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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공지능이 마왕이 되었다-155화 (155/200)

155화 시작일 뿐 (5)

악독하다. 내가 루시가 진행하고 있는 전쟁을 지켜보며 내린 결론이었다.

이미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지만, 조금의 여유도 두지 않고 오직 효율적인 전투만을 추구한다.

그 결과가 이것이다. 하늘에서 운석을 불러내어 전략 무기로 써먹기를 시도한 적들은, 이제 그것마저 루시에게 파훼당하고 새로운 방법을 강요받을 것이다.

[메테오는 아주 먼 옛날에나 실존하던 전설 속의 마법이라 합니다. 어쨌든 그들이 그 고대의 주문을 사용하는 방법을 찾아내었으니, 그에 맞는 대응을 준비하겠습니다.]

루시는 유리아를 통해 메테오라는 주문에 대해서 전해 듣고 대응 방법을 구상하겠다고 보고해왔다.

솔직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운석으로 엄청난 위력의 폭격을 가하는데 그것을 대체 어떻게 막아 낼 것인지에 대해서.

“역시 방어막을 둘둘 둘러서 막아 낸다거나?”

가장 먼저 떠오른 방법은 지금까지 루시가 많이 보여 준 마력 방어막이었다.

단순히 방어막을 두르는 것만이 아닌 방어막을 중첩한다거나 공명하는 식으로 방어력을 극대화해서 써먹던 모습을 보면 피격지에 그런 방어막을 크게 펼쳐 막아 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은 너무나 비효율적입니다.]

하지만 루시는 내가 생각한 그것을 비효율적이라 평했다. 대신 자기가 구상하고 생각한 방법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럼 어떻게 막아 내게? 보니까 엄청 느리거나 하지도 않은데.”

[충돌 직전과 충돌 직후의 투사체를 분석한 결과, 거대한 암석에 강력한 마력이 응집해서 만들어지는 일종의 마법임을 확인했습니다. 즉, 지표면에 닿기 전에 분쇄할 수 있습니다.]

루시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미 더 효율적이라며 내어 놓은 방법은, 지상에서 시도하는 요격이었다. 쇄도하는 운석을 지상에서 쏘아 낸 강력한 광선포로 요격해서 허공에서 증발시키겠다는 의도였다.

“마법으로 요격하는 건가? 될지 모르겠는데.”

[아닙니다. 마법으로는 그 정도 위력을 한곳에 집속시킬 수 없습니다. 더 간단하고 위력적인 방법이 필요합니다.]

생각해 보니 요즘 들어 루시는 마법을 사용하는 빈도가 줄어들은 것 같았다. 아무리 개량해도 연산력의 소모가 크다던가.

적어도 포격과 공습 같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마법을 사용하는 대신 마력 그 자체를 쏘아 내는 형태를 더 많이 이용했다.

[강심을 이용해 마력을 보충하고, 그것을 증폭시키고 한 점으로 쏘아 낼 장비가 필요합니다.]

루시는 하나의 새로운 시스템을 뚝딱 만들어 내었다.

상대가 루시의 방법을 분석하고 효과적인 대응법을 내어 놓았듯, 자신도 그것을 무력화하기 위해 역으로 준비한 것이다.

[일종의 조립형 시스템입니다. 일부 병력들이 지니고 다니다 실제로 인근에 메테오 공격이 시전된다면, 그 즉시 요격 시스템을 조립하여 완성시킵니다.]

루시는 하나의 군체 생물을 새로 만들었다. 각각의 파츠들이 하나로 합쳐져 비로소 그 완전한 모습과 힘을 드러내는 이 대공 요격 군체 생물체는, 마계의 육지 말미잘과 침략종 중 공허 문어라고 불리는 괴물 등에서 그 특징들을 따와 만들어진 생물체였다.

각각의 신체 부위들이 하나로 합쳐져 어지간한 대형 트럭만 한 사이즈의 괴물이 되어, 그 몸을 땅에 단단히 고정하고 마치 포신과도 같은 기다란 주둥이를 하늘을 향해 다양한 각도로 겨눌 수 있다.

그 상태에서 사방으로 촉수를 뻗어 무수한 강심에서 마력을 흡수해 쏘아 보낸다. 이것이 루시가 만들어 낸 알파 타입의 대공 요격 생물체.

이것을 실전에서 쓰기 위해 루시는 이들을 곧바로 전장으로 파견했다.

당연히 상대는 우리가 이런 준비를 했음을 모른다.

[마침 그들이 이번에도 함락 직전인 요새를 구하기 위해 평지에 메테오를 불러내었습니다.]

사방으로 보내 놨던 탓에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적들이 다시 한 번 메테오를 시전했다.

무수히 몰려오는 일반종들을, 자기들은 조금의 피해도 없이 처치할 수 있는 기회니 그들이 메테오를 아낄 이유가 없다.

[요격 준비.]

그 즉시 현장에 도착한 대공 요격 생물체는 조각조각 나뉘어 다른 병사들이 짊어지고 있다가 다시 하나로 조립되어 군체를 이루었다.

[마력포 충전.]

동시에 촉수를 뻗어 강심의 마력을 모조리 흡수하고 그 에너지를 하늘을 향해 뻗은 커다란 포신에 집중시켰다.

[요격.]

그리고 마침내 그 힘을 제대로 폭사했다.

거대한 힘을 단 한 점으로 모아서 하늘로 쏘아 내는 광선포. 가벼운 송곳으로 무겁고 넓은 강철판에 구멍을 내는 것과 똑같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메테오는 분명 강력하지만, 그 힘이 온전히 뿜어지기 전에 송곳이 되어 날아간 광선포가 틀어박히며 운석을 관통했다.

‘터졌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안정되지 못한 거대한 에너지를 품고 있던 운석은 그 겉부분에 약간의 균열이 난 순간 자기 혼자 에너지를 터트리며 내부에서부터 터져 나갔다.

[실험은 성공적입니다. 그들의 메테오 마법은 더 이상 아군에 피해를 입힐 수 없을 것입니다.]

루시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실험을 종료하고 대공포를 더 많이 생산해 각지의 부대에 보급했다.

과연 상대편은 어떤 분위기일지, 그게 궁금했지만 루시는 알 필요도 없다는 듯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 * *

“저길 봐라! 또 다시 천벌이 내린다!”

루시가 그동안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단숨에 만들어낸 새로운 대공 요격 시스템을 들고 전장에 투입하던 그때.

마계 연합은 격렬한 전투 와중에도 크게 기세를 올렸다.

끝도 없이 몰려오는 적들을 대량으로 학살하는 무차별한 운석의 폭격을 두 눈으로 분명히 보았기 때문이다.

비록 원해서 연합에 참여한 이들은 소수였지만, 어쨌든 징그럽게 몰려오는 적들이 혐오스러운 것은 사실.

그 적들을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새로운 마왕의 강함에 통쾌해 하면서도 두려움을 느꼈다.

“이제 슬슬 역으로 공격을…….”

“저길 보십시오!”

그러나 떨어지는 메테오를 보며 희망을 찾아가려던 그때.

이번에는 전과 다른 결과가 펼쳐졌다. 불타오르는 메테오가 대기를 가르며 떨어지는 바로 그 순간, 지상에서도 무언가 쏘아져 중력을 역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말도 안 돼. 설마!”

꽥 소리를 낸 누군가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런다고 현실이 바뀔 리는 없는 노릇. 빠른 속도로 치솟은 광선포는 정확히 떨어지는 운석에 명중했고, 오직 그 힘을 뚫어 내는 데 전력을 다 쏟고 사라져 버렸다.

“메, 메테오 마법이…….”

절망의 탄식이 터져 나오는 것도 그때였다.

우렁차게 떨어져 내리며 몰려오는 적들을 싹 치워 줄 것이라 믿었던 메테오가 땅에 도달하지 못하고 그 에너지를 폭주시키더니, 서서히 공중에서 갈라지고 깨지며 그대로 폭발해 버린 것이다.

‘더 이상 메테오는 통하지 않는다.’

요격당해 떨어지는 운석의 잔해를 본 모두가 한 가지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마계 연합 입장에서는 또 다시 몰려오는 엄청난 숫자의 마왕군을 막아 낼 새로운 방법이 필요해진 것이다.

“마, 마왕이시여! 놈들이 메테오 주문을 파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이 소식은 마왕이 되어 이 모든 것을 주도하고 있는 바알의 귀에도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마족들의 힘을 모아 한창 메테오를 시전하던 바알은, 야심차게 복원한 고대의 주문이 단순하고 무식한 방법에 깔끔하게 막히자 입술을 깨물었다.

“놈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괴물들이고, 분명 무언가를 배우는 데 있어 특화된 놈들이다. 모종의 수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더 이상 운석 공격이 불가능하다면 전선은 다시 위기입니다. 게다가 놈들이 그리 어렵게 막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겠지.”

메테오가 파훼당한 바알은, 루시의 의도대로 새로운 방법을 구상해야 했다.

“끝을 모르고 몰려오는 괴물들에게 우리도 맞상대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줘야겠군. 이포스를 비롯한 언데드 영주들에게 연락하라. 그들의 힘을 극대화해서 틈을 벌려야겠다.”

바알은 몇 명의 마계 영주들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그들의 공통점은 그들이 모두 언데드 출신이라는 점이었다. 바알은 제대로 된 지원만 받는다면 그 한계가 정해지지 않는 언데드의 특성을 이용해, 루시가 쏟아붓는 대규모 병력과 정면에서 밀리지 않을 생각이었다.

* * *

“좀비, 스켈레톤, 구울, 플래시 골렘…… 모두 가능하지만 언데드를 이용한 제대로 된 전투가 이루어지려면 어마어마한 힘이 필요합니다, 마왕님.”

“놈들을 죽여 없애는 것으로 얻는 힘은 부족한가? 언데드들의 가장 큰 힘은 적은 죽이고 나의 병사들은 계속 강해지는 것이니, 괜찮겠지?”

“마력 드레인의 효율이 100%가 아니기에…….”

아크리치 이포스. 해골의 이를 딱딱거린 그는 바알에게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해야 제대로 된 언데드 군단이 나설 수 있다고 확신했다.

다른 언데드 영주들도 마찬가지였다. 바알이 자신과 동급이었던 마계 영주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자율적인 통치를 허락했지만 그들은 미처 제대로 된 발전에 실패했다.

애초에 그들의 힘은 아군보다 적이 더 많아야 가능한 일이었다.

“적어도 놈들이 모든 곳에서 압박을 넣으며 몰아붙이지 못하게 만들도록. 필요한 지원이 있다면 해 주겠다. 말 그대로 이 마계 전체를 위해서니까.”

결국 그들의 제안을 허락한 바알은 그들에게 지원을 약속했다.

‘결국 모든 것은 마계로 돌아온다.’

언데드들에게 투자하는 것이 결코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이 흘리는 피와 땀, 이루는 성과와 업적.

이번에는 그 모든 것이 팀 때문이었으니까.

“흐, 드디어 우리가 인정받는가.”

바알에게 지원과 명령을 모두 수령한 언데드 영주들이 피식거렸다.

전대 마왕이었다면 언데드들은 말 그대로 소모품으로 쓰였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마왕은 진심으로 이기고 싶을 것이고, 그 덕에 그들에게 그 이득이 떨어지게 되었다.

‘이번에는 어떠냐.’

바알은 그런 언데드 영주들을 지켜보며 피식 웃었다.

변수 싸움으로 가도 자신 없는 건 절대 아니었다. 지금처럼 그토록 바라던 마왕이 되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된 바알은, 서로 치고 박으며 최대한 난장판을 만들고 싶었다.

“일어나라! 원령들!”

그런 그의 의도가 이번에도 먹혀드는 모습이었다.

메테오가 파훼된 이후 다시금 몰아치기 시작한 루시의 마왕군을 향해, 이포스를 비롯한 언데드 영주들은 단숨에 땅에서 자기 병사들을 일으켰다.

그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이 새하얀 백골들. 더욱이 이 백골들은 한 번 소환된 이상 오직 단 하나의 목적대로 움직였다.

“가서 죽여라. 최대한.”

바로 몇 배는 더 강한 적을 상대로 맞서는 것이다.

‘효과가 있나?’

이포스는 순간 보이는 것을 보고 자기가 놀라서 움찔거렸다. 얼핏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하면, 그 숫자를 우직하게 늘려 가는 새하얀 해골병들이 그대로 적을 몰아내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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