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 보스 스킬 쓴다-42화 (42/154)

42. 신조 길드

쿠구구구구구! 콰과과광!

[레벨 업 하였습니다.]

“흐아! 끝!”

“컹컹!”

하늘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자 백구, 황구, 흑구가 방방 뛰며 나와 같이 하늘을 향해 연신 주먹을 뻗는다.

“크앙! 크앙!”

“컹컹!”

“크아앙!”

“아우, 시끄러! 조용!”

“끼이잉!”

내가 버럭 소리 지르자 셋의 귀가 축 처진다.

“아, 자식들… 그깟 소리 좀 쳤다고 기가 죽냐. 옛다!”

“컹컹!”

“크앙크앙!”

“크릉크릉!”

육포를 던져 준 뒤 머리를 한 번씩 쓰다듬어 주자 언제 기가 죽었냐는 듯 기세등등해진다.

“어휴, 자식들 미워할 수가 없네.”

고작 게임의 소환수일 뿐인데 이렇게 마음이 가는 걸 보면 내가 세이온에 빠지기는 빠졌나 보다.

“쉬러 가자. 킹 새끼 오기 전에.”

“컹컹!”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셋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장서서 뛰기 시작했다.

“너희들도 킹은 싫은가 보구나.”

“컹컹!”

어제와 오늘 밤잠을 줄여 가며 노가다 강행군을 했다. 웃기는 건 가장 큰 걸림돌은 피로나 난이도가 아닌 바로 그레이트웜 킹이었다. 누나의 공략집에는 분명 만나기 어렵다고 되어 있었는데, 이 근방에 사냥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그런지 걸핏하면 나타나 내가 잡아 죽인 그레이트웜을 입에 쓸어 담고 사라졌다.

한 번은 빠지는 게 늦어서 흑구가 녀석에게 죽을 뻔했는데 셋이 서로 크릉거리며 수군거리는가 싶더니 다음에 그레이트웜 킹이 나타났을 때는 내가 명령하기 전에 이미 도망치고 있더라. 의리 없는 놈들…….

아무튼 그런 그레이트웜 킹에게서 유일하게 안전한 곳이 바로 돌산이었는데,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아 안전지대를 펼친 난 상태창을 열어 하나의 숫자를 주시했다.

‘25레벨.’

“좋아.”

아직 저레벨 구간을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지만 25레벨 정도면 완전히 무시당할 수준은 아니다. 성과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레이트웜을 사냥하며 거의 대부분의 스킬을 입에 단내가 나도록 사용한 덕분인지 보스 스킬인 진흙 방패와 진 광폭화 스킬의 레벨이 한 단계씩 모두 올랐다.

“죽으면 말짱 황이라 찝찝하기는 한데 기분은 좋네. 일단 미분배 포인트는 전부 오러에 투자하고…….”

20개의 미분배 포인트를 오러에 넣자 오러가 55가 되었다.

오러가 55이 되었다는 건 단순히 어스브레이크 5번 쓸 수 있다는 소리가 아니었다.

“투자하니까 회복 속도가 차원이 다르네.”

35일 때는 몰랐는데 55이 되니까 오러가 차오르는 게 눈에 보인다. 능력치를 좀 더 투자하거나 혹은 장비의 도움을 받아 올리게 되면 그 속도가 더욱 빠르리라.

“그럼 슬슬 근처 마을로 가서 25렙 투기장을 들어가 보실까?”

마르바트 분지에도 당연히 마을은 존재했다. 남쪽 바위협곡을 지나 30분 정도 내려가면 바위 위에 지어진 마을이 존재하는데 주로 이곳을 지나는 여행객들과 상인들을 대상으로 숙박업 등을 제공하는 작은 마을이다.

내가 지금 노리고 있는 건 바로 200연승이었다. 접속하기 전 누나에게 200연승의 업적에 대해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쉬이 알기 어려운 고급 정보였지만 이 게임의 고인물 중 고인물인 혜미 누나는 그것에 대해 알아봐 줬고, 200연승 업적에 대해 안 순간 그것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다.

[투신전의 전사] [전설급]

-투기장 200연승 달성 보상

-오러 +50

무려 오러 능력치 50개를 주는 업적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쩝,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 아차……!”

까먹고 있던 사실 하나가 불현듯 뇌리를 탁 치며 지나갔다.

내가 잊고 있었던 건 바로 야스마녀, 한겨뤼 님과의 단체전 약속이다. 딱히 기한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함께하기로 했었는데, 나 혼자 25렙을 찍었으니 저들이 있는 20렙 구간으로는 들어갈 수가 없다.

친구창을 열어 보니 야스마녀 님의 이름만 활성화되어 있다.

“끙, 한겨뤼 님이 더 편한데…….”

* * *

<아, 죄송해요.>

<하루 만에 4레벨업해서 탈출이라니 너무하는 거 아냐!>

<깜빡했어요. 하하하.>

<혓바닥이 길다!>

<죄송합니다.>

<뭐, 알았어. 하긴 따져 보면 따로 시한을 정해 놓은 건 아니니까. 어차피 나나 겨뤼 레벨도 24니까 금방 25되겠지.>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신 밥 한 끼 같이해.>

<밥이요?>

<그래. 그… 흠흠 식데라는 거!>

<아…….>

<왜? 싫어?>

<아뇨. 그럼 언제…….>

<그건 나중에 말해 줄게. 나도 스케줄 봐야 하니까.>

<감사합니다.>

<감사하긴. 후후……. 겨뤼한테는 내가 잘 말해 줄게.>

<네.>

“후우…….”

야스마녀 님과의 귓속말을 마친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이게 다 그 중국 놈들 때문이야.”

“컹컹!”

“크앙!”

“너희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컹컹컹!”

내 말에 구씨 삼형제도 맞장구를 쳐 줬다. 그래 모두 중국 놈들 때문이다. 남쪽 바위 협곡을 지나 도착한 마르바트 마을은 마르바트에 유일한 NPC 마을답게 상당한 규모를 자랑했다.

상점을 돌며 잡템을 처분하고 장비들을 수리한 뒤 숙소를 잡고 곧바로 투기장에 접속했다.

“그랜드마스터부터 다시 시작이구나.”

20렙 투기장은 회색이 되어 접속이 안 된다. 25렙 투기장으로 들어가니 등급이 2단계 떨어지며 투기장 등급으로 인한 공격력 증가 효과가 10%에서 7%로 줄었다. 물론 25렙에서 다시 챌린저가 되면 11%가 되니 상관없긴 하다.

25렙 개인전 그랜드마스터 등급에 들어가자 역시나 눈에 거슬리는 것들이 보인다.

“애들은 여기에서도 진짜 구제불능이네.”

‘대륙의 게임 세이온의 왕자’니 ‘중화민족의 자긍심’이니 하는 제목들로 눈이 더러워지는 기분이다.

사실 중국에게 있어 세이온은 애증의 상징이며 또 은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세이온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중국 공산당은 헤븐즈게이트에게 자신들의 투자를 받는 동시에 중국 내에 단일 서버를 마련해 주고, 그 운영권을 중국 민간에 넘기지 않으면 절대 중국에 발을 딛지 못할 거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어찌 보면 그건 당연한 요구였다. 체재를 유지해야 하는 중국은 항상 그래 왔으니까. 그러나 헤븐즈 게이트는 ‘그럼 서비스 안 하고 만다’라고 하며 중국의 제안을 일축해 버렸다. 투자도 좋지만 차이나 머니의 위험성을 잘 아는 그들이었다.

그리고 수억의 시장을 포기하겠다는 헤븐즈게이트의 선언에 먼저 손을 든 건 중국이었다.

기존의 모든 게임들을 압도하는 세이온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합류하지 않으면 세계에서 뒤떨어질 거라는 불안과 중국 내 여론의 압박이 그 원인이었다. 그리하여 중국인들은 세이온 덕분에 기존에 VPN으로만 접속 가능했던 위튜브도 가능해졌고, 세계와 좀 더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역시 중국이 중국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세이온 내에 골칫덩어리였다. 특히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것처럼 중국우월주의에 빠져 있는 놈들처럼 말이다.

“뭐, 상관할 것 없지”

나야 누구랑 싸울까 고민할 필요 없이 찍으면 되니까. 빵즈 어쩌고 하는 건방진 제목을 클릭해 들어가니 마치 20렙의 누군가와 오버랩되는 거만한 자세로 유저 하나가 서 있다. 손을 흔들어 주자 웬 미친놈이냐는 듯 인상을 찡그린다.

“너 뭐냐?”

“뭐긴, 네 대가리 예쁘게 쪼개 주실 분이지. 뭐.”

* * *

-케이 놈이 25렙 투기장에 나타났다!

ㄴ에……? 무슨 소리야. 20렙 투기장이 아니라 25렙 투기장?

ㄴ그래 그랜드마스터 등급에 나타났어. 가오린이 4초컷 당했다더라.

ㄴ악몽이군. 그새 레벨을 올린 건가?

-약아빠진 놈… 지금 20렙에서 우리 대륙의 전사들이 칼을 갈며 기다리는 중이라는 걸 알고 25렙으로 도망친 거구나.

-4초컷… 빌어먹을 이야기로만 들었는데 진짜 4초컷이네.

ㄴ아니, 이게 말이 돼?

-아무것도 못하고 3초컷 당했다. 대체 저놈 정체가 뭐야?

ㄴ케이는 중국인이야. 텐진 리즈에 소속된 프로게이머래.

ㄴ텐진 리즈? 우리나라 사람이었어? 근데 왜 접속지는 한국이냐.

ㄴ중화인민이라면 상관없지! 응원한다! 케이!

ㄴ헛소리 좀 그만해. 저놈 토종 한국 놈이야. 좋은 전부 우리 거라고 말하는 그 미친 대가리 좀 갈아 끼워.

-죽여 버리고 싶네.

ㄴ걱정하지 마. 지금 신조 길드에서 추격 중이란다.

ㄴ적당히 좀 해라. 대륙인으로써 부끄럽지도 않냐? 나도 중국인만 저격하는 게 속상하기는 하지만 당한 애들 보면 당해도 싸게 행동했어. 우린 다른 나라에 대한 존중이 없어.

ㄴ프리티벳이 케이를 응원합니다.

-부적절한 단어 사용으로 채팅 삭제 및 해당 유저가 영구적으로 차단되었습니다.

-부적절한 단어 사용으로 채팅 삭제 및 해당 유저가 영구적으로 차단되었습니다.

-부적절한 단어 사용…….

-소수민족 따위는 사라져야 해.

ㄴ신하국 따위가 기어오르게 둬선 안 돼.

ㄴ중국은 참 특이해. 주변 국가를 죄다 소수민족으로 만들어 놓고는 나중 되면 소수민족을 탄압해 버려ㅋㅋㅋ

-부적절한 단어 사용으로 채팅…….

* * *

콰콰쾅!

요란한 폭음과 함께 황금빛의 갑옷이 쓰러졌다.

“너 이 새끼… 두고 보자.”

“응, 즐겜.”

승리!

-투기장 점수+21

[다이아 달성!]

-공격력 8% 상승

어제에 이어 계속해서 연승을 달리니 순식간에 그랜드마스터 등급을 돌파했다.

진 놈들이 하나같이 귀 더러워지는 욕설을 내뱉지만 워낙 많이 들어서 그런지 이젠 그냥 그런가 보다 한다.

“217연승! 끝!”

빠르게 30연승을 한 뒤 투기장을 닫은 난 업적창을 열어 보았다.

오늘의 가장 큰 수확이 업적창 가장 마지막에 번쩍거리고 있다.

[투신전의 전사] [전설급]

-투기장 200연승 달성 보상

-오러 +50

“굉장하네.”

단순히 예상했던 것과 습득한 후 경험한 업적은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13전을 치러 200연승을 달성하고 업적을 획득한 뒤 다시금 치른 17번의 개인전에서 난 오러라는 능력치가 가진 가능성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일단 오러는 단순히 새로운 스킬을 사용하기 위한 에너지가 아니었다.

자동차의 내연기관으로 치면 일종의 니트로나 부스터와 같은 역할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짧은 순간 강력한 힘이나 스피드를 가질 수 있게 해 줬다. 기묘한 것은 어스브레이크로 오러를 소모하게 되자 그만큼의 출력이 떨어졌다는 것인데 오러가 다시금 회복되자 떨어진 출력이 회복되었다는 거다.

효과만 본다면 지금부터 모든 능력치를 오러로 올릴 법도 하지만 여러 번의 실험 결과 오러를 과도하게 사용하게 되면 캐릭터의 신체 내구도가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마치 너무 과도한 출력의 엔진을 단 경주용 자동차가 속도를 이기지 못해 박살 나는 것처럼 말이다.

“결론은 모든 능력치를 적정 수준으로 올려 줘야 최상의 효율을 낼 수 있다는 거겠지.”

오러에 대해 세간에 밝혀진 건 얼마 없었는데 아직은 연구가 많이 필요한 능력치라서 그런지 공유하기보다는 마치 비전처럼 자신만의 노하우로 가지려는 것 같다. 위튜브에 싸질러 놓은 글들이라고 해 봤자 거의 다 원론적인 것이라던가 뇌피셜뿐이다. 빌어먹을… 잠시 로그아웃을 하여 쉰 후 다시금 접속해 숙소에서 나오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다시 가 볼까.”

아직은 그레이트웜 몰이사냥 효율이 괜찮으니 30렙까지는 마르바트 분지에서 죽치고 노가다만 할 생각이다. 소모품을 구매한 뒤 마을 밖으로 나설 때였다.

“야! 멈춰!”

사나운 목소리 하나가 내 발길을 붙잡는다. 고개를 돌려보니 유저 셋이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다.

“나 말하는 거냐?”

받은 말이 곱지 않으니 나가는 말도 곱지 않다.

“그래. 너 빵즈 자식아.”

셋은 날 포위하듯 둘러쌌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NPC 자경단들이 내 쪽을 곁눈질하지만 그뿐이다. 저들의 목적은 마을을 지키거나 분란거리를 마을 밖으로 쫓아내는 것이다.

“맞아?”

“그래. 확실해.”

두 녀석이 서로 대화를 나누더니 순식간에 무기를 뽑아 나를 향해 겨눴다.

“잡았다. 빌어먹을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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