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 보스 스킬 쓴다-80화 (80/154)

80. 너도 반항할래?

빌라 주위에 촬영된 영상을 모두 종합하여 상도 형이 내린 결론은 간단했다.

“이 새끼들 노렸네.”

“그러게.”

촬영을 한 둘과 고등학생들은 애초 처음부터 한 패거리였다. 거의 세 시간가량을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저들 딴에는 안 들킨다고 거리 좀 떨어진 차 안에 있었다지만 고화질 CCTV에 얼굴까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지금 위튜브에 올라오는 영상은 이놈들 짓인 거 같고… 아주 작정하고 꾸민 것 같은데, 너 혹시 원한 같은 거 샀냐?”

상도 형이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으음…….”

원한이라…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게 없다.

보육원을 나오고 거의 집과 피트니스 센터 빼고는 간 곳이 없다. 만난 사람도 한정되어 있는데 이런 짓을 할 만큼 원한을 가진 사람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물론 게임까지 포함하면 나한테 이를 갈고 있는 놈들을 일렬로 세워도 코리 왕국 국경을 두 바퀴는 돌릴 수 있을 것이지만 고작 게임 따위 때문에 이런 짓을 벌인다고?

“누나는 없어?”

내 물음에 혜미 누나도 어깨를 으쓱했다. 하긴 누나 방송도 그냥 게임 방송이니까.

형은 심각한 표정으로 턱을 매만지더니 광수 형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새끼들… 추적되냐?”

“위튜브로 직접적인 추적은 힘들고… 억지로 하자면 할 수는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 없잖아.”

“그건 그렇지. 그럼 일단 광수는 위튜브에다 전화해서 관련 영상 싹 내리게 하고 너희들은 일단 해명하지 말고 이삼 일만 방송 쉬어.”

“왜? 아까 그 영상만 내보내면 의혹 싹 사라질 것 같은데?”

누나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러자 상도 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금 내보내면 당장 정현이 폭력 사건이야 무마되겠지만 뒤에서 어떤 새끼들이 이딴 짓을 꾸몄는지 알아낼 실마리가 사라지게 돼. 그리고 이럴 때일수록 적아가 더 확실하게 구분되는 법이야.”

“아하.”

“그리고 너 동거 의혹도 잠재워야지. 확실한 증거로 완전히 국면전환 시킨 다음에 딱 입장 표명해 버려야 깔끔하게 끝나는 거야.”

“동거 의혹? 난 상관없는데?”

누나가 내게 들러붙어 팔짱을 끼며 말하자 인상을 잔뜩 찡그린 형이 누나의 머리채를 잡아떼어 놓으며 말했다.

“내 동생이 상관 많아.”

“뭐? 내가 어디가 어때서!”

“내 동생은 연상 싫어해.”

“뭐?”

누나가 고리눈을 한 채 내 쪽으로 고개를 획 돌렸다. 금방이라도 입에서 화염을 내뿜을 것 같은 표정이지만 난 그 눈빛을 못 본 척하며 형에게 물었다.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거야?”

“일단 고등어 두 마리부터 잡아야지.”

“어떻게?”

“기다려 봐 금방이니까.”

호언장담한 상도 형이 어젯밤 내 뺨을 때린 고딩들을 찾아내는 건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방법도 간단했다. 우리가 가끔 시켜 먹는 중화성에서 기본 B코스를 시킨 뒤 잠시 후 배달 온 철가방 형한테 고등어들이 잘 나온 영상이 담긴 스마트폰을 보여 줬을 뿐이다.

“달호야. 얘들 너 다니던 학교 교복 같은데 아는 얼굴이냐?”

“어… 교복은 맞는데 저는 모르는 얼굴이에요.”

“그래?”

“예. 에이, 상도 형님 제가 그 고등학교 졸업한 지가 언제인데… 근데 얘들을 왜 찾으십니까?”

“그 새끼들이 내 동생 작업했다.”

“히익! 아니, 어딜 감히 상도 형님 동생을…….”

“그건 네가 알 바 아니고 너 동생들한테 사진 좀 풀어서 이 새끼들 좀 찾으라고 해.”

“끙, 상도 형님. 제가 아무리 예전에 형님한테 신세를 졌어도 제가 면이 있지. 어떻게 동생들한테…….”

“너 20만 원, 찾은 놈 10만 원, 잡아다가 앞에 대령하면 10만 원 더.”

“바로 잡아 오겠습니다.”

뭐, 이렇게 돼서 단 3시간 만에 어젯밤 혜미 누나를 희롱하고 내 뺨을 날린 두 고등학생은 우리 집으로 끌려 들어왔다. 처음에는 납치니 뭐니 하면서 발버둥을 치더니, 광수 형이 영상 하나 보여 주니까 잠잠해지더라.

겁에 질려 눈물이 그렁그렁하기에 적당히 하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놈들의 입에서 이 일을 사주한 놈들에 대해 들었을 때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만약 형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밖에서 맞고 들어와서 형한테 이르는 꼴이라 좀 쪽 팔리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든든하기도 하다. 기댈 곳 하나 없는 이 세상에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버팀목이 되어 줄 유일한 형제였으니까.

“정현아.”

“어.”

“이거 형한테 맡겨라.”

형의 눈빛이 사납게 이글거린다. 으음…….

* * *

고등어 두 마리를 들들 볶은 둘은 상어를 잡아 오겠다며 집을 나섰다.

혜미는 정현과 집에 남았다. 본래 스케줄대로라면 정현과 피트니스 클럽에 다녀온 후 점심을 먹고 오후 낮 방송을 준비해야겠지만, 영 기분이 나지 않아 방송 게시판에 이번 일에 대한 해명 영상을 곧 올리겠다고 공지를 하나 올리고는 이번에 정현이 찍은 영상의 편집을 도와주기로 했다.

꽤 괜찮은 영상이 뽑혔다기에 기대에 차 편집에 들어간 혜미는 영상 1시간여가 지날 때까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영상을 시청하기만 했다. 그리고 50분 정도 시청했을 때 황급히 일어난 혜미는 화장실로 뛰어갔다.

“우웨에에에엑!”

실감 나게 시청한다고 일부러 VR모드로 돌려서 시청했는데, 케이의 움직임이 괴랄 망측해 멀미가 와 버렸다. 연속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랄까? 그나마 30분까지는 버틸 만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더 빨라져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가상현실게임에 단련된 그녀로서도 버거운 그 속도감에 배 속에 있는 걸 한껏 게워 낸 후 방으로 기어 온 혜미가 정현에게 말했다.

“너, 너, 너…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무슨 말이야?”

혜미의 물음에 시큰둥한 표정으로 정현이 대답했다.

도와주기로 한 사람이 일은 안 하고 영상 감상만 하고 있으니 심통이 난 것. 그러나 혜미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세이온 내에서 정현이 평범의 범주를 넘겼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세이온 튜토리얼부터 남달랐으니까.

그러나 정도라는 게 있다.

보통의 유저들은 비슷한 기량의 유저 셋 이상을 한꺼번에 상대하기 힘들다. 장비나 스킬 따위의 차이가 천지 차이라고 해도 그것이 열 명을 넘지는 못하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세이온의 전투는 너무나도 사실적이라는 것. 아무리 스킬이 좋고 장비가 좋아도 눈먼 칼이나 화살에 잘못 맞으면 그대로 골로 간다.

과거의 온라인 게임에서야 방어력이나 회피력만 높으면 어떤 공격이든 자동으로 막거나 피해지고 누구의 생명력이 먼저 소진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지만, 세이온은 부상 시스템으로 인해 팔이 잘리면 팔 날아간 채로 싸워야 하고, 목이라도 스치면 피가 뿜뿜 하며 금방 빈혈 증세가 나타난다. 물론 여러 가지 보조 스킬로 인해 즉사하는 일은 드물지만 다수의 공격에는 극히 취약하다는 뜻이다.

물론 여기서 벗어나는 이들도 상당히 많다. 평범의 범주를 넘어선 이들.

그들은 최대 열 명에서 스무 명까지도 홀로 상대한다. 전투에 특화된 정신구조를 지닌 진정한 재능러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혜미는 정현이 이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영상 속의 주인공은 그 범위를 아득히 초월해 있었다.

“괴물이잖아. 이건…….”

엘프 사냥꾼들을 엘프들과 함께 공격하여 편하게 레벨업 중인 줄 알았는데, 영상 속에서 수천은 가뿐히 넘을 군대에 뛰어들어 피의 학살을 벌이고 있다. 그뿐인가. 상대한 놈들도 장난이 아니다. 몇몇은 그녀도 알고 있는 이들이었다.

“확실히 복장은 중국 애들인데…….”

잠시 중얼거린 혜미는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검색하더니 메모장을 켜고 텍스트를 적어 나가기 시작했다.

“맞네. 중국… 그런데 병사가 천 명은 넘을 거 같고… 거기에 촉 길드… 유비, 관우, 장비, 제갈… 1위부터 7위까지 순삭에… 진무십천……. 아, 미치겠네.”

“왜 미쳐?”

“몰라서 물어? 네가 잡은 애들이 얼마나 유명한 애들인지 몰라서 물어?”

“우리나라 유명인도 세스 빼고는 모르는데 남의 나라 유명인을 어떻게 알아!”

“엄청 센 애들이라고…….”

“걔들이 세?”

“하아, 말을 말자.”

게임하는 것 빼고는 잘하는 거 없어 보이는 이 철없는 동생에게 그런 것까지 뇌에 넣어 두고 살라는 건 무리다. 제갈량, 관우, 유비, 장비로 대변되는 중국의 촉 길드는, 영지는 없지만 용병 길드로 활동하는 이들 중 상당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나 중국 내 랭킹 100위권에 들 정도로 실력 있는 유저들로서 그들이 운영하는 채널의 구독자 수를 전부 합치면 천만이 넘었다. 아니, 솔직히 말해 이들은 애피타이저에 불과하다.

진무십천은 중국의 광전총국이 세이온 내의 중국의 영향력을 위해 전격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는 단체였다. 자본력과 기량이 넘치는 유망주들을 모아 차후 세이온의 각종 상위 콘텐츠를 공략하는 선봉대로 삼는다는 거창한 계획하에 만들어진 준비된 자들. 그런데 그런 이들을 모조리 한자리에서 죽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못해도 수천은 돼 보일 군대를 물러나도록 만들었다. 이건 마치 세이온에 몇 안 되는 진정한 네임드들과 같은 로열로드를 걷는 듯한 느낌이다. 마치 세계 랭킹 1위의 세스처럼… 그 누구도 감히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는 재앙으로 숭앙받는 존재가 된다는 뜻이다.

예전에도 남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생물로 느껴진다.

“너 어떻게 이렇게 싸울 수 있는 거야?”

“그게 무슨 뜻이야?”

“군대랑 싸웠잖아!”

“근데?”

“아우 답답해!”

가슴을 치는 혜미… 분명 당연한 것을 묻는데 상대가 이해를 못 한다.

“뭐,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아무튼 이 영상… 위튜브에 올릴 거야?”

“……?”

혜미의 물음에 정현이 고개를 갸웃한다.

“너, 네가 꺾은 애들이 어떤 애들인지 아직 모르는 거야? 이거 위튜브에 올리면 그거 선전포고랑 같아. 너희를 꺾은 전리품을 걸어 놓을 테니 덤빌 테면 덤비라는 거라고…….”

이 영상이 퍼지면 엄청난 인지도를 얻을 수 있겠지만, 그 반대급부로 영상 속 인물들의 표적이 된다는 소리다. 한마디로 속 편하게 게임 하기는 글렀다는 뜻. 그러나 혜미의 말을 들은 정현은 오히려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덤벼 주면야 좋지.”

“어?”

뜻밖의 반응에 어안이 벙벙해진 혜미… 그러나 잠시 후 정현의 말에 눈이 부릅떠졌다.

“걔들 잡아서 신화 무기 먹었어.”

“그, 그게 정말이야?”

“응. 보여 줄까?”

“어어.”

정현은 모바일로 연동시켜 놓은 장비 창을 열어 혜미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장비창 주무기란에 놓인 하얀 도를 발견하고는 기겁을 하며 스마트폰을 떨어뜨렸다.

“헤엑!”

혜미가 괴상한 비명을 터뜨렸다.

+5 [빙룡도] [신화 등급]

-상고시대 대륙을 멸망으로 몰아넣던 멸망의 증거 빙룡의 심장을 벼려 만든 무기다. 빙룡의 부활을 꿈꾸며 그 강대한 혼을 불어 넣었지만, 검이 그 격을 이기지 못하여 빙룡은 깨어나지 못했다. 빙룡의 모든 조각을 모으면 진정한 빙룡의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전설이 있다.

공격력: 200[+180~300(+270)]

내구력: 920/1000

옵션

-빙룡지혼: 빙룡의 혼은 그 주인에게 무한의 힘을 가지게 한다.

오러 +1,000

-빙룡지력: 빙룡도에 깃든 빙룡의 혼은 자신보다 낮은 격의 모든 것들을 배제하는 힘을 가졌다.

신화 등급 이하 모든 공격을 100% 반사시키는 방어막을 3초간 생성한다.

쿨타임: 1분

-빙룡출현: ??? [미개방]

“이, 이게 뭐야!”

“뭐긴 뭐야. 천공제 녀석 주무기지. 얼마나 할 것 같아?”

정현의 물음에 잠시 멍한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몇십억 단위는 넘어. 어쩌면 몇백억…….”

신화급 무기라는 건 구경하기도 힘든데 무려 +5 강화까지 되어 있다.

아마 세이온 하는 사람 중 이 정도의 무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잘해야 열 명도 되지 않을 것이다.

“장담하는데 네가 이 영상을 풀고 또 이 무기를 가졌다는 게 알려지면, 모르긴 몰라도 우리나라 개인 방송계에서 널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절대 없게 될 거야.”

“그럴까?”

그러나 혜미의 말과는 다르게 다음날 정현은 매우 황당한 상황에 직면했다.

[방송 정지]

아프리카에 들어가 로그인을 하고 여느 때와 같이 방송국에 들어가는데 눈앞에 방송 정지를 알리는 팝업이 떠올라 있었다.

* * *

손님들이 대부분 떠난 카페 한구석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던 노란 머리의 남자가 맞은편에 앉아 스마트폰을 하고 있던 큼직한 금목걸이의 남자에게 물었다.

“이 고삐리 새끼들 언제 오는 거야?”

“그러게 좀 늦네.”

스마트폰 시간을 확인한 후 고개를 갸웃하는 금목걸이다.

“하, 이 새끼들 일 끝나면 교육 한번 해야겠어.”

“참아, 새끼야. 이번 것만 잘 끝내면 천만 원 더 들어오잖아. 그리고 그 새끼들 잘 얼러서 두고두고 뽑아 먹어야지.”

“킥킥 그렇지? 잘하면 그 혜미라는 년 맛도 좀 볼 수 있겠다.”

위튜브에 폭로 영상을 올리는 건 시작일 뿐이다. 폭행 영상이라는 증거가 있으니 병원에서 진단서를 뗀 후 경찰에 신고하는 게 본편이다. 사건을 질질 끌면서 상대를 지치게 만들고 얼굴도 들고 다닐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린다. 그 후로도 두고두고 우려먹으며 합의금도 받아먹고 의뢰자에게 추가금도 받는 것이다.

“오늘 안에 고딩 새끼들 데리고 빨리 진단서 끊고 영상도 편집도 하자.”

“그래.”

둘은 시시껄렁한 농담을 나누며 시간을 때웠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그들의 앞에 두 고딩이 머뭇머뭇 나타난다.

“아, 안녕하세요. 형들…….”

“어, 그래. 근데 왜 이렇게 늦었냐?”

“오다가 오토바이가 좀 말썽을 일으켜서…….”

“그래? 쯧, 앞으로 시간 약속 잘 지켜라. 앉아.”

두 고딩들이 쭈뼛거리며 테이블에 앉자 그들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고딩들이 이전과 다르게 뭔가 부자연스럽게 행동했지만 처음 해 보는 자해공갈로 인한 심적 부담 때문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자, 결론 내면 아침에 우리랑 병원 가서 진단서 끊고 영상 하나 찍으면 백만 원이야. 오케이?”

“예. 근데 형.”

고딩 하나가 눈앞에 노란 머리에게 물었다.

“왜?”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이거 일 의뢰인이 누구예요?”

고딩의 물음에 노란 머리의 눈빛이 싸하게 가라앉았다.

“그걸 네가 왜 물어?”

“그, 그냥 궁금해서요.”

짜악!

그 말이 끝나자마자 노란 머리의 손바닥이 고딩의 뺨을 후려갈겼다.

“아윽…….”

“이 새끼가 미쳤나. 고생했다고 오늘 좀 편하게 대해 줬더니…….”

“야, 그만해. 쓸데없는 상처 만들면 나중에 골치 아파질 수 있어. 그리고 너 필요 없는 궁금증은 머릿속으로만 가지고 있어라. 알겠냐?”

“으으… 예.”

벌겋게 부어오른 뺨을 매만지며 고딩이 대답했다. 의뢰인까지 캐내면 확실히 이번 일에서 빼준다는 말에 무리해서 물어봤다가 뺨을 맞았다. 의뢰인 캐는 건 물 건너갔다는 소리. 그러나 상관없다. 그 형들을 부르면 곧 상황이 역전될 테니까.

‘개새끼들… 니들도 당해 봐라.’

친구와 눈빛을 교환한 고딩이 자리에서 슬그머니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신호다.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저, 저도…….”

둘이 은근슬쩍 궁둥이를 들자 금목걸이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난다.

“야.”

“예?”

“다시 앉아.”

“예? 왜, 왜요?”

“왜요는 씨발! 너 새끼 가슴에 그거 뭐냐?”

고딩의 가슴께에서 얼핏 보이는 뭔가를 발견한 금목걸이가 소리쳤다. 눈치 빠른 노란 머리가 번개같이 일어나 고딩의 멱살을 잡았다. 아니, 잡으려 했다. 고딩을 붙잡기 직전 어깨를 찍어 누르는 갈고리 같은 거대한 손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으아악!”

어깨가 부서지는 고통에 노란 머리가 자리에 주저앉았다.

일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은 금목걸이가 황급히 품에 들어 있던 전기충격기를 꺼내 들었으나 이내 귓가에 들려오는 으스스한 목소리에 행동을 멈췄다.

“넌 그거 뽑는 순간 팔로 하는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해라.”

사람 두엇은 죽여 봤을 인상의 건장한 사내가 살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그를 내려다보고 있다.

“히이익!”

깜짝 놀란 금목걸이는 황급히 몸을 돌리며 전기 충격기를 꺼내 들었다. 그가 들고 다니는 불법 개조된 10만 볼트의 전기 충격기는 맹수도 한 방에 잠재운다.

그러나 그건 큰 실수였다. 지금 그의 상대는 동생을 해코지하려 했던 놈들로 인해 매우 빡이 쳐 있는 상태였고, 어딘가 해소할 건덕지를 찾고 있었으니까.

우두둑! 콰앙!

금목걸이의 머리를 붙잡아 그대로 원목 테이블에 찍어 버린 상도가 눈앞에 벌벌 떨고 있는 노란 머리에게 말했다.

“너도 반항할래?”

“아, 아뇨.”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