1레벨까지 레벨다운 시켜 버린다고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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