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 보스 스킬 쓴다-115화 (115/154)

115. 20000대 1

“네, 네놈은!”

수염 긴 놈이 나를 손가락질하는 걸 보면 기억은 하나 보다. 꽤 순식간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치다가 이내 유비와 장비 뒤까지 물러나고는 주위를 둘러보며 헛기침을 하는 걸 보면 쪽팔린 건 아나 보다.

“너 분명 교통사고가 꽤 크게 난 걸로 알고 있었는데.”

“퇴원했지. 뭔 듣보잡 엑스트라 놈들이 자꾸 위튜브에 도발 영상을 올려 대서.”

“비열한 놈. 연막을 친 거냐?”

연막은 무슨 연막… 그냥 우리나라에서 기사 작성하는 분들이 제목으로 클릭질 올리는데 너무 혈안이 돼서 그런 거지. 너희는 그걸 바보같이 믿어 버린 거고…….

서로 귓속말 중인지 수염 긴 놈의 표정이 울긋불긋하다. 그런데 웃긴 건 유비랑 장비가 슬금슬금 물러나고 있다는 것. 자식들 상황 파악이 빠르네.

“네놈, 우리를 끌어들이기 위해 이름을 감춘 거구나.”

“이제 알았어?”

녀석 말대로 이름을 말하지 않았던 건 바로 낚기 위해서였다.

이미 한번 붙어 본 바가 있어 대략 이 녀석들은 견적이 나온 상태였다. 장비랑 스킬은 돈으로 처발라 올렸지만, 실제 실력은 쓰레기인 대표적인 삼인방이라고나 할까? 작은 문제라면 얘들도 견적이 나와서 나한테 덤빌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거다.

서로 곁눈질하는 꼴을 보니 생각이 빤했다.

“가장 먼저 튀는 놈 쫓아간다.”

“큭!”

내가 생각했던 게 정답이었는지 정곡을 찔린 셋이 동시에 헛숨을 들이켰다.

셋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튀었을 때 운 좋으면 셋 중 둘은 살아남으니 꽤 괜찮은 생각이지만 얘들은 아무래도 티가 너무 많이 냈다. 열정적인 귓속말을 나누고 있는지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 감정이 한껏 담겼다.

“케이! 케이! 케이!”

내 이름을 목이 터지라 외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런 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손 한번 슬쩍 들어주자 환호성이 커졌다.

“그럼 우리 슬슬 잡담은 그만하고 몸의 대화를 나눠 볼까?”

“으으.”

내가 천천히 다가가자 셋이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빙룡도의 손잡이를 가볍게 그러쥐었다. 마나 컨퓨즈는 필요 없기에 꺼 버렸다. 조자룡을 잡는 데 쓰기는 했지만 난 내가 이걸 오래오래 숨길 참이다. 게임 체인저 같은 이 스킬은 일종의 비수였다. 그리고 비수는 숨길수록 그 빛을 발한다.

“우리 삼형제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 주마!”

관우가 청룡언월도를 머리 위로 돌리기 시작했다. 그의 전신이 붉게 타오르며 힘이 두 손을 타고 청룡언월도의 극점으로 몰린다. 침대에 누워 있을 때 누나가 준 정보에 의하면 이것이 관우의 주력 스킬일 것이다.

“내가 어째서 관우라 불리는지 가르쳐 주마!”

관우는 한 번에 제압하기는 어려워 보일 정도로 강렬한 기세를 뿌렸다.

아무렴 나름 네임드 소리를 듣는데 스킬에 대한 자신감은 가득하겠지. 그런데 말이야.

“호락호락하지 않은 건 알겠는데. 너 빼고는 생각이 다른 거 같은데?”

“무슨 말이냐?”

“네 의형제 말이야.”

내가 턱짓을 따라 관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마음은 보고 싶은데 그럴 수는 없으니 갈등하는 거 같다. 난 녀석의 고민을 해결해 줄 겸 두 손을 슬쩍 들며 공격 의사가 없음을 알렸다. 그러자 곁눈질로 뒤를 바라본 관우는 슬금슬금 뒷걸음치던 유비, 장비랑 눈이 마주쳤다.

“형님! 아우! 어째서… 어어! 컥!”

몸을 거의 바닥에 구르다시피 하며 뛰어든 난 배신에 몸이 굳은 녀석의 겨드랑이에 빙룡도를 깨끗하게 박아 줬다. 신화급 무기인 빙룡도는 녀석의 방어구를 무 썰 듯 베어 내며 안으로 파고든다.

우우우웅!

관우의 몸에서 방어 스킬의 반탄력이 뿜어져 나와 빙룡도를 밀어 내려고 했지만…….

“응, 늦었어.”

츠컥! 카카카칵!

박아 넣은 빙룡도를 그대로 사선으로 그어 올리자 가슴과 목이 반으로 잘리며 그대로 두 동강 나 버렸다. 네임드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어이없는 죽음이지만 신화급 무기 +5 빙룡도는 깡뎀만으로도 웬만한 방어구는 쪼개 버린다. 괜히 한번 휘두르는데 천 원이 드는 게 아니라고!

“비겁한 놈! 두고 보자!”

관우가 어이없이 당하자 유비와 장비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전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타고 온 말이 있었지만 챙길 생각도 안 하고 도망친다. 그렇게는 안 되지.

[친위대 소환]

“아우우우!”

“크아앙!”

“귀 큰 놈 잡아!”

“컹컹!”

오래간만에 소환된 구씨 삼형제에게 난 유비를 쫓을 것을 명하고는 곧장 장비를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데스레이]

세이온에 존재하는 마법 중 가장 빠르고 파괴적이라고 알려진 붉은 광선이 장비를 향해 곧장 날아갔다.

“크악!”

데스레이는 장비의 등을 그대로 관통해 버렸다. 그런데 보통은 즉사할 치명타겠지만 장비는 아닌 모양이다. 그대로 쓰러져 몸을 한 번 구르더니 이내 나를 바라보는 장비!

“금황신강!”

가뜩이나 거대한 장비의 몸집이 황금색으로 물들며 거의 2.5배 커졌다.

내가 가진 진(進) 광폭화의 상위 호환인 금황신강이라는 스킬인데, 부상으로 인한 사망을 막아 주며 5초 동안이기는 하지만 공격력을 3배까지 끌어올려 준다.

“사룡참!”

장비의 장팔사모에 맺힌 오러가 수십 마리의 뱀이 되어 내 심장을 노려온다. 금황신강과 사룡참의 연계를 이용한 필살의 패턴! 아마 대부분의 적이 여기에 갈렸을 것이다. 물론 난 대부분의 영역에 속하지 않지만 말이다.

“흐읍!”

집중력을 끌어올리며 뱀을 향해 짓쳐 들어간다. 뱀의 송곳니들이 내 목을 노리며 파고들지만 모든 공격의 시작은 어차피 창이다.

파파파팍!

순간 모든 것이 느려지는 듯한 기분과 함께 시야에 모든 것이 머릿속으로 입력되기 시작했다. 하나로 이루어진 스킬이지만 지금 내 감각은 그 스킬을 쪼개고 나눌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찰나 간의 틈을 파고든다. 완벽할 수는 없지만 놓치는 건 스킬들이 보호해 준다.

[진흙방패]

두 개의 뱀이 방어 스킬에 걸려 스러진다. 그리고 그 모험의 결과로 내 앞에는 장비의 목이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다.

“커억!”

장비의 고리눈이 더 커질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되었다. 마치 자신의 스킬을 뚫고 들어온 나를 인정할 수 없다는 듯 그 입이 한껏 벌어져 있다. 그러나 그 입은 소리를 토해 낼 수 없다.

츠컥!

목이 빙글빙글 날아올랐다. 이로써 둘!

차라리 셋이 뭉쳐 물러났다면 훨씬 까다로웠을 것이다. 의형제니 뭐니 하더니 버리는 건 잘하네.

“크앙!”

“크릉크릉!”

“으윽!”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마지막 남은 유비는 구씨 삼형제의 유기적인 합동공격에 연신 어쩔 줄 몰라 물러나고 있다.

“잘 싸우네.”

난 마무리로 유비를 처리하려다 셋이 하는 꼴을 보고 잠시 걸음을 멈췄다.

처음 소환했을 때는 그냥 귀염귀염한 놀 세 마리였는데 이젠 어엿한 늑대인간이 되어 네임드라는 유비를 몰아붙이고 있다. 녀석들은 손톱에 마나를 실을 수 있게 되자 웬만한 전설급 무기에 버금가는 강도를 지니게 되었다.

츠칵!

황구의 발톱이 유비의 무릎을 쓸고 지나갔다.

“큭!”

살짝 스쳤을 뿐이지만 유비의 무릎이 금세 피범벅이 되었다. 그리고 잠시 추춤하는 유비를 흑구와 백구가 무자비하게 공격해 들어간다.

쫘자자작! 착착!

“으악! 으아악!”

나랑 놀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본래 AI가 그런 건지 나한테는 온갖 애교를 떠는 셋은 적에게는 사신보다도 더 잔인했다.

“확실히 이젠 제대로 써먹을 수 있겠어.”

사실 이전까지 구씨 삼형제는 전투에 제대로 써먹을 수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약했으니까. 뭐 그 비교 대상이 나라는 것과 내가 거쳐 온 전장이 대부분 미친놈 소리 듣기 딱 좋은 것뿐이라 그랬을 뿐이지만 아무튼 약했다. 그래서 꺼낼 때도 조심스러웠고 꺼내더라도 연막용으로 사용했을 뿐이다.

그런데 같이 지낸 시간이 오래되서인지 이 녀석들 보통의 몬스터와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 있었다. 지금만 봐도 네임드라는 유저 하나를 제대로 피박살 내고 있지 않은가. 물론 상대도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다.

셋에게 유린당하던 유비가 두 손을 머리 위로 들며 외쳤다.

“무한의 고리로 회귀하라!”

슈아아앙! 슝슝!

유비의 심장에서 시작된 우윳빛 오오라가 그를 감싸 구체를 이루더니 구씨 삼형제들을 밀어내 버렸다.

“크라라락!”

“크앙!”

열받은 구씨 삼형제가 손톱을 마구 휘둘렀지만, 구체는 깨지지 않았다.

“이놈들! 이건 절대 뚫을 수 없다!”

유비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외쳤다. 영 허풍은 아닌지 구씨 삼형제의 공격을 우윳빛 오로라는 완벽하게 막아 냈다. 득의양양하며 구씨 삼형제를 바라보니 유비. 그러나 그가 생각지 못한 게 하나 있었으니 이 자리에는 구씨 삼형제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헉!”

나와 눈이 마주친 유비 녀석이 헛바람을 집어삼킨다.

“너 스킬을 너무 과신하는 거 아니냐?”

“무,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냐! 내 무한의 고리는 무적이다!”

“지랄하고 있네. 집중 중에는 움직이지도 못하는 놈이.”

“헉! 그걸 어떻게…….”

퍼석!

유지하고 있던 방어막에 금이 갔다. 황구가 금간 부분으로 발톱을 박아 넣자 녀석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집중 깨지면 박살 나는 옵션 달린 방어막의 한계지.”

난 녀석이 사용하고 있는 무한의 고리라는 방어 스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냐고? 네임드라는 명성에 얼마나 취했는지 인터넷 곳곳에 자신들의 스킬을 떠벌려 놔서 조금만 파면 금방 알 수 있을 지경인데 모르는 게 이상하지.

방어에서 들어오는 충격 에너지를 환원하여 다시금 마나를 보충한다. 거기에 집중 시 발동이라는 옵션이 달려서 다른 짓은 못하고 오로지 방어막 활성만 할 수 있지만, 충격량을 끊임없이 순환시키기에 유지력이 엄청나게 좋다. 뭐, 그래서 전설급 스킬이겠지만…….

난 녀석이 있는 곳을 향해 타박타박 걸어갔다.

“내가 그 방어막을 박살 낼 수 있을까? 없을까?”

“으으…….”

내 말에 녀석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고작 내 소환수의 손톱도 간신히 막아 내고 있잖아. 설마 버티고 있으면 누가 구원이라도 올 거로 생각하는 거냐?”

“제, 젠장…….”

쩌적… 쩍!

도망칠 구석이 보이지 않자 녀석의 집중이 흔들렸고, 방어막 또한 옅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틈으로 백구와 흑구의 이 사이로 흐른 개거품이 뿜어진다.

“으, 으으 이 미친 것들…….”

유비의 얼굴이 파랗게 질린다.

호러 영화 살인마에게 포위된 가련한 히로인도 저토록 불쌍하지는 않을 것 같다.

녀석의 곁으로 다가간 나는 가볍게 구체를 찌르는 시늉을 했고 그것만으로도 녀석의 집중 절반은 날아가 버렸다.

콰지직!

“끝난 거 같네. 얘들아. 찢어 버려.”

콰직!

“아악!”

날카로운 발톱으로 틈을 벌린 흑구가 놈의 어깨를 물었고 동시에 백구의 주둥이가 팔을 물어 버린다. 황구는… 으음……. 정말 좋지 못한 곳을 물어 버렸다. 무는 곳에 차등은 주지 않는 건가. 음… 15세 이상 관람가 영상이네.

“으, 으으으아아악!”

꽈지지직!

조금 전까지 유비였던 뭔가가 세 등분이 되어 공중으로 흩어졌다.

* * *

“우와아아아!”

“케이케이케이!”

케이를 연호하는 목소리로 관문이 들썩거린다.

“역시 케이 님!”

황고슈는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조자룡을 시작으로 무려 셋을 잡아냈다. 아무리 뒤이어 나온 셋이 별다른 반항도 못하고 죽었다지만 네임드라는 이름값은 변하지 않는다. 거기에 오히려 그 전투 자체가 인상 깊었다.

반대로 보자면 아군 측에서는 사기가 충천한 상태. 모두가 케이 님을 연호하고 있다.

채팅창도 난리가 났다.

-와, 씨발… 찐이다. 진짜…….

ㄴ갈려 나가네 갈려나가…….

ㄴ소름 끼치네.

-쟤들 네임드 맞냐? 사칭 아냐?

ㄴ나도 사칭 같아서 VPN으로 중국애들 커뮤 가 봤는데 찐 맞다. ㅋㅋㅋㅋㅋ

ㄴ씨발 아까 쟤들 존나 쌔다고 구라 깐 새끼 얼른 나와라. 씨발 내 60렙짜리 꺼내와도 즈려 밟았겠다.

ㄴ지랄하고 하네. 케이니까 저렇게 바르는 거지.

ㄴ아니 씨발 무슨 네임드라는 새끼들이… 어후……. 토토 개망했네.

ㄴ중국 애들한테 배팅했냨ㅋㅋㅋㅋㅋㅋㅋㅋ

-야, 케이 방송 찾았는데 왜 접속 안 되냐?

ㄴ어… 나도 그런데……. 3분 전에 튕겨서 다시 들어가려고 했는데 안눌러짐.

ㄴ터졌네 터졌어.

-근데 쟤 저거 소환 스킬 뭐냐? 늑인 세 마리? 저런 스킬도 있음? 졸라 세네.

ㄴ가끔 꺼내기는 했는데 저렇게 센 줄은 나도 몰랐다.

ㄴ신화급인가?

ㄴ신화급은 아니지. 아스골드 신화급 솬 스킬이 드레이크인데, 꼴랑 늑인 세 마리 가지고.

ㄴ그 드레이크는 네임드 잡냐? 졸라 세잖아.

ㄴ그건 그러네.ㅋㅋㅋㅋ

좋아요와 구독이 쭉쭉 오른다. 케이 방송에 접속이 힘들어지자 자신의 스트리밍에 시청자들이 물밀듯이 들어온 것이다. 다른 중계방 들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꾸준히 중계하던 건 자신이다. 거기에 자신은 케이와 함께 만든 미공개 영상도 가지고 있다. 후속타로 이것만 풀어도 단숨에 떡상 가능이다.

황고슈가 채널 떡상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둥… 두둥… 둥… 두둥…….

북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메아리치며 울려오는 그 소리에 황고슈는 눈을 번쩍하고 떴다. 소리의 방향은 치나 제국 측이었는데 그가 알기로 이 북소리는 진군을 알리는 신호였다.

-오, 드디어 본격적인 시작인가?

ㄴ헐? 공격? 쟤들 사기 X창 났는데도 들어오네?

ㄴ너무 충격적으로 X창이 나 버려서 차라리 더 퍼지기 전에 묻으려는 거겠지.

-숫자 차이 너무 크지 않냐?

ㄴㅇㅇ 근데 할 만함. 우리가 수성 쪽이기도 하고 케이가 사기 최대로 끌어올림.

ㄴ트윗 쪽 애들이랑 화랑 길드 애들 접속한댄다!

ㄴ시발, 할 만하니까 들어오는 거 봐.

ㄴㅋㅋㅋ 다 그런 거지.

다행히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숫자에서 밀리기는 하지만 일단 기본적으로 수성전은 수성 쪽이 훨씬 유리했다. 막말로 관문 위에서 활만 당겨도 공짜 경험치를 먹을 수 있기도 하고 운 좋으면 대박 득템을 노릴 수도 있어 PVP를 즐기거나 한 방을 노리는 이들은 오히려 찾아다니기도 한다.

그러나… 황고슈는 그런 것들은 모두 무시한 채 멍하니 전장을 바라봤다.

활이 주무기인 황고슈도 그가 최고로 빛날 자리이기에 원거리 공격을 준비해야겠지만 그의 시선은 오로지 케이 하나에 집중되어 있다.

“저게 무슨…….”

지금 케이의 위치는 전장의 한복판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진군하는 카머슨의 군세의 앞이다. 보통이라면 무려 네 명의 네임드를 잡는 업적을 쌓은 그는 이대로 돌아와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케이는 오히려 진군해 들어오는 2만의 병력을 향해 걷고 있는 게 아닌가.

“미… 미친 거 아냐!”

머리에서 떠오른 생각을 한번 거를 생각도 없이 육성으로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런 그의 생각에 동조하듯 채팅창에는 케이의 미친 행동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글로 넘쳐났다.

-케이 쟤 왜 저래?

ㄴ왜 저리로 가지? 저기로 가면 무조건 죽음이잖아!

ㄴ와! 현장에 있는 사람들! 어서 케이 좀 말려!

-스킬에 당한 거 아냐?

ㄴ헐? 스킬?

ㄴ아무리 봐도 스킬에 당한 게 맞는 거 같다!

ㄴ누가 좀 데려와!

모두가 아우성치는 와중에도 케이는 걸어가는 걸 멈추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달리기 시작했다. 눈을 반짝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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