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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공지능이 마왕이 되었다-166화 (166/200)

166화 정리 (6)

‘미쳐 돌아가는 세상이군. 어쩌면 우리보다 더. 이런 마당에 여기서 지원을 얻을 수 있는 게 맞나?’

눈앞으로 몰려오기 시작하는 무수한 괴물들에 리암이 혀를 찼다.

그를 비롯한 몇몇 각성자들이 굳이 이곳으로 와서 활동을 시작한 이유는, 교단 세력에 힘을 빌려주어 이곳의 갈등을 정리하고 그 힘을 다시 지구로 끌어오기 위해서다.

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대륙의 정세는 그럴 엄두조차 못 내게 만들었다.

게이트와 던전에서 출몰하여 지구 사회를 완전히 비틀어 놓은 침략종들보다 더 끔찍하고 지겨운 괴물들과 전쟁들.

리암 본인이야, 성좌의 힘을 빌려 살육과 전투를 반복할수록 계속해서 강해지니 그래도 투자의 가치가 있었지만, 솔직히 다른 이들은 아니었다.

“큭.”

다른 이들이 피난할 시간을 벌기 위해 앞으로 나서 적을 가로막은 리암은, 적이 휘두른 도끼를 가까스로 막아 내었다.

지금은 이성을 잃은 끔찍한 괴물이 되어 버렸지만, 한때 이벨리아에게 힘을 나눠 받고 대전쟁에 참여하여 막대한 공을 세웠던 강적.

지금까지 상대해 왔던 어중이떠중이들과는 다르다.

‘그때 그 검은 괴물보다도 더.’

그는 지난 번 전투에서 상대해 봤던 마왕군의 상위종을 떠올렸다.

두 존재는 명백히 달랐지만 이성이 없다는 공통점은 있었다. 하지만 리암은 마치 차가운 기계 같았던 마왕군보다는 미쳐 날뛰며 폭주하는, 바알의 변이체가 더 강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변이체가 품고 있는 마력은 마왕군 상위종보다 더 강했으니까.

찰나의 순간 수차례 내려쳐지는 격렬한 공격. 굉음과 함께 리암의 발이 서서히 뒤로 밀렸다.

“리암 님을 도와야 한다. 천상의 빛을!”

그래도 이번엔 리암 혼자 싸우지 않았다. 교단의 사제들이 터트린 힘이 리암의 몸을 감싸니, 그는 부상이 나아 가며 힘이 증폭됨을 느끼고 더 강한 힘으로 검을 휘둘렀다.

[베어 죽여라. 네 힘의 양분이 될 것이다.]

“나도 알아.”

성좌는 그에게 적을 죽이라 자극했다. 눈을 번득인 리암은 결국 빈틈을 찾아 검을 휘둘렀고, 검에서 뿜어진 참격이 적의 다리 하나를 베어 버렸다.

[이게 충분하다고 생각하나? 네가 잡아야 할 그 괴물보다 더?]

“…….”

틈을 놓치지 않고 연달아 검을 휘둘러 적의 몸 곳곳을 베어 버리고 마침내 그 목까지 베어 쓰러트렸다.

이렇게 영웅급 적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지만, 리암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분명 자신은 계속해서 성장했고 무작정 검을 휘두르던 전에 비해 검술도 빠르게 늘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초조했다. 그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고 복수에 집착하게 만들고 있는 존재는, 과거 마주쳤던 특별한 괴물, 코드 X.

‘아니, 이길 수 있다. 지금의 난 달라.’

그는 이를 악물고 억지로 마음을 다잡았다. 객관적으로 봐도 그때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은 차이가 크다.

다시 한 번 그 괴물을 마주친다면 절대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럼에도,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그를 자극하여 여기까지 성장시킨 것도 결국 그것이다.

“이, 이제 후퇴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놈들이 언제 더 몰려올지도 모릅니다.”

그때 대사제는 적을 제압한 리암에게 다가와 이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리암은 잡념을 떨치기 위해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나? 보아하니 이런 영웅급 인물들도 괴물이 되어 버리는데 연합에 속한 이들이 전부 적이 되어 우리를 공격하러 오면?”

“그것은…….”

대사제는 리암의 말에 확답하지 못했다.

아무리 대전쟁을 기반으로 그 세력을 크게 늘렸다지만, 기존의 기득권이자 압도적인 세력이었던 연합에 비하면 그리 크지 않았던 교단 세력이 그동안 연합과 비등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던 것은, 여신의 지원도 있었지만 그건 전부가 아니었다.

서로 연합을 구성한 주제에 서로를 견제하느라 제대로 뭉치지 못한 연합의 영웅들. 그들의 느슨한 협력이 틈을 만든 것이다.

만약 그들이 처음부터 모든 힘을 모았다면. 대전쟁 당시 마왕군을 상대할 때처럼 앞뒤 제쳐 두고 오직 싸움에서 이기는 것만 생각했다면.

제아무리 이벨리아가 버티고 있다 해도 아마 교단은 단숨에 밀려 버렸을 것이다.

“그런 틈을 이용해 지금까지 유리한 전장을 만들고 생존해 왔지. 하지만 저 괴물들은 달라. 모든 사람들과 영웅들을 먹어치운 괴물들이 어디로 오겠어. 당연히 우리에게 올 텐데.”

“아, 알고 있습니다. 분명 상부도 생각이 있을 겁니다.”

대사제는 그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개입하지 않고 있는 교단이 그들을 회유해 어떻게든 받으려 하는 것도 차후에 늘어날 적들을 막기 위해서였으니까.

‘그걸로 충분한가? 이 괴물들, 대체 왜 생긴 거지?’

그럼에도 리암은 끝까지 의심했다. 대전쟁까지 거치며 별 것을 다 겪은 이들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하는 이변. 그것이 정말 아무 원인 없이 발생한 재앙일 리 없으니.

* * *

[적들의 의도가 보입니다. 아군과의 전선은 최대한 질질 끌면서 어떻게든 전력을 확충하려는 것입니다.]

리암이 예상한 것, 당연히 루시 역시 눈치 채고 있었다. 바알의 목적은 대항할 힘을 모으는 것. 대륙의 힘을 제대로 모으는 데만 성공하면 마계에 맞먹는 힘을 낼 수 있다.

그것을 위해 각지에 흩어져 있던 주요 인물들을 계획적으로 습격하고 그들을 변이시켜 자신의 병사로 만든 것이다.

“소문을 듣자니, 변이는 오직 인간만을 대상으로 발현한다 했습니다. 아마 저희는 공격 받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이대로 가면 세력들이 통째로 교단으로 넘어갈 것입니다.”

대륙 북부에 머물고 있는 나안은 자신이 수집한 정보를 루시에게 알려 주었다. 이미 수많은 피난민이 이 끔찍한 재장을 피해 사방으로, 특히 변방으로 모여드는 상태.

하지만 갑작스럽게 폭증한 인구를 부양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인간들의 사정은 고려할 가치가 없습니다. 힘으로 부술 수 있다면, 그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반면 루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은 바알이 만들어 내는 변이체들이 가장 중요하지, 다른 곳에 신경을 돌리는 것 자체가 비효율적이다.

[가능성 없는 마지막 발악, 짓밟아 뭉개야 합니다.]

루시의 입장에서 바알의 발악은 귀찮고 짜증날 뿐이다. 대륙 전체를 변이체로 뒤덮어도, 결국 끝까지 가는 전쟁에서 루시는 질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으니까.

[놈들은 지금 대륙 중부의 제국을 중심으로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곳에 바알이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그곳을 공격하겠습니다.]

루시는 병력을 움직였다. 시간을 끌수록 상대가 강해짐은 사실이니 굳이 시간을 줄 이유가 없다.

마계 연합을 분쇄하고 그들의 천하를 끝장낸 마왕군이 하나로 뭉쳐 일제히 진군했다.

여러 갈래로 갈라진다면, 몇몇 군데를 포기할지언정 상대 자체는 가능하다.

하지만 이렇게 하나로 뭉쳐 온다면 상대도 막기 위해 뭉쳐야 하니, 그것을 부수겠다는 것이 루시의 의도였다.

“마왕, 역시 자신 있다는 건가.”

바알 역시 루시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상대에게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총공세를 가하는 것은 당장 자신이 루시에게 써먹은 방법이니까.

‘설령 똑같은 결과가 나온다 해도 상관없다. 나는 이대로 죽지 않을 것이다!’

바알도 그동안 미친 듯이 증폭시켜 온 자신의 병력들을 한데 모아 루시를 상대하기 위해 나섰다.

결코 만만한 전력은 아니었다. 미처 몸을 피하지 못한 과거의 영웅들을 자신의 병사로 만들어 버린 바알은 다시 한 번 마왕을 잡기 위해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그 멍청한 년이 들어먹을 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혹시 모르니 알려라. 마왕이 부활했고 마계는 물론 이 세상 전체를 집어 삼키려 한다고. 대전쟁을 겪으며 지켜 낸 이 땅을 홀라당 빼앗기고 싶지 않다면 처신 잘 하라고.”

동시에 바알은 자신을 따라 온 부하를 통해 이벨리아에게 연락을 보냈다. 루시에 대해 언급하며 견제해야 한다는 연락이었다.

물론 그는 딱히 이벨리아의 도움을 기대하진 않았다.

교단 입장에서는 붕괴해 버린 연합을 흡수하여 자신들의 목적을 이룰 절호의 기회였으니까.

* * *

[짧은 시간 확장을 거듭한 적들의 규모는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 변이한 영웅급 적들은 수십 이상으로 파악됩니다.]

“내가 보기에 마계 연합과 싸울 때와 별로 다를 것 같지 않아 보이는데.”

[그렇습니다. 자체적으로 분류한 저 변이체들은 마계 연합과 라비즈다의 감염체들이 섞여 있는 형태입니다.]

루시는 바알이 끌어 모으고 있는 힘을 분석하고 늘 그렇듯 그것을 바탕으로 승률을 계산했다. 경험이 쌓인 것은 창현 역시 마찬가지, 그도 루시가 보고해 주는 내용을 보고 대충 견적을 낼 수 있을 정도였다.

이성 없이 오직 명령에만 복종하며 몸을 내던지는 흉포함과 다수의 병사들과 소수의 강자들로 구성된 비율 등은, 이미 루시가 상대해 봤던 이들에게서 그 특징을 찾을 수 있었다.

[분석 단계와 대응 단계를 건너뛰겠습니다.]

그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루시는 처음 보는 적인 변이체들에 대해서도 빠르게 대응했다.

어차피 지금 루시가 동원한 병사들은 마계에서부터 데려온 이들. 굳이 추가적인 생산을 하지 않고 양분을 비축하고 있는 루시는, 불필요하게 생산하지 않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병력을 조율했다.

오직 루시에 대한 복수심으로 자신이 가장 바라던 욕망마저 내버린 바알에게는 이 전쟁이 자신의 모든 것이었지만 이미 루시는 다른 곳을 보고 있었기에.

“그런데, 이번에는 함선형 병사들도 동원하지 않았는데 가능하겠어? 결국 마계에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던 건 함선형 병사들이 등장한 이후부터인데.”

[그때와 달리 이미 적장인 바알은 함선형 병사들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투입하지 않고 중간에 투입하는 것이 그가 준비한 변수에 대비해 손실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루시에게 이 전쟁의 의미는 그저 바알의 발악을 짓밟는 것뿐. 그러니 굳이 과한 양분을 투입할 이유가 없다.

어차피 자신이 공격해야 할 이들을 미리 초토화시켰으니, 오히려 고맙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와라, 마왕!”

하지만 그것이 온전히 이득이 되려면 결국 이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를 악문 바알은 이제 평범한 사람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이, 변이체가 득실거리는 제국으로 진격해 오는 마왕군을 맞아 직접 나섰다.

‘이번엔 다르다!’

전혀 다른 형태지만 바알과 루시의 마왕군이 벌이는 두 번째 싸움이었다.

직전에는 역대급 규모로 끌어 모은 마족 군단을 단숨에 잃어버렸지만, 이번에는 다르다고 다짐한 바알은 자신의 의도대로 배치시킨 변이체들을 마왕군을 향해 돌격시켰다.

일반인들을 변이시킨 무수한 변이체들과 생전에 기사 혹은 마법사였던 이들이 변이한 이들이 조합된 군단.

그것에 맞서는 마왕군 역시 철저히 역할이 구분되어진 군단이 되어 정면으로 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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