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 보스 스킬 쓴다-94화 (94/154)

94. 케이 아이언우드 남작이다

휘이잉!

쩌렁쩌렁 울리는 고함 소리와 함께 메이스가 내 머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빠르지도 그렇다고 급소를 노리지도 못한 그런 허접한 공격. 가볍게 뒤로 물러나며 메이스의 주인을 바라봤는데 헤븐을 나타내는 십자 문양이 그려진 클록을 입은 사제다.

“너 뭐야?”

“닥치고 뒈져!”

휭! 휘휭!

내가 물러나자 기세를 올리며 달려든다. 기분 같아서는 팔다리를 나눠 놓고 다시 물어보고 싶지만 사제를 건드렸다간 포디나 백작이 칼 뽑고 달려들 거 같다. 그건 그렇고 여기서 싸우기는 싫은데…….

“익! 이익! 좀 맞아라! 성폭!”

뭔가 하얀 빛이 날아들었지만 자동 발동인 진흙 방패가 막아 버렸다.

“이 새끼!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구나!”

“아니, 이거 자동 발동인데….”

“하, 감히 약탈자 새끼가 헤븐의 성전에서 날뛰다니……!”

“난 약탈자가 아니다. 사제”

“조까, 넌 내 디텍트에 걸렸어! 얌전히 뒈져서 내 명점이 되라!”

“하… 거참 아니라니까.”

“죽어!”

녀석은 더 이상 내 말을 들을 것도 없다는 듯 메이스를 치켜들었다.

끙, 당장에라도 목을 쳐 버릴 수 있지만 그러지 않았던 건 사람들의 주목을 끌어 내가 얼마 전 아프리카 길드 영지에 쳐들어가 대학살을 벌인 사람이라는 걸 들키기 싫어서다. 명예 점수가 –30,000점이 되니까 카렌 씨를 비롯해서 그렇게 귀염을 떨던 레미와 레나까지 벌레 보듯이 하는데 아주 짜증이 나더라.

“씨발 새끼야. 와 보라고!”

“하…….”

나름 사제인데 입이 아주 걸다.

그리고 나한테는 욕 처먹는 취미 없다. 그렇게 내가 허리춤에 빙룡도를 뽑으려는 순간이었다.

“견습! 멈춰라!”

쿠쿵!

“꾸엑!”

외침과 함께 녀석이 내 앞 바닥에 그대로 납작하게 눌려 버렸고, 그 뒤로 백색의 클록을 입은 흰 수염의 사제가 다가오더니 바닥에 눌린 녀석의 머리에 발을 척 올린다.

“견습! 감히 헤븐께서 거하시는 성전에서 함부로 무기를 휘두르다니 죽고 싶나?”

“크, 크흑. 그게… 고, 고든 사제님 저는 그저 저놈에게서 악의 기운이 느껴지기에 무기를 뽑았을 뿐입니다.”

“흥! 악인이라 하여 무조건 무기를 뽑았다? 네놈의 대가리에 다시금 헤븐의 십계를 다시금 박아 줘야겠구나.”

퍼억!

그는 한 치의 자비도 없이 바닥에 쓰러진 녀석의 머리를 걷어차 버렸다. 음… NPC든 뭐든 사제들은 군기가 세구나. 바닥에 쓰러진 녀석을 싸늘하게 바라보던 그가 내게 시선을 돌렸다.

“확실히 악의 기운이 느껴지기는 한데… 신분을 밝혀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러지.”

나는 이 밑도 끝도 없이 무기를 휘두르던 놈보다는 말이 통할 것 같아 품에서 포디나 백작에게 서품을 받으며 자동으로 인벤토리에 들어온 인장을 꺼내 들었다.

“난 포디나 백작님의 기사이자 귀족인 케이 아이언하트 남작일세.”

난 최대한 주위에 안 들리도록 조용히 말했다. 유저들이야 신경 쓰지 않겠지만 NPC들은 마주칠 때마다 친밀도가 떨어지는 것 같아 최대한 드러내는 걸 숨기는 중이다.

“헛…….”

사제가 헛숨을 삼키며 뒤로 물러났다. 하긴 그럴 만도 한 게 보통의 평민 기사라도 포디나 백작의 휘하라면 이 도시 안에서는 상당한 권력을 지닌다. 영지병들을 동원할 수 있으며 경범죄의 경우에는 현장에서 판사의 역할을 한다. 그런데 그 기사가 귀족이라면? 현장에서 즉결 심판도 가능하며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평민들을 꿇릴 권한이 있다. 뭐… 같은 유저들 억지로 꿇려 봤자 욕만 작살나게 먹겠지만……. 아무튼 고든이라는 사제는 예측하기 쉬운 당연한 반응을 일으켰다.

“허어, 케이 아이언하트 남작님이시군요.”

바짝 긴장한 사제가 성호를 그으며 고개를 숙이는데, 그러면서 견습이라는 녀석의 머리에 올린 발에 더욱 힘을 주는 걸 보면 내가 간 후에 거하게 살풀이를 할 것 같다. 내가 이 견습을 죽여 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니까.

“아무래도 그 친구가 오해를 한 것 같은데 이만 가 봐도 되겠나?”

“무, 물론입니다.”

내가 얌전히 물러나 주겠다는 뜻을 피력하자 고든이라는 사제는 연신 굽신거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강약약강인지 아니면 정말 겁먹은 건지 참 재미있는 사제다. 그렇게 내가 뒤돌아 걸어가려던 순간이었다.

화아아아.

고든이라는 사제의 몸이 환하게 빛난다. 눈을 감은 채 두 손을 모으고 있던 그가 잠시 후 눈을 뜨며 내게 말했다.

“헤븐님의 계시가 계셨습니다. 케이 님, 저를 따라 오시지요.”

이전의 저자세와는 다르게 마치 다른 사람이 된 양 나를 이끄는 고든이었다. 잠시 후 그는 나를 성당의 안으로 안내했다. 밖과는 다르게 안쪽에는 유저가 그다지 없었는데 몇몇 사제들이 고든과 나를 보고는 재빨리 시선을 돌린다.

“헤븐께서 케이 님을 십자가 앞으로 인도하라 하셨습니다.”

고든이 전면에 있는 십자가 앞으로 손짓했다. 뭔가 처음 들어보는 상황이긴 하지만 난 아무 대꾸 없이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잠시 후 눈앞에 황금색의 큼지막한 창이 떠올랐다.

[성당 퀘스트]

-헤븐의 이단심판관 (가능) ▲펼치기

-신전의 그림자 검(가능) ▲펼치기

-신성한 학살 (가능) ▲펼치기

-서방으로의 선교자 (가능) ▲펼치기

황금색의 창에는 네 개의 퀘스트가 있었는데, 가장 상단에 있던 ‘헤븐의 이단심문관’이라는 문장의 펼치기를 클릭하자 상세 내용이 출력되었다.

[헤븐의 이단심판관] [전직퀘스트]

-피에 젖은 길을 걷는 당신에게 헤븐께서는 단죄의 검의 길을 제시하셨습니다.

-이단심판관은 헤븐의 뜻에 반하는 모든 존재를 단죄할 힘과 권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약탈자(명예 점수 –10,000이상) 100인 살해 0/100

필요 조건: 레벨 60 이상, 명예 점수 –25,000이상, 업적: 보스 학살자[전설] 필요, 무너진 기사도 [희귀], 어둠을 깨치는 자 [희귀] 필요

보상: 이단심판관 전직

“전직 퀘스트구나.”

위의 ‘헤븐의 이단심판관’과 ‘신전의 그림자 검’은 전직퀘스트였다.

이단심판관이 양지에서 활동한다면, 신전의 그림자 검은 음지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암살자.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보니 나름 유니크한 클래스들로 약탈자를 갈아타고 싶은 썩은 물들이 많이 도전한다고 한다.

“아깝지만 이것들은 패스”

전직할 경우 명예 점수가 초기화되고 둘 다 대인전 특화라는 건 매력적이지만 전직한 후에는 약탈자가 아닌 이들을 죽일 경우의 페널티가 너무 무시무시하게 붙어 있어서 선 성향 유저나 NPC는 건드리지도 못할 것 같다. 내 주 레벨업 코스가 인간 사냥인데 이건 못 참지.

“다음은…….”

위에 두 개의 퀘스트를 제쳐두고 나머지 두 개를 열었다. ‘서방으로의 선교자’라는 퀘스트는 개척 퀘스트인데 서쪽으로 나아가 문명을 연결하라는 것. 어서 빨리 대륙을 연결하라는 헤븐즈게이트사의 의도가 듬뿍 담겨 있는 퀘스트다.

“이건 일단 수락.”

당장에 할 생각은 없지만 보상이 워낙 좋아서 언젠가는 한 발 정도 걸쳐 꽁으로 해결해야겠다. 마지막으로 신성한 학살은…….

“응?”

퀘스트의 내용에 눈이 번쩍 뜨였다.

[신성한 학살][스페셜 퀘스트]

-헤븐의 사랑은 거룩하고 가혹하도다.

-포디나에 헤븐께서 내려주시는 가호를 악용하는 무리를 처단하라.

-가호를 악용하는 무리 처단: ???

필요 조건: 레벨 50 이상, 명예 점수 –30,000이상, 업적: 피에 미친 양민 학살자[전설], 거칠 것 없는 악당[고급], 대량 학살[희귀]

보상

-아이템 뽑기권 100매

-스킬 뽑기권 100매

-???

뽑기권 200매라면 돈으로 환산하면 2만 골드 정도 된다. 물론 현금으로 환전해 다시 사야 해서 실제로는 그보다 많이 들겠지만 나름 괜찮은 보상이다. 게다가 이 퀘스트는 초과 달성 보상이 걸린 퀘스트였다.

물음표가 써진 것은 퀘스트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더욱 상급의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가호를 악용하는 무리가 뭐지.”

일반적인 게임의 퀘스트라면 행여 유저들이 불편할까 봐 머리 위에 맵과 화살표를 띄워 주고 목표물까지 자동 이동시켜 주겠지만, 그 흔한 맵도 지원하지 않는 만인에게 불편함을 추구하는 세이온에서는 모든 퀘스트를 알아서 해결해야 했다. 인터넷을 뒤지건 발품을 팔건 정보 길드에 의뢰를 하건 알아서 해야 한다.

뭐… 난 이럴 때 역시 누나위키다.

띠리리리릭-

비프음이 귀를 간지럽힌다. 외부로 통화를 연결하는 캡슐 기능인데 내가 가진 최신형 5세대 캡슐에만 적용되어 있는 거다. 그러고 보니 이 캡슐을 설치해 주신 제이텍 이부장님이 내 덕분에 요즘 매출이 껑충 뛰었다고 조만간 들른다고 했었는데…….

-여보세요.

“누나. 바빠?”

-아니, 말해.

“그 내가 성당에 갔다가 퀘스트를 받았거든 이름이…….”

난 퀘스트를 얻게 된 경위와 퀘스트 내용을 누나에게 상세히 설명했다. 잠시 침묵하던 누나가 말했다.

-음, 역시 인터넷에는 비슷한 이름의 퀘스트도 없네.

“없어?”

-응. 그런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어. 그 정도 필요 조건이면 아마 그 퀘스트를 한 사람은 0.000001프로에 수렴할걸.

“그렇구나. 그럼 도움 될 정보는 없는 건가?”

-인터넷이나 웬만한 정보 커뮤니티라도 찾는 건 불가능하다고 봐야지. 정보 길드에 의뢰하는 방법도 있지만 난 그보다 추리하는 걸 추천할게.

“추리?”

-그래. 일단 그 퀘스트 내용이 헤븐의 가호를 악용하는 무리를 처단하라는 거잖아.

“그렇지?”

-그럼 일단 그 성당에 NPC 사제들을 찾아다니면서 정보를 모아야지. 친밀도가 낮으면 친밀도작도 좀 하면서……. 그럼 분명 아는 녀석이 두서넛은 나올 거야.

친밀도 작이라……. 영지의 기사이자 귀족만 아니었으면 성내에서 짱돌에 맞아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인데.

-정 귀찮으면 정보 길드에 의뢰해. 돈은 좀 들겠지만 단서는 찾을 거야.

정보 길드라…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거다. 게다가 정보 길드를 이용하려면 7단계로 이루어진 사전 퀘스트를 선행해야 하는데, 그것도 꽤 시간을 잡아먹는다고 들었다. 그렇지만 누나한테 안 해 봤다고 말하기는 싫다. 그럼 또 쌈질밖에 할 줄 모르는 놈이라고 놀림만 당하겠지.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 내가 아는 건 이 정도뿐이야.

“아냐. 갑자기 전화해서 물어보는데 이 정도도 고맙지. 누나 말대로 발품 좀 팔아 볼게.”

-그래. 아무튼 조심해. 약탈자 관련 퀘스트들은 난이도가 들쑥날쑥하니까.

“알았어.”

누나와의 통화를 마친 난 퀘스트를 수락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를 돌아보자 나를 이곳으로 인도한 고든이라는 사제 NPC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계시를 받으신 겁니까?”

“그렇다네.”

“오, 헤븐이시어…….”

성호를 긋는 고든에게 내가 물었다.

“자네 혹시 헤븐의 가호를 악용하는 무리에 대해 아는 게 있나?”

“헤븐의 가호를 악용하는 무리라… 저는 잘 모르겠군요.”

척 봐도 뭔가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입으로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귀족이라는 작위로 찍어 누를 수도 있겠지만 신을 섬기는 사제가 쉬이 굴복할 것 같지도 않고… 솔직히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다.

“알겠네.”

“헤븐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난 더 묻지 않고 그를 지나쳐 성당을 나왔다. 굳이 친밀도가 없어도 해결할 방법이 떠올랐다. 조금 과격하기는 해도…….

* * *

포디나의 빈민가는 크게 세 개의 구역으로 나눠져 있었다. 그 첫째는 도시의 최하층들이 다닥다닥 붙은 판잣집이나 움막을 짓고 사는 빈민가고, 두 번째는 도시 내의 음지의 범죄가 주로 벌어지는 암흑가 마지막으로 그들 사이에서도 배척 받고 쫓겨나 지하수로로 스며든 이들이 거주하는 쥐굴이라는 곳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암흑가의 한 골목에서는 아주 고전적이면서 전형적인 그림이 그려지는 중이다.

“우리 포디나에 헤븐의 가호를 악용하는 놈들이 있다던데?”

“나… 나으리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요.”

“그래? 그럼 알 만한 놈은?”

“저… 저는 정말…….”

콰득!

“크헉!”

“이래도 생각 안 나나?”

“흐윽, 흐윽……. 저 아래 골목 해적의 술통 주인장이 발이 넓습니다요!”

잘린 왼 손목을 붙잡은 지저분한 수염의 대머리가 눈물을 질질 흘리며 말했다.

“안내해.”

“저… 그게…….”

“쯧, 자네는 밥 먹을 때 굳이 손이 필요 없나 보군.”

내가 단검으로 남은 오른 손목 위를 슬슬 그어 주자 대머리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그렇지? 안내해.”

녀석을 따라 걸으니 얼마 후 해적의 술통이라는 간판이 달린 술집이 나왔다.

난 손목을 잡고 끙끙거리는 녀석을 앞세워 안으로 들어갔다.

끼이익-

듣기 싫은 나무 마찰음과 함께 어둑한 실내가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내부의 풍경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

“흠…….”

보통 암흑가의 술집이라고 하면 자욱한 아편 연기가 피어오르고 얼굴이나 몸에 칼자국 요란한 놈들이 술을 마시거나 도박을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안으로 들어가 보니 텅 빈 공간 가운데 있는 테이블에 멀끔한 젊은 놈 하나가 불량스럽게 앉아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

내 손에 목을 붙잡힌 대머리의 입술이 흉하게 말려 올라간다. 표정으로 보자면 넌 이제 좃 됐어, 라고 말하고 있다. 난 대머리를 한쪽에 던진 채 젊은 놈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네가 여기 주인장이냐?”

“당신 정체가 뭐죠?”

“주인장이냐고 물었다.”

“이딴 식으로 여길 쳐들어오는 간 큰 놈은 정말 오랜만입니다.”

녀석은 내 말은 싹 무시한 채 자신의 말만 입에 담았다.

“여기가 어딘데?”

“부엉이굴 본부”

“…….”

부엉이굴이라면 포디나의 정보 길드 이름이다. 난 한쪽에 처박혀 있는 대머리를 노려봤다. 저 새끼… 알 만한 놈한테 안내하라니까 나를 정보 길드 본부로 데려왔네. 아마 이런 식으로 데려가면 차도살인지계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 같은데 머리가 꽤 좋다. 근데 한편으로는 제대로 데려온 건 맞나. 퀘스트가 안 뜬 거 보면 선행 퀘스트는 싹 무시한 거 같지만… 난 다시금 시선을 돌려 젊은 놈을 바라봤다. 기분이 안 좋은지 나를 꼬라보고 있다.

“여기가 정보 길드였군.”

“이제 알았습니까?”

“그럼 의뢰를 좀 할까?”

“하, 의뢰? 감히 우리 부엉이굴이 정해 놓은 규칙을 어긴 채 들어온 놈의 의뢰를 들어달라고요?”

“규칙이라는 게 있나?”

“모든 정보는 브로커를 통해서만 거래합니다. 절대 본부에 대해서는 궁금해서도, 접근해서도 안 됩니다. 이를 어길 시 브로커와 함께 의뢰자는 제거합니다. 그런데 네놈은 그런 걸 다 무시하고 본부로 쳐들어왔다.”

드르르르륵! 철컹!

걸어 들어왔던 문이 팔뚝만 한 굵기의 철창으로 막혀 버렸다.

“나와라!”

녀석이 반말로 으르렁거림과 동시에 뒤쪽의 문이 열리며 다섯 명의 남녀가 껄렁이며 걸어 들어왔다. 범상치 않은 장비를 걸쳤는데 선명하디 선명한 약탈자의 문신으로 봐서는 상당한 고레벨들이다.

“꼭 싸워야 하나?”

음지의 단체이기는 하지만 정보 길드가 전멸하면 포디나에서 정보 얻기가 고달파진다.

“이제 와서 후회하나? 너무 늦었어.”

내가 좀 더 평화적인 방법을 제시했지만 젊은 놈은 그것을 겁먹은 거라 오해했는지 한층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름을 말해라. 묘비에 적어 주지.”

가급적이면 정체를 드러내고 싶지 않아 망토와 마스크로 얼굴까지 가렸는데. 쯧…….

“케이 아이언우드 남작이다.”

“…….”

“…….”

* * *

“살려 주세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