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 보스 스킬 쓴다-116화 (116/154)

116. 20000대 1 (2)

-으아! 진짜 안 되겠어!

-아, 왜! 또!

-너 지금 네 몸에 두른 게 얼만 줄은 알아? 그냥 돌아와!

-이미 얘기 끝난 거잖아. 얼마를 잃던 상관 없다더니?

-야! 네 칼은 빌딩검이야 빌딩검!

-빌딩이든 뭐든 이미 시위는 놨어.

-야아아아!

누나의 비명을 들으며 난 달리는 두 다리에 더욱 힘을 줬다.

타탁! 탁!

누군가는 미친 짓이라고 할 것이다. 아니, 대부분 사람이 그렇게 말할 거다. 케이가 미쳐서 자살하러 달려간다고. 솔직히 내가 진짜 미친 걸까 하고 진중하게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면… 음, 잘 모르겠다. 만일 내가 제3자의 입장에서 나를 본다면 미친놈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당사자인 내 입장에서 이건 충분한 목적과 계산으로 만들어진 판이었다.

타타타탁!

누나에게 믿으라고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건 구라다. 당연한 거 아닌가. 이만을 향해 홀로 달려간다니……. 이제까지의 전장 또한 사람들이 미쳤다고 이야기했지만 이건 내가 봐도 미친 짓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그 미친 짓을 해야 할 때라는 거다. 내가 죽어서 장비가 모조리 털릴 수도 있다. 장비는 확실히 리스크가 크다. 내 전투력의 30% 정도는 솔직히 장비빨이었으니까.

그러나 난 이번의 전투가 그 리스크를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아니, 리스크를 떠나서!

“정말 멋있잖아! 하하하!”

일부러 집중력을 끌어올리지 않았는데도 모든 감각이 최고조로 올라간다. 본의 아닌 휴식 덕택에 아직 내 컨디션은 최상을 찍고 있다.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상태라는 것.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이런 미친 짓 해 보겠는가!

“전군 제자리!”

고작 나 하나만을 상대함에도 이만이 걸음을 멈추었다. 그만큼 저쪽에서도 나를 위협적인 적으로 판단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음… 영 멍청이만 있는 건 아니네.

“레드 가드! 쏴라!”

파파파파파파팍!

순간 머리 위로 검은 그늘이 졌다. 나를 향해 쏘아지는 화살들로 인한 그림자!

단 하나도 허투루 날아오는 것이 없다!

“멸신검!”

-공격 속도: 100% 상승

-반응 속도: 100% 상승

-사용 시 10초당 오러 1 소모

나는 달리는 와중에 멸신검을 일으켰다. 보통 멸신검은 공격 상황에서 사용하겠지만 이런 응용도 가능하다.

‘산들바람걷기.’

내가 가진 산들바람은 속도보다 회피에 치중된 이동기로, 이런 공격 방어에 특화된 것이었다. 그것이 멸신검의 반응 속도 증가와 합쳐지자 화살의 소나기 속에서도 난 유유히 적들을 향해 달렸다. 화살을 피하며 더욱 접근하자 다시금 치나 제국 쪽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레드 가드! 방패 세워!”

처처처처처척!

나를 향해 이중으로 된 방패의 벽이 세워졌다. 방패의 숫자만 수백 개. 그 모든 것이 온전히 나를 겨누어 세워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통천지벽 개진!”

쿠쿠쿠쿠쿠쿠…….

방패의 벽이 변하기 시작했다. 점차 붉어지더니 어느 순간 새빨간 핏빛으로 변해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누나 말로는 저게 레드 에볼루션의 길드만의 스킬이라고 하던가. 희귀급 방패 스킬이지만 그게 수백 개가 모이니 신화급 스킬 못잖은 존재감을 드러냈다. 가히 백만의 진격이라도 막아 낼 것 같은 위엄이다. 가운데 벽이 두꺼워지는 가운데 좌우의 방패 벽은 계속 전진하며 날아오르는 새의 양 날개로 변했다. 학익진의 변형으로 한 명의 초강자를 상대하는데 특화된 전법이다. 그러나 그 또한 예상 범위다.

“아주 정석적이라서 눈물 날 지경이네.”

오히려 고마울 뿐이다. 저쪽에 좀 더 머리를 쓰는 인간이 있었다면 이런 대응은 하지 않았을 거다. 나라면 완전한 소모전을 가정하고 나를 말려 죽이려 했을 거다. 물론 이것도 나에 대해 완벽히 파악했다는 가정하에 나오는 대응책이지만 지금 눈앞에 보이는 저 방패의 성벽은 내게 아주 맛있는 먹잇감일 뿐이었다. 그러나 나 또한 믿는 구석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내가 가장 최근에 얻은 업적의 효과다.

[업적][카나리나의 도살자][전설 등급]

-카타리나 지역 내 국가전 시 모든 회복 능력 50% 증가.

-카타리나 지역 내에서 홀로 적대국의 적을 상대할 시 공격력 30% 증가.

‘전쟁 업적.’

카타리나 지역에 한정이라는 단서가 붙지만, 카타리나의 도살자라는 업적은 거의 신화급에 근접하는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저레벨일 경우에는 그리 큰 상승폭이 없지만 고레벨의 경우에는 거의 1.5배의 전투력 상승을 가져오기도 한다.

물론 이런 지역 한정 업적은 의외로 비인기 업적이었다. 일단 업적이라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평범한 유저는 꿈도 못 꿀 정도의 행적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전쟁과 관련된 업적이니 만큼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런 업적류는 지역에서 벗어나면 사용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리스크를 감내하며 업적을 얻느니 차라리 몬스터를 잡아 레벨을 올리거나 미개척지를 정복하며 얻는 업적들이 더 쓸모가 있다는 것.

그렇지만 몬스터보다 사람 잡는 게 더 쉬운 나한테는 꽤나 유용한 업적이다. 바로 지금처럼…….

‘무기 스위칭.’

+10 듀렌달

우우우우웅!

오랜만에 잡은 듀렌달의 손잡이가 손에 착 감겨 들어온다. 한 손의 외날도인 빙룡도에 비해 듀렌달은 상대적으로 긴 손잡이를 가지고 있는 롱소드였다. 두 손에 착 감겨 들어오는 듀렌달을 쥔 채 두 다리에 힘을 줬다.

파파팡!

순식간에 방패의 벽이 가까워졌다. 그 방패의 벽에는 그 어떤 불안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자신들이 나를 막아설 것을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고 있다. 아마 내가 방패의 벽에 가로막히는 순간 저들의 진정한 파상공세가 시작될 것이다.

돌격을 저지하고 묶은 후 둘러싸서 제압한다. 가장 정석적이며 안정적인 방법.

저들은 그 방법이 내게 먹힐 거라고 자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저들은 모른다. 내게 그것의 완벽한 역카운터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마나 컨퓨즈.’

우우우웅…….

나를 중심으로 무형의 파장이 퍼져 나갔다. 주위에 있는 모든 마나를 헝클어뜨려 그것을 사용하는 모든 이들을 바보로 만들어 버리는 양민학살계에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스킬이다! 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몸을 가속하고는 듀렌달을 등 뒤로 당겼다.

방패를 들고 있는 레드 가드 놈들과 눈이 마주쳤다. 자신들의 승리를 자신하듯 저마다 입가에 한 줄기 미소를 머금고 있다. 그렇지만 그 미소는 이내… 경악으로 바뀌었다.

“스… 스킬이!”

놈을 시작으로 방패 위에서 붉게 타오르던 오오라가 씻은 듯 벗겨졌고 난 방패의 벽을 향해 전력으로 스킬을 꽂았다.

“쪼개져라.”

‘어스 브레이크!’

콰콰콰콰콰콰콰콰쾅!

* * *

“탁월한 판단이십니다.”

“당연하지.”

부하인 류엔의 말에 말튼 자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임드라며 거들먹거리던 놈들이 대장전에 나서서 고작 하나에게 전부 당해 버리자 말튼 자작은 서둘러 진군을 명했다. 군의 사기와 더불어 대국의 치욕스러운 패배를 지우기 위한 빠른 판단한 것! 물론 선전자료로 사용될 영상에 상당한 편집이 들어가겠지만, 오늘의 승리는 변하지 않는다. 자신의 지휘에 따라 노도와 같은 기세로 전진하는 이만의 군세를 바라보며 말튼 자작은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전율을 느꼈다. 정확히는 이만의 군세 앞에 포진한 일천의 레드 가드를 두고 하는 말이지만 이 모두가 장차 자신들의 힘이 될 것이다.

“오늘 이 자리는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는다.”

다른 나라 놈들이 아무런 치열함 없이 느긋하게 세이온을 즐길 때 자신들은 온갖 역경과 고난을 이겨 내고 나라를 대표하는 사이버 정예군인으로 거듭났다.

‘세이온을 정복하여 중국공산당의 자랑스러운 영토로 삼는다.’

누군가는 고작 게임 속 영토 좀 차지하는 걸 뭐 그렇게 거창하게 말하냐고 할 수 있겠지만 세이온은 이미 게임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난 인류의 새로운 특이점으로 자리 잡아 가는 중이었다. 단순한 게임? 그것은 세이온을 해 보지 않은 이들의 생각일 뿐이다.

세이온 속 세상은 더 이상 가상의 세계 아니다. 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새로운 현실이다.

노동을 통한 제화 창출의 공간이 가상으로 완벽하게 이식되어 가고 있는 곳이 바로 세이온이었다. 그야말로 특이점을 넘어선 인류에게 펼쳐진 새로운 엘도라도. 그렇기에 세이온은 중국의 영토가 되어야 한다.

오늘을 시작으로 치나 제국은 포디나를 시작으로 코리 왕국을 완벽하게 손아귀에 넣을 것이다. 그 후 베소 왕국과 푸른바람대수림을 집어삼켜 동쪽의 정복을 완료한 뒤 코리 왕국과 베소 왕국의 유저들을 굴복시켜 알스 공작의 힘으로 키워 종국에는 치나 제국의 황위를 찬탈한다라는 천년지계는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이 대계는 거스를 수 없다.

저 케이라는 놈 또한 레드 가드의 방패 아래 무릎 꿇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저 빌어 씹어먹을 새끼가… 전혀 생각지 않은 미친 짓을 벌이기 전까지는 말이다.

“저게. 뭐냐.”

“어어…….”

“저게 뭐냔 말이다!”

충돌의 순간 박살 나서 공중으로 솟구치는 수많은 방패와 시체가 있었다. 마치 거대한 폭탄이 터진 것 같다. 너무나도 황당한 광경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콰콰콰쾅! 쾅쾅쾅!

“으아아악!”

“커억!”

폭발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방패의 벽을 뚫어 낸 케이인지 지랄인지는 계속해서 파고들어 왔다. 조금 전까지 자랑스러운 대국의 첨병이었던 이들이 수십 단위로 공중으로 박살이나 흩어진다. 전진하는 군세를 반으로 쪼개며 들어오는 그것은 마치 폭주하는 기관차 같았다.

전진하던 이만의 군세가 무른 치즈케이크처럼 쪼개지고 있다!

“어… 어어…….”

그의 수많은 돌발 변수에 대한 계획에는 이런 상황이 들어 있지 않다. 몇몇 실력을 검증받은 세계적 수준의 네임드들이 이런 이적(履跡)과도 같은 광경을 만든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오늘 자신이 지휘하는 군세에 벌어질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자작님! 명령을!”

그때 그의 곁에 서 있던 부하의 날카로운 외침이 그의 정신을 현실로 불러세웠다.

정신을 차린 그가 입술을 질끈 깨물며 외쳤다. 지금은 이 상황을 이해하기보다는 저 불가사의한 괴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놈을 주살해야 할 때다.

“양익에 포진된 기사단을 전부 출격시켜 저 빌어먹을 악마를 잡아라!”

“예? 그, 그렇게 되면 일반 병사들 또한 휘말릴 겁니다.”

“상관없다! 기사단으로 놈의 돌격을 저지하고 레드 가드를 반전시켜 놈을 붙잡는다! 어서 전달해!”

“예!”

지금 군대를 반으로 쪼개고 있는 저놈을 잡기 위해 기사단이 움직인다면 그사이에 있는 병사들이 짓밟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희생을 감수해서라도 놈을 잡아야 할 때다!

잠시 후 명령을 전달받은 후방에 도열해 있던 각 영지의 기사단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

기사들을 태운 전마들이 하얀 콧김을 내뿜으며 거친 투레질을 한다.

“카머슨 기사단 출진!”

“롱그누스 기사단 출진!”

“파노돈 기사단 출진!”

각 기사단이 천천히 움직이더니 이내 조금씩 가속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목표는 군대를 가로지르고 있는 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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