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협찬
[캐릭터 상태창]
이름: 케이
레벨: 26
종족: 인간
직업: 무직
신분: 평민
명예: 417점
능력치
근력: 40 (+15)(+20)
민첩: 30 (+20)(+40)
지능: 30 (+25)(+30)
의지: 35 (+20)(+20)
오러: 40 (+15)
생명력: 750/750
마나: 1250/1250
저항
화염 저항: 22(+10)
빙결 저항: 22(+10)
감전 저항: 22(+10)
맹독 저항: 22(+10)
암흑 저항: 22(+10)
스킬
1. 스킬이터 [신화급] [4티어] (new message!)
-진(眞) 광폭화 [5레벨]
-친위대 소환 [3레벨]
-진흙 방패 [3레벨]
-데스레이 [1레벨] (new!)
-광역매혹 [1레벨] (new!)
2. 뱀파이어릭 오라 [전설급] [2티어]
-근력+10 의지+10
-오라 발동 후 공격 시 생명력 흡수
-30초간 공격력의 50%만큼 생명력으로 흡수하며 흡수당한 상대의 무기력 저주 [1레벨] 부여
-쿨타임 1분
-필요 마나 100
3. 푸른 바람 일족 오러 연공술[희귀 등급][3티어]
-능력치 오러 생성
-오러 공격 시 공격력 120% 증가
-즉사 판정 수치 15% 하락
-모든 피해의 25%를 오러 피해로 전환
업적
1. 거대 황금쥐 헌터 [희귀 등급]
-모든 능력치+5
2. 놀 슬레이어 [희귀 등급]
-인간형 몬스터 공격력 +10%
3. 무결점 레이드 [고급 등급]
-민첩+5 의지+5
4. 정령 헌터 [고급 등급]
-지능+10
5. 투기장의 무법자 [희귀 등급]
-PVP 시 공격력 3% 상승
-PVP 시 방어력 3% 상승
6. 투기장의 제왕 [희귀 등급]
-PVP 시 공격력 5% 상승
-PVP 시 방어력 5% 상승
7. 투기장의 신 [전설 등급]
-모든 능력치+10
8. 어둠을 깨치는 자 [희귀 등급](new!)
-신규 속성: 암흑 저항
9. 보스 학살자 [전설 등급](new!)
-보스 레이드 시 공격력 10% 증가
“쯧, 중국애들 잡은 것 때문에 명예 점수가 좀 떨어졌나.”
본래 437이어야 할 명예 점수가 19가 깎여 418이 되었다.
“어라, 티어 올라도 안 오르던 게 전부 올랐네?”
2티어가 되어도 아무런 능력치 변화가 없더니 3티어로 변한 연공술의 능력치가 전체적으로 상승했다.
“히든 능력치가 따로 존재해서 그런다는데 이건 뭐 복불복도 아니고…….”
연공술이 강해져서 좋기는 하지만 능력치가 제멋대로인 걸 보면 언제 한번 세이온의 스킬 코드를 뜯어 보고 싶은 충동이 든다. 달라진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스킬이터에 이상한 문구가 붙어 있다.
새로운 메시지?
스킬이터에 시선을 두자 잠시 후 스킬이터의 밑으로 투명한 창이 떠올랐다.
[흡수 조건]
-단독으로 레이드한 보스의 스킬만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흡수한 보스 스킬의 위력은 보유자의 능력치에 기반합니다.
-동일한 종류의 보스를 레이드할 시 스킬 경험치가 증가합니다.
-사망 시 큰 확률로 보스 스킬이 전부 사라집니다. (new!)
‘문구가 변했다!’
본래는 사망 시 모든 보스 스킬이 사라진다고 적혀 있던 문구가 큰 확률로 보스 스킬이 전부 사라진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작은 차이 같지만 이건 엄청난 변화다. 무려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이 일정 확률로 사라진다는 거니까. 한마디로 사망의 페널티가 줄어들었다.
‘그럼 티어가 더 오르면 더 낮아질 수도 있는 건가.’
스킬이터의 흡수 조건 중 가장 걸리적거리던 게 바뀌었으니 차후 어떻게 바뀔지가 기대된다.
“자, 그럼 다음으로 새로 얻은 보스 스킬을 한번 볼까?”
새롭게 얻은 보스 스킬을 열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광역 매혹, 데스레이.’
데스레이는 모르지만 광역 매혹은 그 위력을 실감했다. 순식간에 다수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버리는 사기적인 스킬. 위력이 보유자의 능력치에 기반하기는 하지만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 그중 일부를 아주 잠시라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면 엄청난 이득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두 개의 스킬 중 데스레이의 세부 내용을 펼치고는 곧 인상을 찡그렸다.
[데스레이] [1레벨]
-10 x 지능 수치에 해당하는 방어 무시 데미지의 죽음의 광선을 손가락을 통해 발사한다.
-속성: 무속성
-캐스팅: 0.1sec
-발사 속도: 2,000m/s
-유효 사거리: 20m
-쿨타임: 3초
-소모 마나: 1,000
“뭐지. 이 끔찍한 혼종은…….”
마법이 아니라 무슨 권총 제원 같다. 데미지? 엄청나게 좋은 건 아니지만 그럭저럭 쓸만하다. 방어 무시 데미지에다가 ‘피의 검’이나 ‘광폭화’를 써서 증폭시키면 되니까.
가장 빠른 마법이라는 별명답게 발사 속도는 거의 소총에 두 배다. 유효 사거리가 짧기는 하지만 쿨타임도 극단적으로 짧고, 캐스팅 속도도 미친 수준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소모 마나다.
“1,000 마나가 애들 장난인가.”
현재 보유 마나가 1,250이니 한 발 쏘면 끝이라는 소리다. 내가 알기로 대략 50레벨 정도의 근거리 딜러 평균 마나량이 3,000 초반대에서 4,000 후반대라고 알고 있는데, 한마디로 이건 몬스터 사냥에는 죽어도 못 쓸 스킬이라는 뜻과 같다.
“그나마 투기장에서는 쓸만하겠네.”
투기장에서는 전투에 들어가면 부상이나 생명력 마나 따위가 전부 차오르니 괜찮을 것 같다.
“쯧…….”
낮게 혀를 찬 나는 데스레이 밑에 있는 광역 매혹을 클릭했다.
“이건 좀 쓸만하네.”
[광역 매혹] [1레벨]
-5m 전방으로 내각 120도의 부채꼴 형태의 공간에 있는 모든 적이 20% 확률로 매혹에 걸림. 매혹에 걸렸을 경우 시전자를 공격하는 모든 적을 10초간 공격.
-쿨타임: 1시간
-소모 마나: 500
“다인전에서 유리하겠군.”
20% 확률이지만 그리 낮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적이 10명이 있으면 최소한 한 명에서 두 명은 걸릴 수 있다는 뜻이니 잘만 쓰면 꽤 유리할 것 같다. 내가 데스레이와 광역 매혹을 어떻게 활용할까 하고 고민하고 있을 때 이 부장님의 외침이 들려온다.
“아싸 가오리!”
작은 단검을 집어 든 이 부장님이 만세를 부른다. 저게 비싼 건가 보네.
자신의 차례가 끝났는지 이 부장님이 히죽히죽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알고 지낸 지는 고작 몇 시간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꽤 친해져 버렸다. 뭐, 그게 게임의 묘미니까.
“케이야.”
“네.”
“포디나 언제 가냐? 퀘스트 완료해야 하잖아.”
“그렇죠.”
이제 포디나로 가서 테오를 카렌한테 던져 주면 카렌의 퀘스트가 완료되고, 그럼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레인저 전직을 할 수 있게 된다.
“지금 같이 가는 거 어떠냐?”
“지금이요?”
“그래. 어차피 저런 퀘스트 아이템 같은 녀석은 오래 데리고 있으면 별로 안 좋아. 까딱 죽어 버릴 수도 있고… 그러니 바로 포디나로 가자. 우리가 잘 보호해 줄 테니까.”
죽기는 개뿔……. 속 보이는 소리 하시네. 레벨은 모르겠지만 흑마법사가 죽자마자 저주가 풀린 테오는 이전의 골골대는 늙은이가 아니었다. 처음 봤을 때는 얘가 레나, 레미 할아버지가 아닐까 하고 의심했는데 저주가 풀리자마자 키가 한 뼘 정도 커지더니 미중년으로 변해 버렸다. 느껴지는 바로는 카렌 씨와 동급의 강자가 아닐까 생각 중이다.
“뭐, 그러죠. 형들도 가서 카렌한테 눈도장 찍어야 하니까요.”
어차피 데려가려고 했다. 전직 퀘스트의 단서를 가르쳐 주긴 했지만 테오 린드스턴을 함께 구해 냈다는 것을 어필하면 레인저 퀘스트를 얻기 더 쉬울 테니까. 내 말에 얼굴이 화악 하고 펴지는 이 부장님이다.
“하하하, 눈치 빠른데? 너 회사 생활 잘하겠다.”
“뭘요.”
“야야, 얼른 정리해! 지금 당장 케이 퀘스트 완료하러 포디나 간다!”
“예! 이 주임! 빨리 골라!”
선택 장애가 있는지 아이템 앞에 우물쭈물하고 있던 아가씨가 날 밉다는 듯 노려봤지만 뭐 어쩌겠는가. 나도 바쁜데…….
* * *
“그래서 저번에 파티한 녀석이 딜이 엄청 센 거야. 왜 그렇게 세냐고 물었더니. 그 새끼가 그러더라고.”
“뭐라는데요?”
“제가 한방의학과라서 한 방 위주로 템 세팅해서 그래요.”
“으하하하!”
“호호호호!”
이 부장의 농담에 그의 주위에 있던 이들이 폭소를 터뜨린다. 아… 영혼 없는 웃음이 저런 거구나. 웃으면서 내 눈치를 슬슬 보는 걸 보면 자기들도 참 구차하다는 건 아는 거 같은데…….
“그리고 말이야. 그 한방의학과…….”
“저기 이 부장님.”
“왜?”
난 저 웃기지 않지만 웃어야 하는 웃픈 상황을 타개해 주고자 이 부장님에게 말을 걸었다.
“회사가 어디세요?”
“아, 우리? 제이텍.”
“제이텍이요? 캡슐 회사잖아요.”
“그렇지. 혁신과 신뢰의 제이텍! 영업 1, 2, 3팀!”
혁신과 신뢰의 제이텍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 않나. 내가 쓰는 캡슐도 제이텍 3세대 초기형이기는 하지만 다른 업체에서는 벌써 5세대 뽑아내는데, 제이텍은 아직도 4세대 캡슐만 판매하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뭐 그걸 굳이 꼬집을 필요는 없겠지.
“하하, 저도 제이텍 거 써요.”
“오, 우리 고객님이었구나. 어떤 거 쓰냐? 트리톤? 라리사?”
트리톤과 라리사는 제이텍의 4세대 캡슐 이름이다. 내 캡슐 이름이 뭐더라…….
“갈데라요.”
“아, 갈데라? 갈데라… 갈데라?”
갈데라를 곱씹던 이 부장님이 갑자기 크게 소리쳤다.
“그, 그… 갈데라 쓴다고?”
“네.”
뭐가 문제지? 그때 이 부장님의 뒤에 서서 잡담을 나누고 있던 김 과장이라는 분이 불쑥 튀어나와 내게 물었다.
“그 쓰… 흠흠……. 뻥스펙이 아직도 굴러간다고?”
“뻥스펙이요?”
“그래. 그거 아마 지금 굴러가는 거 몇 개 없을 정도로 쓰레기…….”
“얌마, 그래도 회사 제품인데 뻥스펙이라니…….”
“하도 안 팔려서 반값으로 전부 처분해 버렸잖아요.”
“끙, 그건 그렇지.”
앓는 소리를 내는 이 부장님이다. 입을 삐죽이는 김 과장.
뭔가 내가 모르는 얘기가 있는 모양이다. 인터넷에서 갈데라에 대한 욕은 없는 것 같았는데…….
“갈데라 모델이 무슨 문제가 있어요? 인터넷에서는 별말 없었는데…….”
“인터넷에 별말 없는 건 하도 안 팔려서 그런 거고……. 그리고 그, 갈데라가 이름은 3세대인데 실제 성능은 2세대보다 못하거든.”
“예?”
“아오, 왜 자꾸 껴들어서 아픈 과거 꺼내냐.”
김 과장님의 머리를 꾹 누르는 이 부장님이다.
“제가 그거 판다고 얼마나 개고생한 줄 아시잖아요. 소프트웨어로 3세대급 성능 끌어내라고 연구소 쪼는데, 염병 안에 들어가는 싸구려 GPU는 비싸다고 바꿔 주지도 않고, 소프트웨어 쪽으로 해결하겠다고 하다가 결국 소프트웨어 상무 친척이 하는 하도급에 맡겨 가지고 진행했다가 A/S도 못해 주고…….”
전혀 몰랐던 이야기다. 물론 내가 관심 있는 분야가 아니니 모르는 게 당연한 거지만 그래도 나름 꽤 잘 썼었는데…….
“갈데아에 소프트웨어가 문제 있나 봐요? 업데이트는 다 했는데?”
“그거 우리 연구소에서 코드 전부 해체하다시피 해서 다시 제작해 배포한 거야. 하도 엉망으로 출시했던 거라 사고만 터지지 말라고 최저사양으로 맞춰서…….”
“아하…….”
“아무튼 그래서 놀랐다. 난 네가 상성에서 나온 5세대 프로게이머 쓰고 있는 줄 알았거든. 보니까 동기화율 장난 아니게 높아 보이던데, 그거 기계 성능이 그 정도는 돼야 받쳐 주거든.”
상성에서 나온 5세대 프로게이머용 캡슐은 대당 육천에서 칠천만 원 하는 거의 고급 세단 한 대급 가격의 캡슐이었다.
“상성 프로게이머 쓰면 게임이 더 낫나요?”
“당연하지. 갈데아로는 지금 세이온 도시에서 40프레임도 방어 안 될걸? 간신히 된다고 해도 사람 몰리는 경매장이나 100명 이상씩 붙는 영지전 같은 거 하면 10프레임 이하로도 떨어지고…….”
“그런가. 하긴…….”
가끔 프레임 드랍이 심하게 날 때가 있긴 있었다. 예전에 경매장에서 워낙 심해 난 그게 방송 보조로 붙인 노트북 문제인 줄 알고 데스크탑으로 바꿨는데… 알고 보니 캡슐 탓도 있었나 보다.
곧 후원 정산 받을 때가 돼서 돈 들어오면 형한테 좀 쓰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캡슐을 바꿔야 할 것 같다. 그때 나를 유심히 바라보던 이 부장님이 말했다.
“케이야.”
“예?”
“너 방송한다고 했지?”
“아. 네.”
포디나로 가는 길에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다가 내가 방송한다는 이야기도 했었다. 방송에 팬가입 해 달라는 건 아니고, 내일이나 모래 위튜브 채널 여니까 구독이나 해 달라고 소소하게 영업 좀 했다.
“그럼 너 우리 회사에서 협찬 좀 받아 볼래?”
“협찬이요?”
“응. 일주일 뒤에 우리 회사 5세대 라인업이 나오거든? 상성 프로게이머급이랑 붙으려고 작심하고 만든 야심작이야. 그거 네가 협찬 한번 받고 광고 좀 해 줘라. 어때?”
캡슐 회사들 중 제이텍은 딱 중간의 네임밸류를 가진 회사였다. 기술력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튼튼하고 가격 가성비 좋은 그런 업체 말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중간급 네임밸류라도 협찬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웬만한 대형 비제이나 위튜버들이 받는 그걸 내가?
“저야 협찬받으면 좋기야 하지만 5세대급이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괜찮으시겠어요?”
막말로 난 위튜버도 아닌 아프리카 방송 시작한 지 한 달 된 하꼬 중에 하꼬다. 물론 팬이 꽤 많이 붙어 줘서 급성장 중이기는 하지만 하이엔드급 캡슐을 협찬받으려면 최소한 30만에서 50만 정도의 위튜버는 되어야 광고 효과가 있을 텐데 뜬금없이 내게 그런 제안을 하다니……. 나만의 생각이 아닌지 김 과장이 이 부장님을 말리고 나섰다.
“부장님, 그런 거 기분대로 제안하시면 어떻게 해요. 협찬하는 거 최소한 상무님한테까지는 올라가는 일인데.”
“임마, 나도 생각이 다 있지.”
“생각이요?”
“그래. 그러니 좀 잠자코 있어. 자식아.”
김 과장의 머리를 확 밀어 버린 이 부장님이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케이야.”
“예.”
“협찬해 주는 조건으로 너 대회 한 번 나가서 상성 프로게이머 쓰는 놈 하나만 눌러 주라. 가급적이면 아주 철저하고 잔인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