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청소 좀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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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청소 좀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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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청소 좀 하려고
2022.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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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엄마. 그 약혼만 깨지면 되냐고?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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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이제까지 멀쩡하게 유지되던 약혼이 왜 깨지는데? 너 뭐 듣고 이러는 거야? 혹시 쓸데없는 분란 일으키고 다니는 거 아니지?”
이성자의 얼굴에 드리운 수심이 더욱 깊어졌다.
누구보다 제 딸의 허물을 잘 알고 있기에 더욱 노심초사다.
철없는 나나가 남들 모르게 하고 다닌 짓들을 생각하면 가슴속에 돌덩어리가 꽉 들어찬 기분이다.
알게 모르게 뒷수습을 해준 경우도 허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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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어차피 그 약혼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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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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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엄마가 자세한 거까지 알 거 없어. 그냥 다 된다고만 말해, 응?”
묵묵하게 차를 마시며 경제 뉴스를 살피는 왕덕진은 아내와 딸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는 중이다.
이성자가 다 자란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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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 아니어도 네 마음에 드는 근사한 혼처로 이 어미가 다 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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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왜 자꾸 오빠는 안 된다고 하는데? 말해 봐, 누구? 전에 그 누구더라- 키가 나만 했던 그 메기는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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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강 아들 아니야. 아무리 생각해도 그쪽은 우리보다 기울어.”
실은 상대편 집안에서 뭐를 알아냈는지 이미 나나를 딱지 놓았다.
하지만 굳이 딸에게 사실을 말할 필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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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성그룹 차남 아니면 송인재 의원 장남일거야. 일단 둘 다 만나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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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선이라도 보라는 얘기야? 싫다고! 싫어! 너무 구리고 짜증 나!”
왕덕진이 결국 들고 있던 태블릿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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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아, 이제 철 좀 들 때도 되지 않았냐? 대체 언제까지 네 어미 속을 썩여야 정신을 차릴래? 당신도 그래요, 자꾸 돌려 말해서 뭐해. 그놈은 운이 좋아서 그 위치에 있지, 근본이 없잖아요, 근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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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근본이 있고? 무슨 근본? 할아버지 소장수였다는 거 세상이 다 아는데!”
당황한 이성자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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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야!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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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인마. 소장수는 네 증조할아버지였고. 그리고 아무리 소장수라고 해도 급이 있지, 우리 할아버지 소가 몇 마리였는지 네가 알기나 해? 소장수? 허허, 그거 참!”
왕덕진이 너털웃음을 웃었다.
참으로 어이없으면서도 동시에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놈의 피가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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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팔면 소장수지. 마릿수가 뭐가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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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너, 말 잘했다. 고아는 고아지. 입양됐다고 뭐가 달라져. 요즘에는 개도 입양하고 고양이도 입양하고, 전 재산도 물려주는 세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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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야 말로 말 잘했어, 우리 오빠가 물려받을, 아니지- 이미 물려받은 재산이 얼만지나 알고 그러셔? 개, 고양이?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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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 고양이는 귀엽기나 하지. 사실 내가 그놈 몇 번 봤어, 이놈아. 쥐뿔도 아닌 녀석이 눈빛이 아주 건방지고 얼굴만 번지르르 기생오라비같이 생겨서, 살면서 얼굴값 안 할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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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빠처럼 두꺼비같이 생겨야 돼 그럼? 난 죽어도 못생긴 남자랑은 결혼 안 해! 난 엄마랑 달라!”
딸의 버릇없는 소리에도 웃기만 하는 왕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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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안은 그냥 앉아서 돈이 불어나는 것만 구경하는 집안이야. 우리랑은 차원이 달라! 뭘 알고들 근본이니 뭐니 그런 소리를 하시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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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우리는 그런 돈 장사꾼이 필요한 게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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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그러니까! 몇 번을 말해! 돈이 얼마나 많으면 돈을 사고팔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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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야. 우리 회사 미래를 생각하면 둘 중 하나야. 특히 송 의원 쪽이면 더 바랄 것이 없고. 네 오빠들을 좀 봐라. 정계에 연줄이 없어서 매번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엄마 좀 봐줘, 우리 딸. 응?”
입에 게거품을 물기 직전인 딸의 행태를 보던 이성자가 목소리를 부드럽게 낮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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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누가 그런 데로 장가보내래? 그래놓고 이제 와서 왜 나한테 희생을 강요해!”
희생이라니- 제 딸 입에서 나온 소리라고는 도저히 상상이 안 되는 그 단어에 이성자는 이마를 짚었다.
다시 뉴스페이지를 연 왕덕진은 더 이상의 관심을 보이지도 않았다.
씩씩거리던 나나가 제 방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바라보던 왕덕진이 슬그머니 안경을 고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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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좀 서둘러요. 빨리 결혼을 시켜버리는 게 낫지 않겠나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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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까요…… 아이라도 하나 낳으면 철이 좀 들것도 같기는 해요.”
동시에 한숨을 내쉬는 부부는, 속마음 또한 비슷했다.
과연 그럴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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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조는 여느 날과 같은 아침을 맞이했다.
발목이 좀 시큰했지만 움직이는데 무리는 없었다.
커피를 내리고 간단한 아침 식사를 준비하면서 재하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아이 이야기를 꺼내면 분명히 그가 물러설 거라 생각은 했지만.
그렇게까지 흥분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그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최선이었다.
이 집에 들어오기로 결심하면서 동시에 다짐한 것이 있었다.
절대 넘어서는 안 될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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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그 눈빛, 그 목소리…… 그 손길.
과연 다음번에도- 그런 다디단 권재하를 거절한 힘이 내게 있을까.
지난밤을 떠올리던 은조는 양손으로 식탁을 짚었다.
6억…….
민아가 알면 기함할 금액이지만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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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은 마음보다 더 순수한, 욕정에 대해서 말하는 거야. 거짓으로 포장하거나 꾸밀 필요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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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나누는, 더할 나위 없이 솔직한 그 진심 말이야.]
……내 마음이나, 다짐 따위는 이제 하찮게 느껴져. 거짓이고 위선 같아.
언제 어떻게 무너질지 몰라서.
이제 그가 아니라 내 자신이 두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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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 줘, 권재하. 안아 줘- 제발.]
그의 목에 매달리며 수없이 뱉어내던 그 말.
애원하고 또 애원하던 윤은조가 다시 나타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다.
하찮은 마음보다 더 순수한, 욕정.
몸으로 나누는, 더할 나위 없이 솔직한 그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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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인할 정도로 정확하게 찌르고 들어오던, 그 낮고 유혹적인 음성을 떠올리면 절로 다리에서 힘이 빠진다.
딩동!
정신을 차리라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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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공손하게 인사를 건네는 강 비서에게 은조는 깊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나쁜 짓을 하다 들킨 십 대처럼 귓등까지 빨갛게 물들인 상태가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이러다간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알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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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향기가 근사합니다.”
그녀와 다르게 이미 모든 것을 안다는 듯 강 비서의 태도는 침착 평온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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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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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셨죠? 이게 원래 회사에 두는 건데 가지고 오라고 말씀하셔서 이른 시간에 찾아뵈었습니다.”
그의 손에는 검은색 슈트 커버가 들려 있었다.
금박으로 새겨진 고급 디자이너 브랜드 네임이 겉면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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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인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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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옷을 그렇게 많이 갖고 계시면서 갑자기 이게 왜 입고 싶으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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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강.”
은조와 강 비서는 동시에 흠칫 놀라 소리가 들린 2층을 바라보았다.
테리 가운을 걸친 재하가 무심한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대체 언제부터 저기 서 있었던 거지. 은조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옷만 입지 않았지 이미 면도며 머리 손질까지 마친 모양이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상쾌한 남자의 체취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넵- 강 비서는 단숨에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채 5분도 걸리지 않아 다시 은조 앞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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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잔 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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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앉으세요. 토스트도 좀 드세요.”
그는 누구와 다르게 아이처럼 방긋방긋 웃으며 연신 맛있다는 소리를 해댔다.
커피며 빵을 더 달라고 해서 어색한 은조의 기분을 금세 풀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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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발목 접질리셨다고 들었는데 괜찮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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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삐끗한 건데……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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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삐끗하셨는데 조금 부은 게 확실하게 보이네요.”
의사 선생님이 한 열 시쯤 오실 겁니다- 따라 준 주스까지 싹 마신 강 비서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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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와요? 의사요? 여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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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 내려오시네요.”
느긋하게 계단을 밟고 내려오는 재하가 걸친 슈트는 3피스로 된 톰 포*였다.
은조는 그 옷의 가격을 알고 있었다. 우연치 않게 보았다가 너무 어마어마해서 잊히지도 않은 금액.
게다가 웬만한 디자이너가 봐도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의 패션 센스라니.
다크 네이비 컬러의 싱글 브레스티드 슈트에 옅은 베이지색 넥타이는 완벽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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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맞는 구두가 마침 신발장에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쯧- 커프스링크 만지작거리며 멀리 식탁을 응시하는 그가 뱉은 말은, 역시 여전히 심사가 꼬여 있음을 보여준다.
은조는 죄 없이 그의 성질을 받아낸 드레스룸의 모양이 어떨지 심히 신경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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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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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커피 향이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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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가면서 마시지. 아, 출근하지 말라고 전해.”
…… ?
뒷짐을 진 채 거만하게 서 있는 재하는 기어코 은조와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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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출근 안 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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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조는 강 비서의 시선을 무시하고 권재하를 향해 눈을 치켜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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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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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과에 조치했다고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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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흠- 대표님께서 지시하신 대로 제가 인사과에 병가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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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출근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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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할 일이 훨씬 많다고 전해. 아, 그리고 닥터 김, 오라고 했지.”
넵- 강 비서의 표정이 묘하다.
웃음을 참는 거 맞지- 은조는 더 이상의 말 대신 입술만 잘근잘근 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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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했으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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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모르는 무슨 특별한 약속이라도 잡으셨습니까?”
앞장서서 성큼성큼 걷는 재하에게 강 비서가 묻는 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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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숍보다 가지고 계신 슈트가 많으신데 굳이 이걸 지목하신 이유가 궁금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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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좀 하려고.”
***
그날 정오.
DL의 왕덕진 회장은 오후 일정을 취소했다.
갑작스럽게 블랙스톤 파트너스 대표 권재하와의 약속을 잡았기 때문이다.
냉큼 선약을 깨뜨리면서까지 권재하를 만나기로 결정한 왕덕진은 고민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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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이거, 우리 나나를 달라고 하면 어쩌지- 줘야 돼, 말아야 돼.”
이내 비서실장을 부른 왕덕진은 급하게 보고서를 올리라고 지시했다.
이미 어느 정도 알고는 있지만.
눈으로 한 번이라도 더 봐야 마음이 편한 법.
블랙스톤 파트너스- 미국에서는 물론, 국내에서의 영향력.
그들과 손을 잡으면 DL 그룹에 어떤 이득이 될지 빠르게 계산기를 두드려 올리라는 지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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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면 줘야지. 돈에 뭐, 근본이 있나.”
두꺼비같이 우글쭈글한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감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