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 보스 스킬 쓴다-98화 (98/154)

98. 심봤다!

퍼어억!

게임을 하는데 있어서 템빨이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 하냐고 묻는다면 모두 제각각 생각이 다를 것이다. 아무리 템빨이 좋아도 그것을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위력이 다르듯. 누군가는 30% 정도라고 말할 테고, 누군가는 50% 혹 누군가는 10% 정도라고 말하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지금 휘두르고 있는 빙룡도와 같은 신화 등급의 무기라고 한다면 그들 모두가 일제히 ‘야 개사기야’ 라고 말하면서 쌍욕을 뱉으리라.

중국 메인 간판 유망주인 천상제의 목을 따고 전리품으로 얻은 이 빙룡도는 무려 신화 등급의 무기를 5번 강화한 것이었다. 단순 신화 등급 무기로도 웬만한 10강화짜리 전설 무기를 바르는데, 그걸 다시 5번 강화했다. 참고로 신화 무기가 1강화부터 박살이 날 수 있다는 걸 고려할 때 이 무기를 만든 놈은 정말 돈이 썩어나거나 혹은 게임에 미친놈일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 성능 하나만 놓고 보자면 정말 MMORPG를 패키지 무쌍 게임으로 바꿔 주는 데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었다.

파캉! 파카캉!

부딪치는 족족 박살 난다. 워낙에 단단하고 날카로워 그것이 방어구건 무기건 간에 걸리면 절단 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무기의 진정한 사기성은 그 보유 스킬에 있었다.

천상제가 ‘이화접목’이라고 개소리를 지껄이며 날 골로 보내려 했던 스킬인 ‘빙룡지혼’. 3초 동안 모든 스킬을 그대로 시전자에게 반사시키는 스킬로써 상대가 혼자든 다수든 상관없이 고스란히 엿을 먹이는 스킬이었다.

‘빙룡지혼.’

콰콰콰콰콰콱!

“으아아아아악!”

“으헉! 스킬이 반사돼!”

어스 브레이크를 맞은 와중에도 당황하지 않고 일제히 나를 향해 스킬을 쏟아부은 시도는 좋았다. 단 일체의 망설임 없이 수십 명이 스킬을 쏘아 낸 건 분명 훈련된 움직임이다. 다만 그들이 실수한 건 그들의 대응이 너무나도 정직했다는 것이었다.

광역 공격을 끝낸 후 조준하기 좋도록 일부러 공중으로 솟구치자 기다렸다는 듯 수십 줄기의 공격이 내게 날아왔고, 난 빙룡지혼과 함께 모든 방어 스킬들을 전력으로 운용했다.

‘절대방어.’

‘진흙방패.’

‘친위대 소환.’

빙룡지혼으로 3초간 모든 스킬을 반사해 버린 후 데미지 1000이하 공격들을 5초간 방어하는 절대방어와 상시발동인 진흙방패로 나머지 공격을 방어하고 친위대 소환으로 적들 사이에 구씨 삼형제를 풀어놓는다.

“피해!”

“아우우우!”

“크아아앙!”

“아악!”

대혼전의 와중에 바닥에 내려선 난 먹기 좋게 늘어선 녀석들을 향해 또 다른 광역 공격을 쉼 없이 쏘아냈다.

‘데스레이.’

직선상에 모든 것을 꿰뚫어 버리는 죽음의 광선을 쏘아 내자 직선상에 있던 녀석들의 몸에 바람구멍을 내 버린다.

‘멸신검.’

-오러블레이드: (사용 불가)

-공격 속도: 100% 상승

-반응 속도: 100% 상승

-사용 시 10초당 오러 1소모

‘뱀파이어릭 오라.’

오러블레이드는 사용하지 못하지만 그 자체만으로 사기적인 반응 속도와 능력을 지닌 멸신검이었다. 공격력의 절반을 생명력으로 흡수하며 적에게 무기력의 저주를 거는 뱀파이어릭 오라가 함께하니 생명력이 떨어질 일이 없다. 그건 그렇고 이 새끼들은 왜 안 들어오는 거야?

* * *

“무시무시하네.”

“씨발 끼어들 틈이 없구만.”

“혼자 무쌍 찍고 있나.”

케이가 뒤통수 보이면 한 대 꽂아보겠다던 이도, 서로 티격태격하던 이들도. 모두 숨 죽인 채 그 참살의 현장을 목도하는 중이었다. 압도되어 버렸다는 건 이런 느낌일 것이다. 마치 항거할 수 없는 거대한 공포와 마주하는 기분이라는 건.

“으악!”

“커억!”

아크로바틱한 공중회전으로 다른 공격들을 다 피하는 와중에 머리만을 연속으로 베어 버리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기예가 아니었다. 훈련과 집중의 극한을 건넌 이들만이 보일 수 있는 신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어어…….”

그리고 이들을 통솔해야 할 조니마저도 몸이 굳어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을 뿐이다. 그때였다.

“일호! 나서라! 이호! 봇들을 모두 풀어 적들을 죽여라!”

교묘하게 가려졌던 바위들이 철창으로 변하며 안에 숨어 있던 봇 수백이 일순간에 쏟아져 나왔고, 사방의 숨겨져 있던 문이 열리며 다시 백여 명이 넘은 적들이 튀어나와 케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인간의 파도가 그를 뒤덮었다. 조니는 그가 게임 오버 당할 것이라는 사실을 의심치 않았다.

마치 예전 좀비 영화에서 본 것처럼 인간의 산에 묻혔으니까. 그러나…….

츠츳… 츠츠츳… 콰콰콰쾅!

“으아아아앗!”

“으아악!”

백여 명이 넘는 유저들이 단숨에 박살 나는 대폭발이었다. 둥근 원이 생겼고, 그 안에는 두 자루의 검을 든 채 꿇어앉은 그가 보인다.

우르르르릉!

“허엇!”

조니는 이곳에 들어오기 전 들었던 그 진동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궁극의 마법이라도 터진 줄 알았는데 오로지 검 스킬로 인해 지진이 일어난 것이었다.

“…….”

“……!”

그리고 그는 살육의 현장의 주인공의 살벌한 눈빛을 감지했다. 그 학살의 현장 속에서도 케이는 분명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아무도 믿지 못하겠지만 그는 보았다. 자신을 날카롭게 째려보는 케이를… 그리고 그 눈빛은 마치 ‘계속 그렇게 구경만 하고 있다면 여기 다 정리하고 너희들의 목으로 파티를 하겠다.’ 라고 외치는 것 같았고 조니는 저도 모르게 목이 터져라 외쳤다.

“공격! 모두 남김없이 죽여라!”

“와, 와아!”

조니의 외침에 마법에서 깨어난 그들은 지리멸절 직전에 몰린 봇과 홍사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파아악! 파파팍!

순식간에 홍사대의 한쪽 면이 박살 나 버렸다. 실로 압도적인 기세.

엉겁결에 처음부터 전력을 뿜어내는 구인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무도 없었다.

케이가 뿜어내는 기예에 눌렸을 뿐 이들 또한 조이가 고르고 골라 데려온 정예 중의 정예였다.

“죽어라! 흐흐흐!”

“짱깨 새끼들아.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들어 오냐!”

“빵즈 놈! 주둥이를 찢어 주마!”

뒤에서 홍사대를 지휘하던 일호가 예비대를 이끌고 9인을 요격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죽여 버려!”

일호는 자신들에게 실컷 물먹던 암흑가 놈들이기에 금세 정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지금껏 자신들을 죽이기 위해 이곳으로 수백 명이 공격해 들어왔지만 모두 막아 냈으니까.

그러나… 그가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여기 있는 9인은 조니도 웬만해서는 절대 부르지 않을 암흑가의 썩은물 약탈자들이라는 사실이었다.

쫘자자작! 쫘악!

콰콰쾅!

게임을 즐기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성장하는 것을 즐기고 어떤 이는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것을 즐기며, 또 어떤 이는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게임을 즐긴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 있는 이들은 사람을 죽이는 것으로 게임을 즐기는 극렬 PK유저들이었다.

“모가지 여덟 개!”

“한 개는 내 거거든. 제대로 세라.”

“세로로 자른 건 어떻게 계산하지? 크캬캬캬!”

사람을 일부러 잔인하게 죽인다. 그 반응은 낮은 수준의 AI로 이루어진 몬스터로는 맛볼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자극한다. 타인에게 공포를 줌으로 느끼는 저열한 만족감이 눈에 깃들자 그들을 상대하는 이들은 공포를 느끼며 물러섰다.

“나… 난 여기서 나갈 거야!”

“후퇴하지 마라!”

“도망쳐!”

일호와 예비대가 순식간에 녹아 전장에 균형이 무너지자 공포에 미쳐 사방으로 도망치는 봇들로 인해 홍사대도 진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혼란과 공포. 전과를 확대할 수 있는 최적의 상황이고 케이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 * *

[쥐굴 청소][전쟁 퀘스트-불가능]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

-50,000골드

-아이템 뽑기권x1,000

-명예 점수 +100,000

[신성한 학살][스페셜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월등히 뛰어난 성과로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보상

-아이템 뽑기권 100매

-스킬 뽑기권 100매

-명예 점수 20,000점(new)

[지하 청소][영지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

-5,000골드

-명예 점수 10,000점

“후, 퀘스트 클리어.”

끝내 이 작업장 놈들의 진짜 이름은 알아내지 못했지만 뭐 그거 모른다고 퀘스트 완료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세이온의 퀘스트를 해결하는 방법 중 가장 추천되는 건 관련된 적을 다 죽여 버리는 거니까. 퀘스트의 진심인 놈들이라면 폭력보다는 대화를 통해 해결을 하겠지만 나처럼 말보다는 몸으로 해결하는 걸 즐기는 입장에서는 시간도 절약되고 깔끔해서 좋다.

‘영지 퀘스트……. 보상은 역시 더럽게 짜네.’

병력을 빌리기 위해 포디나 백작을 찾아가자 백작은 즉석에서 영지 퀘스트를 내려줬다. 뜻하지 않은 부수입이긴 하지만 영지 퀘스트는 정말 더럽게 짜다.

그런데 이것들 진짜 신경 쓰이네.

고개를 돌려보니 방금 전까지 나와 싸우던 9인이 그다지 얌전하지 않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내가 마주 바라봐 주자 주춤하고 뒤로 물러나는 9인. 한번 엉겨 보고 싶은데 견적이 안 나오는 게 얼굴에 쓰여 있다. 뭐, 나야 덤벼 주면 고맙지. 진또배기 약탈자 9마리면 아이템도 빵빵할 테니까.

한쪽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조니가 9인과 나 사이에 끼어들며 말했다.

“케이 님 덕분에 지겹게 끌던 악성 퀘스트들을 전부 끝냈습니다. 감사합니다.”

교묘하게 시선을 가리며 다른 화제를 통해 내 머릿속에서 빠르게 완성되고 있는 전투 계획을 어지러뜨린다. 겁쟁이에 대가리도 멍청한 줄 알았더니 눈치와 대처가 수준급이다. 하긴 그러니 정보길드 지부장 정도를 하고 있겠지.

“뭐, 나도 퀘스트 완료했으니 윈윈이지.”

“그렇죠? 하하하.”

“하하하하.”

조니의 목까지 쳐 버리고 싶은 유혹이 들었지만 앞으로 유용하게 써먹을 정보 길드와 척을 지는 짓은 피해야 한다. 마주 웃어 주자 긴장이 풀렸는지 웃으면서 눈물을 찔끔거린다. 9인은 이미 잽싸게 도망친 후다. 쳇.

“쯧, 이제 가 봐.”

“음. 남아서 현장 정리 좀 도와드릴까요? 제가 쟤들보다는 아이템 보는 안목이 좀 더 좋은데.”

온통 시체뿐인 현장에는 현재 내가 소환한 구씨 삼형제가 열심히 아이템을 루팅 중이다.

같이 끼어 보고 싶은 것 같은데…….

“가라. 암흑가 놈을 어떻게 믿어.”

“하하하, 저는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내가 보내줄까?”

“아, 아닙니다!”

내가 검 자루를 툭 치며 말하자 황급히 고개를 숙인 조니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듯 사라졌다. 정적. 지금 살아 움직이는 건 나와 구씨 삼형제뿐이다.

-혜미 누나 이제 말해도 돼.

-중국 작업장 운영하는 애들은 골드나 귀중품을 따로 보관해. 은행을 이용할 수 없어서 운반책을 두기는 하지만 워낙 벌어들이는 게 많아서 보통은 비밀 금고에 넣어 두지. 열쇠는 보통 대가리가 가지고 있고.

-대가리라… 어느 놈이지.

-못 찾겠어? 잘 찾아봐. 열쇠 없으면 너는 죽었다가 깨어나도 금고 못 연다.

-알았어. 젠장……. 어디 있냐. 대가리야.

시체만 수백 구라서 찾는 것도 일이다.

-싸우다가 제일 잘 싸우는 놈 없었어?

-그놈이 그놈이라…….

-어이구 잘나셨어. 잘난 놈한테는 이놈이나 저놈이나 한입거리라는 거지?

-한입거리는……. 좀 조용히 해 봐. 찾아보게.

죽일 때는 재미있고 신났는데 후처리가 더 힘들다. 투덜거리면서 이곳저곳 뒤적이다 보니 드디어 대가리를 찾았다.

“젠장…….”

가장 처음에 죽인 빨간 갑옷 놈이 대가리였다. 생각해 보니까 이 새끼 시작할 때 일장연설도 했는데 왜 그걸 떠올리지 못했지.

“나 바본가.”

“컹!”

내 혼잣말에 옆에 기웃거리던 흑구가 고개를 끄덕이며 짖는다.

이 새끼……. 안에 사람 들어가 있는 거 아냐? 내가 찌릿하고 노려보니 슬그머니 꼬리를 마는 흑구다. 언제 한번 날 잡아서 가죽 한번 벗겨 볼까 하는 유혹을 머릿속에서 지운 난 빨간 갑옷의 시체로 시선을 돌렸다. 어스 브레이크에 맞아 갑옷과 함께 피떡이 되어 미관상으로는 그리 보기 좋지 않지만 열쇠를 찾아야지.

‘루팅.’

난 빨간 갑옷의 몸에 손을 가져갔다. 그렇게 잠시 후…….

“어… 어… 어어…….”

루팅창에 보이는 하나의 아이템을 발견하고는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머리 위로 들고는 외쳤다.

“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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