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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공지능이 마왕이 되었다-8화 (8/200)

8화-신ㆍ마왕군(3)

8화-신ㆍ마왕군(3)

“정말 아무 일 없었던 것이 확실한가? 흐음······.”

“그, 그렇소. 마왕의 잔당이라니? 그런 이들은 본 적도 없소.”

고블린들이 모여 사는 마을. 그곳을 찾은 고블린 주술사는 마을을 이끄는 가장 지능적인 지휘 개체인 족장을 찾았다.

당연히 족장은 패배한 마왕과의 관계가 있냐는 주술사의 말에 펄쩍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

비록 모든 부족의 모든 고블린들이 마왕을 배신하는데 동조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최종적으로는 승리하고 새롭게 지배자가 된 고블린 왕을 따르기로 결정한 입장이니, 그 왕을 거스를 순 없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알겠소.”

별다른 특이점을 발견하진 못한 주술사는 코웃음을 치곤 이내 몸을 돌렸다. 일대에 이런 고블린 부족들이 몇몇 개 더 있으니, 그런 곳들까지 확인하는 게 주어진 임무였다.

“설령 이후 마왕, 혹은 마왕의 잔당이 나타나서 무슨 수작을 부릴지도 모르지. 하지만 신중히 생각하시오. 이제 진정한 질서가 누구인지.”

“······물론.”

주술사는 떠나기 전 경고한 후 늑대에 올라 자리를 떠났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족장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전쟁이 끝나기 전만 해도 대등했던 고블린 사회가, 고블린 왕의 지배하에 하나로 뭉치고 전반적으로 지능이 상승한 개체들도 나오면서 서서히 계층과 신분이 나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체 이 주변에 뭐가 있다는 것인지. 예전부터 척박한 곳이라 우리 같이 약한 이들이 살던 변방 중의 변방인데.”

족장은 괜히 주변을 돌아보며 투덜거렸다.

***

“다음 계획을 세웠다며?”

[그렇습니다. 말씀해 주신대로, 일단 주변을 정찰하고 지도를 만드는 것부터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인근의 고블린들이 혹시 모를 ‘마왕 등장’에 경고를 받고 있는 사이, 그동안 그 누구도 신경 쓰지 못한 잊혀진 미궁 속에서 힘을 축적하던 이들이 드디어 움직일 계획을 세웠다.

[외적인 부분은 개조를 하지 않은, 기존의 생물로 완전히 위장할 수 있는 정찰병을 몇 생산했습니다.]

마왕은 자신의 사용자에게 바깥 세상 정찰이라는 목적을 두고 계산을 끝마친 자신의 계획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 시작은 정교히 만들어진 특수한 정찰병들로, 마수 개미 등의 데이터를 활용해 만든 이 정찰병들은 외적인 부분은 절대 건드리지 않아 겉으로 보기엔 기존의 생물들과 구분을 하는 게 불가능했다.

[예상대로라면 24시간 이내에 반경 100km의 지도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정찰하면서 지도를 만든다는 계획은 잘 알겠어. 그 다음은?”

[그 다음은 지도를 만드는 과정과 동시에, 보유한 유전 데이터의 범위를 널리기 위한 ‘사냥’을 시도할 것입니다]

단순히 정찰만 시도하는 건 아니었다. 정찰 과정에서 분명 발견하게 될 각종 마수들, 생물들. 그것들을 사냥하여 보유한 데이터를 늘릴 생각이었다.

개조에 효율적인 유효 데이터와 그렇지 않은 데이터가 나뉘는 것을 파악했으니 일단은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것이 마왕의 계획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양분 조달을 위해 안전이 확인된 지역에 한해 마수 개미ㆍ알파들을 투입하여 양분을 회수할 것입니다.]

“양분 확보, 정말 그게 최선이야?”

하지만 마왕의 마지막 계획을 들은 그가 헛웃음을 흘렸다.

“지역을 점령하고 일개미들을 동원한다면 정말 모든 것을 먹어치울 수 있게 되겠지. 하지만 그런 식으로 얼마나 갈 수 있을까?”

마왕은 가장 중요한 양분 확보를 위해 말 그대로 먹어치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먹어치우기로 결정했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그것들을 소화시킬 능력을 갖추는 건 어렵지 않으니 정말 풀 한 포기 남기지 않고 싹 쓸어 먹고 그것으로 둥지를 늘리고 병력을 더 생산하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분명 허점이 존재하는 전략이었다. 마왕군의 덩치가 커지면 커질수록 필요한 양분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내가 말한 건 여전히 불가능해?”

[그렇습니다. 식물의 세포를 복제하는 것은 번번히 실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광합성은 불가능합니다. 자극을 통해 발생하는 생체 전기를 양분으로 치환하는 방법도 구상해 보았지만 역시 불가능합니다.]

“······식물까지 복제하고 개조하면 너무 사기라서 그런가?”

그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만약 광합성을 통해 양분을 보충할 수 있게 된다면, 마왕군은 조금의 방해 없이 무한정 증식할 수 있을 터. 그러나 마왕이 가진 권능으로도 평범한 식물이 가진 능력을 가져오지는 못했다.

“어쩔 수 없지. 그럼 네 계획이 가장 효율적으로 보이니까 그대로 하는 수밖에.”

[시도하겠습니다.]

결국 마왕은 최종적으로 결정한대로 자신의 병력들을 움직였다.

[정찰 병력 출발.]

마왕군이 의도적으로 멀리했던 미궁 입구에서 가장 먼저 머리를 바깥 세상으로 들이민 것은 다름아닌 평범한 마수 개미처럼 보이는 생물체들과 평범한 동굴 박쥐처럼 보이는 생물체들이었다.

개미들은 마치 진짜 마수 개미처럼 더듬이를 까딱이며 주변 땅으로 퍼져 나갔고, 박쥐들은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을 가로질렀다. 박쥐들이 태양이 뜬 대낮에 다니는 것부터 이상했지만, 애초에 이 땅에는 그걸 눈치챌 존재가 없었다.

[정찰대와 별도로, 인근에 있는 마수 개미들을 먼저 사냥하겠습니다.]

마왕은 동시에 공격 준비도 시작했다. 목표는 다름 아닌 이 미궁에 일부 개미들을 이주시키려 했던 마수 개미들의 또 다른 둥지. 개미들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싸우고 필사적으로 방어하던 이들이, 이제는 역으로 공격을 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페로몬 탐지 완료.]

게다가 이미 마수 개미들에 대한 정보는 세포 하나하나 마왕의 손에 있었다. 그들의 습성, 정보 체계, 전투 방식 등등 모든 것을 확보한 이후였다.

덕분에 어렵지 않게 그리 멀지 않은 인근에 있는 마수 개미들의 둥지들을 찾아내는 게 가능했다. 어깨높이 1.5m 이상의 괴물인 병정개미들도 있기에 그들의 굴은 버려진 미궁이나 자연적으로 생긴 동굴 등에 자리한 경우들이 많았다.

[그들이 당황하고 있습니다. 아군 병사들의 외형과 페로몬이 자신들의 것과 같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 바로 공격한다고?”

[아군 병력들의 모습이 들키지 않도록 어둠을 틈타 공격하겠습니다.]

마왕은 최대한 은밀히 움직이기로 결정했다.

처음 소환된 직후, 자신을 소환한 패잔병들에게 간략하게 상황을 들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완벽한 힘을 키우기 전까지 마왕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정찰 56% 달성, 활동 시작.]

대낮에 내보낸 정찰병들이 사방으로 퍼져서 쉬지 않고 움직이며 정보를 제공하고, 실시간으로 늘어나는 그 대량의 정보들을 차분히 정리하길 약 반나절.

마왕은 획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병력을 움직였다. 이미 분주히 움직이며 가장 가까이 있는 양분들을 모조리 미궁으로 옮기고 있는 일개미들을 지나쳐 전신을 검은 갑주로 두른 병종, 오크ㆍ알파들이 어둠을 가로지르며 자신들의 목표를 향해 조금의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

[100기는 마수 개미들의 둥지 습격을, 20기는 발견한 첫 번째 마수의 사냥을, 10기는 두 번째 마수의 사냥을, 5기는 세 번째 마수의 사냥을······.]

동시에 병력들이 조금의 오차 없는 움직임으로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개미들과의 전쟁은 물론 정찰 과정에서 미리 보아 두었던 사냥감들을 동시에 공격하기 위해서였다.

“쓸모있는 사냥감들인 게 확실한거지?”

[마수로 판단되는, 가치 있는 사냥감들이 분명합니다]

마왕은 한 번 계산한 데이터에는 의심 없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 과감하고 흔들림 없는 모습이 곧 신ㆍ마왕군의 강점이기도 했다.

설령 상대가 아무리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더라도 마왕군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임무를 수행한다. 설령 상대가 예측보다 강한 모습을 보여 주며 위기에서 벗어난다면, 그것을 분석하고 파훼하여 적응한 뒤 또다시 공격한다.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타입의 군단이 붉은 안광을 빛내며 마계의 숲을 가로질렀다.

[정찰이 완료된 반경 100km 내의 모든 양분을 흡수한다면 예상되는 병력의 규모는 지금의 1만 배, 혹은 그 이상.]

그리고 그 목적은 결국 자신을 제외한 모든 생물체의 멸절이었다. 배신자들을 처단하고 패배를 승리로 바꾸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진정한 재앙.

독기를 품은 패잔병들이 모든 것을 걸고 소환한 마왕은 그런 존재였다.

[마수 개미들과의 전투 시작, 동시에 첫 번째 마물 역시 발견.]

마계 특유의 붉은 달이 뜬 어둑한 밤하늘 아래. 평소와 다를 것 없던 이 변방의 숲이 지금은 꽤 다급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대규모 병력이 움직이며 다른 집단과 전쟁을 벌이고, 야음을 틈탄 사냥 역시 벌어졌다.

마왕은 그 모든 상황을 자신이 직접 실시간으로 조율하고 병력들을 제어했다.

“늑대랑 비슷하게 생겼네.”

그런 와중에 이 상황을 중계 받고 있던 그는 마왕이 보여 주는 사진을 보고 피식 웃었다. 사진에 나온 것은 현재 마왕이 사냥하기 위해 20기의 병력을 투입한 마수.

그것들은 십여 마리가 무리를 지은, 소형 자동차만 한 덩치를 가진 사족 보행의 짐승들이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마왕군을 본 그것들을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렸다. 전체적인 생김새는 늑대를 닮았지만 미간에서 번득이는 세 번째 눈은 미약한 마력을 품고 있어, 대상의 공포에 질리게 만들고 움직임을 얼어붙게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전투 준비.]

하지만 그런 포식자의 시선도 결국 같은 생태계를 살아가는 이들에게나 먹히는 것. 생물이라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본능조차 존재하지 않는 이 기형적인 적들에게는 늑대들의 위협은 조금의 타격도 주지 못했다.

마왕군은 각자의 무기를 겨누었다. 데이터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마수 개미들과의 전투 경험을 통해 마왕군은 이미 짐승들과의 싸움법을 습득한 상태다.

결국 개체 하나하나가 연결 된, 마왕 그 자체이기도 한 군집체의 장점 중 하나인 경험의 공유 역시 굉장히 강한 장점으로 작용했다.

[투척]

결국 먼저 공포심을 느끼고 압박감을 받은 늑대들이 먼저 마왕군에 달려들었다. 그러나 마왕군은 그에 맞춰 손에 든 무기를 힘차게 투척할 뿐이었다.

[적 68% 사살. 근접전 시작.]

투창으로 죽지 않은 몇 마리의 늑대들을 향해 검을 빼든 병사들이 달려들어 그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첫 충돌 직후 변수가 없다고 판단한 마왕은 자동적으로 그 승률을 계산했다.

[예상 승률 99%.]

늑대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이렇게 채 5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일대에 영역권을 행사하던 달빛삼눈늑대 무리 하나가 전멸했다.

분명, 경쟁하던 상대를 전멸시키는 게 드문 일은 아니다. 다만 다른 짐승들과 같은 승리의 포효도, 먹이의 배분도, 부상자의 신음도 없다.

전투가 끝난 직후, 마왕군은 조금의 소음도 움직임도 없이 굳어 마왕의 명령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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