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 보스 스킬 쓴다-121화 (121/154)

121. 위험한 사랑

-얼공 안 하는 거 보면 저 새끼 분명 못생겼을 거야.

ㄴ꾸꾸꾸에 안여돼!!!

ㄴ웃기네. 얼공은 안 했지만 예전에 노출된 거 있거든. KAILOVES6569174.jpg

ㄴ완내스… ♡

ㄴ혼존잘… ♡♡♡

ㄴ씨발…….

ㄴ개발…….

-오늘로 케이 님에 대한 네임드 논란은 종결입니다.

ㄴ종결이 문제냐. 압도적 1위지.

ㄴ압도적이었으면 좋겠지만 근본이신 학살공주가 버티고 있어서… ㅋㅋㅋㅋㅋㅋ

-학살공주는 논외지.

ㄴ솔까 학살공주 제외하면 세계 랭킹으로 따져도 될 거 같은데?

ㄴ네임드가 단순히 전투력으로만 따지는 건 아니야. 그렇지만… 대인 전투력만 따지면 순위권이지 ㅋㅋㅋ

ㄴ케이 님은 킹이다!!!

ㄴ맞아. 학살공주가 워낙 넘사벽 전투력이기는 한데 케이 성장 속도로 보면 얼마 안 남았음.

-웃기고 있네. 세계 랭킹은 무슨…

-영상 못 봤냐. 케이 개고생하다가 학살공주 나타나서 도와주는 거? 진짜 세계급 네임드 되려면 한참 멀었다.

ㄴ어… 그래서 케이 킬카운터 2,671명 그리고 그중에 기사는 84명

ㄴㅋㅋㅋㅋㅋㅋㅋㅋ 멀었다고? 염병하네. 너 어느 길드 놈이냐.

ㄴ이 새끼 고구려 놈이다. 지네 길마 랭킹 전부 한 단계씩 밀릴 거 생각하니까 똥줄에 불 붙었겠지.

ㄴ맞아. 이제 반년 조금 넘었는데 벌써 웬만한 네임드들은 전부 씹어먹을 수준인데 뭘 한참 멀어.

ㄴ꼬면 니네 길마 불러서 한번 붙어 봐라. ㅋㅋㅋ 1분 순삭당한다는데 내가 손모가지 건다.

ㄴK랙카들 난리났다. 지금

-케이 승전 보상 떴다!!! 100만 골드에 자작위!!! 그리고 무려!!! 영지!!!

ㄴ영지???

ㄴ영… 지!!!

ㄴ헐허러헐러ㅓ허헣

ㄴ대박…….

ㄴ미친… 영지???????????????????? 개인이????

ㄴ길드 제외하고는 최초네… ;;;

ㄴ와… 100만 골드면… 10억.ㅋㅋㅋㅋㅋ

ㄴ100만 골드가 문제가 아니다… 자작 영지 한 달 수입이… 15만에서 20만 정도일걸?

ㄴ2억? 헐… ㅠㅠ

ㄴ야, 무슨 영지로 2억을 버냐?

ㄴ븅신… 세알못들……. 일반적으로 자작가 영지면 다스리는 마을 5~6개는 되고, 거기서 들어오는 세수만 한 달에 10만 골드는 된다. NPC들한테 걷는 세금이 평균 6할이야. 거기에 유저든 NPC든 거래하면 거래세 다 떼서 영주한테 넘어가는 거 모르냐? 또 부가적으로 들어오는 돈이 얼마나 많은데!!! 용병단이나 길드 같은 거 받으면 2억 우스운 수준이다. 또 영주 되면 자기 기사단이랑 레인저들이랑 병사들이랑 다 고용할 수 있는데 유저들이 기사 클래스 준다고 하면 아마 돈 싸들고 개 떼처럼 몰려들 거다.

ㄴ와… 스피드웨건 감사해요.

ㄴ와…….

ㄴ노다지구나…….

ㄴ노다지뿐이냐. ㅠㅠ

* * *

“내가 왜 똥 멍청이야.”

“너 지금 바깥에 네 인기가 얼마나 엄청난지 몰라서 그래? 네가 손가락만 까딱거려도 네 영지에 이주할 유저가 몇 명인 줄 알아?”

누나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이건 칭찬일까 까는 걸까. 그냥 이해하기 편하게 하나만 해 줬으면 좋겠다.

“이주?”

“그래. 거기에 길드 없는 자작 작위 유저 영지야. 미친 중세시대 또라이 마인드 NPC가 아니라 말하면 척 알아듣는 유저! 거기에 너한테 잘 보이기만 하면 영지에서 한자리 차지하는 건 둘째치고 넌 지금 이만 명을 상대로 싸워서 이긴 최강의 네임드! 미치지 않고서야 너한테 덤빌 놈이 있을 거 같아?”

“그런가. 그런데 나 이만 명이랑 싸우다가 죽을 뻔했는데? 세스가 와서 살려 준 거지.”

“절반은 네가 땄잖아. 이 괴물아. 거기에 이제 상태 씹창 난 카머슨 영지가 옆에 있으니 PK 좋아하지만, 약탈자 되기 싫은 애들도 미친 듯이 들어오겠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거.”

“중요한 거?”

“영주가 되면 기사나 레인저 같은 클래스를 부여할 수 있게 돼. 너 그런 직업 얻기 얼마나 힘든 줄 알지?”

“알지.”

내가 가진 직업이지만 난 의외로 아주 쉽게 얻은 편에 속했다.

실제로는 레벨이 차고 넘쳐도 못 얻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들었다.

“작위에 따라서 임명할 수 있는 기사의 숫자가 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준다고 하면 벌떼처럼 달려들걸.”

“오…….”

내가 손뼉을 치며 고개를 끄덕이자 누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후, 난체하면서 주접떠는 것보다는 낫지만 이렇게 무딘 것도 문제는 문제야.”

“흠흠…….”

누나의 말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난 지금 상한가를 뛰어넘어 양봉이 천장을 뚫고 올라간 초우량주라는 말이다. 영지에 유저들이 많아지면? 치안 유지는 신경 쓸 필요 없어진다. 치안 유지 퀘스트를 발급하면 되니까. 유저가 말썽을 부릴 수도 있지만 내 영지에서 난동을 부릴 깜냥이 되는 놈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내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생각하는데 가만히 내 얼굴을 바라보던 누나가 말했다.

“아무튼… 정말 고생했어.”

“어?”

“고생했다고… 네 영상 봤는데……. 어휴…….”

“웬 한숨이야?”

“그냥… 내가 그 상황이었으면 아마 굳어서 아무것도 못 했을 거야. 이만 명이라니…….”

“할 만하니까 한 거지. 나도 계획이 그렇게 틀어질 줄 알았으면 안 덤볐어.”

“정말?”

“응.”

그 미친 짓을 해 놓고는 약한 소리를 하는 것도 우습지만 전투는 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훈련된 정병은 역시 다르다고나 할까? 초반에 피해 좀 감수하면서 극딜로 몰아붙이면 무너질 줄 알았지만 이만 정도가 되니 혼란도 금방 수습하고 병사들을 소모품으로 쏟아부으면서 나를 몰아 붙였다. 특히 그 레드 가드 놈들은 존재만으로 내게 심리적 압박감을 줬고, 덕분에 더 힘든 싸움을 해야 했다. 한마디로 누나가 나를 한껏 치켜올려 주지만 내 머릿속에는 실패한 전투로 기록되었다는 뜻이다.

“그건 그렇고 세스랑 번호 공유했지?”

“아. 응.”

“연락해 봤어? 어때?”

“뭐가 어때?”

“어떤 사람이냐고. 실제 대화하면 막 무섭게 말하고 그래?”

누나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하긴 누나 최애 중 하나가 세스였으니까.

“아니, 그건 전혀 아니고… 뭐랄까. 음……. 좀 깬다고나 할까.”

“깨?”

“어. 길게 대화한 건 아닌데 많이 부끄러워하고 그냥 평범하던데.”

“부끄러워? 평범하다고? 그 세스가?”

“응. 나보다 한 살 어리다고 하더니 진짜더라고.”

“오, 그리고?”

“뭔 그리고는 그리고야. 그게 끝이지.”

“에이 싱거워.”

“싱겁기는.”

나도 말이 많은 편이 아닌데 세스 또한 비슷했다. 뭔가 대화를 억지로 잇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두서가 없기도 했고……. 아무튼 학살공주라는 이명과는 다르게 참…….

“그냥, 좀 귀여웠다?”

* * *

“풋…….”

“유 비서?”

“죄송합니다. 아가씨.”

정색하는 이수정의 눈초리에 유 비서는 즉각 입가에 미소를 지우며 고개를 숙였다.

“왜 웃지?”

“아닙니다.”

“묻는 거야.”

“그건…….”

잠시 말꼬리를 흐리던 유 비서가 말했다.

“그분이랑 통화하신 후로 많이 바뀌셔서……. 그게 떠올라서 웃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내가?”

“네. 제가 10년 넘게 아가씨를 모셨지만 지금 같은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었습니다.”

“으음…….”

그녀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이수정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 못 할 건 아니다. 정신과 의사의 관점에서 자기 내면을 분석하자면 대뇌의 아미그달라(amigdala) 영역이 활성화되어 과거 오빠와의 강렬한 기억과 기분이 떠오르는 것일 테다. 동시에 이제는 잊어버린 과거의 그 순수했던 자신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후, 어쩔 수 없는 거야. 오빠는 마치 오아시스 같은 거거든.”

“네.”

“그날도 정말 견딜 수 없어서 그렇게 된 거고…….”

이해한다. 그녀가 알기로 그는 이수정의 첫사랑이었다. 그것도 단순한 첫사랑이 아닌 그리움과 애틋함이 덧칠되고 덧칠되어 이제는 그것이 사랑인지 집착인지도 모호해질 정도로 심각한 수준의 첫사랑이라고나 할까. 인내의 화신이라고 할 만한 아가씨조차도 끝내 주체하지 못해 사고 칠 정도로 말이다. 그것이 절대 손을 대선 안 될 독사과라 하더라도 아가씨는 그것을 놓지 못하리라.

그렇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는 실수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것이 사랑이든 혹은 집착이든 자신의 사명은 아가씨의 명령을 철저히 수행하는 비서이며 또한 그것이 아가씨가 지금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는 사실이었다.

‘차라리 그 인간이 못생기고 성격 개차반이었으면 좋겠다는 거였지만…….’

아가씨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건 인정하지만 한 가지에 집착한다는 건 다르게 말해 약점이라는 소리였다. 그렇기에 아가씨가 집착하는 그 청년이 뭔가 결함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기를 바랐건만 지금껏 조사한 바로 그는 충분히 매력 있는 인물이었다.

‘에휴…….’

정정하자. 넘치도록 매력 있는 인물이다.

일단 더럽게 잘생겼다.

성격이 아무리 개 같아도 외모가 그럭저럭 괜찮으면 반은 먹고 들어가는데, 그 남자의 외모는 아무리 꼬투리를 잡으려고 해도 상위 0.1%였다. 꾸미는 것에 무관심해서 그렇지 만약 그가 외모에 신경 쓰는 타입이라면 당장 연예계로 진출해도 하등 이상하지 않을 수준. 아가씨의 명으로 그가 대중에 알려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했고 다행히도 남캠 같은 얼굴을 드러내는 방송을 지양해서 안심했는데 몇 달 전 방송사고 격으로 약 10초가량 노출된 영상이 퍼지는 것은 끝내 막지 못했다.

지금도 나오는 족족 삭제하는 중이지만 이번 사건으로 또다시 그가 주목받으며 얼굴 사진이 넷 상에 퍼져 나갔다.

“그것뿐이면 말을 안 하지.”

딱히 흠잡을 성격적 결함도 없으며 이제는 능력까지 출중하다.

아니, 출중하다는 걸 떠나서 그는 아가씨와 비견될 만큼의 재능을 가진 사람이었다.

물론 그녀가 모시는 아가씨보다 더 뛰어난 재능은 세상에 있을 수 없겠지만 아가씨의 거의 근접할 만큼의 재능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었다.

주변에 사람을 끌어모으는 타입. 아가씨가 날이 갈수록 불안해하는 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는 그녀였다.

결론은 자신이 모시는 아가씨의 작은 소망인 [그를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공간에 가둬 놓고 싶어.]는 물 건너갔다고나 할까.

“유 비서.”

“…….”

“유 비서!”

상념에서 빠져나온 유 비서는 눈매가 살짝 날카로워진 아가씨의 표정에 머릿속으로 위기 경보를 띄우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유 비서의 정수리를 노려보던 이수정의 눈매가 풀렸다. 그녀에게 화를 낼 수도 있지만, 이수정의 계획에서 유 비서는 절대 빠질 수 없는 퍼즐의 한 조각이다.

“다음 계획은 뭐지?”

“현자의 돌입니다.”

“현자의 돌?”

“네. 최근에 나오기 시작한 보스 전리품으로 인과율이 얽힌 사건을 해결하는데, 쓰이는 신화급 재료템입니다.”

“카르마가 뭉친 건가 보네. 얻는 방법은?”

“추정 레벨 200 이상의 용족형 보스 몬스터가 확률적으로 드랍합니다.”

“순수 드랍템이라… 좋아. 그런데 그 현자의 돌이 왜?”

“네. 정현 님을 서포트하는 정혜미의 동향을 감시한 결과 그 ‘현자의 돌’을 수배 중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현자의 돌이라면 퀘스트인가?”

“네. 99% 확률로 퀘스트라고 생각 중입니다.”

“좋아. 현자의 돌이 누구에게 있지?”

“유럽권에서 2개가 출현했으며, 동아시아에서는 1개가 나왔습니다.”

“유럽 쪽은 길이 뚫리지 않았으니 힘들겠고 1개라……. 소유자는?”

“베소 왕국의 천황 길드입니다. 최근 오로치마루를 비밀리에 레이드 중인데 전리품으로 1개를 보유 중인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흐음, 천황 길드라……. 친숙한 이름이네.”

일본의 절대적 1위 길드지만 게임 초기 그녀에게 덤비다가 즈려 밟히고 최근에는 푸른바람 엘프족을 노리다가 오빠에게 잘못 얽혀서 얼굴에 똥칠하고 이름값이 많이 추락했다. 조용하더니 뭔가 대단한 길드 단위 퀘스트를 해결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거 얼마나 할까?”

“유럽 쪽에서 20억 정도에 거래되었지만, 왕래가 되지 않아 거래가 불가능하고, 천황 길드는 판매보다는 자체 소진을 목적으로 추측됩니다.”

결론은 판매 불가 아이템이라는 뜻.

“걔들도 퀘스트겠지?”

“그렇겠죠.”

“흠.”

되도록 돈으로 해결하는 게 편하다. 강탈한다는 편한 선택지가 있기는 하지만 예전 천황 길드를 너무 심하게 부숴 버린 일로 헤븐즈게이트사로부터 자제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게임 난이도가 매운맛이라 일본 유저들이 힘들어하는데 그들의 울타리가 되어야 할 고레벨들을 너무 많이 학살해 버린 탓에 일본 유저들의 성장이 더뎌졌다는 것. 차후 국가 간의 분쟁이 심화되었을 때 베소 왕국이 타국에 밀려 사라질 수 있다.

“일단 찔러 봐.”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으로는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습니다.”

협상에 자신이 있긴 하지만 시간은 장담할 수 없다. 그리고 그녀의 주인은 시간을 꽤 나 소중하게 여긴다.

“어차피 핑계 만들기야. 일주일 정도 기다렸다가 걔들한테 받아오면 헤븐즈게이트도 아무 말 못 하겠지.”

“아, 알겠습니다.”

“좀 더 조사해 봐. 적당히 써 먹을만한 구실이라도.”

“예!”

쳐들어가서 그냥 빼앗아 온다면 문제가 되지만 합당한 대가를 전제로 협상을 하려 했는데 ‘부득이’ 저쪽에서 거부하여 무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면 저들도 뭐라고 할 수 없으리라. 물론 당하는 입장에서는 그게 무슨 개뼈다귀 같은 변명이냐고 하겠지만 같은 변명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후우, 이제 나가 봐. 난 잠시 기분전환 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이수정이 기분전환 한다는 말에 유 비서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방 밖으로 나섰다. 그녀는 타인에게 ‘기분전환’을 들키는 것을 절대 싫어한다.

유 비서가 문밖으로 나가자 이수정은 리모컨을 조작했다.

위이이이잉!

창문과 블라인드가 닫히며 방 안이 어두워졌고…….

찰칵… 찰칵…….

벽면 한쪽이 통째로 움직이며 거대한 TV로 변했다.

티틱-

리모컨의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잠시 후 한 인물의 얼굴로 화면이 가득 채워졌다.

“오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