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 보스 스킬 쓴다-58화 (58/154)

58. 승리의 결실

채에에에엥!

마주 댄 검날에 불꽃이 튀긴다.

‘좋아!’

천공제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420연승의 시작점을 저지하고 주도권을 가져왔다.

[이화접목]

콰아앙!

“큭!”

놈이 포탄처럼 뒤로 튕겨 나간다.

이화접목은 상대가 가하는 모든 물리적 피해를 흡수하여 자신의 공격력을 더해 반격을 가하는 전설급 카운터 스킬로, 이놈을 잡기 위해 무려 전설급 스킬을 지우고 새로 배웠다.

이형환위로 따라붙으며 그가 자랑하는 또 다른 비장의 전설급 스킬을 꺼내 들었다.

[오러 스트라이크]

파파파팟!

자색의 오러에 감싸인 그의 몸이 포탄처럼 튀어 나갔다.

오러로 몸을 보호함과 동시에 돌진 스킬로 상대를 분쇄하는 스킬이다.

[어스 브레이크]

놈의 검에서 뿜어진 푸른 오러가 그를 향해 마주 뿜어졌다.

콰콰콰콰쾅!

요란한 폭음이 콜로세움에 진동했다.

오러 스트라이크가 어스 브레이크에 막혔지만 상관없다. 돌진의 힘은 계속 남아 전진하는 중이었으니까. 오러 스트라이크의 좋은 점 중 하나로 공격이 막혀도 계속해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쾅!

“큭!”

오러를 잔뜩 머금은 검에 맞아 벽에 부딪힌 녀석이 신음을 흘린다.

천공제의 입가가 잔인하게 비틀어졌다. 마지막 일격을 위해 검을 뒤로 당겼다.

[일섬향]

팟! 콰득!

세이온에서 가장 빠른 근접 대인 공격 스킬을 머금은 신화급 무기인 빙룡도가 놈의 심장을 찔렀다! 손끝으로 피륙을 관통하는 느낌이 전해져 온다.

“승리다!”

마침내 이 빌어먹을 한국 놈에게서 승리를 쟁취했다.

“흐흐흐하하하하!”

승리의 기쁨에 천공제는 광소를 터뜨렸다.

‘4초의 괴물.’

이 케이라는 놈은 중국 유저들 사이에서 4초의 괴물로 불렸다. 웬만한 도전자는 4초 컷. 오래 걸려도 30초가 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전투력을 보이는데, 오죽했으면 30초나 버틴 놈들이 그걸 자랑으로 삼아 4초도 버티지 못한 이들을 조롱하기 바빴다. 아무튼 케이의 모든 대결을 분석한 결과 90%의 확률로 오러 광역기와 대인 공격력 최강의 데스레이로 처리해 버리는데, 놈이 현재 420연승을 한 만큼 현재까지 거의 필살의 패턴이라고 부를 만하다.

그러나 천공제는 거기서 놈의 약점을 찾았다.

‘붙어서 싸우는 근접전을 싫어한다.’

세이온의 전투는 스킬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스킬의 비중이 40%라면 그 외에는 일명 평타 싸움이 벌어진다. 유저 간의 레벨과 스펙, 싸움의 재능 등으로 판가름 나는 이 평타 싸움을 케이는 거의 한 적이 없었다. 아니, 피하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보였다. 물론 실상을 까 보면 극도의 효율을 추구하기에 붙어서 드잡이질하며 심력을 낭비하는 것을 싫어할 뿐이었지만 지금의 천공제가 그것을 알 수는 없는 법이다.

‘먼저 선공을 가져간 후 평타를 바탕으로 한 지구전으로 가야 한다.’

물론 케이가 사용하는 데스레이 마법은 초반 선공에서 거의 무적에 가까운 상성의 우위를 자랑했다. 추정치로는 최소 전설 등급으로, 총알보다 더 빠른 그 공격은 보고 피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다. 그러나 천공제는 그것을 99% 확률로 피할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

‘이형환위’.

그가 가진 전설급의 보법으로, 끊임없이 잔상을 일으켜 상대의 눈을 현혹시킴과 동시에 속도 하나만큼은 신화급 보법에 비견되는 스킬이다. 게다가 케이는 버릇 또한 노출시켰다. 상대가 속도에 우위가 있는 장비를 착용하고 있으면 80%의 확률로 데스레이를 사용하고, 방어가 단단한 장비를 착용하고 있으면 오러 광역기를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이 오러 광역기를 사용하는 것도 일정한 패턴이 존재했는데, 초반 근접전으로 도전한 몇몇의 사례를 봤을 때 먼저 붙게 되면 오러 광역기가 나오지 않았다.

‘완벽한 분석으로 놈의 공격을 분쇄하고 연승을 저지한다.’

파훼는 완벽했다. 이형환위를 통해 놈의 초근접까지 파고들었을 때까지는. 그러나 그 이후의 벌어진 일들은 그의 분석을 모두 박살 내 버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분명히 적중했다 생각했던 마지막 일격이 놈의 이상한 방어 스킬에 막혔을 때부터다.

모래 같은 것에 가로막힌 검을 뽑으려 할 때 녀석이 공격이 함께 날아들었다.

퍼어억!

사각에서 날아온 발차기에 맞아 머리가 뒤흔들린다.

“씨발!”

욕설을 내뱉으며 상하좌우로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는 천공제!

챙! 챙! 챙! 채채챙! 챙! 캬가각!

검이 부딪힐 때마다 오러와 오러가 맞붙으며 불꽃이 튀어 오른다.

캬가가각! 채채챙!

“큭…….”

근접전을 싫어할 거라는 예상을 비웃듯이 놈은 자신의 근접 공격을 무리 없이 막아 내었다.

그가 스킬을 쓰기 위해 뒤로 슬쩍 물러설 때였다. 놈이 자신의 머리를 손가락을 가리키자 뇌리에 위험 신호가 맹렬히 울렸다.

‘데스레이!’

상대의 공격을 눈치챈 그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훼이크다, 병신 새끼야!”

쫘악!

손가락을 거둔 녀석이 붉은 기운이 일렁이는 검으로 팔을 베고 지나갔다. 그러나 살짝 스치기만 했기에 큰 피해는 없다.

“어디서 얕은 수작을… 응?”

공격을 가하려는데 갑자기 전신의 힘이 천천히 빠지며 생명력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어떻게…….”

“어떻게는 무슨 어떻게야. 그냥 좆 된 거지.”

뱀파이어릭 오라의 효과는 저주 해제 주문이나 스크롤을 통해서만 풀 수 있다.

30초간이기는 하지만 무력화 2레벨의 저주는 전체 능력치의 20%를 다운시킨다.

그러나 천공제는 실소를 터뜨렸다.

“감히 이따위 것으로?”

[천선지체]

화아악!

몸에 걸린 모든 디버프와 부상, 생명력까지 모조리 회복시켜 주는 전설급 스킬 천선지체를 사용한 천공제는 이형환위를 이용해 케이의 측면으로 돌아갔다. 잔상으로 인해 케이는 여전히 눈앞의 허상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멍청한 놈!”

그가 케이의 목으로 빙룡도를 휘두르는 순간이었다.

[산들바람 걷기]

바람에 흔들리듯 상체가 뒤틀리며 빙룡도를 피해 낸 케이가 몸을 회전시키며 어스 브레이크로 천상제의 허리를 카운터 쳤다.

콰아아앙!

어스브레이크에 맞아 날아가는 천상제를 산들바람 걷기로 따라붙는 케이의 눈이 빛난다. 완전히 마무리할 절호의 기회! 그러나 천상제의 몸에서 그 빌어먹을 카운터 스킬의 이펙트가 나타나자 공격을 멈추고 손가락을 들었다.

[데스레이]

삐이이이잇!

퍼어엉!

“악!”

놈의 공격에 대비해 이화접목을 사용했던 천상제는 데스레이에 두들겨 맞아 벽으로 날아가 부딪혔다. 다행히 적중한 부분이 신화급 방어구로 보호받는 복부라서 망정이지, 다른 곳이었으면 부상 정도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천상제가 케이를 향해 달렸다.

“하앗!”

“타핫!”

챙! 챙! 채채챙!

연신 검이 부딪히며 현란한 불꽃이 튀어 오른다.

“큭……!”

얼핏 대등한 싸움 같아 보이지만 케이는 검이 부딪힐 때마다 검의 내구도가 무더기로 깎여 나가는 것을 봤다. 아무리 +10강 전설급 무기라도 비슷한 등급의 신화급 무기에는 이기지 못하는 것이다.

쾅!

천상제도 그것을 눈치챘는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케이를 더욱 밀어붙였다.

드드득…….

맞댄 칼날에 밀려 천천히 케이가 뒤로 밀려난다.

“아무래도 무기는 내 쪽이 위인 것 같군.”

“글쎄? 그럴까?”

“허세는! 더 꺼낼 카드가 없다면 내 승리다.”

“너 또한 마찬가지 같은데?”

“크큭, 이만 죽어라!”

금세라도 박살 날 것 같은 상대의 검을 바라보며 천상제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캬캬캭!

그때였다.

“아참, 난 아직 한 장 더 남았다.”

“뭐?”

“비장의 카드 하나가 더 남았다고. 바로 이거.”

[친위대 소환]

“크아앙! 크릉! 크아앙!”

한참 힘겨루기를 하고 있던 천상제의 등 뒤로 구씨 삼형제가 나타났다.

케이는 구씨 삼형제의 스펙을 올릴 요량으로 남작령에서 죽인 NPC들에게서 루팅한 무기와 방어구로 구씨 삼형제의 무기들을 업그레이드했다. 게다가 케이가 이번에 장비를 교체하며 상승시킨 능력치의 추가분에 대해 보너스까지 받았으니 지금 구씨 삼형제는 웬만한 20렙 유저와 맞먹는 공격력과 방어력을 지닌 상태였다.

“장비빨은 밀릴지 몰라도 스킬빨은 내가 이길걸? 이번에는 1:4로도 한번 붙어야지?”

케이의 두 눈이 사납게 빛났다.

* * *

승리!

“후아…….”

천공제라는 녀석과의 전투에서 정말 아슬아슬하게 승리했다. 뱀파이어릭 오라를 통해 승기를 잡기는 했지만 녀석이 지닌 스킬들은 역시나 만만치 않았다. 아마 마지막에 구씨 삼형제와의 협공이 아니었다면 정말 승패를 장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 달콤한 승리의 과실을 취할 때다.

“야, 천공제, 캐삭 영상 보내라.”

기다려도 대답이 없다.

“어이, 천공제!”

[케이야. 일단 얼린 것 좀 풀어라. 이러다가 채팅방 터지겠다.]

“예.”

확인해 보니 시청자 수는 무려 4만에 달한다. 그들 모두가 나와 천공제의 전투를 지켜봤다는 소리다. 얼렸던 채팅방을 풀자 엄청난 양의 채팅이 미친 듯이 올라왔다.

-천공제 이 새끼 날랐네.

-중국의 수치!

-나 지금 천공제 방금 테러 간다!

ㄴ갈 필요 없음. 천공제 지자마자 소리 꽥 지르더니 그대로 방송 닫아 버림.

-개새끼, 내 그럴 줄 알았음. 수치스러운 놈!

-야. 중국… 너네 천공제 불러와. 갈 때 가더라도 캐삭은 하고 가야지 ㅋㅋㅋ

ㄴ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다. 하… 중화인민의 얼굴에 똥칠을 하는군.

ㄴ어이, 채팅방 도배하던 놈들도 런했다. 빙신들…….

ㄴ뭐 엄청 대단한 놈인가 싶었는데.

ㄴ배짱 좋게 나서더니 지니까 도망치넼ㅋㅋㅋㅋㅋ

“뭐, 충격이 너무 커서 잠시 머리 식히러 갔겠죠.”

채팅들을 바라보며 난 녀석을 두둔하듯 말했다.

물론 실상은 녀석이 캐삭을 안 하고 도망치는 게 더 낫다. 들어보니 재벌집 자식 같은데, 그런 애들한테는 돈 몇억은 우습잖아? 차라리 그렇게 비굴하게 도망치면 앞으로 한동안 얼굴 들고 다니기도 힘들 것이다. 나한테 다시 덤빌 명분도 영원히 사라지는 거고.

-케이 님. 후원 마려워요! 얼른 풀어 주세요!

ㄴ얼른 풀어라! 소매 넣기가 뭔지 보여 줄게!

ㄴ나도 대기 중!

너도 나도 후원해 준다는 말에 난 피식 웃었다.

하긴, 오늘은 더하기도 피곤한 마당에 후원이나 받고 끝내야지.

“후원 풀었습니다.”

방송 옵션을 조작하자 후원 메시지가 끊임없이 화면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적게는 천 원에서부터 많게는 십만 원까지. 금액도 다양한데 외국인들이 보내는 후원도 상당하다. 미리 음성녀를 꺼놔서 망정이지, 꽤 시끄러울 뻔했다.

[크림케이쿠 님 10,000원 후원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눈정화 하고 갑니다. 500승 가즈아!

[이숭제 님 50,000원 후원 감사합니다.]

-멋졌다! 오졌다! 지렸다!

[장무기 님 10,000¥ 후원 감사합니다.]

-같은 중국인으로 너무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네요. 멋진 경기였습니다.

[세스 님 1,000,000원 후원 감사합니다.]

-천공제라는 놈은 제가 좌표 찍었으니까 다시 보실 일은 없을 거예요.

[Strparu 님 100$ 후원 감사합니다.]

-케이 너무 멋있다.

[Gaming Vital 님 1,000$ 후원 감사합니다.]

-500연승 업적을 미리 축하한다.

[야스마녀 님 10,000,000원 후원 감사합니다.]

-동생 싸우는 거 볼 때마다 그냥 온몸이 찌릿찌릿해.

[한겨뤼 님 1,000,000원 후원 감사합니다.]

-30레벨대 투기장 1등을 꺾었다면 이 레벨대에서는 최강자라는 말이군. 멋진데?

중간에 세스 님이 뭔가 으스스한 말씀을 하신 것 같긴 하지만 애써 무시했다. 음음… 천상제도 신조길드 꼴 나는 건가.

“대단찮은 일이었는데 이렇게 많은 후원해 주신 것 감사합니다.”

나름 겸손 떤다고 말을 하긴 했지만 쏟아지는 후원에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짜릿하다. 방송을 하며 사람들의 환호와 칭송에 중독된다고 하더니 나 또한 그렇게 될 것 같다.

-케이 님. 세이온에 케이 님이 관련된 공지가 뜬 것 같은데요?

“그런가요? 확인해 보겠습니다.”

시청자의 말에 홈페이지를 열어 공지 사항에 들어가 보니 과연 새로운 공지 하나가 올라와 있다.

[안녕하세요. 헤븐즈게이트입니다. 세이온을 사랑해 주시는 많은 모험가분들께… 저희 헤븐즈 게이트에서 해당 영상에 나온 유저에 관한 모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세간에 논란이 되고 있는 핵 프로그램과 관련된 그 어떤 기록도 없었으며, 이에 따라… 즐거운 세이온 되시길 바랍니다.]

무슨 세계적인 게임사에서 일개 유저의 대한 핵 사용 유무를 공지로 띄워 주겠냐고 하겠지만, 불법 프로그램이나 해킹, 핵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철저한 것이 헤븐즈 게이트였다. 아무튼 이로써 내 핵에 대한 의혹은 모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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