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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보스 스킬 쓴다-66화 (66/154)

66. 1대 50!

고대로부터 기습이라는 건 투입되는 자원에 대비하여 뛰어난 효과를 자랑하는 전법이었다.

물론 역으로 간파당하면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되지만 상대가 나에 대해 모르는 초전의 경우에는 거의 90%의 확률로 먹히게 되어 있는 게 기습이라는 전법이다. 물론 지금의 경우에는 그에 걸맞은 수확을 얻었고, 이제 마나며 오러며 죄다 쥐어짠 상태다. 결론은 빠지거나 혹은 제2의 기습을 준비해야 한다.

작은 문제라면 지금 덤비는 놈들이 처음 싸웠던 놈들이랑 질적으로 다른 탓에 난이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젠장… 엘프 따위 죽어 버리든 말든 놔둬야 했는데. 괜히 오지랖을 부려서!

“죽어라!”

화르륵! 콰아아아!

불꽃의 파도가 나를 덮치자 뱀파이어릭 터치로 차오르던 생명력이 빠르게 줄어든다. 각종 방어 관련 업적과 태고의 신비 스킬이 아니었으면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내가 세이온을 공부하며 깨달은 게 있는데 아무리 강력한 스킬을 얻고 업적을 가졌다고 해도 체계적인 물량 공세에는 답이 없다는 것이다. 최후의 한 수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최후의 한 수가 왜 최후의 한 수겠는가. 쓰면 50%의 확률로 이쪽이 엿 되니까 안 쓰는 거다. 그러니 지금은 열심히 밀리는 수밖에 없다.

[역소환]

[산들바람걷기]

슈욱!

아직 거저먹을 경험치들이 바닥에 널렸지만 난 미련 없이 구씨 삼형제를 역소환하여 뒤로 빠졌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빠르게 도망치는 나를 향해 공격이 쏟아진다.

카칵! 카카칵!

가슴이 갈리며 복부가 새빨갛게 변했다. 응급처치를 하며 뛰어오르는데 두 발의 화살이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처음 상대했던 놈들과 지금 덤비는 놈들은 완연히 다르다. 나무를 장애물 삼아 도망치지만 녀석들도 이 짓에는 일가견이 있는지 내 등 뒤로 바짝 따라붙었다. 게다가 하나하나가 보통이 아니다.

“쳇! 레벨 차이!”

레벨이 높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일단 10레벨 단위로 얻는 스킬의 개수가 다르고 능력치의 숫자가 다르며 가진 경험이 다르다. 그리고 길드에 그것도 일본에서 알아주는 곳에 소속되어 있다는 건 그만큼 검증된 실력이라는 뜻이다.

[전투 은신]

레인저 직업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전투은신을 발동했다. 이동속도는 굼벵이가 되지만 전투 중에도 사용할 수 있는 은신 스킬이다. 그러나 놈들은 은신마저도 간파하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 공격해 댔다.

퍼퍼퍽!

“빌어먹을!”

세 대의 화살이 은신을 펼친 나를 정확히 저격했다. 몸을 비틀어 간신히 피해 내기는 했지만 기다렸다는 듯 가슴에 크게 1이라고 적힌 놈들이 사방에서 내게 날아든다.

[산들바람걷기]

파파팍!

산들바람 걷기로 드리워진 나무줄기를 밟아 놈들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내는데 갑자기 눈앞에 닌자처럼 차려입은 녀석이 나타나 내 허리를 붙잡고 공중에서 그대로 내리꽂혔다.

“천구 떨구기!”

뭔가 멋들어진 이름을 외치기에 대단한 건 줄 알았는데, 그냥 붙잡고 바닥에 내리꽂는 거다. 너 애니를 너무 많이 봤구나? 난 내 허리를 잡은 녀석의 머리를 겨드랑이에 끼고 상체를 회전시켰다.

“억!”

소소한 반항이 있지만 회전을 가해바닥에 내리꽂는다.

“롤링 디디티!”

쓸데없는 닌자 스킬보다 프로레슬링이 훨씬 살상력이 좋다. 이름도 멋지잖아. 롤링 디디티!

콰아아앙!

“크아악!”

바닥에 내리찍은 닌자 녀석의 목이 기형적으로 꺾였다. 그러게 왜 근접 전투원 주제에 천때기를 입고 설치냐! 내가 거꾸로 꽂혀 팔다리를 바들거리는 녀석에게서 몸을 일으킬 때였다.

“멈춰라!”

츠츠츠츠츳!

“큭!”

순간 위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압력에 난 그대로 무릎 꿇었다.

척! 처처척!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려는데 내 주위로 일본 놈들이 속속 내려섰다. 완전히 포위된 상황.

“하아, 젠장맞을…….”

가장 마지막에 내려선 녀석이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다른 놈들과 다르게 좀 더 화려한 장비를 갖춘 것을 봐선 이놈이 여기 대가리 같다.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수십 쌍의 살기 어린 눈이 나를 노려보고 있다.

“네놈 엘프가 아니구나.”

우두머리로 보이는 놈이 말했다. 엘프?

“당연히 아니지. 왜? 엘프가 아니라 실망했냐? 쪽발이 새끼야.”

“뭐?”

제대로 번역되었는지 놈의 미간이 꿈틀거리고 얼굴이 붉게 물들어 간다.

“기분 더럽냐? 엘프 잡아서 그 짓 하는 것만 생각하는 새끼들한테는 쪽발이도 아깝다.”

“너 주둥이 놀리는 걸 보면 조센징이군.”

“그래. 조센징이다. 쪽발아.”

“이놈이!”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놈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단숨에 뽑아 나를 일도양단할 것 같다. 꽤 난감한 상황인데 왠지 웃음이 나온다.

“하하…….”

“웃어?”

스르릉!

녀석의 검이 뽑혀 나와 내 목을 가르려던 찰나였다.

“안 돼!”

파앗!

뾰족하 외침과 함께 한 대의 화살이 매서운 기세로 날아와 녀석의 가슴으로 파고든다. 아니, 파고들려던 찰나 놈이 검 날로 화살을 쳐 내 버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피투성이가 된 라리엘이 무릎을 꿇은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음…보통이라면 감격해야 하는데 그런 감정보다는 조금 짜증난다.

“호오, 저년이랑 친한가 보군.”

놈의 눈에 음심이 깃든다. 친하긴 개뿔 반나절 전에 쟤 남자친구 뚝배기를 터뜨렸는데.

“재미있는 생각이 났다. 크크큭…….”

비슷한 놈들끼리는 이심전심으로 통하는지 모두 음흉한 표정이 되어 라리엘을 바라본다.

짜증 나네. 내가 몸을 일으키려 무릎을 짚는 순간이었다. 내 등 뒤로 으스스한 목소리가 들린다.

“그렇지만 입 털다가 뒤통수 맞는 멍청이가 아니라서 말이야.”

[진흙 방패]

카카칵! 파캉!

자동 방어 스킬인 진흙 방패가 발동했지만 상대의 공격은 진흙 방패 따위는 우습게 뚫어 버리고는 그대로 내 가슴을 관통해 버렸다.

푸푹!

“어…….”

가슴을 찢고 튀어나온 붉은 칼날이 보인다. 이거 참… 이거 완전 즉사 판정이네.

“멋지지? 크크크.”

“그러게 멋지네.”

가슴이 아주 화끈 달아오를 정도로 멋지다. 내 두 번째 기습에 걸려든 것들을 모조리 불살라 버리고 싶을 정도로.

[진(眞) 광폭화]

[불사의 권능]

[뱀파이어릭 오라]

화악!

시야가 핏빛으로 물들었다.

60초 동안 무적기가 시작되었다!

라리엘이 끼어드는 바람에 내가 원하는 타이밍은 아니었지만 놈들을 한곳에 모은다는 목적은 달성했다.

“다시 놀아 볼까?”

1차 때는 이 녀석들이 나에 대해 모르기에 기습을 걸었다. 성공하긴 했으나 상대가 의외로 만만치 않았다. 최소 전설 등급으로 추정되는 추적 스킬과 나를 쫓을 놈들이 우글거리는 한 후퇴도 어려웠으니까. 그렇기에 난 조금 위험을 무릅쓰고 2차 기습을 준비했다. 바로 지금처럼 한자리에 모였을 때 말이다.

“어스브레이크!”

콰콰콰콰쾅!

어스브레이크를 베어 가는 궤적에 걸린 놈들이 단숨에 박살 나며 터져 나갔다.

푹! 푹푹! 푹!

수십 번의 칼질이 내 몸을 난자했다. 갑옷이며 망토며 투구며 다 찢겨 나가지만… 난 죽지 않는다! 불사 만세다!

“이 새끼 어째서… 컥!”

난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검을 꽂아 넣었다. 어설프게 흘리려고 하지만 내 검이 훨씬 빠르다.

푹!

“어억!”

상대의 몸에 검을 꽂아 넣은 후 그대로 회전시키며 사방을 베어 낸다.

[어스브레이크]

퍼퍼퍼퍼퍼펑!

부챗꼴로 퍼져 나간 강기가 사방을 찢어발겼다. 단숨에 넷 정도는 골로 보낸 것 같다.

하지만 두 번의 어스브레이크로 내 오러는 거의 바닥이 났다. 절반 가까운 숫자를 죽였지만 대장으로 보이는 놈을 포함해 아직 십여 명이 건재하다.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난다. 불사는 40초 정도 남았는데 이래 가지고는 아무래도 버겁지 싶다. 난 듀렌달을 땅에 꽂은 채 무릎을 꿇었다.

“허억허억… 쿨럭… 쿨럭… 커억!”

당장에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다. 내가 쓰러지자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나던 혼다라는 놈이 눈에 핏발이 선 채 내게 검을 치켜들며 달려들었다.

“죽어어!”

유들거리며 나를 도발하던 녀석이 이제 자제심을 잃었다. 쯧… 멍청하기는. 상대가 당장 숨통이 끊어지기 직전이라도 말이야. 검을 손에서 놓지 않았으면 항상 조심해야 하는 거다. 특히나 추진력을 얻기 위해 무릎을 꿇고 있는 상대라면 말이야!

[피의 검]

[어스 브레이크]

콰콰콰콰콰쾅!

“으아아아악!”

놈의 상체를 꿰뚫으며 터뜨린 어스 브레이크에 놈의 뒤에 서 있던 놈들까지 휩쓸렸다.

슈욱! 투투툭…….

베어 낸 자세 그대로 공중에서 회전하여 몸을 굴린 후 재빨리 일어나 검을 치켜들었다.

챙!

“죽엇!”

“큭!”

엉겁결에 막아 내기는 했지만 힘이 워낙 강력해 자세가 형편없이 무너진다. 젠장… 한정적 불사는 맞지만 무적은 아니다.

“아직도 다섯이나 남았냐. 후우…….”

난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서 있을 힘도 없다.

“놈 죽인다.”

이제 진짜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지 놈들이 성큼성큼 다가섰다. 근데 말이야. 미안하게도…….

“아직 아니야.”

[친위대 소환]

“컹! 크앙! 크르릉!”

놈들의 뒤에서 소환된 백구, 황구, 흑구가 놈들을 향해 덮쳐들었다.

졸지에 뒤를 빼앗긴 녀석들이 당황하여 소리친다.

“이건 또 뭐야!”

레벨도 숫자도 놈들이 우위지만 백구, 황구, 흑구는 저돌적으로 달려들었고, 순간 내게 등을 보인 놈의 등에 난 검을 꽂아 넣는다.

“내 동생들이지.”

“커어억!”

마력도 오러도 한 톨 남아 있지 않지만 +10 듀렌달은 곧장 놈의 숨통을 끊었다. 이제 남은 것은 넷! 놈들은 구씨 삼형제와 나를 견제하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이제 4대4네. 크크크…….”

“괴, 괴물 같은 놈…….”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끝은 봐야지? 덤벼.”

내가 검 끝을 까딱이며 도발했지만 놈들은 섣불리 다가서지 않았다.

그러나 이건 내 허장성세에 불과했다. 이제 불사의 권능의 남은 시간은 5초……! 불사의 권능이 끝난 후 누가 툭하고 건드리기만 해도 난 죽은 목숨이다. 백구, 황구, 흑구가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얘들은 넷이 마음먹고 공격하면 금세 무너진다. 제발 좀 꺼지라고 속으로 외치고 있지만…….

“어차피 이대로는 못 간다.”

놈들은 끝까지 저항하기로 마음먹었는지 무기를 치켜들었다.

그런 놈들을 보며 내가 속으로 쌍욕을 외치고 있을 때였다.

슈욱! 파아앙!

“커억!”

이마에 화살이 돋아난 녀석이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바닥에 엎어졌고 그것을 시작으로 사방에서 화살과 정령이 폭발적으로 쏟아진다.

“으악!”

“커어억!”

마법과 화살에 맞은 셋이 바닥에 쓰러지자 마침내 내 불사의 권능 또한 끝났다.

“크으윽!”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케이 님!”

라리엘을 포함한 다섯의 엘프가 나를 향해 달려온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내 마지막 카드다.

“제길, 더럽게 느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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