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만렙 뉴비-1화 (2/653)

1화 탑의 정상

망겜.

흔히 재미가 없거나 캐릭터 간에 밸런스가 무너졌거나.

아니면 운영이 개판인 게임을 뜻하는 말이다.

하지만, 거기에 또 다른 경우가 있다.

바로 터무니없는 난이도를 가진 경우.

가상현실 게임 [시련의 탑]은 바로 거기에 해당했다.

출시 후 1년 동안, 제작자를 농락하는 게 취미인 한국의 고인물들이 이 게임을 정복하기 위해 달라붙었다.

먹는 것도 자는 것도 포기한 채 1년, 365일 계속.

하지만, 3년이 지났을 무렵. 사람들은 깨달았다.

이 게임은 클리어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과장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예를 들어 볼까?

10층을 지키는 게이트 가디언이 무적이다.

무적.

100명이서 스킬을 난사하고 온갖 무기로 두드려 패도 소용없단 뜻이다.

아니, 인간적으로 최소한 1이라도 달게 해 줘야 할 것 아닌가?

게다가 7층은 1시간 만에 얼어 죽는 영하 60도의 극지방이었고.

8층은 10,000km가 훌쩍 넘는 미궁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건 재미를 위한 게 아니라 고문용이었다.

혹은 한국의 고인물들을 엿 먹이려는 수작이거나.

때문에 게임은 망해 버렸다.

정확히는 ‘거의’ 망해 버렸다.

아직, 이 빌어먹을 헬 난이도에 도전하는 극소수의 고인물들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중엔…….

대한민국의 청년. 강진혁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

[50층을 정복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시련의 탑을 최초로 클리어했습니다!]

“실……화냐 이거?”

시련의 탑 50층.

진혁은 온갖 감정이 담긴 한숨을 토해 냈다.

그저 재밌었다.

남들과는 다르게 참신한 방법으로 탑을 공략하고.

모든 것을 다 외워 버릴 정도로 반복하고 또 반복한 끝에 얻는 성취감이.

하지만, 결국 마지막 층까지 클리어해 버릴 줄이야.

17살, 처음 가상현실 게임을 접했을 때 시작해 성인이 된 27살까지.

무려, 11년이란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하하. 방송이라도 킬 걸 그랬나.’

시청자 20~30따리 BJ이긴 하지만, 어쨌든 BJ는 BJ다.

그러나 진혁은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긴, 방송을 켜봤자 아무도 안 봤겠지.

세 달 동안 똑같은 걸 반복하는 모습에 고정 시청자마저 떠나갔으니까.

이제는 ‘보스 공략’이니 ‘50층’이니 하는 제목으로 어그로를 끌어도 시련의 탑을 플레이한다고 하면 아무도 보질 않았다.

‘그래도 뷰튜브에 올리면 조회수는 꽤 나오지 않으려나?’

결과만 10분 내로 편집하면, 꽤 쏠쏠하게 나올 것 같았다.

그때였다.

띠링!

[지금까지 저희 게임을 이용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리부트 업데이트는 12시간 뒤에 이루어질 예정이오니 부디 많은 이용 부탁드립니다.]

관리자 전용 메시지였다.

11년 동안 소통도 안 하고 관리도 안 해서 아예 포기한 줄 알았는데.

‘의외네. 게다가 리부트 업데이트라니. 어디 사막에서 유전이라도 발견한 건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질 않았다.

이 게임에 수익성이라곤 아예 없을 텐데…….

‘……됐다. 뭔가, 생각이 있는 거겠지.’

어차피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리부트 업데이트고 뭐고 간에 더 이 게임을 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게다가 직업으로 해 오던 방송 역시 오늘을 마지막으로 접을 생각이었다.

아무리 부양해야 할 식구가 없다지만 이제 나이도 27살인데.

언제까지 한 달에 50만 원씩 벌면서 살 순 없었기 때문이다.

‘관장님한테 운동도 당분간 쉬어야겠다고 해야겠어.’

한 때 격투기 프로를 노려야 한다는 말도 듣긴 했으나, 지금은 운동보다도 돈이 더 중요했다.

-jjy77: 진하! 진하! 진혁이 하이라는 뜻!

-수리부엉이: 오, 웬일? 오늘은 일찍 켰네?

방송을 켜자 고정 시청자 20명이 금방 들어왔다.

책상 위에 치킨과 피자, 크림새우와 양장피 그리고 맥주와 소주를 각 2병씩 준비해 뒀다.

-25년째다이어트중: 와 상다리 부러지게 차린 거 보소.

-먹방은쯔양: 역시, 형은 먹방이 딱이야. 겜방말고.

-진혁은굴러야제맛: BJ진혁 하면 뭐다?

-관짝송: 소 먹고 외양간도 먹는다!

-방구석트수: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먹는다!

-1인2닭: 자라 먹고 놀랐으니 솥뚜껑도 먹즈아!

그래도 소수의 시청자들 덕분에 지금까지 방송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

함께 웃고 떠들며 소주와 각종 안주를 먹다 보니 어느새 새벽이 다가왔다.

‘접는다는 건 내일 공지로 말해야겠네.’

지금 당장은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

말하는 건 내일이다.

하지만…….

진혁 본인조차 몰랐다.

눈을 떴을 땐, 이미 세상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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