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 보스 스킬 쓴다-107화 (107/154)

107. 운수 좋은 날

“이게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건가?”

-덜덜덜…….

ㄴ와씨… 나 지금 팬티 갈아입는 중…….

ㄴ세이온이 이런 짓도 가능해? 이거 무쌍류 게임이었어?

ㄴ난 유저 둘이랑 붙어도 헐떡이는데… -_- 니기미 이게 재능빨인가.

ㄴ아니, 이게 재능으로 가능한 거냐고…….

[엄마꼬까 님이 3,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황교슈야. 너 쟤랑 붙으면 최소한 지진 않는다고 하지 않았냐?ㅋㅋㅋㅋㅋ

-그러게 어쩌냨

“살려 주세요. 그 방송 편은 즉시 삭제하겠습니다.”

세이온 유튜버인 황교슈는 며칠 전 자신이 방송에서 했던 말을 상기하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워야 한다. 지금 방송을 함께 시청하고 있을 편집자에게 신호를 보냈다. 얼른 지우라고.

[엄마꼬까 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케이 걔 스킬빨이에요. 그런 스킬 있으면 저도 합니다. 제가 누굽니까. 황교슈 아닙니까? 버스 타서 레벨 올리고 돈 처바르면 뭐합니까. 같은 스킬 있을 때 붙으며 절대 지진 안아요!

-어쩌냐? 너 이미 박제됐는데?

“아, 이러지 마세요 젭알…….”

농담이 아니고 진짜 쫄린다.

“뭔… 씨발… 하…….”

유저 시체의 숫자를 셀 수 없다는 건 둘째치고, 진짜 문제는 여기에 마족 기사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치나 제국의 마족 기사가 있다기에 올까 말까 망설였다. 아무리 보상이 좋으면 뭐하나. 죽으면 꽝인데. 치나 제국의 마족 기사는 그 위험성만 따져서는 거의 소드마스터에 준하는 존재였다.

스킬을 비롯해 업적까지도 방해하는 마나컨퓨즈를 쓰는 마족 기사 앞에서는 그 누구든 공평하게 능력치만 가지고 싸워야 한다. 만약 이 마족이라는 종족이 시작부터 하프였다는 것과 그 특수성으로 인해 새로운 아이가 태어나기가 불가능에 가깝지 않았다면 이미 이 세이온이라는 세계는 치나 제국의 손아귀에 들어갔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말했다.

그런데 그런 마족이 포함된 거의 600명에 달하는 유저를 죽인 사람을 깠다?

-룰러 커뮤니티에 짤 올라가는 순간 황교슈는 처형이지.

ㄴ룰러가 뭐임?

ㄴ케이 커뮤니티 이름! 거기 맛집임.

ㄴ개쩌네. 자기가 법이라는 거야?

ㄴ전부 다 사형

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ㅋㅋㅋㅋㅋ

-네임드한테 찍혀서 강제 은퇴당할 유튜버가 있다고 해서 들렀습니다.

ㄴ맛집 예약

ㄴ나도 예약

ㄴ쥔장!!! 어디 있어!

“끙…….”

마음 같아서는 방종 해 버리고 싶지만 이대로 껐다가는 정말 겁쟁이로 낙인 찍힌다. 나름 실력+예능으로 뜨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괴물이랑 부딪혔다. 등산하다가 항공기에 치인 꼴.

띠링-

[영지 퀘스트가 변경되었습니다.]

카메리아 국경 관문을 탈환하라 [영지 퀘스트-어려움] (X)

-치나 제국 황실을 등에 업은 카머슨 남작령이 국경 관문을 점령했다. 포디나 영지군으로 참여하여 국경 탈환을 도와라. (X)

달성도: 0% (X)

확인: 포디나 용병길드 마스터

보상 (X)

-포디나 백작령 공헌도: 500

-명예 점수: 1,000점

-10,000exp, 1,000골드

카메리아 국경 관문을 보수하라 [영지 퀘스트-보통]

-갱신: 포디나 백작가의 기사 케이 아이언우드경의 활약으로 국경 관문 탈환이 끝났다. 그러나 치나 제국의 침략은 끝나지 않았다. 국경 관문 보수를 도와라.

달성도: 0%

확인: 포디나 용병길드 마스터

보상:

-포디나 백작령 공헌도: 100

-명예 점수: 100점

-2,000exp 100골드

“아, 간만에 어려움급 영지 퀘스트였는데…….”

어려움 퀘스트가 사라졌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퀘스트는 상황에 맞춰 언제나 유동적으로 변화했다.

-아, 황교슈 이번에 공헌도 왕창 땡겨서 레인저 직업 얻으려고 했는데 말짱 도루묵이네. 100을 어디에 써.

ㄴ포디나 같은 깡촌 레인저도 힘든 건가. 고생하는구나. 황교슈

ㄴ그러게. 그러니까 세이온 그만두고 이제 본직인 FPS로 가라니까.

ㄴ판타지 스나이퍼 이름이 운다.

ㄴ탈콥2랑 린지8 세이온에 밀려서 섭종 한다는데 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왕년 탈콥5 조커가 여기서는 밑바닥 쩌리

“여러분 제발 탈콥2 이야기는 하지 말아 주세요.”

시청자들이 탈콥2 이야기를 꺼내자 황교슈는 사정하는 어투로 시청자들에게 말했다.

그는 본래 탈콥1을 통해 네임드로 이름을 날렸었다. 반쯤 장난으로 방송을 시작했다가 아시아 대회에서 우승을 하며 본격적으로 방송을 시작한 케이스. 탈콥 2로 성공적으로 게임을 갈아타며 황금기를 걸었지만 세이온의 등장으로 거의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이 지리멸절해 버렸다.

그렇기에 그도 어쩔 수 없이 대세에 따랐다.

초반부터 영끌해서 최신형 4세대 캡슐을 구입하고 뽑기에도 돈을 크게 투자했는데 아직도 바닥을 전전하고 있다.

-저격 실력만 좋으면 뭐해. 근접전이 개똥망인데 ㅋㅋㅋ

ㄴ아이고… 왜 칼질을 못 하니… (대충 칼질하는 짤)

ㄴ해동검도 이름에 먹칠하지 마라.

ㄴ황교슈 해동검도 배움?

ㄴㅇㅇ

“아…….”

비수처럼 들어온 시청자의 한마디에 한차례 쌍욕을 뱉으려다가 애써 눌러 참았다.

그것이 비방이 아닌 사실이었으니까. 세이온에서 그는 원거리 무기를 택했다. FPS 게임인 탈콥5에서 그는 판타지 스나이퍼로 이름을 날렸으니까. 자금을 전부 투자해 스킬도 전설급 원거리 액티브 스킬을 뽑았고, 활도 전설급 무기를 뽑았다.

그러나… 막상 플레이해 본 세이온은 그의 예상을 한참 벗어났다. 세이온은 한 가지 무기에만 능숙해서는 안 됐다. 원거리가 주무기라고 해도 상대를 한 방에 침묵시키지 못하거나 도망칠 수 있는 이동 스킬이 없으면 근거리 전투는 필연적이다. 물론 파티 시스템이라는 게 존재하기에 역할 분담을 하지만 파티 중에도 근거리 공격 기술은 필요했다. 문제는 그가 근거리 전투 센스가 정말 똥이라는 것.

“기사 케이는 무릎을 꿇으라.”

“예.”

백작의 앞에 정중히 무릎 꿇은 케이의 모습은 마치 한 장의 그림처럼 장엄하고 아름다웠다. 그야말로 주인공의 모습 그 자체! 그에 비하면 자신은 지나가는 용병1일 뿐이다.

“자네의 영웅적인… 그럼으로… 적에게 공포를… 그리하여 자네에게 ‘카메리아의 학살자’라는 칭호를 내리겠노라.”

“우와아아아아!”

백작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병사들이 천지가 떠나갈 듯 환호를 터뜨렸다.

“키메리아의 학살자!”

“우와아!”

“키메리아의 학살자!”

“우와아아아!”

-헐… 칭호도 먹네.

ㄴ키메리아가 어디야?

ㄴ저기 이름이잖아. 너 포디나 있을 때 저기 안 가 봤냐? 밀수꾼 퀘 하는 곳인데?

ㄴ난 저 동네 20렙 찍고 바로 탈출

ㄴ학살자라고 붙은 거 보면 전투계 칭호인가?!!!!!

ㄴ장담하는데 최소 전설급이다.

ㄴ윗분 너무 나간 거 아님? 백작이 전설급 칭호를 내린다고?

ㄴ바보냐? 백작 혼자가 아니라 저 수많은 NPC 병사들이 다 인정하는 칭호잖아. 그럼 시스템이 인정해 주지.

ㄴ씨박 나도 칭호 고프다

-넌 못하는 걸 쟤는 다 하지.

ㄴㅋㅋㅋㅋ반박불가. 올라운더… 아니 슈퍼 올라운더

ㄴ활도 잘 쏴. 마법도 엄청나, 광역군중기에…….

ㄴ웃긴 건 근거리가 진짜 어후…….

ㄴㅋㅋㅋㅋㅋㅋㅋㅋ접근하면 살겠지 했다가 끔살ㅋㅋㅋㅋ

ㄴ결론은 받을 만했다.

“부럽네.”

황교슈는 포디나 백작 맞은편에 아직까지 무릎 꿇고 있는 케이를 부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사실 그는 케이 채널의 애청자였다. 왜냐고? 궁극의 이상형이었으니까. 그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너무나 완벽한 무결점 전투 센스를 가지고 있었다.

캡슐을 가진 상태에서 유료 결제를 하면 해당 유튜버의 1인칭 시점으로 영상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케이의 1인칭 방송은 그 누구도 5분 이상 연속 시청을 못하는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했다. 왜냐고? 5분 이상 1인칭으로 케이의 전투를 따라가다 보면 곧바로 두통과 함께 구역질이 찾아왔으니까. 케이를 닮고 싶어 억지로 10분 이상을 시청한 적이 있었는데 그 대가로 그 날은 방송을 쉰 채 하루 종일 침대에서 나오지 못할 정도였다.

“쓸데없는 헛소리를 해 가지고…….”

시청자들이 방송에서 자꾸 케이와 비교하며 놀려 대자 홧김에 한 소리가 박제되어 버렸다.

케이와 합방하는 건 영영 물 건너간 것이다. 소문에는 성격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데 걸렸다가는 세이온을 접어야 할 수도 있었다.

“퀘스트가 바뀌어서 별로 재미없을 것 같네요. 퀘스트 거절하고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어, 황교슈 뭐야? 여기서 끊는다고?

ㄴ쫄았냐?

ㄴ관문 안쪽에도 좀 보여 줘. 케이 방송은 전부 녹방이라서 나중에 봐야 한다고!

ㄴ케이 님을 보여 줘! ㅠㅠ케이 님은 실시간을 너무 안 해.

ㄴ케이 님은 신이야. 케이 님은 신이야. 케이 님은 신이야.

[엄마꼬까 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삐졌냐? 삐졌냐? 삐졌냐? 삐졌냐? 삐졌냐? 삐졌냐? 삐졌냐?

“안 삐졌어요.”

자꾸 도발해 대는 엄마꼬까를 벤하고 싶지만 지금은 1,000원의 후원도 관심도 소중하다.

“방송 이만 마치겠습니다.”

-삐졌…….

[방송을 종료합니다.]

“씨발…….”

짧게 욕설을 내뱉은 그가 방송을 끈 채 말 머리를 돌려 현장에서 빠져나가려 할 때였다.

“어이, 황교슈.”

영지 퀘스트를 줬던 포디나 용병 길드의 B급 용병이 황급히 그를 불러세웠다.

“예!”

“케이 남작님이 널 찾으신다.”

“예?”

“예는 무슨 예야? 귀족 나으리가 찾으신다고! 빨리 가 봐!”

“아… 예!”

케이가 자신을 찾는다는 말에 황교슈는 덜컥 겁이 났다.

‘설마 그 박제 영상을 본 건 아니겠지?’

불안이 엄습한다. 케이는 지금 실시간 방송 중이라면? 그리고 누군가 일러바쳤다면? 작위를 가진 귀족 유저는 위험하다. NPC 귀족들이야 앞에서 굽실굽실하며 비위만 맞춰 줘도 되지만 귀족 유저들은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막말로 불러서 ‘너 재수 없다’ 하고 영지 출입 금지라도 때려 버리면 졸지에 포디나에서 떠나야 한다. 물론 자신이 뻗댈 만한 명예 점수가 있다면 상대도 명점 깎이는 게 싫어서 안 건드리겠지만, C급 용병인 그는 케이 앞에서 파리채 앞의 파리일 뿐이다. 말에서 내린 그가 황급히 케이의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찾으셨습니까.”

“음. 그래.”

현실에서야 반말할 수도 있지만 이곳은 게임 속. 평민인 그가 귀족에게 반말을 했다가는 귀족 모독죄로 목이 날아간다.

“자네가 용병들 중 활을 가장 잘 쓴다던데 맞나?”

“예? 예. 그렇습니다.”

“그렇군. 그럼 나랑 잠깐 이야기 좀 할까?”

“예.”

케이는 그를 데리고 사람들이 없는 으슥하고 후미진 곳으로 향했다.

‘설마 날 죽이려는 걸까?’

딱히 흠집 잡을 일이 없으니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데려가 죽여 버린 후 ‘이 용병이 나를 모욕했고 그래서 죽였다’ 말하고는 용병 길드에 배상금만 물면 그만이다.

‘죽으면 안 되는데…….’

죽게 되면 용병 황교슈로 쌓은 명성과 사회적 관계는 모조리 사라진다. 새로운 신분으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 이윽고 사람들의 시선이 완전히 사라지자 케이가 몸을 돌렸다.

“으…….”

이렇게 마주 보니 위압감이 장난 아니다. 키가 그보다 한 뼘 정도는 더 크고 표정은 얼음장처럼 차갑다. 시선을 마주 보기 어려워 눈을 내리깔자 전신에 가득한 화살 자국이 보인다. 흡사 화살로 고슴도치가 되었던 것처럼.

‘얼마나 험하게 싸웠기에…….’

“황교슈 님?”

“예. 예?”

상념에 빠져 있던 그는 뜻하지 않은 존댓말에 놀라 눈을 치켜 떴다.

“유저시잖아요? 저보다 한참 전에 시작하신 방송 선배고.”

“아아, 그, 그렇죠.”

“사람도 없는데 말 편하게 하세요. 불편하실까 봐 여기로 오자고 했는데.”

케이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순간 황교슈는 긴장을 놓아 버릴 뻔했다.

‘아니지.’

이런 식으로 기분을 풀어 준 뒤 유도심문으로 엿 먹이는 놈들도 있다. 특히나 그가 아는 케이는 적으로 찍은 사람을 절대 가만두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그 첫 본보기가 된 파킨은 방송을 완전히 접은 채 각종 소송에 시달리는 중이라고 하더라. 파킨이 길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프리카 길드의 정예 30%가 정리 당하고 점령하고 있던 영지의 영지민이 떼몰살 당한 건 아직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었다.

“저, 저는 이게 편합니다.”

“으음, 제가 불편한데.”

“NPC들의 눈은 항상 조심해야죠. 혹시라는 게 있으니까요.”

“아, 그럼 그러죠 뭐. 방송 선배님이 조심해야 한다는데.”

“그렇죠.”

“그럼, 용병 황교슈.”

“예.”

“내가 단독으로 특수 작전을 수행하려 하는데 나를 좀 도와줄 수 있겠나?”

“특수 작전이요?”

“그래.”

“어떤 작전이신지…….”

“치나 제국 놈들이 그동안 우리 포디나를 많이 괴롭혔잖아?”

“예. 그렇죠.”

“그래서 내가 그동안 당했던 걸 좀 갚아주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국경 지리에 좀 어두워서 말이야. 자네가 내 길잡이가 되어 줬으면 하네. 뭐 괜찮으면 서포트도 좀 부탁하고.”

케이의 말이 끝나자 알람 소리와 함께 퀘스트 하나가 나타났다.

띠링-

[지나 제국의 국경을 약탈하라.][1인][매우 어려움급]

-케이 아이언우드 남작은 그동안 포디나 영지를 괴롭혀 온 카머슨 남작령에 복수를 다짐했다. 그 복수의 방법은 카머슨 남작령을 약탈하고 불태우는 것. 그를 도와 특수 작전을 수행하라.

-달성 조건: 케이 아이언우드 남작의 만족

-확인: 케이 아이언우드 남작

보상

-공헌도 2,000점

-명예 점수 1,000점

-5,000exp, 2,000골드

특수 보상

-약탈 전리품 5%

“헉!”

무려 매우 어려움급 퀘스트가 떴다. 1인 퀘스트라 그만큼 위험하고 난이도에 비해 보상은 좀 박하지만 특수 보상인 약탈 전리품 5%는 경우에 따라 엄청난 대박이 터질 수도 있었다.

“어때 생각 있나?”

“저, 그게…….”

너무 좋은 조건의 퀘스트를 받자 선뜻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케이라면 대박은 확정이다. 거의 1인 군단이라고 할 정도로 강력한 괴물이 바로 케이 아이언우드 남작이었으니까.

사람들이 말하기를 혹 신화급 스킬 이름이 ‘무쌍’이냐고 할 정도로 일대일이든 다대일이든 가리지 않는 네임드 유저. 그런 케이의 약탈 전리품의 1%라면 정말 엄청난 양일 것이다.

“음, 보상이 너무 약한가? 내가 명점이 좀 낮아서 많이 줄 수가 없네. 대신 전리품을 좀 걸었는데… 싫다면 어쩔 수 없군.”

케이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든 그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수락하겠습니다.”

황교슈는 혹시나 케이가 변심하여 퀘스트를 뺏을까 얼른 수락을 눌렀다.

다행이라는 듯 피식 웃는 케이.

“하하, 고맙네. NPC 레인저를 길잡이로 고용할 수도 있었는데 NPC들은 워낙 따질 게 많아서 말이야. 양민을 죽이는 짓은 못하겠다느니 여자라서 못 죽이겠다느니… 쯧.”

“NPC들이 좀 까다롭기는 하죠.”

유저들이야 보상만 확실하면 움직이지만 NPC들은 자신들이 가진 가치관에 따라 행동한다. 설혹 그게 적국의 국민이라도 말이다.

“잘 부탁하네.”

케이가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 손을 마주 잡은 황교슈는 그제야 케이가 자신을 죽이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것이 아니라는 걸 확신했다. 그렇다면 이건 기회다. 승작까지는 아니더라도 잘하면 그가 노리던 레인저 직업을 얻을 수도 있다. 케이의 직업 중 하나가 레인저이기에 포디나 레인저들과의 인맥이 있었고 그가 추천만 해 준다면 레인저 직업을 얻는 것이 훨씬 수월해 질 테니까.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 그럼 앞으로 계획에 대해 설명해 주겠네.”

“예!”

“일단 퀘스트는 단발로 안 끝나고 몇 차례 더 할 수 있어. 보상을 계속 갱신하기는 할 텐데, 가급적이면 계속 나랑 같이해 줘야 해. 괜찮겠나?”

“당연히 괜찮습니다.”

이런 좋은 퀘스트가 계속해서 나온다니 이쪽에서 오히려 돈을 주고 받고 싶을 정도다.

“그럼 일단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건 내일부터 하고……. 그동안 자네는 카머슨 남작령의 지리를 머릿속에 아주 확실히 입력해야 하네.”

“그, 저는 카머슨 남작령 지도가 없습니다.”

적대 영지의 지도는 구하기 쉬운 물건이 아니다. 가격도 적잖게 비싸고. 그러나 케이는 아주 쉽게 그 문제를 해결해 줬다.

“그것도 그렇군. 그럼 암흑가의 정보길드 부엉이굴에 가서 지부장한테 내 이름을 대면 카머슨 남작령 지도를 줄걸세. 혹 힘들다고 하면 나한테 말하고.”

“알겠습니다.”

무려 암흑가 정보길드의 지부장을 하인 부르듯 한다. 고개가 더욱 공손하게 숙여지는 황교슈다.

“그리고 가방은 어떤 걸 쓰나?”

“아, 가방이요. 전설급 가방 쓰고 있습니다.”

“다행이군. NPC들은 보통 일반 가방만 들고 다니는데… 역시 자네와 함께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군.”

“하하하. 감사합니다.”

고작 가방 따위에 만 골드나 쓴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는데… 이런 걸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마지막으로 명심할 건 퀘스트가 끝날 때까지 실시간 방송이나 혹 퀘스트에 대한 정보는 절대 외부에 알리시면 안 돼.”

“당연하죠. 그 정도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혹 퀘스트의 내용이 외부에 알려졌을 경우 적들이 방플을 통해 쫓을 수도 있으니까. 보통 게임 방송 하는 이들은 이런 합방의 경우 비밀 유지 각서를 받기까지 한다.

“좋아. 퀘스트 한 번에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니 가급적 내일 일정은 비워 두게.”

“예!”

“그럼 내일 오후 1시에 보자구. 식사 든든히 하고 들어와. 언제 끝날지 모르니까.”

“예!”

황교슈는 오늘 자신의 세이온 라이프에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왔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렇기에 지금부터 최선을 다해 준비할 생각이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일단 빨리 돌아가서 지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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