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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보스 스킬 쓴다-104화 (104/154)

104. 마나 컨퓨즈

“놈을 죽여라!”

열이 하나로 뭉쳐 내게 돌격해 들어왔고, 나 또한 말에 박차를 가했다.

“하!”

얼굴을 때리는 바람이 거세어졌다. 놈들의 모습이 순식간에 가까워진다. 기사의 직업 스킬인 [기마]는 상당한 고급 스킬이었다. 일반적으로도 탈것 스킬을 얻을 수 있지만 기사의 기마는 오로지 말에 편중되어 있다. 말과 관련된 이동, 공격이 모든 면에서 타 클래스에 유리하며 나처럼 우월한 재능을 지닌 사람이 월등한 능력치로 말을 타면 이런 것도 할 수 있게 된다.

‘인마일체(人馬一體).’

뭐 거창한 사자성어지만 뜻은 간단했다. 마치 자전거를 오래 타면 자동적으로 중심이 잡히는 것처럼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말을 내 몸처럼 움직인다는 뜻이다. 십여 마리의 말이 마주 달려오자 겁을 먹었는지 속도를 늦추던 내 말이 나와 뜻이 하나가 되어 적의 중심을 향해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두두두!

챙!

[+5 빙룡도]

새하얀 날이 검집에서 뽑혀 나왔다. 중국의 돈이 썩어나는 대부호가 만들어 천상제에게 후원했다는 +5 신화검이다. 이 검의 정체를 알았다면 탐욕에 눈이 돌아가거나 혹은 두려움에 도망쳤겠지만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놈들은 내 검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멍청한 빵즈다! 거창!”

처처처척!

“돌격!”

놈들이 일제히 길이 2m 정도 되는 마상 창을 앞세웠다. 마주 돌격하는 입장에서 물론 상식적이라면 내가 100% 지는 싸움이지만 여기 개사기 스킬이 하나 끼면 이런 짓이 가능해진다.

[빙룡지력]

-빙룡도에 깃든 빙룡의 혼은 자신보다 낮은 격의 모든 것들을 배제하는 힘을 가졌다.

신화 등급 이하 모든 공격을 100% 반사시키는 방어막을 3초간 생성한다.

-쿨타임 1분

내가 가진 최강의 스킬까지 모조리 튕겨 내는 이 무적의 빙룡지력 하나면 그 어떤 돌격이라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바로 지금처럼!

콰쾅! 콰콰콰쾅! 콰콰쾅!

흡사 폭탄 터지는 소리와 함께 말과 하나 되어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으아아악!”

“커억!”

“아악!”

저마다 개성 있는 비명을 지르며 내게 돌격하던 놈들이 곤죽이 되어 맞은편으로 튕겨 날아갔다. 나를 향하던 운동 에너지를 고스란히 자신들이 뒤집어썼으니 충격이 오죽할까.

“으아아악!”

“커억!”

고작 3초지만 10기의 기마돌격을 돌파하는 데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쿵! 쿠쿵! 쿵!

말과 하나가 되어 공중을 날았던 놈들이 땅에 떨어졌다. 기마 돌격이라는 건 모든 힘을 일점으로 모아 전방으로 투사하는 것. 그 반사데미지를 100% 받았으니 온전할 리가 없다. 죽지 않은 놈들이라도 충격이 클 것.

말을 돌려 천천히 걸어갔다.

푸르륵!

나와 함께 벌인 참상이 마음에 드는지 말은 거친 투레질을 하며 마치 정복자처럼 기세등등하게 걸었다.

츄악!

“컥!”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놈들의 목을 말 위에서 손쉽게 쳐 버린 후 루팅을 했다. 대단한 건 없지만 영지를 침략한 적국 놈들이기에 거의 모든 아이템을 가질 권한이 있다.

티끌이라고 말하기는 뭣하지만 다 팔면 어림짐작으로 5,000골드 정도는 나올 것이다.

“꽤 쏠쏠하네.”

피식 웃으며 관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이쪽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던 놈들은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마법에서 깨어난 듯 부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적이다!”

“죽일 빵즈 놈!”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데 막상 나서는 놈들은 없다. 십여 명이 눈 깜짝할 사이에 도륙이 났으니 나서기는 겁나는 것일 테다. 한껏 도발이라도 해서 끌어내야겠지만 나한테는 좀 더 좋은 도발 수단이 있다.

챙!

“내 +5 빙룡도의 재물이 될 놈은 나서라!”

검을 뽑아 공중으로 치켜들었다. 자! 얘들아. 봐라. 이거 +5 신화급 무기다. 이거 팔면 빌딩 한 채 산다! 내 빌딩검이 탐나는 애들은 어서어서 오거라! 여기 황금 고블린이 있다.

우우웅~

마력을 주입하자 내 빙룡도가 검명까지 토해 냈다. 마치 그동안 자신을 왜 자랑하지 않았냐고 시위하듯 찬란한 빛까지 뿌려 댄다.

“저거… 진짜 빙룡도?”

“저거, 설마 천상제의 빙룡도?”

“신화급 무기!”

내 검을 본 놈들의 눈이 하나같이 돌아갔다. 서로 하나같이 튀어나오고 싶은 눈치다.

“나서지 마라!”

“자리를 지켜!”

“군법을 어기는 자! 엄히 처벌할 것이다!”

기사들과 병사들이 나서서 튀어나오려는 유저들을 막아섰다. 머리가 좀 있는 NPC들이라면 이게 얼마나 속보이는 도발인지 알아채겠지만 저곳에는 NPC들보다 훨씬 많은 물욕에 눈이 먼 유저들이 득시글거린다. 기사들이 외쳤다.

“강자가 나타났다. 어서 카펠린 님을 모셔와라!”

“빨리빨리 봉쇄해!”

유저들이 술렁거리자 포디나 쪽으로 나 있는 관문의 비교적 좁은 가도를 기사와 병사들이 완전히 막아섰다.

“비켜! 저거 빙룡도야! 먹기만 하면 수백만! 아니 수천만 골드라고!”

“이놈들! 자리를 지켜라!”

“%@#@#!”

“$%*!”

저들끼리 쌍욕이 터지고 난리 났는데 내 빙룡도의 유혹이 강하긴 강한가 보다.

뭔가 엄청난 욕설이 오가더니 한 무리의 유저들이 통제에서 벗어나 튀어나왔다. 그리고…….

쫘악! 쫙!

“으아악!”

“아악!”

기사들의 검이 튀어나온 유저들의 등을 거침없이 베어 버렸다. 오… 역시 인면경시와 통제의 민족! 가차없구만! 그 살벌한 광경에 튀어나오려던 유저들이 잠잠해졌지만 내 의도대로 분란과 불만의 씨앗이 심겨졌다. 이제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면 저 유저들은 저들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그런데 아무래도 내가 뿌린 씨앗이 너무 우량종인 거 같다.

“이 자식들이 내 동생을!”

눈이 돌아간 한 유저가 검을 휘두른 기사들을 향해 달려들다.

오러가 넘실거리는 거 보면 상당한 고레벨 유저다.

“큭! 이것들이!”

“모두 죽여!”

기사와 병사, 유저들이 붙었다. 관문이 좁은 건 아니지만 무려 600명에 달하는 기사와 병사 유저들이 뒤엉켜 있다. 웃기는 건 싸우는 이들의 눈치를 보며 관문 밖으로 기어 나오려는 놈들이 있다는 거다. 하나 같이 내 빙룡도에 눈이 돌아간 놈들이다.

쫘악! 쫙!

“이 무도한 놈들! 명령에 따르지 않는 자는 가차없이 베어라!”

“예!”

“조까! 뒤져!”

금세 소요가 진압될 줄 알았는데 동생의 원수를 갚으러 나선 놈이 의외로 잘 버틴다. 꽉 막힌 NPC들이야 평민 새끼들이 날뛰니까 거침없이 짓밟는 거고……. 손이 근질거리기는 하지만 이런 게 또 위튜브각 아니겠는가.

그렇게 잠시 구경하고 있을 때였다.

“모두 멈춰라!”

척척!

철갑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척 봐도 나 네임드요 하는 온통 칠흑빛의 갑옷의 기사가 뒤쪽에서 나타났다. 다른 이들보다 머리 하나는 큰데 불길한 검은 기운이 그의 덩치를 더욱 크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으으…….”

그가 이쪽으로 걸어오자 모세가 홍해를 가르듯 좌우로 쫙 갈라진다.

그리고 언제 싸웠냐는 듯 소요도 진정되어 버렸다.

굳이 누군지 확인할 필요도 없다. 그가 걸어갈 때마다 마력을 사용하는 이들의 몸에 서려 있던 각종 버프의 오오라가 바람 앞에 촛불처럼 꺼졌으니까.

“마족 기사…….”

확실히 풍기는 기운만으로도 심상치 않다.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진짜 강자! 아무리 유저들이 랭커니 뭐니 하면서 으스댄다지만 진짜 강자는 전부 NPC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거참, 이럴 수가 있나?

[보스][마족기사 카펠린][82레벨]

그런데 NPC 주제에 보스 표시 뜨는 놈이 알레그로 말고 또 있네?

* * *

변수가 나타났다. 다행이 나쁘지 않은 변수다. 아니, 무척이나 좋은 변수다. 보스 표시가 떴다는 건 내 먹잇감이라는 뜻! 가뜩이나 마음에 드는 스킬을 사용하는 보스가 없어 보스 레이드도 하지 않았는데 여기서 횡재수를 맞이했다. 들뜬 마음을 차갑게 가라앉히고 사고회로를 최대로 돌리기 시작했다.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눈에 담아 머릿속에 차곡차곡 주변 정보를 저장한다.

본래는 빙룡도로 소요을 일으켜 통제에서 벗어나 달려드는 녀석들을 기동력을 이용해 야금야금 깎아먹을 생각이었다.

내부 혼란을 일으켜 사기를 떨어뜨리고 숫자를 줄이는 것.

앞선 녀석들처럼 정직하게 돌격해 주는 서비스까지는 바라지 않고 대충 소소하게 용돈벌이 수준으로 덤벼 주기를 바랐다. 그러다가 100명이나 200명의 대규모 추격을 해 오면 풀도핑한 말로 멀찌감치 도망쳤다가 놈들이 물러나면 다시 쫓아가 툭툭 치는 걸 반복할 생각이었다.

‘쿨타임 없음. 생명력, 마나, 오러 이상 없음. 부상 없음. 소모품 이상 없음. 바람은 등에서 불어온다. 이건 별로 안 좋네. 후퇴할 때 맞바람이라……. 놈과 나와의 거리는 200m. 마나 컨퓨즈의 범위는 반경 5m. 더 커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 유저와 NPC 합쳐서 400? 450? 내가 가진 무기. 놈을 상대할 스킬은… 좀 부족하다.’

원거리는 상관없지만 근거리에서는 문제가 있다. 마나컨퓨즈라고 했으니 근거리에서 사용될 스킬들의 대부분이 무 쓸모해질 것이다. 내가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녀석은 소요를 일으켰던 유저들의 가까이 다가가 섰다. 녀석이 가만히 내려다보자 모두 눈을 피하며 뒤로 숨기 바쁘다. 그리고 난 그 찰나에서 기회를 발견했다. 시험해 볼 만하다!

탁.

난 소리 없이 말에 박차를 가해 달리기 시작했다. 내가 움직이자 맞은편에 있던 놈들 몇몇이 나를 향해 시선을 돌린다. 그 눈빛에는 저 또라이 뭐하는 짓일까 하는 생각이 가득하다. 하긴 적들이 우글거리는 곳을 향해 단기필마로 달려드니 나라도 똑같이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녀석들은 하나 간과한 것이 있다.

“하!”

두두두두두두!

난 더욱 가속했다. 이제는 놈들도 내가 진짜 들이박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서서히 대형을 갖췄다. 큰 방패가 전열에 세워지며 벽이 만들어졌다. 내 돌진을 막은 후 둘러싸고 공격하려 할 것이다.

“흐읍!”

일대 다수의 싸움은 분명 내게 불리하다. 사방이 나를 노리는 적뿐이니까. 그렇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다수의 생각은 항상 똑같다.

40m.

‘다구리에 장사 없다.’

‘둘러싸고 두들겨 패라.’

30m.

문제는 적이 어떻게 움직일 줄 알면 전투의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거다. 거기에 더해.

“어엇!”

“스킬이!”

20m.

방패를 들고 있던 녀석들의 당황한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온다. 그래 이제 알았냐. 너희는 지금 스킬을 못 쓴다. 그리고…….

10m.

난 아직 스킬을 쓸 수 있다.

히히히힝!

방패의 바로 앞에서 고삐를 왼쪽으로 힘껏 당기자 말머리가 돌아가며 몸이 한쪽으로 훅하고 쏠렸다. 기마 스킬이 아니라면 낙마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반동! 허리와 허벅지로 그 반동을 흡수하며 혼란에 빠져 내려간 방패 틈으로 내 최강의 원거리 공격기를 쏘았다.

[데스레이] [4레벨]▼접기

-10 x 지능 수치에 해당하는 방어무시 데미지의 죽음의 광선을 손가락을 통해 발사한다.

-속성: 무속성

-캐스팅: 0.1sec

-발사 속도: 2,000m/s

-유효 사거리: 20m

-쿨타임: 3초

-소모 마나: 1,000

삐이이이익!

무식하게 많은 마나를 소모하지만 가장 빠르고 가장 강력한 죽음의 광선이 방패를 뚫고 쏘아져 들어갔다.

“으아악!”

“커흑!”

전방 20m 내 데스레이에 직선으로 꿰뚫린 유저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방어 스킬이나 버프가 있었다면 피해가 좀 적었겠지만 마족 기사의 고유 능력인 마나컨퓨즈로 인해 스킬을 사용하지 못한 탓에 피해는 치명적이었다.

“하하하!”

일순간 무너진 일자진!

나를 노려보는 투구 속 마족 기사의 눈이 흉하게 일그러진다. 물론 난 그러거나 말거나 말머리를 돌려 열심히 도망칠 뿐이지만.

“네놈 죽이겠다!”

터엉!

귀를 쩌렁쩌렁 울리는 고함 소리와 함께 바람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등골을 오싹하게 울리는 불길함에 뒤를 돌아볼 새도 없이 몸을 앞으로 날렸고.

콰아아아앙!

히이잉!

공중에서 몸을 회전하며 바라보니 안장 부분을 중심으로 척추가 박살나 바닥에 처박히는 말이 보인다. 그리고 나를 향해 짓쳐드는 검은 그림자!

“흡!”

[산들 바람 걷기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아차!”

급한 마음에 스킬을 사용했지만 발동되지 않는다.

“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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