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파킨의 파멸
그날 밤 위튜브에 순차적으로 올라온 두 개의 영상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고온의 기름에 물을 부은 것처럼 폭발해 버렸다.
“이 바닥에서 사람 하나 완전히 매장시키려면 착수금 꽤 들어가는데…….”
“걱정 마. 물주 빵빵하니까.”
“케이 새끼? 파킨 형님한테 완전히 찍힌 거지. 이 동네는 가끔씩 한번 본보기로 밟아 줘야 하거든. 단합도 확인하고 말이야.”
“혜미 년은 이참에 콧대 좀 꺾어서 자빠뜨리려는 거고. 흐흐흐…….”
모자이크에 음성변조가 들어갔지만 척 들어봐도 파킨 크루의 지병건이다.
상어들은 항상 작업하기 전 비밀리에 의뢰인 영상도 함께 만들었다.
의뢰인이 중간에 배신할 경우를 대비하는 거창한 이유까지는 아니고, 거래를 확실히 하기 위해 영상으로 남기는 것이다. 이쪽 업계가 워낙 주문이 주관적이고 다양하기 때문에 확인차 촬영하는 것이었는데 그것이 이렇게 쓰이게 되었다.
“고삐리 둘 엮어서 영상 하나 잘 뽑아 보자.”
“씨발, 이 새끼들 언제 나오냐.”
“CCTV랑 근처 블랙박스 달린 차 없는 거 확인했지?”
“우리가 이 짓 하루 이틀 하냐. 어! 저기 나온다!”
“영상 편집 잘해라. 케이라는 새끼 완전히 묻어야 하니까.”
“근데 주소는 어떻게 알아냈다냐?”
“병건이라는 놈이 보안 담당자가 친구라네.”
두 번째 영상은 ‘상어’들이 케이와 혜미가 살고 있는 허름한 빌라 앞에 잠복하며 찍은 것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폭로 영상의 원본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편집 장난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원본에는 일전의 영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개인 방송인들의 주소라는 일급 비밀 정보가 플랫폼 보안 담당자에 의해서 유출되었다는 것 또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자신들이 팬으로 있는 비제이 또한 같은 일을 당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으니까. 마지막으로는 ‘상어’로 추정되는 두 모자이크 남이 무릎 꿇고 앉아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영상은 끝이 났다.
“그동안 저희로 인해 피해를 입은 많은 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리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저희는……. 오늘 저희가 공개한 영상은 모두 사실이며 향후 이번 일과 관련하여 어떤 법적 조치가 따른다 해도…….”
-ㄷㄷㄷ
-이게 말이 돼?
-파킨… 진짜 역겹다…….
-역대급…….
-그동안 저지른 성추행… 유흥업소… 폭행… 음주운전이랑은 차원이 다르네.
ㄴ오냐오냐 하면서 애들이 봐주니까 파킨 새끼 진짜 미쳤네. 이거 빼박 범죄 아님?
ㄴㅇㅇ 범죄 맞음. 무슨 교사죄 어쩌고였는데…….
ㄴ무고 교사죄일 거임.
ㄴ그거뿐이냐. 명예훼손에… 와, 진짜 참신한 개새끼다.
-이런 새끼가 우리나라 탑 10위 개인 방송인이야? 진짜 부끄럽다.
ㄴ루저 색히들ㅋㅋㅋㅋㅋ 파킨이 잘나가니까 지랄은… 니들이 아무리 떠들어 봤자 월 10억 벌면서 슈퍼카 끌고 다니는 파킨~
-위에 색히 대단하다. 이러면서도 파킨이 새끼 빨아주는 놈들 보면 정말 이해가 안 됨.
ㄴㅇㅇ 전부 인생 낙오자들임.
ㄴ진짜 퇴출시켜야 돼.
-이거 사실이면 케이랑 혜미는 진짜 개억울한 거 아니냐?
ㄴ억울하기만 할까?ㅋㅋㅋㅋㅋㅋ
ㄴㅋㅋㅋㅋㅋㅋ케이는 영상 뜬 날 영정 당함ㅋㅋㅋㅋㅋ 혜미도 사실상 폐업 수준…….
ㄴㅋㅋㅋㅋ 개인정보 보호해 줘야 할 플랫폼에서 개인정보 공개ㅋㅋㅋㅋㅋㅋ
ㄴ진짜 우리나라 무섭네ㅋㅋㅋㅋ 이 정도면 사회적 살인인데ㅋㅋㅋ
-케이 방송 시청잔데 좀 이상하기는 했음. 폭행 영상 뜬 다음 날 바로 케이 영정 당함. 분명히 파킨 그 새끼가 수 쓴 거임.
ㄴ오피셜 뜬 거 아니면 추측 금지여. 각도기 잡으세요.
ㄴ추측은 무슨. 파킨이 갑질 옛날에도 유명했음. 그거 누구더라 한참 잘나가던 놀빡이도 파킨이한테 거슬렸다가 바로 플랫폼 퇴출당함.
ㄴㅋㅋㅋㅋㅋPDF 완료ㅋㅋㅋ경찰서에서 보자.
ㄴ금세 파킨이 친위대 새끼들 떴누?
워낙 연루된 인물이 대어인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인터넷 뉴스에까지 뜨기 시작했다. 비록 가십을 다루는 인터넷 매체였지만 영상이 공개된 시간마저 사람들의 접속이 가장 많을 저녁때 금세 실검까지 점령하며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상이 올라오고서 약 3시간이 지났을 때 당시 현장 CCTV 영상과 혜미의 입장 해명 영상이 위튜브에 함께 올라왔다. 본래는 정현도 찍을 예정이었지만 연기가 젬병이라 혜미만 영상을 내보냈다.
“여자 비제이로서 플랫폼에 개인정보를 보호받지 못한다는 두려움과… 앞서 나온 영상에서처럼 케이는 저를 보호하기 위해 움직였을 뿐이고, 그사이에는 아무런 폭력도 없었습니다. 제가 아는 지인을 통해 케이의 초기 방송을 도와준 것은 사실이며 그 어떤 관계도… 흑, 흐흑…….”
조근조근 말을 하던 혜미가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흘린다.
“지금껏… 흐흑… 믿어 왔던 플랫폼에 대한 배신감으로 인해 저는 오늘 이시간부로 모든 방송 활동을 잠정 중단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제 방송을 사랑해 주신 구독자와 시청자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그녀의 영상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것도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와 관련해서…….
개인 방송인의 신상정보는 무척이나 중요하다. 특히 스토킹으로 인하여 과거 많은 사건‧사고가 있었던 만큼 여성 비제이들은 특히 민감했다. 그런데 플랫폼이 그 개인정보를 유출했다? 그녀의 방송이 나가자 아프리카는 물론이고 다른 플랫폼의 여성 방송인들까지 일제히 들고일어나 이번 일에 대해 성토의 방송을 하기 시작했고, 결국 케이블을 포함한 공중파 방송에까지 이번 일이 떠 버렸다.
그리고 모든 이목은 그 주범인 파킨에게 향했다.
“이 씨발 새끼야!”
와장창! 챙그렁!
삼성동에 위치한 파킨의 단골인 신세계 룸살롱… 물건이 박살 나는 소리와 함께 파킨의 쌍욕 섞인 고함 소리가 들려온다. 박살 난 술병과 바닥에 흩어진 깨진 유리잔… 흩뿌려진 술… 그리고 진득하게 흐르는 피.
“으으으…….”
파킨이 던진 유리잔에 머리가 깨진 지병건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바닥에 버그적거렸다. 당장에 119를 불러야 할 것 같지만 머리끝까지 화가 치민 파킨의 머리에는 그런 건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씨발 새끼야. 그거 하나 제대로 처리 못해서 일을 이렇게 만들어!”
퍼어억!
“컥!”
“X발놈아! 뒈져! 뒈져!”
퍽퍽!
“크헉… 컥!”
한때 콘텐츠로 이종격투기 비제이와 합방을 하면서 반년간 이종격투기를 배운 파킨의 발과 주먹이 지병건의 몸을 자비 없이 두들겼다.
“아오, 머리야.”
밀려오는 두통과 숙취에 머리를 감싸는 파킨. 어제 단골 룸살롱에서 병건이랑 새로 들어온 에이스들 끼고 저녁 7시부터 새벽 3시까지 논스톱으로 달렸다. 거사를 치르고 그대로 룸에서 곯아떨어졌는데, 새벽에 물을 마시다가 폰을 켜 보고는 대경실색을 했다.
“내가 이 새끼들을 잡아다가 어떻게든 할게. 응?”
“이 X발놈이 그걸 말이라고 해!”
퍼퍽! 퍽!
“아악! 악! 사, 살려 줘!”
“X새끼야! 너 때문에! 너 때문에! 헉헉헉…….”
다시 한번 피 터지게 두들겨 팬 후 자리에 앉은 파킨이 담배 하나를 입에 물며 말했다.
“불!”
“여, 여기…….”
지병건이 비굴하게 기어 와서 듀퐁라이터를 꺼내 든다.
퐁.
“쓰으… 후우…….”
담배를 깊게 빨아들인 파킨이 말했다.
“상어 새끼들은?”
“그게…….”
“X발! 사실만!”
“잠, 잠수탔어.”
“고딩 두 마리도?”
“상어 새끼들이 각본이랑 배우는 자기들이 섭외한다고 해서… 미안…….”
“X이이발…….”
완전히 외통수에 맞았다. 이번에도 예전에 손봐줬던 녀석들처럼 얌전히 밟힌 후 이쪽 업계에서 완전히 퇴출될 줄 알았는데 반격이 너무 매섭다. 그러나 자신 또한 지금 이 자리까지 놀면서 올라온 건 아니다. 행여 커리어에 문제가 생길 만한 짓을 저지를 때는 항상 대리인의 뒤에서 상황을 조종했다. 수많은 범죄를 저지르고 고소·고발을 당했지만 결국은 합의를 통해 피해자의 입을 막거나 혹은 유명 로펌을 이용해 증거불충분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똑같이 처리할 것이다.
“병건아.”
“예, 형님.”
“이거 네가 뒤집어써라.”
“예?”
이해하지 못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병건에게 파킨이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새끼야. 네가 일 처리를 제대로 못 해서 이 사달이 난 거잖아. 이번 일 네가 그 케이 새끼 조지려고 혼자 꾸몄다고 하라고……. 일 꾸밀 때 그냥 내 이름 한번 팔았다… 뭐 그런 식으로 둘러대고 알았어?”
“그, 그건…….”
곧바로 대답하지 못하는 병건. 개인 방송인 커리어에 치명적인 주홍글씨인 건 둘째치고 지금처럼 도구로 사용되었다가 버려진 녀석들의 말로를 알고 있는 그였다. 그러나 거부할 수는 없다. 파킨은 그와는 차원이 다른 권력과 재력의 소유자였으니까.
“알았어.”
“그래.”
파킨이 병건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빨리 영상 찍으러 가자.”
“응.”
* * *
파킨과 병건이 나가고 10분 정도 지났을 때…….
철컥.
문이 열리며 붉은색 원피스 차림의 미녀가 슬그머니 들어왔다. 주위를 살피던 그녀는 잠시 후 가장 상석에 놓인 의자 바닥에서 손가락 두 마디만 한 길쭉한 검은 장치를 꺼내 가슴 사이에 쑥 밀어 넣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룸을 빠져나와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광수 오빠’라고 저장된 이름을 쿡 눌러 문자를 하나 보냈다.
『빼 왔어요. 오빠. 이제 어떻게 해요?』
『잘했다. 10분 안에 가게 뒷골목 지나갈 테니까 그때 주면 돼.』
『알았어요. 오빠 약속했던 거 잊지 않았죠?』
『당연하지. 내가 언제 약속 어긴 적 있었니?』
『ㅎㅎㅎㅎㅎ아뇨. 그럼 이따 봐요.』
* * *
“조사 결과는…….”
“모두 사실… 입니다. 대표님.”
“후…….”
칼날 같은 인상의 중년 사내가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앉아 넥타이를 풀었다.
“연루된 사람이 누구지?”
“서버 관리팀 1명, 운영팀 관리자 2명. 그리고… 전략기획팀의 최 팀장입니다.”
“최 팀장?”
최 팀장이라는 말에 그의 눈가가 꿈틀한다. 지금 부하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는 공적으로는 회사의 최 팀장이었지만, 사적으로는 그의 외조카였다.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는 거 데려다가 가르치고 키워 줬더니 파킨이랑 이런 사달을 일으켰다. 일이 어떻게 된 건지는 뻔했다. 예전에도 왕왕 있었으니까.
“비제이들이랑 사적으로 친해지지 말라고 그렇게 강조했는데 팀장이라는 새끼가… 어휴…….”
“일단 위튜브에서 영상은 전부 내리게 했습니다.”
“내리면 뭐! 이미 뉴스까지 탔는데! X발! 주가 얼마나 떨어졌어?”
“그…….”
“얼마냐고!”
“10% 빠졌습니다.”
“어휴, 이제 시작인데 벌써 10%… 썩을 것들…….”
헤븐즈게이트 덕분에 콘텐츠 시장은 지금 대호황을 맞이하고 있었다. 단순히 세이온뿐만이 아닌 새롭게 생겨난 가상현실 시장이 플랫폼과 결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가 한국에서 1~2위를 다투는 거대 플랫폼이라고 해도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는 무시 못 할 경쟁자가 하루가 멀다 하고 나타나는 지금. 회사에 치명적인 한 방이 될 사건이다.
“파킨이 그 새끼는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겠지.”
“그렇겠죠.”
“후우…….”
방송을 하는 동안 수십 건의 크고 작은 사고를 치며 숱한 고소·고발과 방송 영구 정지를 당했지만 파킨은 언제나처럼 불사조처럼 일어나 방송에 복귀했다. 물론 그가 이렇게 롱런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음모를 꾸밀 때 절대 자신이 앞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도 있었다. 거기에 주머니가 두둑해지고 몸집이 커지자 유명 법무법인을 이용해 피해자들을 입 다물게 만들거나 정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합의하여 그것이 외부에 퍼지지 않도록 했다.
띠링.
그때 보고를 하던 사내의 주머니에서 위튜브 알람 설정이 들려온다. 스마트폰을 꺼내 화면을 확인한 그의 인상이 잔뜩 찌푸려졌다.
“무슨 일이야?”
“파킨이 녀석 크루의 지병건이가 영상을 올렸습니다. 한번 보십시오.”
그 말과 함께 사내가 스마트폰 화면을 대표에게 내밀었다.
한가운데 ‘죄송합니다’라고 써진 검은 화면이 사라지고 지병건이 무릎을 꿇은 채 앉아 있다.
“저는 이번 케이와 혜미 님에 대해… 우연한 기회로 그 둘이 같은 빌라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잠입 폭로 영상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그러던 중 케이가…….”
탁.
영상을 30초 정도 보던 대표가 스마트폰을 내려놨다. 굳이 더 보지 않아도 어떻게 된 건지는 뻔할 뻔 자다. 파킨은 이번에도 대타를 세운 채 유유히 빠져나갔다.
“빌어먹을. 어쩌다가 그런 새끼를…….”
마음 같아서는 파킨을 아예 이쪽 업계에서 매장시켜 버리고 싶지만, 그도 좋아서 파킨을 플랫폼에 안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 영상만 없었다면…….’
과거 파킨과 유흥업소를 다니며 찍혔던 화류계 여성들과의 질펀한 영상들.
파킨이 만약 그의 치부인 동영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애저녁에 퇴출시켰을 것다.
그는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열불을 애써 삭히고는 자리에 앉아 위튜브를 실행시켰다. 지병건의 영상에 쌍욕 댓글이라도 달지 않으면 화병으로 죽을 것 같다.
그러나 위튜브의 메인화면을 보는 순간 그의 머릿속에서 지병건의 채널을 찾는 건 말끔히 사라지고야 말았다.
[후니TV- 채널을 걸고 밝힙니다. 병건의 뒤에 숨어 모든 일을 꾸민 파킨의 더러운 실체!]
[스트리머띠또- 방송인생을 걸고 폭로합니다. 음성 녹음- 병건과 파킨의 대화!]
[루나틱짱- 병건과 파킨의…….]
[케인즈여행위튜브- 파킨의 더러운…….]
과거 파킨에게 당해 방송 활동을 정지당했거나 오명을 뒤집어쓰고 플랫폼을 옮겨야 했던 이들의 위튜브 채널이 동시에 메인화면에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