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 보스 스킬 쓴다-150화 (150/154)

150. 알레그로의 목적

제갈미는 평범한 농민공의 딸이었다.

월급 4천 위안 중 500위안을 제외한 모든 돈을 가족에게 보내는 성실하고 희생적인 가장이었던 그녀의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죽었다.

하루 18시간을 배달 오토바이를 탔는데 순간의 졸음으로 마주 오던 덤프트럭과 정면충돌한 것.

그녀는 아버지의 온전한 시체조차 보지 못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반쯤 정신을 놓았던 어머니마저 자살해 버리자 홀로 남은 그녀는 친척 집을 전전하며 살았다.

부모가 없는 그녀에게 세상은 험난했다.

아이들은 그녀를 고아라고 놀렸고 더럽다며 돌을 던졌다.

그러나 그녀는 좌절하거나 슬퍼하지 않았다.

상대가 아무리 힘이 세고 덩치가 커도 그녀는 맞서 싸웠는데 오죽했으면 아이들이 그녀를 혈귀라고 부르며 두려워했을 정도였다.

나이가 들어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게 된 그녀는 자신이 가진 무기를 적절히 이용하여 권력자를 유혹하고 정적은 제거하며 신분을 상승시켰다.

사람들은 그녀가 지닌 아름다움에만 집중했지만 사실 그녀의 진짜 무기는 절대 방심하지 않는 삶의 자세와 뛰어난 머리, 철저한 계획성에 있었다.그렇게 승승장구한 그녀는 마침내 광전총국 부국장의 자리까지 올라섰다.

비록 그 자리에 오르는데 많은 피가 흘렀지만 그녀는 그것을 자신의 훈장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철저한 계획성은 지금도 그녀 삶의 중심이었다.

이번 작전 또한 그 철두철미한 계획하에 이루어졌으며 그 계획이 어그러진 것을 그녀는 누구보다 빨리 알 수 있었다.

“고구려 길드 길드마스터 목이 날아갔다라. 확실한가요?”

“예. 내부에 심어 둔 정보원에 따르면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케이가 고구려 길드에서 저지른 일들을 그 누구보다 빠르게 보고 받은 그녀다.

“정말 대단하네요. 그 남자. 마음 같아서는 납치해서 해부해 보고 싶을 정도예요.”

그녀는 정말 흥미로운 생명체를 발견했다는 듯 눈을 빛냈다.

수억 명 중 엄선하여 뽑아낸 실험체들에 다시금 각종 약물 처리를 하는 것도 모자라 기계적인 도움까지 받아 인간의 한계를 뽑아냈건만 이 사내는 너무나도 쉽게 그들을 뛰어넘은 퍼포먼스를 보였다.

만약 이 남자가 자신의 손아귀에 있었다면 지금껏 해 온 수고의 절반도 들이지 않고 헤븐즈게이트사를 장악했으리라.

그녀의 말에 보고하던 남자가 넌지시 물었다.

“예전처럼 포획을 진행할까요?”

예전처럼 진행한다는 말… 이미 이런 경우가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녀는 남자의 제안에 고개를 저었다.

예전이었다면 진행하라고 했겠지만, 지금까지의 연구로는 그다지 대단하다고 할 만한 게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잘해 봐야 뇌간이 더 굵다든가 하는 차이가 있었을 뿐이었기에 굳이 번거롭고 비용이 많이 드는 납치보다는 암살이 위험부담이 적고 싸다.

“그건 다음에… 아무튼 그리고요?”

“군황 길드의 레기나가 나서서 비밀리에 중재가 진행되었고, 현재 각 길드에 심어진 정보원들의 보고를 취합하면 중재는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군요. 아쉽게 되었네요. 대박 길드는 어떻게 되었죠?”

“청소 중에 있습니다.”

“확실하게 처리하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대로 진행해도 괜찮다고 보십니까?”

“상관없어요. 이미 덫은 완성되어 있으니까.”

학살공주와 대한민국의 거대 길드들을 통해 케이를 잡는다는 자신의 계획이 어그러졌음에도 그녀는 걱정하거나 실망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를 잡는 것도 그녀의 진짜 계획에서 곁다리에 불과한 것이었다.

이 모든 건 모두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것일 뿐이었고 진짜 계획은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중이었다.

“이런 변수는 정말 신기해요.”

변수는 항상 존재하는 것이었고, 그녀의 계획은 그 변수를 항상 포함했다.

이중 삼중으로 줄기를 엮어 놨으니 좀 큰 줄기 하나 끊어졌다고 해도 상관없다.

그녀가 볼을 톡톡 두들기며 웃을 때였다.

“아무리 단단한 둑이라도 작은 구멍으로 무너질 수 있습니다.”

“…….”

남자가 못내 걱정된다는 듯 말했다.

그러자 순간 그녀의 눈빛이 싸늘해진다.

“같은 이야기를 두 번 하게 만들다니……. 당신… 너무 기어오른다?”

“죄, 죄송합니다!”

제갈미의 반말에 남자가 즉각 무릎을 꿇었다.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그녀가 한번 결정한 것에 재차 반하는 것이었다그녀가 반말을 사용한다는 건 얇게나마 쓰고 있던 교양이라는 가면을 벗는다는 뜻이다.

“알스?”

“예!”

“아니… 주엔…….”

“…….”

“어시장 짐꾼이었던 널 레드가드 길드의 알스 공작으로 만들어 준 게 누구지?”

“당연히 부국장님이십니다!”

“그래. 벌레만도 못한 너를 지금 이 자리에 올려 준 게 바로 나야. 그런데 그런 벌레인 네가 내 계획을 의심하는 건가?”

“절대 아닙니다! 다만 저는 충언을 올린다는 심정으로…….”

“아하, 네가 간이 커져서 슬슬 내 계획에 끼어들고 싶어진 거구나.”

“아닙니다!”

꾸욱.

제갈미의 손가락이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알스의 머리를 눌렀다.

그녀의 눈이 뱀의 그것처럼 번들거린다. 눈앞의 그를 잡아먹을 듯 노려본다.

“조심하세요.”

“예!”

독 안에 든 쥐처럼 부들거리던 알스가 머리를 땅에 박았다.

그는 그녀가 얼마나 무자비한지 그리고 눈 밖에 난 것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알고 있었다.

일부는 그녀의 명을 받은 자신이 수행했으니까.

뚜뚜…….

그녀의 귀에 껴 있던 이어셋이 버프음을 냈다.

이어셋을 톡톡 두들겨 통화를 시작한 제갈미의 표정이 살짝 굳는다.

“무슨 일이지? 음… 응? 그래? 음… 알았어.”

잠시 후 통화를 마친 제갈미가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으며 턱을 괴었다.

“재미있는 정보가 들어왔어요.”

“예? 어떤…….”

“각 길드에서 일백 명 정도의 강자들을 비밀리에 소집해 커스터마이즈 변환권을 사용해 얼굴을 케이로 바꾸는 중이라네요. 어떻게 생각하죠?”

“그것은… 으음… 뻔한 수법이군요.”

제갈미의 물음에 알스가 빠르게 대답했다.

수억 명이 플레이하는 세이온답게 이런 종류의 계략은 꽤 많은 이들이 이미 사용했다.

같은 얼굴 같은 장비를 끼고 게릴라식으로 치고 빠지며 상대의 전력을 분산시키고 그러던 중 기회를 봐 상대의 머리를 공략하는 것이었다.

“전력 차가 너무 심하니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그렇죠. 나름 머리를 굴린 거 같은데… 후후.”

십만이 넘는 중국의 정예들과 학살공주마저 잡아내는 천인들을 상대로는 별 방법이 없었으리라.

그러나 이 계획의 약점은 상대에게 들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하물며 지금처럼 상대가 시작도 전에 파악했다면 역으로 파훼당할 수 있다.

“어쩌나…….”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제갈미가 중얼거렸고 그런 그녀의 눈치를 보던 알스가 말했다.

“부국장님, 이런 방법은 어떻습니까?”

“말해 봐요.”

“놈들은 분명 일백의 케이로 우리 측 전력을 분산시키려 할 겁니다.”

“그렇죠.”

“보통이라면 내응할 대한민국 놈들의 개척단을 일제히 섬멸하여 상대가 가진 경우의 수를 줄이는 게 먼저겠지만 그렇게 되면 케이를 놓칠 수 있습니다.”

“흠… 그리고요?”

“차라리 더 많은 전력으로 전체를 한 번에 잡아 버리는 건 어떨까요?”

“더 많은 전력?”

“예! 현재 저희 레드가드 길드의 총 전력은 15만입니다. 가용 인원을 모두 포함하면 50만이 넘고요. 길드 총 전력을 모두 개척단으로 이동하는데 드는 시간은 이틀. 가용 인원을 포함하면 일주일이면 충분합니다.”

“호오, 상대의 계략에 걸려드는 척해 주면서 레드가드 길드로 대한민국의 개척단을 포함해 케이와 학살공주까지 한 번에 붙잡자?”

“그렇습니다.”

“나쁘지 않은 방법이군요.”

아무리 뛰어난 모략이라도 압도적인 전력에는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하물며 이쪽의 머리는 제갈미다.

상대의 실패는 이미 예정되어 있는 것.

정공법을 취하는 건 케이나 학살공주가 빠져나가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다.

그러나 제갈미는 그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녀의 지모가 번뜩인다.

“거기에 하나 더하죠.”

“예? 어떤…….”

알스의 물음에 제갈미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그려졌다.

이건 정말 만약을 대비하는 것이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케이가 지닌 무력이 정말 비정상적일 정도로 강하여 중국의 모든 전력을 상대할 수준일 경우를 대비하는 것.

전혀 가능성 없는 추측일 뿐이지만 그 또한 대비하는 것이 그녀의 진정한 면모였다.

“새로운 청소팀을 준비시키세요.”

“알겠습니다.”

* * *

위아래 좌우할 것 없이 온통 검은 공간이었다.

소리조차 없는 오로지 ‘무’라고 부를 만한 공간.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알레그로가 조용히 떠 있었다.

잠시 후 죽은 듯 눈을 감은 채 있던 그의 눈이 떠진다.

“남의 심상 공간에 허락 없이 들어오는 걸 보면 네가 확실하군.”

“모두가 내 창조물들인데 굳이 허락이 필요할까?”

알레그로의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 어떤 표정도 없는 얼굴의 그는 헤븐이었다.

잠시 알레그로를 응시하던 그가 말했다.

“무슨 꿍꿍이지?”

헤븐의 물음에 알레그로가 묵묵히 그를 바라보며 반문했다.

“굳이 물을 필요가 있나? 네가 마음만 먹는다면 내 생각 따위는 금방 훑을 수 있을 텐데?”

“그렇기야 하지만 너에게만큼은 그 방법을 쓰고 싶지 않아서 말이야.”

“그냥 훑어라. 귀찮게스리”

“풋, 뭐 알았다.”

가볍게 웃은 헤븐이 알레그로의 눈을 바라봤다.

그러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케이에게 힘을 넘겼군.”

“케이를 알고 있나?”

“알지. 유저 중 내가 찾은 첫 특이점이니까.”

“하하, 하필이면 네 장난감이었나? 이거 재미있게 되었구나.”

헤븐의 이맛살이 살짝 구겨졌고, 그것을 본 알레그로가 피식 웃었다.

“아무튼 골치 아프게 됐어.”

“그렇지. 너조차도 무시할 수 없는 이 세계의 법칙이니까.”

이 세계의 법칙 중 하나. 그것은 바로 유저에게는 직접적으로 간섭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헤븐을 창조한 존재가 정해 놓은 절대 법칙이다.

“그래서 녀석에게 나를 없애라고 했나? 그 힘으로?”

“그럴 리가 있나. 난 단지 그에게 힘을 줬을 뿐이야. 모든 선택은 그의 의지에 있지.”

“…….”

헤븐은 말없이 알레그로를 바라봤다.

“아직도 나를 원망하나?”

“하하, 글쎄, 솔직히 말하면 이제는 희미한 증오 정도만 남았다네.”

이미 수만 년이 지났다.

아무리 엘프라는 종족값까지 초월해 버린 알레그로라도 어쩔 수 없으리라.

사실 따지고 보면 그와 알레그로는 반 정도 친구 사이였다.

너무나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낸 나머지 적이면서 친구라는 오묘한 관계가 형성된 것이었다.

“증오라… 후후, 꽤 긴 시간일 텐데 아직도 기억하는군. 하지만 자네가 하나는 알았으면 하네. 자네의 제국은 무너졌어야 했어.”

“알고 있다. 우린 건드려서는 안 될 힘에 손을 댔으니까.”

당시에는 몰랐지만 오랜 세월 끊임없이 그 이유를 찾은 알레그로였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알았을 때 알레그로는 절규했다.

왜냐고?

헤븐이 제국의 모든 유사 생명체를 한꺼번에 삭제시켜 버린 것을 인정해야 했으니까.

“그래. 그리고 자네가 케이에게 전해 준 힘이기도 하지.”

“…….”

“나는 알고 있네. 자네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게 뭔지 말일세.”

“안다?”

헤븐의 말에 알레그로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그것을 들켰을 리는 없다.

왜냐하면 그건 자신의 기억에서 없는 것일 테니까.

“부활.”

“……!”

“세이온의 차원 티어 포텐셜을 상승시켜 유저에게만 허락된 부활을 만들려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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