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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그 반지 (72/100)


72. 그 반지
2023.02.06.


인천 국제공항

캐주얼한 정장 차림의 남자는 외모가 예사롭지 않았다.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머리카락, 푸른 바다를 담은 것처럼 시원한 눈동자, 큰 키와 운동으로 다져진 다부진 몸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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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내딛는 발걸음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길을 찾던 이방인은 이내 선글라스를 꺼내 쓰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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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잘 지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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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든! 어쩐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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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인사가 이상하군. 카일은 왜 전화를 안 받지?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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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게, 전화로 이야기하기는 뭐하고. 아무튼 그는 지금, 좀 별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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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뭐가 별로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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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 언제나 그렇듯 매우,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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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바쁘다는 얘긴가? 넌 여전히 허술해, 에디.]

진짜 별로일 소식을 전해야 하는 브랜든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저 별로가 아니라 최악 일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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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해서 미안하지 않아, 브랜든,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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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목소리까지 상당히 별론데 에디. 안타깝지만 이번 일은 카일에게 직접 말해야 할 것 같아. 나 한국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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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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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공항이야. 곧 택시를 탈거고 한 시간 후쯤엔 블랙스톤 빌딩 앞에 있을 예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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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든, 카일은 병원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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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방금 병원 이라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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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건 아냐. 넌 왜, 무슨 일로 여길 온 거야? 직접 해야 할 말은 또 뭐고? 내게 먼저 말해 줘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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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 가기 전에 잠깐 들렀어. 카일에게 전해줄 물건이 있거든. 에디, 당장 그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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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카일에게 말하고 집 주소를 알려줄게. 실은 오늘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거든.

 

***

재하는 브랜든이 한국에 왔다는 소식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가 하는 일이라는 게 미국은 물론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파헤치고, 정보를 얻고 정보를 흘리기도 하며. 나쁜 인간을 응징하기도 하고 나쁜 인간이 되기도 하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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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데 왜 온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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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친한 친구잖아요. 제게도 이러실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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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내내 곁에 찰거머리같이 붙어 있잖아. 뭘 너한테도 그래? 나랑 연애 하냐. 있지도 않은 일로…… 됐다, 관둬.”

환자복을 벗고 셔츠와 팬츠를 차려입는 재하와 대화를 나누는 강 비서는 브랜든과 메시지도 주고받았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우편으로 보낼 수도 있는 물건을. 직접 전해 줘야하는 정도의 예의 혹은 마음.

친구로서의 안타까움. 그것이 브랜든의 입장이었다.

그 작은 가방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인이 윤은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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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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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네가 한숨을 쉬고 그래. 골치 아픈 건 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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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강비서는 이제 겨우 혈색이 돌아온 재하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날 아침 아파트에 들어선 저를 숀 알렉시스로 착각한 그를 강비서는 조용하고 은밀하게 병원으로 옮겼다.

VIP 특실에 뉘어지고 수액을 꽂고, 약물이 투여되고 잠들기 전까지. 그는 내내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했다.

당연히 윤은조와 관련 있는 내용이었지만.

사과와 후회 미련, 원망이 뒤섞인 내용들은 앞뒤도 없고 불분명했다.

조금만 더 늦었어도 위험했을 것이라고 말한 의사가 고개를 저었다.

꽤 오래 버텼다.

술과, 물. 그리고 최소한의 음식.

더군다나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 최악이다.

이후 이틀간 권재하는 깊게 잠들었다 잠깐 깨어나길 반복했고 약간의 식사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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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택시 뒷자리에 앉은 브랜든은 이국의 풍경을 바라본다.

반지를 발견한 것은 불과 얼마 전이다.

친구에게, 그의 여자가 로즈벨트 응급실에서 겪은 불행한 사실을 전했고, 여권과 임신 사실을 보여주는 사진이 든 작은 가방에 대해서는 말했다.

곧 한국으로 보낼 생각이었는데 잠깐 일 때문에 바빴다.

하지만 그 작은 가방. 여행객들이나 어린 학생들이 소지품을 챙기기 위해 지닐 만한- 그것의 내용을 마지막으로 확인하던 중 반지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브랜든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어린 학생이었지만, 카일 알렉시스의 여자였다. 그 정도의 물건은 예상했었어야 했다.

그리고 여자들이 소중한 것을 숨기는데 도사라는 사실도 간과했다.

작은 가방의 안쪽에 더 작은 주머니 있었고 그 속에 고가의 다이아몬드 반지가 있었다니.

브랜든은 친구로서 직접 전해주기로 결심했다.

***

약속 장소로 향하는 은조는 운전 중에 흠칫 놀랐다.

핸들 위에 올려둔 손에서 반짝거린 물건 때문이다.

이제 익숙해진 나머지 끼고 있다는 것도 깜박하는 남의 물건, 남의 비싼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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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바뀐 신호에 차를 출발 시킨 은조는 피식 웃어버렸다.

지난 밤 꿈이 생각나서였다.

새벽녘 얼핏 잠에서 깼다 다시 잠이든 그녀는 아주 짧고 끔찍한 꿈을 꾸었다.

목소리는, 나중에 생각해 낸 거지만- 마치 제니스의 목소리 같았다.

아마, 반지가 그녀의 것이니까 그렇게 들렸을 가능성이 크지만, 영어도 아닌 한국말이었지만 그녀 특유의 경쾌하고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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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특별한 거야, 이제 네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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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요?]

놀라서 내려다 본 손에 반지가 하나 더 생겨 있었다!

이미 끼고 있는 족쇄- 핑크색 다이아몬드도 모자라, 두 배나 알이 큰 파란 다이아몬드가 떡하니 휘황찬란한 빛을 뽐내며 존재를 과시했다.

놀란 은조가 그것을 손가락에서 빼려고 했지만 웬걸, 꼼짝도 하지 않았다.

끙끙거리며 애를 쓰다가 잠에서 깼고, 어둠 속에 있던 그녀는 눈 안에서 폭죽처럼 터지는 파란 별들의 잔상을 보았다.

최근 반지 때문에 더욱 스트레스를 받았다.

빨리 빼야 하는데 여전히 그것은 너무 꼭 맞고, 요 며칠은 손이 좀 부은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이게 무슨 코미디 같은 일인지. 누가 알까 부끄럽다.

여태 가짜라고 이야기 하다 진짜 다이아몬드고 주인은 재하의 할머니 제니스 알렉시스라는 말을 들은 민아는 한술 더 떴다.

준거니까 그냥 받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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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돼? 큐빅도 아니고."

한숨을 내쉰 그때, 약속장소인 호텔이 눈에 들어왔다.

선우의 부모님과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

집으로 돌아온 재하는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빳빳한 새 셔츠와 팬츠를 챙겨 입었다.

아직도 문득문득 숨이 막히고 심장이 조여들며 가슴이 쪼개지는 통증을 느끼지만.

정신을 좀 차리기로 마음먹었다.

솔직히 스스로의 모습에 자존심이 상했고, 에디에게도 약간 민망했다.

무엇보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완전히 돌아선 윤은조. 하지만 재하는 물러설 생각이 없다.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그녀를 다시 돌려놓기 위해라면- 잠을 좀 자느라고 아직 정한 것은 없지만.

어떤 미친 짓이라도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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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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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너를 걱정했어! 내가! 멍청하게 내가 너를 걱정했다고! 정말로 죽었으면 어쩌나…….]

 
집까지 찾아와 준 사실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부풀려서, 제멋대로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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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집안으로 들어선 브랜든에게 손을 내민 재하는 보기 좋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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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생각보다 나쁘구나.]

아무렇지 않게 정곡을 찌른 브랜든은 맞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남이 보기에는 지나친 게 아닌가 싶은 그런 격 없는 농담에 익숙한 재하는 그와 가벼운 포옹을 나누었다.

브랜든의 손이 재하의 너른 등을 두어 번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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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까지 어쩐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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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비행기로 홍콩으로 갈 거야, 잠시 들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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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날 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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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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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를 좋아하는 건 알았지만, 좀 갑작스럽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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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너에게 줄 정도의 우정은 되는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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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몇 시간을 할애하길 정말 잘했다고 느낄 정도로. 아니, 영혼을 팔고 싶을 정도로 맛있는 저녁도 먹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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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가 안 보이는 이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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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도착해. 씻을래? 갈아입을 만한 옷을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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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뜨거운 물로 샤워도 하고 네 새 옷도 입을래.]

체격이 거의 비슷한 재하와 브랜든은 패션에 있어서도 의미 없는 경쟁을 즐기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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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으로, 와.]

가방을 내려놓은 브랜든이 재하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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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하의 셔츠와 팬츠를 입은 브랜든은 제 옷을 입은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그가 물 잔을 내려놓았을 때 현관문이 열렸고 에디 강이 나타났다.

브랜든을 발견한 강 비서는 들고 있던 종이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더니 양팔을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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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브라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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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오랜만이야!]

포옹대신 손을 덥석 잡은 브랜든이 씨익- 웃자마자 강 비서가 아아아- 소리를 지르며 세게 잡힌 손을 빼려고 몸부림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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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들 해. 웃고 떠들 기분 아니야.]

머쓱한지 브랜든이 어깨를 들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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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를 위해서 노력하는 거였는데, 좋게 좀 봐 줘. 홍콩에 가면 이런 말랑한 일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해야 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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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지 알려줘, 브랜든! 잘난 척 관두고.]

투덜대는 강 비서가 음식이 든 가방을 식탁 위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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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좋은 냄새. 안타깝지만 훌륭한 저녁 식사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얘기야. 국가 기밀이기도하고.]

잘났어- 음식의 포장을 푸는 강 비서가 입을 삐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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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 전복죽도 사왔는데, 전에 맛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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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적당히 해라. 나 멀쩡한 거 안 보여? 그리고 영어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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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 자, 아주 잘나신 두 신사분들, 어서 자리에 앉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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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없는 식사는 길지 않았다.

세 사람은 주로 음식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주고받았을 뿐이다.

아마, 마음속에 제각기 다른 무거운 이유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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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러니까…… 음- 시케? 이거 맛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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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 혜. 브랜든, 시간은 끌만큼 끌었어. 이제 본론을 말해. 뭐야?]

젠장, 올 것이 왔군- 강 비서가 와인 잔에 담긴 식혜를 단숨에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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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에디는 이미 알고 있네.]

픽, 웃은 재하의 눈빛이 날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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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담한 얼굴의 브랜든은 소파 옆에 있던 짐 가방을 열더니 반으로 접힌 서류봉투 하나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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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에디는 여기 있을게. 이건 너 혼자 보는 게 좋겠어.]

성마른 표정의 재하가 테이블 위에 올려둔 서류봉투를 바로 집으려 손을 뻗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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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 윤은조 씨가 내용물의 주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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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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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봐.]

내내 고요하던 재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선 그는 서류봉투를 집어 들고 서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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