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 원래 내 여자였는데 (27/85)


27. 원래 내 여자였는데
2022.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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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였다.

애틋하게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것은 이강현과 은지연이었다.

민우는 둘을 보고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저 분위기는 단순히 직장 상사와 팀원이 아니다!

머리를 쓰다듬는 강현의 친근한 손길에 쑥스러운 듯 웃는 지연의 얼굴에 이해 못 할 화가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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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렇게 한번 보자고 하는데도 무시하더니 뭐 하는 거야? 설마, 저번 춘천에서도 저 자식이었나?’

얼마 전 춘천 레스토랑에서 지연이 남자와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그걸 또 눈앞에서 다시 보니 심사가 뒤틀렸다.

민우 자신도 지연에게 왜 이런 마음이 드는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이 헤어지자고 해서 과정이야 어쨌든 헤어졌고, 그렇게 원하던 세아와 함께 살고 있는데 뭐가 문제인지.

헤어지면 끝인 거 아는데……. 그리고 이런 마음이 드는 자신이 웃기는데.

헤어지고 난 후 꽃이 만개하듯 피어나고 아름다워지는 지연의 모습을 보니, 자신이 몰랐던 모습들을 알게 된 것 같아 무척이나 아쉬웠다.

가끔이지만, 회사에서 회의를 리드하거나 자신감 있게 발표를 하는 그녀를 멀리서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몇 개월 전, 자신이 알던 그녀와는 180도로 바뀌어 있었다.

성격이 바뀌어서 그런지 외모까지도 변해 보였다.

하물며 그녀와의 기분 좋았던 밤들마저도 종종 생각나고는 했다.

안으면 안을수록 더욱 좋았던 지연의 몸과 그 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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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여자 원래 내 여자였는데.’

이런 생각이 자주 머리를 채웠다.

세아와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그런가? 요즘 들어 더욱 그랬다.

아기를 너무나 원하는 세아는 매일 밤 민우를 괴롭혔다.

사실 3년 전만 해도 세상에서 가장 뜨거웠던 둘이었기에 이런 건 전혀 걱정하지 않았는데.

과거 그리도 아름답고 뜨거웠던 세아와의 밤은 이제 더는 민우에게 같은 감정을 일으키지 못했다.

지연과 살던 3년간 무언가가 변해도 단단히 변한 것 같았다.

그런 그에게 눈에 띄게 실망하는 세아 앞에서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해대기에 바빴다.

요즘 들어 세아와의 밤은 오히려 피하고 싶은 시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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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가지려면, 이런 게 좋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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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나 시간은 이런 날이 좋다네요? 이날은 일찍 와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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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어즙인데 이게 남자 여자 모두한테 좋대요. 싫어도 좀 마셔봐요.”

‘에메랄드 클럽’이라는 사교계 모임에 갔다 오더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기를 더 빨리 가져야 한다며 난리였다.

부끄러움이나 내숭 따위는 버려버린 듯, 이전에는 은근슬쩍 말하던 것들이 이제는 너무나 적나라해졌다.

그런 세아가 어떨 때는 징그럽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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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기, 아기!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거야, 세아야?’

그나마 저번 잔소리 이후에 집안도 잘 정리하고 음식도 잘 배우고 있는 듯하여 목까지 찬 짜증을 참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노력마저 안 하고 있었다면 한 번은 폭발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민우는 머리를 흔들고는 주차장에서 올라와 사무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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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이강현이라니!’

강현과는 회사에서의 위치도 그렇고 업무 영역도 그렇고 많은 면에서 경쟁자였다.

올해 초 있었던 임원 승진에서도 본인이 기대했던 전무 승진이 강현의 몫으로 돌아가자 더욱 그가 못마땅했다.

짜증이 가득한 이 기분에, 오늘은 누군가와 부딪히면 안 될 것 같았다.

참지 못하고 폭주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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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오셨습니까, 상무님?”

민우의 비서인 장혜민 과장이 민우에게 인사했다.

옆에는 처음 보는 얼굴이 있었다.

민우가 의문스러운 얼굴을 하자 장 과장이 얼른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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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음 달부터 출산휴가 들어가잖아요, 상무님. 후임자로 오게 된 강지현 대리입니다. 최규원 부사장님 비서실에서 2년간 일하던 친구입니다. 3주 전에 상무님 최종 결재받았습니다.”

장 과장의 이야기를 듣자 그제야 기억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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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강지현 대리.”

민우가 고개를 까딱하며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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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잘 부탁드립니다, 상무님. 앞으로 성심성의껏 보필하겠습니다.”

새로운 비서가 깊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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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님, 돌아오시면 차승조 회장님 방으로 바로 오시라는 메시지가 5분 전쯤에 도착했습니다. 지금 가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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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바로 가겠습니다. 최 비서님에게 연락해 주세요.”

민우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몸을 돌려 바로 회장실로 향했다.

이렇게 갑자기 회장실로 호출이 오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무척 급한 일이 터진 듯했다.

차승조 회장의 방 앞으로 가자 최 비서가 좋지 않은 표정으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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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십니까? 최 비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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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정확한 내용을 모르는지라 들어가셔서 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기분이 매우 안 좋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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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노크하고 기다렸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어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등을 돌리고 창밖을 보고 있는 차 회장이 보였다.

민우가 방에 들어온지 모르는 것 같아 가까이 가서 인기척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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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회장님.”

잠시 정적이 흐르고 차 회장이 서서히 몸을 돌렸다.

짝-.

차 회장은 몸을 돌리자마자 민우에게 성큼 다가오더니 세게 그의 뺨을 때렸다.

갑자기 맞은 뺨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민우의 뺨이 다시 한번 내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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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네가 일을 다 망쳐놔? 그딴 쓸모없는 계집애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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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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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3년 전에도 그리 얘기했건만 아직도 그 사사로운 마음을 버리지 못해 이렇게 일을 그르치다니! 마음을 못 버리겠으면 알아서 잘 처신하며 만나야지 이게 무슨 난리야!”

지연과 세아 얘기라는 걸 바로 알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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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얘기도 좀 들어보세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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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을 필요가 뭐 있어! 어떻게 할 게냐! 온유 제약에서 지금 우리에게 투자한 돈이 얼마인 줄이나 알아? 2000억이야, 2000억! 게다가 올해 계약 연장 여부를 논의하며 추가 투자를 논의해야 하는 중요한 이 시점에 이 사달을 내면 어쩌자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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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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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연이 그 계집애가 하는 말은 또 뭐냐? 법적으로 아무런 사이가 아니라는 말이 무슨 말이야!”

흥분하여 시뻘게진 얼굴로 씩씩대는 차 회장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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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사실대로 말하려던 민우가 입을 꾹 다물었다.

이미 화가 날 대로 난 차 회장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 불에 기름을 들이붓는 것과 마찬가지일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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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오해가 좀 있었습니다. 지연이가 오해해서 그러잖아도 제가 풀려고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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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를 풀건 말건 상관없다. 온유 제약 계약 연장 건은 어떡해서든 성사해야 하니, 무조건 해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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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부분 제가 은 회장님과 만나 해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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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네가 목매는 그 계집애, 이번 주에 집에 데려와! 면상이나 한번 직접 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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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는 제가 적절한 시기를 잡아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막상 차 회장이 세아를 만나보겠다는 말을 듣자 난감한 마음이 앞섰다.

아직은 세아를 차 회장과 만나게 하면 안 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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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시기는 무슨! 필요 없다, 이번 주에 데려와!”

차 회장은 민우의 말을 바로 무시하고는 꼴도 보기 싫다는 듯 바로 돌아서서는 나가라는 듯 손짓했다.

방에서 나온 민우의 부어 있는 얼굴을 본 최 비서가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지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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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이게 뭐야.”

화장실에서 얼굴을 살펴본 민우는 바로 주차장으로 향했다.

이래저래 화나는 일들이 연달아 있자 더는 회사에 있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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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어 레인지로 가서 골프공이라도 쳐야지…….’

지금 뭐라도 치지 않으면 기분이 가라앉지 않을 것이었다.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연 민우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입구에 못 보던 신발들이 몇 켤레나 어지러이 놓여 있었고, 집 안에서 웅성웅성 여러 사람의 소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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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님, 오늘은 커튼까지 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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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커튼은 다음에 빨아주세요. 오늘은 거실이랑 방 청소해 주시고, 세탁 후에 다림질 좀 해주셔야 해요. 다릴 것들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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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모님.”

세아의 지시를 받은 사람이 방 안쪽으로 가자 다른 사람이 세아에게 가까이 오더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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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님~ 반찬들이 아직 남아 있어서 오늘은 요리를 좀 하려고요. 떡갈비와 잡채 해달라고 하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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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신랑이 그걸 좋아한다네요. 저번에 해주신 요리도 좋아하더라고요. 저번처럼 간 세지 않게 해서 만들어주세요.”

민우는 오소소 소름이 끼쳤다.

여태까지 매일 내오던 음식들이 집에 누군가를 데려와서 다 했던 거였어? 나에게 자기가 한 듯이 거짓말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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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아! 이게 뭐야!”

소리를 내지르듯 말하는 민우의 목소리에 세아도 집안일을 돕던 사람들도 일순간 정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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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민우 씨. 이 시간에 여기는 웬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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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아! 지금 뭐 하는 거냐고 묻잖아!”

세아가 민우의 고함에 너무 놀라 바닥에 주저앉았고, 옆에서 눈치를 보던 사람들이 슬금슬금 피하더니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녀의 앞으로 민우가 큰 걸음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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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내 말이 그렇게 우스웠어? 그거 말한 지가 얼마나 됐다고 이러는 거야? 내가 너에게 뭐 그렇게 어려운 걸 시켰다고? 네가 한 듯이 거짓말하며 나에게 밥 먹일 때마다 속고 있는 나를 보며 우스웠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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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민우 씨. 내가 솜씨가 없으니 솜씨 좋은 분 음식을 차려준 것뿐이에요. 당신도 맛있다고 그랬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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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만드는 데 힘들었어요. 오늘은 이것저것 함께 조리하다가 데었지 뭐예요. 오늘은 마늘을 좀 더 넣어보았는데 맛은 어때요? 요즘 내 솜씨 많이 늘었죠? 이딴 소리 했던 게 너잖아. 그러면서 자기 열심히 했으니 뭐 좀 사겠다고 하면서 백화점 가서 몇백씩 긁고 말이야.”

자신이 한 것처럼 음식을 내오며 세아가 했었던 말들이었다.

비아냥거리는 민우의 말에 세아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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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불러서 음식 좀 한 게 뭐가 그리 큰 잘못이라고 이렇게 사람을 잡아요?”

처음엔 당황해하던 세아가 눈을 부릅뜨더니 점점 큰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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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슨 불법을 저질렀어요? 민우 씨가 맛있는 음식 먹고 싶다며? 그걸 왜 꼭 내가 만들어야 하는데요? 누가 만들던 그게 무슨 상관이라고? 오늘 이거 안 봤으면 맛있다고 더 달라고 할 거였으면서!”

말하다 보니 오히려 자신이 더 화가 나는 듯 세아가 매섭게 그를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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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사람 쓴 것 때문에 화내는 거야? 네가 여태껏 나를 속였던 것 때문에 화를 내는 거지? 내가 뭣 때문에 너에게 요리를 배우라고 한 건데! 아버지에게 점수 따려면 뭐라도 좀 잘해야 하니 그중에서 가장 쉬운 요리나 배우라고 한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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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분명 잘 못한다고 했잖아요. 손재주도 별로 없는데 어떡하냐고? 그리고 아버님 때문에 요리를 배우라고 했다고요? 웃기지 마! 당신 매일 내가 만든 음식들 평가하듯 맛보며 먹었잖아! 나도 처음엔 내가 해 보려고 했다고요! 그런데 하는 족족 당신이 잔소리하면서 먹지도 않고 버렸잖아. 왜 이렇게 맛을 못 맞추냐며. 내가 당신 밥해주는 사람이에요? 그러려고 날 데려온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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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이는 혼자 다 했어! 일 다니면서도, 집안 청소며 온갖 거 다 해가면서도 잘했다고!”

민우는 말하고는 아차 싶었다. 흥분해서는 괜한 말을 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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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왜 내 성질을 건드려서는…….’

그의 말을 듣던 세아가 주르륵 눈물을 쏟아내더니 결국 엉엉 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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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어떻게 그 여자 이름을 말해? 당신이 어떻게! 그 여자가 다 했으면 나도 다 해야 해? 다 한 그 여자가 멍청한 거지?”

억울했다.

처음 몇 번은 자신도 해 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셰프에게 배운 대로 해봐도 도저히 그 맛이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민우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는 건 너무나 어려웠다.

민우가 이래저래 짜증을 내며 세아가 만든 음식을 먹지 않기를 수일.

자신이 만든 음식들 사이에 몰래 사람을 써서 만든 음식을 끼워 넣어 줘보니, 민우는 그것만 먹곤 했다.

거기다 음식 만든다고 손을 많이 썼더니 곱던 손은 엉망으로 망가졌고, 예쁘게 케어했던 손톱은 다 깨져버렸다.

모두가 행복하려면 사람을 쓰는 것이 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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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들키지 않았다면 알지도 못했을 거면서. 내가 이 집에 음식이나 해주러 온 거냐고? 그럼 그렇게 음식 잘하고 비위 잘 맞추는 은지연은 왜 버린 거야? 평생 얼싸안고 집안일 시키면서 살지.’

돈 조금 써서 전문 인력 잠깐 쓴 건데 그게 무슨 죽일 듯이 화를 낼 일인가 싶었다.

가뜩이나 요즘 민우와 기분 좋아질 일이 하나도 없어 우울했는데 이런 일을 당하니 더욱 기분이 상했다.

세아가 그렇게도 원하는 아기를 위해서는 하나도 노력도 안 했고, 어떨 때는 민우의 문제 때문에 그런 분위기도 아예 못 냈다.

세아가 칭얼거리기라도 하면, 피곤하다며 등을 돌리기나 하면서.

예전에는 만족을 떠나 밤이 새도록 세아를 재우지도 않고 괴롭히던 그였는데, 지금은 누우면 바로 잠들어버리기 일쑤였다.

민우도, 세아도. 둘 모두에게 화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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