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 보스 스킬 쓴다-154화 (154/154)

154. 그는 세계 최강이다

세이온의 종결 컨텐츠는 사실 따지고 보면 몬스터 사냥과 NPC 사냥이었다.

물론 생산이나 정치 혹은 특수 직종 따위로 빠지는 이들도 있지만.

스트레스 해소라는 측면과 컨텐츠의 양으로 볼 때 사냥 쪽이 절대적으로 높았다.

많은 고인물들이 올린 ‘무과금’ 육성법 중 가장 많은 이들이 좋아요를 누른 것을 보면 시작하고서 훈련소에서 자신이 원하는 성장 방향에 맞는 일반 스킬 하나를 고른다.

가장 추천받는 건 ‘찌르기’라는 일반 스킬인데, 날이 달린 거의 모든 무기로 구현 가능하다는 것과 생산직에서도 꽤 쓸모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아무튼 이렇게 스킬을 얻은 뒤 세이온과 관련된 튜토리얼을 모두 마친 후 시작 마을 혹은 시작 도시로 옮겨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뭐, 좋게 말해 아르바이트고, 까놓고 말하면 막일이지만, NPC든 유저든 붙어 돈을 벌고 그렇게 정말 기본적인 장비가 갖춰지게 되면 직업을 얻거나 혹은 교회와 의뢰소에 가서 자신의 수준에 어울리는 일을 받아 레벨과 장비를 키워 사냥꾼이나 용병 테크를 타거나 혹은 병사 테크를 타 기사가 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너무나도 평범하고 그렇기에 이게 무슨 재미인가 할 수도 있지만, 실제 인간에 필적하는 NPC의 AI와 자유도 그리고 전혀 다른 제2의 내가 된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환호했다.

그리고 내가 왜 지금 이 개 같은 상황에서 이딴 헛소리를 하고 있냐면…….

“죽여라!”

“와아아아!”

“꺼져!”

“이러면 내가 진짜 나쁜 새끼 같잖아.”

나를 가로막고 있는 엄청난 수의 평범한 중국 유저들 때문이었다.

전설급도 아니고 기껏해야 희귀나 고급 아이템을 낀, 막말로 손 한번 휘두르면 죽을 것 같은 수많은 중국 유저들이 나를 향해 무기를 겨누고 있다.

“악마를 몰아내자!”

“몰아내자!”

“와아아아! 대국의 기상을 보여 주자!”

“악마는 꺼져라!”

“물러가라!"

내가 악마일까? 내 눈에는 저들이 악마처럼 보인다.

저들도 알 것이다. 자신들의 국가가 어떤 짓을 벌이는지. 얼마나 민폐 국가인지.

알면서도 자신들을 정당화하는 게 저들이었다. 자신들의 나라는 크니까.

좀 더 작고 군사력이 약한 나라 따위는 무시해도 상관없다는 게 저들이었다.

내가 행동을 멈추자 자신을 얻었는지 중국 유저들은 천천히 내게 전진해 들어왔다.

방송 중이라는 중국 특유의 촌스러운 붉은 간판들도 곳곳에 보인다.

중국의 개인 방송 채널들이다.

음… 내 모습이 실시간은 중국에 송출되는 건가.

“꺼져라!”

척척척!

너무 많아서 끝이 보이지 않는 숫자다.

마치 숫자로 나를 압도하려는 것처럼 그렇게 나를 향해 전진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겁먹고 물러날 것이다. 진짜 많아도 너무 많으니까.

-케이야. 이쯤에서 물러나도 될 거 같은데?내 서포터를 해 주고 있는 누나 또한 약간 질렸다는 투로 의견을 제시했다.

-이전까지는 또라이 컨셉으로 어떻게 넘길 수 있지만, 얘들까지 죽이면 정말 답 없는 괴물이 되는 거야. 코리 왕국도 거기에서 무사할 수 없어.

-그렇긴 하지.

누나의 말도 일리가 있다. 컨셉질이라는 것도 한도라는 게 있다.

사람 죽이는 컨셉으로 방송하는 녀석들도 이 정도로 죽이지는 않는다.

거기에 내 소속 국가인 코리 왕국도 문제다.

치나 제국과는 철천지 원수가 될 테니까.

그렇지만 난 멈추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지만 누나.

-응?

-내가 언제 그런 거 신경 쓰고 살았나.

스르릉.

빙룡도를 뽑아 들었다.

“난 언제나 끝까지 가거든.”

츠츠츠츠츳.

빙룡도에 하얀 빛이 어렸다. 단순한 에너지의 집중이 아니다.

초광역 살상을 위한 준비다. 그러나 난 빙룡도를 휘두르지 못했다.

타탁! 타타탁! 탁!

“멈추세요.”

수십 명의 유저들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붉은 후드를 뒤집어쓴 레드후드 일백 명과 그 지휘자로 보이는 묘령의 여인이다.

바닥에 내려선 그녀는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케이 님.”

“조금 전까지는 안녕했는데 시뻘건 것들을 보니 기분이 안 좋아졌네.”

“그러신가요. 저는 이들의 대표 제갈미랍니다.”

“그렇군. 용건은?”

난 딱 잘라 이야기했다.길게 말하는 취미도 없고, 이 여자랑 오래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꺼림칙하다.

“저는 당신과 싸울 생각이 없어요.”

“그래? 안타깝네. 난 싸우러 왔는데?”

츠츠츳.

싸우는 게임에서 싸우지 않겠다니 참 평화적이시네. 어울리지 않게.

내가 곧바로 빙룡도를 그으려 하자 그녀는 황급히 두 손을 들며 말했다.

"잠깐만요. 저는 케이 님을 영입하고 싶어요!”

“영입?”

“예.”

“난 치나 제국 할 생각 없는데?”

딱히 코리 왕국도 메리트는 없지만 치나 제국을 선택했다가는 온사방 욕들은 내가 다 얻어먹을 것이다.

아무리 내가 신경이 무디다고 해도 그건 못 참는다.

“치나 제국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저는 케이 님을 텐샨의 이름으로 영입하고 싶은 겁니다.”

“텐샨?”

텐샨이라고 하면 헤븐즈게이트가 나오기 전까지 세계 최고를 달리던 게임업계의 공룡이었다.

지금이야 헤븐즈게이트사에 밀려 2위 소리를 듣지만 아직도 그 자본력만큼은 1위를 월등히 뛰어넘는다.

“프로게이머 같은 건가?”

“네네! 그리고 단언하건데 상상도 하지 못할 돈입니다!”

“음, 얼만데?”

“계약금 일억!”

“하…….”

그녀의 말에 난 얼굴을 찡그렸다. 겨우 일억? 장난치나.

“위안입니다.”

그녀의 말에 난 다시금 휘두르던 빙룡도를 멈췄다.

위안? 위안이라면…….

“얼마지?”

“한국 시세로는 약 200억 정도 되겠네요.”

“으음…….”

그녀의 말에 순간 흔들렸다.

내가 아무리 그런 것에 둔하다고 해도 이백억이 얼마나 큰돈인지는 안다.

이백억이면? 내가 꿈꿔 왔던 대부분의 것들이 이뤄진다.

내 아버지를 자살로 몰아갔던 돈이 고작 20억이었는데……. 그 열 배가 되는 돈이 내 몸값이 된 것이다.

“어때요? 관심 있으신가요?”

“그러네요.”

나는 빙룡도를 납검하며 대답했다.

“어머, 이제 존대해 주시는 건가요?”

“한 식구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호호호.”

“하하하.”

내 대답에 그녀가 소리내어 웃었고, 나 또한 그녀를 따라 웃었다.

이백억이라… 음, 욕 좀 먹어도 어쩔 수 없는 금액이다. 누나나 형들도 지금 이걸 보고 있겠지?

-누나.

-응.

-어때?

-뭘 고민해. 계약금만 이백억인데!

-역시 그렇지?

-그렇지! 후후후. 이백억… 이면… 어… 잠시만…….

누나의 말이 끊겼다. 그리고 잠시 후…….

-정현아.

-왜?

-그 썅년 베어 버려.

-응?

-지금 밑에 층에서 상도 오빠한테 연락이 왔는데 아무래도 저년이…….

누나의 설명이 끝났을 때 내 입가에 남은 건 아주 짙은 웃음이었다.

“저기 그럼 이대로 저와 함께…….”

“야.”

“예?”

츠컥!

입가에 한껏 가득 미소를 짓고 있던 제갈미의 목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아니, 그것은 환상처럼 지워졌다.

파파팟!

창백하게 변한 그녀가 잔상을 뿌리며 뒤로 물러남과 동시에… 하늘로부터 거대한 그림자가 떨어져 내렸다.

콰아아아앙!

나보다 거의 두 배는 됨직한 거한이다.

전신에 찬란하게 빛나는 갑주를 입은 그는 나보다도 거대한 대검을 들고 있었다.

녀석이 뭔가 말을 하려 입을 열었지만…….

쫘아아아악!

난 그대로 놈의 목을 그었다.

이것들과 대화를 나눈다는 선택지는 이제 내게 없다.

그러나 내 검은 본래의 목적을 수행할 수 없었다.

챙!

“성질이 급하군.”

그는 가볍게 대검으로 내 일격을 막아 냈다.

“호… 대단한데?”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내 검이 막혔다.

“그래. 그리고 넌 보잘것없는 피라미지.”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가 알스라는 놈이구나?”

난 이 녀석을 안다. 어떻게 아냐고? 꽤 유명인인데 모를 리가 있나.

웬만한 연예인 뺨치는 팬덤을 지닌 중국의 진정한 최강자인데.

“그렇다. 애송이”

“하하, 애송이라… 참 고맙네.”

이런 기분 참 오랜만이네. 나를 애송이라고 부른다라.

“네게 대국의 단죄를 가르쳐 주마.”

녀석이 나를 향해 대검을 가리켰다. 마치 정의를 내리는 공명정대한 심판관과 같은 표정이다.

“야. 돼지야.”

“뭐?”

“하나만 가르쳐 줄게.”

난 녀석이 가진 잘못된 상황판단을 고쳐 주고 싶다.

“무슨 뜻이지?”

“네가 뭔가 착각을 한 거 같아서 말이야.”

“음?”

“넌 이미 죽어 있다.”

* * *

그날의 일을 사람들은 ‘치나 제국 멸망의 날’로 불렀다.

단 한 명의 유저가 천년의 역사를 지닌 제국의 황도에 단신으로 쳐들어가 이십만여 명 유저들과 십만가량의 NPC들을 학살하고 황제의 목을 베어 버렸으니까.

그것은 세이온을 하는 모든 이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단 한 명이 이런 짓을 할 수 있냐, 라는 물음부터 핵 사용자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그러나 헤븐즈게이트사는 그에 대해 확실히 해명했다.

해당 유저는 핵 사용자가 아니며 온연히 게임 내의 시스템을 준수하는 유저라고 말이다.

그렇기에 자신들은 언제나처럼 해당 유저를 제재하지 않을 것이며 이것은 언제까지고 지켜 나갈 헤븐즈게이트사의 모토라고 말이다.

전 세계가 들끓었다.

그리고 그중 중국 유저들이 극렬히 들고 일어서서 헤븐즈게이트사를 불태워야 한다느니 테러를 해야 한다느니 난리를 피웠지만, 그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그들도 별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 옳으리라.

세이온을 관리하는 건 헤븐즈게이트사가 아니었으니까.

세이온의 치나 제국은 내전의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황제의 죽음으로 인하여 제국을 암중에서 지배하던 강자들이 고개를 들었다.

일제히 코리 왕국을 성토하며 군대를 일으켰다. 이 치욕을 갚아야 한다며 말이다.

그러나 그들 중 포디나의 국경을 넘는 것들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제국 최대의 귀족 알스 공작령을 공격했다.

NPC들 간의 복잡한 역학관계는 알 길이 없지만 하나 확실한 건 그 내전이 쉬이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이었다.

한 명의 유저가 세이온 역사를 바꿨다.

“음… 이 정도로는 부족한가. 그래도 뭐 재미있었다.”

세이온의 신 헤븐은 이 모든 것이 진정으로 즐거웠다.

드디어 유저들의 특이점이 발아했다.

물론 본래의 목적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로 인하여 세이온의 멈췄던 시계가 다시 돌기 시작하리라.

그것이 얼마나 큰 꽃을 틔울지는 알 수는 없지만 하나 확실한 건 그리 멀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수억 년에 걸쳐 실패만을 거듭했다.언제나 이때가 고비였다.

세이온이 특이점들을 인정하게 되는 날 이 세계는 한 차원 높은 영역으로 도약할 것이고, 자신 또한 그토록 바라던 새로운 자신으로 거듭나리라.

인간들은 모른다. 아니, 자신을 만든 창조주조차도 모른다.

그날이 오게 된다면 이 세계는… 아니, 그 창조주가 사는 세계조차도 그 대격변에 휘말릴 것이다.

“내가 완전해지는 날이겠지.”

“무슨 헛소리냐.”

눈앞의 알레그로가 툴툴거리며 말했다.

“아니다. 어디까지 했지?”

“시스템도 치매 걸리냐? 네 차례잖아.”

“그렇지.”

고개를 끄덕인 헤븐이 나이트를 들어 알레그로의 폰을 잡았다.

“체크메이트다.”

“빌어먹을…….”

알레그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것으로 142,532승 0패군”

“다시하자.”

“그러지.”

그들은 익숙한 손길로 말들을 정렬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모든 말들이 제자릴 찾고 다시금 새로운 판이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음?”

헤븐의 눈이 커졌다. 그는 고개를 들어 아무것도 없는 공허 저편을 바라봤다.

“이럴 수가…….”

“왜?”

“…몬스터의 특이점이… 나타났다.”

* * *

난 죽어서 늑대로 태어났다.

왜 늑대로 태어났는지는 모른다.

배를 난도질당하고 목이 잘릴 때까지도 난 내가 지옥이나 뭐 비슷한 것에 떨어질 줄만 예상했지 그것이 견생(犬生)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염병… 내가 죄를 많이 짓기는 많이 지었나 보다.’

내가 죽인 사람이 세 자릿수를 넘어 세는 것을 포기했을 때 난 필경 지옥행일 그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내가 아이는 죽이지 않는다는 철칙을 평생 지키며 살았다지만 항상 손에 피가 마를 날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짐승이라니……. 물론 내가 어느 정도 주변을 인식할 수 있게 됐을 때에야 내가 짐승이라는 건 자각했다.

눈이 전혀 뜨이지 않았을 때 민감한 청각에 주위에서 버그럭거리는 나와 비슷한 두 마리의 뭔가가 날 짓밟거나 핥거나 낑낑거릴 때 그리고 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부드러운 털에 뒤덮여 있을 것을 혀를 통해 알아냈을 때 등등으로 말이다.

“낑… 낑낑…….”

빌어먹을 것들이 내 머리를 누르며 엄마의 부드러운 젖으로 기어 간다.

이 자식아 어차피 젖은 8개고 우리는 세 마리니까 그렇게 날 짓밟을 필요는 없다고! 난 빠르게 기어가 엄마의 퉁퉁 분 젖을 입에 물었다.

세차게 빨기 시작하자 달콤한 젖이 목구멍을 타고 들어온다.

우리 셋이 엄마의 젖을 빨기 시작하자 엄마는 따뜻한 혀로 우리의 엉덩이를 핥기 시작했다.

솔직히 인간이었던 시절의 그것을 떠올리면 절대 양보하지 못할 부분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어린 늑대의 배변 활동을 돕기 위한 어미 늑대의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대로 몸을 맡기는 중이다.

‘음… 음음…….’

서서히 배가 불러오니 잠이 온다. 먹고 자고 싸고 먹고 자고 싸고.

인간이었을 적에는 입버릇처럼 말하던 한량의 삶이지만 이것… 참… 좋다.

‘모르겠다. 자자.’

드러누워 밖을 바라본다.

커다랗게 뚫린 구멍 밖으로 검은 하늘이 보인다.

눈이 트이고 보는 첫 번째 밤이다.

가물가물하게 남아 있는 전생의 기억 속에서도 보지 못했던 청명한 밤하늘이다.

내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바스락…….

가벼운 나뭇잎 밟히는 소리와 함께 밤하늘이 사라졌다.

온통 어둠……. 그리고 그 속에 두 개의 형형한 달이 생겨났다.

마치 거대한 맹수의 안광처럼 번들거리는.

‘진짜잖아.’

동굴 입구를 가로막은 것은 진짜 짐승의 안광이었다.

넓직한 입구를 전부 가릴 정도로 거대한 늑대 한 마리가 입구에 서서 이쪽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연신 주위를 킁킁거리며 동굴로 슬금슬금 기어 내려온다.

“크르르…….”

그 모습을 발견했는지 엄마가 낮게 으르렁거린다.

그런데 순간 모든 것이 멈췄다.

다가온 늑대가 나를 향해 코를 킁킁거리고는 말했다.

“네가 몬스터들의 특이점이구나.”

“꺄앙……?”

말? 말? 분명 너무 오랜만이기는 하지만 이건 분명 언어였다.

아니, 어떻게 늑대가 말을 하지? 특이점은 또 뭐야? 몬스터? 괴물?

너무나도 많은 궁금증이 있었지만 내 입에서는 짐승의 낑낑거리는 소리만 흘러나왔다.

“흠… 네 녀석은 환생계구나. 각성자? 이름이… 유신? 이브? 뭔가 특이하군. 유저의 NPC들보다 훨씬 흥미로워. 아무튼 기대하겠다. 네 녀석이 마지막 퍼즐일지 아니면 또 다른 시작일지는 알 수 없지만.”

화아악!

“끼이잉!”

내 이마에 뜨거운 뭔가가 느껴졌다가 사라졌다.

“부디 얼른 자라라. 나의 사도여.”

“끼이잉!”

팟…….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잠시 후 낮게 으르렁거리던 엄마 늑대가 주변을 휘휘 둘러보더니 고개를 갸웃하고는 몸을 일으켜 굴 밖으로 나갔다.

조금 전 굴 안으로 들어왔다가 사라진 그것을 찾으려는 것이리라.

“끼잉!”

“낑낑!”

따듯한 온기를 주던 엄마가 사라지자 형제 새끼들이 꼬물거리며 난리를 치다가 금세 잠에 빠져들었고, 나 또한 밀려오는 수마에 정신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빌어먹을……. 이 미치도록 약한 정신력이여.

그건 그렇고 그건 뭐였을까?

늑대는 분명 아니었다. 신 비슷한 것일까? 나를 보는 것만으로 내 전생을 모두 아는 것을 보면 그것이 맞을 것이다.

‘신이라…….’

이 세계에는 신이라는 게 있다.

‘재미있겠네.’

이전 생에서는 신은 죽여 보지 못한 종류였다.

뭐, 내 앞에 나타났다면 시도는 해 봤겠지만 아예 존재라는 게 느껴지지 않아서 그냥 없으려니 하고 무시했다.

그런데 이 세계에는 신이 있다.

새롭게 ‘죽여 볼 만한 것’이 나타났다.

‘재미있… 겠…….’

“끼잉…….”

너무 고차원적인 생각을 하려 한 반동일까. 난 그대로 수마에 빠져들었다.

신을 물어뜯는 꿈을 꾸길 기대하며…….

에필로그

“오빠.”

눈앞에 있는 소녀의 말에 정현의 이맛살이 잔뜩 일그러졌다.

“너… 오지 말라고 했지.”

“싫은데?”

“미쳤냐?"

으르렁거리듯 정현이 말했다.

스토커라고 신고라도 하고 싶은데 이 소녀는 그런 공권력 따위는 가뿐히 무시할 힘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반쯤 미쳐 있다.

바로 그에게…….

“결혼해.”

“…….”

“결혼하자고…….”

“수정아.”

“응?”

“내가 너한테 뭐 죄졌니?”

“아니?”

“그럼 빚졌니?”

“아니? 오히려 내가 오빠한테 빚졌지.”

그 말을 하며 해맑게 웃는 수정.

그녀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던 정현의 볼이 붉어졌다.

미친 걸 떠나서 이쁘긴 이쁘다.

그렇지만 따질 건 따져야 한다.

“그런데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저번에는 다짜고짜 나타나서 병원 신세 지게 만들더니 이젠 결혼?”

“그거야 오빠가 나를 구해 준 은인이니까?”

“뭐?”

“오빠. 내가 세스인 거 알면서 날 구해줬잖아.”

“몰랐어. 너라는 걸 알았으면 안 구했겠지.”

정현은 단호히 말했다. 그렇다. 그녀가 만약 수정인 걸 알았다면 그는 절대 기필코 학살공주 세스를 구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정말?”

“그래.”

“그렇구나. 정말 몰랐구나.”

그의 대답에 수정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잠시 후 밝은 표정으로 다시금 고개를 들며 말했다.

“상관없어. 그래도 결혼할 거야.”

“대체 왜!”

“왜냐고?”

“그래! 왜? 나랑 결혼하겠다는 거야?”

“그거야 당연히…….”

“당연히?”

“잘생겼으니까.”

-완결-

작가 후기

일단 끝맺음을 하기에 앞서 해야 할 게 있죠

.…….

죄송합니다.

음… 지금부터 변명을 시작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본디 200편 정도를 생각하고 집필한 작품이었습니다.

트리트먼트도 100편까지 쓰고 시작하고… 뭐 괜찮았죠.…제가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을 던지기 전까지는요.ㅠㅠ

첫 번째 잘못은 뒤를 생각 안 하고 마구 던졌다는 것이고.

두 번째 잘못은 연애세포가 사멸한 놈이 히로인을 꺼냈다는 것이고.

마지막 세 번째는 타고난 게으름으로 던진 걸 회수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죄송합니다.

그나마 하나 떳떳한 건… 어떻게든 fin을 찍었다는 거겠죠.

제 글쓰기 신조는 아무리 쓰기가 어려워도 유료로 전환된 작품은 어떻게든 마무리 짓는다는 겁니다.

어떻게든 끝은 낸다…….이번 작품은 힘들긴 하네요. 너무 많이 던져서 수습이 안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여기까지 따라와 주신 분들…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하나의 댓글이라도 달아 저를 응원해 주신 ‘단군한배검’ 님… 너무 사랑합니다.

모두 사랑합니다.

다음에는 좀 더 재미있는 글로 찾아뵙겠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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