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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만렙 뉴비-74화 (75/653)

74화 오대세가(五大勢家) (1)

화르르륵!

남궁현의 몸 주위로 푸른 불꽃이 일어났다.

“이 씹어 먹어도 시원찮은 놈이 감히 대중화를 모욕해?”

대중화라…….

하긴. 무림도 결국엔 중국에 뿌리를 두고 있는 집단이었으니까.

현대의 중국 쪽 플레이어와 쿵짝이 잘 맞을 수밖에 없겠지.

속으로 혀를 찬 진혁이 곧바로 ‘탐식의 눈’을 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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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남궁현

성별: 남

나이: 22세

레벨: 68

힘 36 민첩 48 체력 37 마력 35 내공 85

보유한 스탯 포인트: 0

직업: 검사(劍士)

고유 능력: 검신일체(劒身一體)

스킬: Lv15 ‘태화검기(太華劒氣)’, Lv14 ‘제왕검형(帝王劍形)’, Lv12 ‘고혼일검(孤魂一劍)’, Lv11 ‘무한보(無限步)’, Lv11 ‘창궁대연신공(蒼穹大衍神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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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 조건: 탑에 존재하는 세력, ‘무림’의 거주자와 마주쳤습니다. 그와 함께 온 거주자들은 현재 삼합회 속에 숨어 있는 상태. 만약 그들의 정체를 모두 파악할 경우 스킬 중 하나를 복사할 수 있게 됩니다.]

‘호오?’

복사 조건을 읽던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여기에 남궁현 뿐 아니라 다른 거주자들도 있다고?’

한 명만으로도 놀라운데, 다수가 한꺼번에 내려온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단순히 시비나 걸러 오기엔 너무 과한 규모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을 발에 차이는 개미 정도로 생각하는 놈들의 성격을 고려한다면 더욱더.

그렇다는 건.

‘나에게 관심이 많다는 뜻이겠지.’

놈들의 목적이 생포인지 척살인지 그것도 아니면 회유인지는 모른다.

솔직히 말해 관심도 없다.

순순히 죽어 줄 생각도 무림과 함께할 생각도 없었으니까.

오히려 지금 가장 고민되는 건 능력을 복사할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었다.

바로 그때.

철컹!

스릉!

여기저기서 병장기가 뽑혔다.

“감히, 남궁현 님께 그런 말을 내뱉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몇 백 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어금니를 드러냈다.

그토록 대놓고 도발했으니 당연히 이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반면, 진혁의 옆에 서 있던 유연화와 이태민은 입술을 깨물며 싸울 준비를 했다.

“누나, 왼쪽을 맡아 줘.”

“알겠어. 간만에 몸 한번 제대로 풀겠네.”

‘기계 군주’의 효과로 인해 이태민의 주위로 각종 무기로 무장한 기계들이 나타났다.

철컹! 철컹!

마력 폭탄과 마력탄들이 장전되기 시작했다.

“후우우우…….”

유연화 역시 양손과 발에 마력을 끌어 모았다.

근접전에 최적화된 스킬들을 활용하려면, 거리를 좁히는 게 그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뒤는 제가 맡겠습니다.”

우우우웅!

성스러운 성은과 함께 테라사의 전신에 은색 갑주가 나타났다.

은은하게 빛나는 밝은 빛.

‘별의 가호’가 완전히 발현된 것이다.

천유성 또한 짧게 혀를 차며 검을 뽑았다.

“볼 때마나 느끼는 건지만, 네놈은 정말로 앞뒤 재는 것 없이 사는 것 같다.”

어이가 없네.

“네가 할 소리냐?”

전 세계에서 막가파 순위를 꼽자면 리스트 최상위에 천유성이라는 이름이 있어야 할 거다.

그 아래로 한참을 내리고 또 내려가야 내 이름이 보일 테고.

“나는 적어도 생각은 하고 싸운다. 티모대령 너와는 달리 말이다.”

젠장. 또 저 닉네임이 튀어나왔다.

당장이라도 희대의 개소리라고 반박하고 싶지만.

여기서 말해 봐야 씨알도 먹히지 않겠지.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고. 3분 정도 시간이 필요한데, 벌어 줄 수 있겠어?”

“3분? 원한다면 내 선에서 전부 처리해 줄 수도 있다.”

천유성이 피식 웃었다.

얼씨구.

아무렴 어련하시겠어.

“뚫리지나 마.”

진혁이 대도서관을 소환해 ‘세계의 기억’을 읽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타악!

탓!

양측에 있던 플레이어들이 동시에 움직였다.

콰아아앙!

퍼어엉!

서로 다른 종류의 마력이 폭발했다.

전봇대가 엿가락처럼 휘고 아스팔트에서 박살난 파편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조금만 더 버텨요!”

테레사가 사용한 ‘전투의 노래’와 ‘신성 강화’로 인해 나머지 사람들의 능력치가 비약적으로 상했다.

“오오. 누나!”

“좋은데, 이거?”

이태민이 부리던 기계 드론과 미니 탱크들이 한층 커졌다.

당연히 발사하는 마력탄의 밀도도 농밀해졌다.

유연화 역시 맨주먹으로 검을 박살낼 만큼 강해졌다.

“이 자식들. 강해.”

“젠장. 망할 기계쪼가리 따위가!”

수는 적어도 밀리지 않는다.

충분히 버틸 만하다.

게다가 천유성이 있는 정면은 오히려 혼자서 다수를 밀어붙이는 기이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서걱!

콰콰콰콰콱!

“끄아아악!”

“내, 팔이!”

잘려 나간 팔과 다리.

피보라가 몰아치는 운무 속에서 전진하는 천유성은 공포 그 자체였다.

“이런 미친. 혼자서 저런 말도 안 되는…….”

“가는 족족 전부 다 죽고 있어.”

“괴, 괴물이다!”

공격하던 삼합회 플레이어들이 헛바람을 들이마셨다.

매섭게 공격하던 합격진은 어느새 그 예리함을 잃어버렸다.

조금씩 뒷걸음질 치며, 피에 물든 검귀로부터 멀어지려 했다.

자신들로는 상대가 안 된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때.

“아무래도 버러지들만 있는 건 아닌가보구나.”

남궁현이 움직였다.

빠르다.

순식간에 천유성과의 거리를 좁힌 남궁현이 검을 뽑았다.

스릉!

위에서 아래로.

수직으로 그어진 검이 천지를 쪼갤 듯 내리꽂혔다.

콰아아앙!

“크윽!”

천유성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가까스로 막긴 했지만, 워낙에 짙은 내공이 실린 공격을 받아 낸 탓에 손바닥에서 피가 배어나왔다.

“보아하니 검을 다뤄 보긴 했나 본데, 그래 봤자 탑 밖에 있는 미물이 칼놀림을 배운 게 전부일 터.”

남궁현이 검을 고쳐 잡았다.

검신을 타고 눈부신 푸른 강기가 피어올랐다.

“내 친히 명문가의 진정한 검술이라는 게 어떤 건지 보여 주겠다.”

곧이어 전신에 소름이 돋을 만큼 화려한 검무가 시연되었다.

남궁세가의 독문무공.

제왕검형(帝王劍形)이다.

폭풍이 사람을 집어삼킨다면 이런 광경이 펼쳐질까?

카카카카카카캉!

“……!”

천유성은 수백 갈래로 날아오는 검을 혼신의 힘을 다해 받아냈다.

기와 기의 격돌.

피와 불꽃이 허공을 붉게 수놓았다.

허나, 어느 쪽이 우위인지는 너무나 뻔했다.

다수를 상대하느라 지친 천유성과 이제 완전히 몸이 풀린 남궁현 사이엔 결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으니까.

기껏해야 합을 주고받는 게 고작.

체력이 한계에 도달하는 즉시 천유성의 목이 잘릴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을 증명하듯.

“끝이다.”

천유성의 마지막 일격을 흘려보낸 남궁현이 차게 웃었다.

검은 정확히 천유성의 목을 향해 날아갔다.

천유성은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

목이 잘리는 섬뜩한 느낌은 느껴지지 않았다.

통증 또한 마찬가지.

천유성이 감았던 눈을 조심스럽게 떴다.

그러자.

“3분.”

모든 준비를 끝낸 진혁이 보였다.

“망할 놈. 좀 더 서두르란 말이다.”

“그래. 버티느라 고생했어.”

이걸로 바통 터치다.

***

남궁현이 흥미롭다는 듯 진혁을 바라봤다.

“무서워서 뒤에 숨어 있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구나.”

“준비할 게 몇 개 있어서. 살짝 시간이 필요했거든.”

“고작 준비 몇 개 한다고 해서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방금 네 동료가 일방적으로 박살나는 걸 똑똑히 봤을 텐데?”

봤지.

솔직히 말해 마음이 아플 정도였다.

천유성 이 녀석,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는 애인데 20층이 넘는 곳에서 사는 고렙이 양학질이나 하고 있으니 눈시울이 안 붉혀지겠는가?

하여간 어딜 가나 깽판 치는 놈들이 문제다.

그런데 그거 아냐?

시련의 탑을 끝까지 올라가 본 사람은 단 한 명뿐이라는 걸.

그리고 그 사람 역시 깽판 치는 걸 아주 즐겨한다는 걸.

“겨우 21층에 있는 놈들 주제에 뭔가 있어 보이는 척은 그만 해 줬으면 좋겠다는데…… 뭐, 태권도 도장에서 빨간 띠 따고 좋아하는 모습이 귀엽긴 해. 그런데 그게 선을 넘으면 슬슬 짜증이 날 것 같거든.”

“21층이라고? 네놈이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남궁현의 눈이 급속도로 팽창했다.

“그 정도야 당연히 알고 있지. 왜? 내가 21층의 거주자에 대해 모를 거라고 생각했나?”

“……너. 평범한 플레이어가 아니구나. 대체 정체가 뭐냐? 설마 제국의…….”

“미안하지만, 질문은 받지 않을게.”

첫 번째 웨이브가 오기까지 이제 20분도 남지 않았다.

천유성이나 다른 사람들도 휴식을 취해야 하니, 더 이상 시간을 끌 수는 없다.

진혁이 계속해서 모아 뒀던 마력을 한 순간에 방출했다.

화르르륵!

거대한 불꽃이 삽시간에 지면을 갉아먹었다.

“이런 얕은 수를!”

남궁현이 크게 뒤로 거리를 벌렸지만, 매캐한 연기 탓에 시야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일부러 이걸 노린 건가?

이렇게 된다면 시각을 포기한 채 오롯이 기감에 의존해야 한다.

“위로군!”

감각을 집중하던 남궁현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상대의 마력의 하늘 위에서 느껴졌다.

“멍청한 놈. 스스로 피할 곳이 없는 곳으로 간 것이냐!”

허를 찌르기엔 나쁜 선택은 아니다.

허나, 그건 정말로 허를 찔렀을 때의 이야기고.

지금처럼 미리 수를 읽혔을 때는 그야말로 최악의 선택이었다.

피하고 사각을 노리면 이 싸움을 그대로 끝날 테니까.

그런데.

“뭣이?”

남궁현이 움직이려 했지만, 몸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느새 ‘빙하 조형’으로 만들어진 서릿발이 발바닥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시선을 위로 끌고 시간차를 이용해 상대의 발을 묶는 콤비네이션.

연기가 걷히며, 그 사이로 진혁의 모습이 보였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싸울 때 항상 발밑 정도는 확인하라고.”

파츠츠츠!

검 끝에 맺혀 있는 눈부신 빛이 하나의 점으로 모였다.

[범위 지정 최대]

[Lv3 ‘데이라이트’가 발동됩니다!]

바로 그때, 극한까지 응축된 순백의 빛이 방출됐다.

콰콰콰콰콰콰콰!

직선으로 뻗은 하얀 검이 남궁현을 향해 뻗어갔다.

발동까지 시간이 걸리는 게 유일한 흠이었지만, 갖고 있는 광역기 중 최고의 범위와 위력을 자랑하는 스킬이다.

하지만, 데이라이트가 닿기 직전.

“이거 완전히 예상을 뒤엎는군. 완전히 놀랄 노자야.”

“그러게. 아무래도 현이 혼자서는 안 되겠어.”

삼합회 속에 있던 두 사람이 끼어들었다.

[호신강기(護身剛氣가 펼쳐집니다!]

[대군검막(對軍劒膜)이 펼쳐집니다!]

콰아아앙!!

강기로 만들어진 두 개의 방어 스킬이 남궁현과 그 주위에 있는 중국계 플레이어들을 보호했다.

투명한 벽에 금이 갔으나, 남궁현과 나머지 사람들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완벽한 타이밍에 스킬을 사용한 덕분이었다.

“호오. 제법이네. 탑 밖에 있는 놈들 중에 저 정도 위력의 내공을 갖고 있는 놈이 있을 줄은 몰랐어.”

세 번째 남자도 감탄사를 내뱉으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이걸로 총 셋.

숨어 있는 쥐새끼들이 모두 무대 위로 등장했다.

‘역시 나타났군.’

몇 백이나 되는 인파 속에 숨어 있는 놈들을 찾으려면 방법은 이것 하나뿐이었다.

동료 혼자 살아남을 수 없게끔 판을 만들어주면, 자연스레 남궁현을 도우러 나올 수밖에.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히 적중했다.

[현재 이곳에 있는 거주자들을 전부 찾아냈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익숙히 봤던 상태창 하나가 나타났다.

물론, 고를 스킬은 이미 정해 뒀다.

[고유 능력 ‘무한보(無限步)’를 복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무림에 소속된 거주자의 스킬을 손에 넣었다.

두근! 두근! 두근!

진혁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보통은 여기서 만족하고 끝냈을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과였으니까.

하지만.

‘나는 아니지.’

단순히 능력을 복사는 정도에서 끝낼 거면 ‘융합’이란 고유 능력을 고르진 않았을 것이다.

더욱 강력하고 다양한 스킬을 얻기 위해서.

상대보다 상위의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서.

이 고유 능력을 선택했다.

[‘무한보’와 ‘검의 무덤’를 융합합니다.]

진혁이 두 개의 능력을 하나로 합쳤다.

우우우웅!

형언할 수 없는 빛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융합에 성공하였습니다!]

하나로 합쳐진 새로운 스킬이 눈앞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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