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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만렙 뉴비-5화 (6/653)

5화 국립중앙박물관 (2)

툭! 툭!

“먹어치워.”

진혁이 호랑의 등을 두 번 두드렸다.

그러자.

“크아아아아!”

거대한 덩치를 가진 맹수가 지면을 박찼다.

순식간에 좁혀진 거리.

퍼퍽! 퍼퍼벅!

자칼들의 몸이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무력이다.

“깨갱!”

“깽!”

마치 공룡에게 덤비는 개미들처럼, 이집트를 수호하는 5마리의 화신은 변변찮은 반항도 하지 못한 채 숨이 끊어졌다.

***

덜덜덜!

이유리의 몸이 걷잡을 수 없이 떨렸다.

“이, 이럴 수는 없어. 내 소환수들이 이렇게 허무하게…….”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분명, 최강의 패라고 확신했다.

박물관에서 대동여지도를 얻는 것쯤은 문제없다고 생각했는데…….

대체 어째서?

이유는 모르겠다.

확실한 건, 눈앞에 있는 남자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고였다는 사실뿐이었다.

“당신. 대체 탑을 몇 층까지 올라간 거야?”

“글쎄. 몇 층까지 가 봤으려나.”

“서, 설마. 20층을 넘어간 건 아니겠지?”

“…….”

진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21층. 22층……. 그것도 아니면 설마 2, 23층이야? 23층?”

이유리가 계속해서 물었다.

1층씩 올리는 게 귀엽네.

겨우 20층대를 말하는 거로도 숨이 넘어가려 하는데.

50층까지 올라갔다고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입에 거품 물고 실신이라도 하려나?’

궁금하긴 하지만, 그건 다음 기회로 넘겨야겠다.

“내가 몇 층까지 올라갔는지 물어볼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진혁이 이유리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이유리가 흠칫 몸을 떨었다.

“주, 죽이려고?”

“잔뜩 겁먹은 뉴비를 죽이는 취미는 없어.”

양학이나 하면서 낄낄대는 건 오래전에 졸업했다.

“누, 누구보고 뉴비라는 건데! 나도 나름대로……!”

“그래, 그래. 알았으니까. 이집트 전시관에서 얻은 유물 중에 ‘투탕카멘의 가면’이나 내놔.”

진혁의 말에 이유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건 한국에선 별 쓸모도 없는 건데, 어디다 쓰려고?”

“그것까진 네가 알 거 없고. 오늘 밤 호랑이 배 속에서 캠핑하고 싶지 않으면 어서 내놓기나 해.”

진혁이 옆에 있는 호랑이를 힐끗 바라봤다.

“크르르…….”

이미 자칼들을 씹어 삼킨 뒤라 입가에 피가 흥건했다.

꿈에 나올까 두려운 모습이었다.

“주, 주면 되잖아. 주면!”

이유리가 마지못해 가방에 넣어 뒀던 가면을 꺼냈다.

황금으로 만든 파라오의 가면.

[성유물(레플리카) ‘투탕카멘의 가면’을 획득하셨습니다.]

‘좋아.’

이곳에 오기 전에 1층에서 얻은 첫 번째 성유물에 이어, 이걸로 두 번째 성유물까지 확보했다.

“당신도 대동여지도를 노리고 있는 거야?”

“지도?”

맞다. 그런 게 있었지.

관심에도 두지 않던 거라, 그만 깜빡 잊고 있었다.

10층까지의 정보가 적혀 있다나 뭐라나.

“뭐, 그렇다고 해 둘게.”

피식 웃은 진혁이 마지막으로 호랑이의 등을 쓰다듬었다.

“여기 잘 지키고 있어. 아무도 뒤따라오지 못하게.”

“크아앙!”

호랑이가 다음 층으로 가는 층계의 입구를 지켰다.

그럼.

‘가 볼까.’

진혁은 계단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

***

“이건 정말……. 의외로군.”

위로 올라가자 민정우가 기다리고 있었다.

꽤나 놀란 듯한 눈치다.

이유리가 뚫릴 줄은 상상하도 하지 못한 듯싶었다.

하지만, 놀란 건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왜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여기 있는 겁니까?”

목적이야 대동여지도였을 터.

이곳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이유가 이해되지 않았다.

“나도 그렇고 싶었네만 누군가 이 앞에 결계를 쳐 놨네.”

민정우가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투웅!

손이 튕겨 나갔다.

“물리적인 공격이든, 마법이든 모두 소용없어. 이런 종류의 결계는 처음 봐.”

그렇겠지.

“1성급 결계니까요.”

“호오. 이거에 대해 알고 있는 건가?”

“대충은…….”

박물관 주위에 설치해 둔 결계와 다르게 이건 ‘진짜’ 결계다.

스킬을 통해 만든 결계라는 뜻이다.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역시, 와 있었군.’

이 능력을 자주 쓰는 플레이어를 하나 알고 있다.

게임 내에서도 지겹도록 많났던.

잠시 상념에 빠졌던 진혁이 입을 열었다.

“파훼하는 방법은 알고 있습니다. 단.”

“단?”

“영감님께서 화염마법을 계속 사용해 주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결계를 약하게 만들 수 있거든요.”

“언제까지 말인가?”

“제가 가서 필요한 성유물들을 모두 챙기고 다시 나올 때까지요.”

“허허. 그러니까. 자네가 안에 들어가 있는 동안 나는 결계 밖에서 마법이나 써라?”

이야. 이해력이 빠르네.

‘참 잘했어요’ 도장이라도 찍어 주고 싶다.

“못 믿는 건 이해하지만, 이 방법뿐입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날이 밝을 텐데, 우리 모두 빈손으로 나갈 순 없잖아요?”

개고생을 했는데 소득은 없다.

그거야 말로 최악의 결과리라.

“물론, 지도는 양보해 드리겠습니다. 전 그것보다는 다른 게 더 필요하거든요.”

“…….”

민정우가 입을 꾹 다물었다.

어느 걸 선택하는 게 이득인지.

어느 걸 선택해야만 하는 건지.

머릿속으로 열심히 계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 봐야 결론은 하나뿐이다.

믿는 수밖에 없겠지.

민정우 입장에선 찝찝하겠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유일한 길인 걸.

“지도는 확실히 넘겨주는 건가?”

“물론이죠. 저도 마법계열의 고유 능력자와 적대관계로 남고 싶진 않습니다.”

“알……겠네. 믿어 보지.”

결국 민정우가 결정을 내렸다.

“쉬지 말고 계속 부탁드려요. 아니면 제가 저 안에 갇힙니다.”

“최대한 해 보겠네.”

진혁이 결계 앞에 섰다.

그리고 결계의 가장 취약한 지점을 찾았다.

마력의 흐름이 어긋나는 곳.

‘여기다.’

……carpo.

피로 쓴 라틴어가 빛났다.

“지금입니다!”

화르르륵!

진혁의 말에, 민정우가 불줄기를 뿜어냈다.

뜨거운 화염이 결계의 표면을 빠르게 달궜다.

바로 그 순간.

파츠츠츠!

결계 한가운데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됐다.’

진혁이 재빨리 결계 안으로 들어갔다.

“서, 서두르게.”

민정우가 식은땀을 흘렸다.

“알겠습니다.”

노력은 할 생각이다.

‘내 나름대로 말이지.’

***

아래층과는 다르게 이 층의 전시관은 누군가 손을 댄 흔적이 보이질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딱 하나 달라진 게 있었다.

‘이미 볼 일을 마치고 떠갔군.’

진혁이 텅 비어 있는 진열장을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건륭(乾隆)이 새겨진 철기검’이 보관되어 있던 진열장이었다.

다른 곳에서 사람들이 싸우든 말든.

원하는 것만 확보한 뒤 떠난 게 틀림없었다.

‘과연, 작은 위험부담도 무릅쓰려 하지 않는 건 여전하네.’

가장 맛있어 보이는 것만 쏙 빼먹어 버린다, 이거잖아?

하지만 그런 녀석조차도 모르고 있을 거다.

지금 이 박물관에서 가져간 게 2등짜리에 불과한 유물이라는 사실을.

‘이쯤에 있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진혁은 진열관 사이를 거닐었다.

그러다 한 곳에서 멈췄다.

녹슨 철로 만든 둥근 원형의 유물.

상평통보(常平通寶).

조선 인조 때 만들어 후기까지 사용되었던 화폐다.

물론, 지금은 단순히 통화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지만.

‘드디어 찾았다.’

진혁의 입 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오직 자신만을 위한 고유 능력.

그리고 그걸 위해 필요한 마지막 퍼즐 조각.

마침내 모든 것이 손에 들어왔다.

그때였다.

“지, 지금 뭐 하는 겐가!?”

결계 밖에 있던 민정우가 고함을 질렀다.

“뭘 하다뇨?”

“바로 대동여지도부터 확보하지 않고, 왜 엉뚱한 거에 멈춰 서 있냔 말일세.”

“좀 기다려 보세요. 지도에 발이 달린 것도 아니고. 제 것부터 해결한 다음에 예쁘게 포장까지 해서 드리겠습니다.”

한창 중요한 시간에 방해하기는.

진혁이 느긋하게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박물관에서 구한 성유물들을 바닥에 늘어놓았다.

‘투탕카멘의 가면(B)’.

여기서 필요한 건 ‘오른쪽 눈’에 해당하는 부위다.

우드득!

과도로 눈이 있는 부위를 파낸 뒤, ‘페르시아의 의식용 거푸집(E)’에 담았다.

[두 개의 성유물이 반응합니다.]

짧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알맞은 성유물들이 만났을 때만 나타나는 메시지였다.

동시에.

더 진행하고 싶으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라는 뜻이기도 했다.

후두둑!

진혁이 손에 쥐고 있는 ‘상평통보(D)’ 15개를 거푸집에 떨어뜨렸다.

그러자.

우우우웅!

거푸집으로부터 형언할 수 없는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3개의 성유물이 반응합니다!]

[융합에 성공하셨습니다!]

[성유물 ‘진실의 눈(SS)’을 획득하셨습니다!]

[진실의 눈]

입수 난이도: SS

내용: 타인의 상태창을 열람할 수 있으며. 대상이 한 말의 ‘참/거짓’을 판별할 수 있습니다(하루 3회).

‘성공이다!’

두근! 두근! 두근!

진혁의 심장이 미친 듯이 빠르게 고동쳤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5개의 ‘눈’.

그중에서 ‘진실의 눈’은 가장 좋은 눈으로 평가받았다.

그야 그럴 수밖에.

이 눈엔 하루에 3번, 타인이 한 말의 진위를 판별할 수 있는 특수 효과가 붙어 있었다.

가히 사기적이라 할 수 있는 효과다.

하지만, 이토록 흥분되는 건 단순히 ‘진실의 눈’을 획득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잠시 뒤에 더욱 거대한 보상이 따라올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극악의 확률을 뚫고 융합에 성공하셨습니다.]

[기연을 달성했습니다.]

[고유 능력 ‘융합(오버랭크)’을 획득하셨습니다!]

B급 이하의 레플리카 3개를 융합해 S급 이상의 아이템을 만들어라.

이것이 고유 능력 ‘융합’을 얻기 위한 조건이었다.

그리고.

무수히 많은 성유물들과 아이템들 중 이 조합이 가능한 경우는 단 한 가지.

바로 저 3개를 융합하는 경우뿐이다.

[고유 능력 ‘융합’]

입수 난이도: 측정 불가(오버랭크)

내용: 특정 퀘스트를 달성해 타인의 고유 능력과 스킬들을 ‘세계의 기억’에 저장할 수 있으며, 거기에 저장된 스킬들을 융합해 고차원의 능력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단, 복사되는 조건의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할 경우. 조건이 일정부분이 수정될 수 있습니다.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능력을 복사해 저장하고.

저장된 능력을 융합해 더욱 강력한 스킬을 만든다.

이것이 바로 오늘 이곳에 온 이유이자 목적이었다.

“후우.”

진혁이 참았던 숨을 토해 냈다.

이 두 가지를 얻으려고 저녁 내내 준비했었는데 일이 수월하게 잘 풀렸다.

그 때.

“이봐! 뭘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이 끝났으면 빨리……. 더 이상은 힘드네!”

민정우가 이를 꽉 깨문 채 외쳤다.

이젠 얼굴이 아예 하얗게 변해 있었다.

마력 고갈로 인한 부작용이었다.

‘어디. 저 노인의 능력을 복사하려면 어떤 걸 해야 하는지 볼까?’

[복사 조건: 민정우는 언제나 가면을 쓴 채 감정을 숨겼습니다. 그의 본심이 드러나게 만드십시오.]

‘한 마디로 말해, 빡치게 만들라 이거지?’

물론, 쉬운 일이다.

특히나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더욱더.

진혁이 대동여지도를 꺼낸 뒤 민정우가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그 스킬. 이제 그만 사용하셔도 돼요.”

“뭐? 그게 무슨 말인가?”

“사실, 그렇게 할 필요가 없거든요.”

결계를 약화하는 데 다른 것도 아니고 공격 마법을 계속 써야 한다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어디 있는가?

애초에 서로 작동하는 방식 자체가 다른데.

그냥 마력의 흐름이 어긋나는 부분에 라틴어로 된 파훼 주문을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결계를 펼친 놈 역시 아직은 레벨 1에 불과했으니까.

“그, 그럼 왜 나보고 스킬을 쓰라고 한 거……지?”

왜긴.

“그래야 영감님의 마력이 모두 고갈될 테니까요.”

바로 이것 때문이지.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마법을 쓰는 모습, 아주 잘 봤다.

이젠 손가락 까딱할 힘도 없을 거다.

만약.

눈앞에서 지도를 불태워 버려도 말이다.

화르륵!

진혁이 라이터를 이용해 대동여지도에 불을 붙였다.

순식간에 불길이 종이 전체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지,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대체 그걸 왜 태워! 대체 왜……?”

“아까도 말했다시피 전 이게 필요 없거든요.”

이미 탑에 관해선 속속들이 알고 있다.

지도 따위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근데. 이게 또, 다른 사람 주긴 아깝단 말이지.’

지도가 있으면 누군가는 10층까지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으니까.

내가 갖고 있는 이점이 사라질 위험이 있었다.

그렇다면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 가능성을 없애 버리는 거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이, 이 개자식이! 죽여 버리겠어! 아주 갈아 마셔 버리겠단 말이다. 쌍놈의 새끼야!”

민정우가 이성을 잃어버렸다.

‘와. 저 영감님도 화나면 아주 걸쭉하게 내뱉는 스타일이었구나.’

이래서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해선 안 된다.

때마침.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스킬 ‘불의 원소(B)’를 복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복사된 스킬은 ‘세계의 기억’에 저장됩니다.]

[불의 원소]

입수 난이도: B

내용: 불꽃을 다루고 불에 대한 친화력을 올려 줍니다.

복사 조건이 충족되었다는 상태창이 나타났다.

‘불의 원소라…….’

첫 복사치고 나쁘지 않은 스타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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